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을 지킨 건 기적이 아닌 우리였습니다

다행인지 뭔지, 금강은 2017년 11월 세종보 부분개방을 시작으로 3개 보의 수문을 전부 열어보았습니다. 세종보는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개방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2012년부터 5년 동안 호수처럼 물에 잠겨 썩어가다가 이제는 비로소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함께 수문을 개방했던 공주보는 매년 9월 공주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 때 유등이나 부교 따위를 띄우기 위해서 40일 정도 수문을 닫았어요. 그러면 수문 개방이후 옛 모습을 되찾은 고마나루 넓은 모래사장이 다시 펄밭이 됩니다.
2019년에 문화제 유등 설치를 위해서는 안전상 수위 확보가 필요하다며 수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면서 약속하기를 ‘내년부터는 보 개방상태 문화제 개최 방법을 강구하겠다.’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은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고, 매번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매년 고마나루는 펄밭으로 뒤덮였지요. 그로 인해서 모래사장은 펄에 자리 잡은 식생이 확장하면서 점점 면적이 좁아지고, 고운 모래는 전부 펄에 뒤덮여 악취를 풍겼습니다.

2023년 9월 10일, 우리는 공주보 수문을 닫으면 물에 잠기는 고마나루 모래사장에 천막을 쳤습니다. 11일 수문을 닫는다는 정보를 얻었고, 바로 그 전날 천막을 친 거예요. 나흘 동안 공주시며, 환경부며 천막을 찾아왔지만, 약속을 지키겠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4일째 되는 날 100여 명의 용역이 몰려왔습니다. 10여 명의 활동가들이 온 힘을 다해 싸웠지만, 천막은 처참하게 망가지고 뜯겼습니다. 그래도 고마나루를 떠날 수는 없었어요. 우리가 나가고 수문을 닫으면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물 아래 수장되고 다시 펄이 가득 찰 거니까요. 이틀을 의자 하나 놓고 밤을 새웠습니다.

6일째 되는 날, 날강도 살인마 같은 정부 놈들이 공주보 수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멀리서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발가락부터 물에 젖어갔어요. 우리는 생명 다 죽이고 하는 문화제가 무슨 백제문화냐고, 공주보 담수를 중단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그러나 공주시, 환경부는 물 밖에서 구경만 하고 있더군요. 세종에서, 대전에서 동지들이 달려와서 함께 해주었습니다. 발가락부터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데 9시간이 걸렸고, 물에 들어온 동지들이 저체온증으로 인해 건강상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농성을 중단하고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날은 아무것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동지들이 준 담요와 차를 마시고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고 집으로 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고마나루로 달려갔습니다. 물에 시꺼멓게 잠겨있는 고마나루를 보는데, 원통하고 한이 돼서 눈물이 펑펑 흘렀습니다.

그날은 아무것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동지들이 준 담요와 차를 마시고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고 집으로 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고마나루로 달려갔습니다. 물에 시꺼멓게 잠겨있는 고마나루를 보는데, 원통하고 한이 돼서 눈물이 펑펑 흘렀습니다.
꿈에 신령님이 ‘펑’하고 나타났습니다. 시끄럽게 여기서 왜 울고 있냐길래, “저는 강을 지키는 활동간데, 나쁜 놈들이 유등 따위를 띄우겠다고 공주보 수문을 닫아서 고마나루 모래사장과 생명들을 모두 수장시켰습니다. 원통하고 분해서 울고 있습니다.” 했습니다.
신령님은 잠깐 기다려보라더니, 넓고 깊고 크고 주변이 고층빌딩으로 휘황찬란한 강을 딱 보여주시고는 “이 강이 네 강이냐?”하시기에, “아이고 아닙니다요. 제 강은 이런 깊고 큰 강이 아닙니다요.“ 했더니, 이번에는 댐이 8개나 설치되서 꼭 호수처럼 흐르지 않는 강을 보여주시면서, ”그러면 이 강이 네 강이냐?“하시더군요. 그래서 ”아이고 신령님, 제 강은 이렇게 호수 같은 이 녹조 가득한 강이 아닙니다.“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러면 네 강은 어떤 강이냐?“ 하시기에,
”신령님. 제 강은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서, 야트막한 곳은 장딴지까지 바지 걷으면 건널 수도 있고, 자갈자갈 흐르는 여울에는 흰수마자 미호종개 여기저기 헤엄치고 있는 강입니다. 자갈밭에는 흰목물떼새 앙증맞게 둥지 틀고 알 낳고, 비 오면 맹꽁이 울고, 수염풍뎅이 찾아오는 그런 곳입니다. 모래사장에는 수달 똥 삵 똥 고라니 똥이며 너구리 똥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때 되면 큰기러기 한 떼 찾아와서 쉬어가는 그런 강입니다. 간혹 아이들이 강가 가까이 내려와서 돌 골라서 물수제비도 던지고, 돌탑도 쌓고, 맨발로 모래사장도 걸어 다니고요. 수문 열려서 이제야 좀 살겠구나 했는데, 이렇게 매번 수문을 닫으니 속상해 죽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대체 신령님은 뭐 하는 겁니까. 강이 이 지경이 되도록!“ 이렇게 엉엉 울면서 따졌더니. ”에헴, 네가 아주 솔직한 걸 보니 내 너를 갸륵하게 여겨, 니가 말한 그 16개 보들을 모두 없애주마.“ 라고.

