금강에서 보내는 편지

이명박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우리 강 허리를 잘라낸 16개 보 중 가장 작은 세종보. 그 세종보 상류 500m 지점, 수문을 닫으면 물에 잠기는 위치에 천막을 치고, 2025년 11월 18일 오늘로 567일째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2021년 1월 18일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이 확정했지만 단 한개의 보도 철거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부가 끝나고, 윤석열 내란정부가 들어서자 강도 물내란에 휘말렸지요. 윤석열은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을 계승하겠다고 했고, 16개 댐 중 유일하게 2017년 11월부터 장기간 완전개방 상태였던 세종보를 2024년 5월부터 재가동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5월이 되기 이틀 전인 4월 29일 이곳에 천막을 쳤지요. 567일째 세종보는 닫히지 않았고, 금강은 아직 힘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여기 자갈밭에서 태어난 흰목물떼새는 어른이 되어서 또 아기들을 키워냈습니다. 아기 고라니와 아기 너구리가 뛰어다니고, 능글맞은 삵이 멀찍이 우리를 바라봅니다. 지금은 꾀꼬리가 떠나가고 큰기러기 한 무리가 자갈섬에 앉아 있습니다. 말똥가리, 흰꼬리수리가 높이 날고 으악새가 슬피 웁니다. 그야말로 금강은 살아있습니다. 스무 번의 보름달이 지나갔고, 이제 우리는 600일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참 많은 시민들과 동지들이 이곳에 다녀갔습니다. 이곳에 와서 물에 발을 담그고, 강에 돌멩이도 던져보고, 돌탑도 쌓고, ‘금강아 흘러라’를 외쳤습니다. 그 외침이 아니었던들, 금강이 지켜질 수 있었겠어요? 그 발걸음이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수녀님들이 금강에 다녀가셨습니다. 활동가들을 세워놓고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혼자가 아니니 힘을 내라고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그다음 날에는 아이들이 몰려왔어요. 덕분에 농성장은 한차례 소동이 지나갔지요. 밤새 이곳에서 놀다간 발자국과 똥을 보고는 활짝 웃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게 강이에요.

이재명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놓았고, 국정과제로 채택했습니다. 이제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곳에 두 번이나 다녀갔지만, 아직도 ‘보 철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더러는 농성을 중단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떼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죽은 강과 산 강의 증인입니다. 우리는 강이 멈춘 것과 흐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녹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큰비가 강의 죽은 펄을 씻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호종개와 흰수마자가 돌아오고, 흰목물떼새가 엉덩이를 비비며 자갈밭에 둥지 만드는 것을 보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수장되도록 내버려둘 수 있나요.

세종시는 우리를 고발했고, 우리는 세 건의 소송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이 강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곳이 우리 강을 회복하는 최전선이고, 교두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곳을 끝까지 사수할 것이고, 세종보를 비롯한 우리 강의 16개 보를 모두 해체해 낼 것입니다. 낙동강에서 초속 2cm로 흐르는 녹색 강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금강의 힘차게 흐르는 강을 보고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울더라도 씨를 뿌릴 것이고, 반드시 결실을 보고 말 겁니다. 금강, 영산강이 곧 낙동강이고, 낙동강, 한강이 곧 금강입니다. 우리는 이 강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끝까지 강합니다.
금강에서 임도훈 씀
금강에서 보내는 편지
이명박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우리 강 허리를 잘라낸 16개 보 중 가장 작은 세종보. 그 세종보 상류 500m 지점, 수문을 닫으면 물에 잠기는 위치에 천막을 치고, 2025년 11월 18일 오늘로 567일째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2021년 1월 18일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이 확정했지만 단 한개의 보도 철거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부가 끝나고, 윤석열 내란정부가 들어서자 강도 물내란에 휘말렸지요. 윤석열은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을 계승하겠다고 했고, 16개 댐 중 유일하게 2017년 11월부터 장기간 완전개방 상태였던 세종보를 2024년 5월부터 재가동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5월이 되기 이틀 전인 4월 29일 이곳에 천막을 쳤지요. 567일째 세종보는 닫히지 않았고, 금강은 아직 힘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여기 자갈밭에서 태어난 흰목물떼새는 어른이 되어서 또 아기들을 키워냈습니다. 아기 고라니와 아기 너구리가 뛰어다니고, 능글맞은 삵이 멀찍이 우리를 바라봅니다. 지금은 꾀꼬리가 떠나가고 큰기러기 한 무리가 자갈섬에 앉아 있습니다. 말똥가리, 흰꼬리수리가 높이 날고 으악새가 슬피 웁니다. 그야말로 금강은 살아있습니다. 스무 번의 보름달이 지나갔고, 이제 우리는 600일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참 많은 시민들과 동지들이 이곳에 다녀갔습니다. 이곳에 와서 물에 발을 담그고, 강에 돌멩이도 던져보고, 돌탑도 쌓고, ‘금강아 흘러라’를 외쳤습니다. 그 외침이 아니었던들, 금강이 지켜질 수 있었겠어요? 그 발걸음이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수녀님들이 금강에 다녀가셨습니다. 활동가들을 세워놓고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혼자가 아니니 힘을 내라고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그다음 날에는 아이들이 몰려왔어요. 덕분에 농성장은 한차례 소동이 지나갔지요. 밤새 이곳에서 놀다간 발자국과 똥을 보고는 활짝 웃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게 강이에요.
이재명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놓았고, 국정과제로 채택했습니다. 이제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곳에 두 번이나 다녀갔지만, 아직도 ‘보 철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더러는 농성을 중단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떼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죽은 강과 산 강의 증인입니다. 우리는 강이 멈춘 것과 흐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녹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큰비가 강의 죽은 펄을 씻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호종개와 흰수마자가 돌아오고, 흰목물떼새가 엉덩이를 비비며 자갈밭에 둥지 만드는 것을 보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수장되도록 내버려둘 수 있나요.
세종시는 우리를 고발했고, 우리는 세 건의 소송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이 강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곳이 우리 강을 회복하는 최전선이고, 교두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곳을 끝까지 사수할 것이고, 세종보를 비롯한 우리 강의 16개 보를 모두 해체해 낼 것입니다. 낙동강에서 초속 2cm로 흐르는 녹색 강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금강의 힘차게 흐르는 강을 보고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울더라도 씨를 뿌릴 것이고, 반드시 결실을 보고 말 겁니다. 금강, 영산강이 곧 낙동강이고, 낙동강, 한강이 곧 금강입니다. 우리는 이 강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끝까지 강합니다.
금강에서 임도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