그러나 그런 동화같은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까맣게 잠긴 고마나루를 보면서 엉엉 울고, 다시는 이 강을 이렇게 빼앗기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이를 갈았습니다. 그리고 2025년, 공주시는 백제문화제 공주보 담수를 포기했고, 고마나루는 물에 잠기지도 펄에 뒤덮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2024년 4월 29일부터 2026년 3월 30일까지, 700일 동안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했지요. 결국 세종보는 재가동되지 않았고, 2026년 연내 16개 보 처리방안 마련 용역을 진행할 것과, 낙동강 취양수장 개선사업을 2028년 상반기까지 마칠 것, 그리고 취양수장 개선 등 보 처리방안 이행이 가능한 보는 2027년 상반기에 착공할 것을 약속하고 농성을 종료했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 믿음의 대상이 아닌, 잘 다루고 확인하고 길들일 대상입니다. 정부의 약속을 믿지 않습니다. 다만 진행하는 하나하나를 면면히 면밀히 살피고 개입할 것입니다. 연행이든 천막이든 아무것도 두렵지는 않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는 선전용으로 몇 개 보를 해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4대강에 16개의 댐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앞길이 첩첩산중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천막에서 나오지 못하고, 농성하듯 싸우고 있습니다. 농성 100개도 더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벌어지는 싸움을 지켜봐 주세요. 이 기세와 태세는 그대로 가져갑니다. 이 싸움의 증인, 동지가 되어주세요. 고맙습니다.
금강에서 임도훈 씀
금강을 지킨 건 기적이 아닌 우리였습니다
다행인지 뭔지, 금강은 2017년 11월 세종보 부분개방을 시작으로 3개 보의 수문을 전부 열어보았습니다. 세종보는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개방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2012년부터 5년 동안 호수처럼 물에 잠겨 썩어가다가 이제는 비로소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함께 수문을 개방했던 공주보는 매년 9월 공주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 때 유등이나 부교 따위를 띄우기 위해서 40일 정도 수문을 닫았어요. 그러면 수문 개방이후 옛 모습을 되찾은 고마나루 넓은 모래사장이 다시 펄밭이 됩니다.
2019년에 문화제 유등 설치를 위해서는 안전상 수위 확보가 필요하다며 수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면서 약속하기를 ‘내년부터는 보 개방상태 문화제 개최 방법을 강구하겠다.’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은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고, 매번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매년 고마나루는 펄밭으로 뒤덮였지요. 그로 인해서 모래사장은 펄에 자리 잡은 식생이 확장하면서 점점 면적이 좁아지고, 고운 모래는 전부 펄에 뒤덮여 악취를 풍겼습니다.
2023년 9월 10일, 우리는 공주보 수문을 닫으면 물에 잠기는 고마나루 모래사장에 천막을 쳤습니다. 11일 수문을 닫는다는 정보를 얻었고, 바로 그 전날 천막을 친 거예요. 나흘 동안 공주시며, 환경부며 천막을 찾아왔지만, 약속을 지키겠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4일째 되는 날 100여 명의 용역이 몰려왔습니다. 10여 명의 활동가들이 온 힘을 다해 싸웠지만, 천막은 처참하게 망가지고 뜯겼습니다. 그래도 고마나루를 떠날 수는 없었어요. 우리가 나가고 수문을 닫으면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물 아래 수장되고 다시 펄이 가득 찰 거니까요. 이틀을 의자 하나 놓고 밤을 새웠습니다.
6일째 되는 날, 날강도 살인마 같은 정부 놈들이 공주보 수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멀리서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발가락부터 물에 젖어갔어요. 우리는 생명 다 죽이고 하는 문화제가 무슨 백제문화냐고, 공주보 담수를 중단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그러나 공주시, 환경부는 물 밖에서 구경만 하고 있더군요. 세종에서, 대전에서 동지들이 달려와서 함께 해주었습니다. 발가락부터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데 9시간이 걸렸고, 물에 들어온 동지들이 저체온증으로 인해 건강상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농성을 중단하고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날은 아무것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동지들이 준 담요와 차를 마시고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고 집으로 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고마나루로 달려갔습니다. 물에 시꺼멓게 잠겨있는 고마나루를 보는데, 원통하고 한이 돼서 눈물이 펑펑 흘렀습니다.
그날은 아무것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동지들이 준 담요와 차를 마시고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고 집으로 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고마나루로 달려갔습니다. 물에 시꺼멓게 잠겨있는 고마나루를 보는데, 원통하고 한이 돼서 눈물이 펑펑 흘렀습니다.
꿈에 신령님이 ‘펑’하고 나타났습니다. 시끄럽게 여기서 왜 울고 있냐길래, “저는 강을 지키는 활동간데, 나쁜 놈들이 유등 따위를 띄우겠다고 공주보 수문을 닫아서 고마나루 모래사장과 생명들을 모두 수장시켰습니다. 원통하고 분해서 울고 있습니다.” 했습니다.
신령님은 잠깐 기다려보라더니, 넓고 깊고 크고 주변이 고층빌딩으로 휘황찬란한 강을 딱 보여주시고는 “이 강이 네 강이냐?”하시기에, “아이고 아닙니다요. 제 강은 이런 깊고 큰 강이 아닙니다요.“ 했더니, 이번에는 댐이 8개나 설치되서 꼭 호수처럼 흐르지 않는 강을 보여주시면서, ”그러면 이 강이 네 강이냐?“하시더군요. 그래서 ”아이고 신령님, 제 강은 이렇게 호수 같은 이 녹조 가득한 강이 아닙니다.“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러면 네 강은 어떤 강이냐?“ 하시기에,
”신령님. 제 강은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서, 야트막한 곳은 장딴지까지 바지 걷으면 건널 수도 있고, 자갈자갈 흐르는 여울에는 흰수마자 미호종개 여기저기 헤엄치고 있는 강입니다. 자갈밭에는 흰목물떼새 앙증맞게 둥지 틀고 알 낳고, 비 오면 맹꽁이 울고, 수염풍뎅이 찾아오는 그런 곳입니다. 모래사장에는 수달 똥 삵 똥 고라니 똥이며 너구리 똥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때 되면 큰기러기 한 떼 찾아와서 쉬어가는 그런 강입니다. 간혹 아이들이 강가 가까이 내려와서 돌 골라서 물수제비도 던지고, 돌탑도 쌓고, 맨발로 모래사장도 걸어 다니고요. 수문 열려서 이제야 좀 살겠구나 했는데, 이렇게 매번 수문을 닫으니 속상해 죽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대체 신령님은 뭐 하는 겁니까. 강이 이 지경이 되도록!“ 이렇게 엉엉 울면서 따졌더니. ”에헴, 네가 아주 솔직한 걸 보니 내 너를 갸륵하게 여겨, 니가 말한 그 16개 보들을 모두 없애주마.“ 라고.
그러나 그런 동화같은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까맣게 잠긴 고마나루를 보면서 엉엉 울고, 다시는 이 강을 이렇게 빼앗기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이를 갈았습니다. 그리고 2025년, 공주시는 백제문화제 공주보 담수를 포기했고, 고마나루는 물에 잠기지도 펄에 뒤덮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2024년 4월 29일부터 2026년 3월 30일까지, 700일 동안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했지요. 결국 세종보는 재가동되지 않았고, 2026년 연내 16개 보 처리방안 마련 용역을 진행할 것과, 낙동강 취양수장 개선사업을 2028년 상반기까지 마칠 것, 그리고 취양수장 개선 등 보 처리방안 이행이 가능한 보는 2027년 상반기에 착공할 것을 약속하고 농성을 종료했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 믿음의 대상이 아닌, 잘 다루고 확인하고 길들일 대상입니다. 정부의 약속을 믿지 않습니다. 다만 진행하는 하나하나를 면면히 면밀히 살피고 개입할 것입니다. 연행이든 천막이든 아무것도 두렵지는 않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는 선전용으로 몇 개 보를 해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4대강에 16개의 댐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앞길이 첩첩산중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천막에서 나오지 못하고, 농성하듯 싸우고 있습니다. 농성 100개도 더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벌어지는 싸움을 지켜봐 주세요. 이 기세와 태세는 그대로 가져갑니다. 이 싸움의 증인, 동지가 되어주세요. 고맙습니다.
금강에서 임도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