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하천


우리가 마시고 이용하는 것을 비롯해 많은 생물들의 터전이 되는 물은 이 땅에 흐르는 강에서 비롯됩니다.

댐, 보와 같은 각종 구조물의 건설과 오염물질 방류 등 인간의 과도한 착취로 우리 강은 오염되고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용대상으로서의 강을 넘어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강을 지키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강 복원 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물·하천 


우리가 마시고 이용하는 것을 비롯해 많은 생물들의 터전이 되는 물은 이 땅에 흐르는 강에서 비롯됩니다. 댐, 보와 같은 각종 구조물의 건설과 오염물질 방류 등 인간의 과도한 착취로 우리 강은 오염되고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용대상으로서의 강을 넘어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강을 지키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강 복원 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물·하천[현장소식] 세종보 천막 소식 "우리, 지금 이 강을 지켜요"

김종원 생태보전팀 팀장
2024-05-24
조회수 487


지난 4월 30일 환경활동가들이 세종보 담수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농성장 지킴이들이 셋째날부터 매일매일 농성장 일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25일차까지 보내온 소중한 기록을 모았습니다. 현장 지지방문과 농성장 일일 지킴이로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 세종보 천막농성 지킴이 신청 https://forms.gle/oRTXvNRUot8fVXwx6



[세종보 천막 소식 12일차]


오타였지만 힘이 났습니다. 세종보 재가동을 반대하고 4대강의 회복과 물정책 정상화를 기원하는 이 천막에 ‘천만’이 연대한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작고 연약한 것들의 연대. 천막 일지를 적는 일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려도 좋아요 100개도 안나오는데, 그래도 10여개의 연대 방에 공유를 합니다. 우리 강들을 지키는 이 일을 조금이라도 널리 알려서, 꼭 지켜내고 싶습니다. 영상도 있고 기사도 있습니다. 일지도 있고요. 널리, 1000만이 읽고 연대하도록, 널리 전파해주세요. 

어제는 금강보 재가동과 관련된 토론방송에 출연했는데요. 지금 상황을 알릴 수 있다면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출연은 했지만, 토론자체가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신중한 결정’, ‘더 많은 데이터’, ‘시민들의 요구’ 이런 말들이 아직도 망령처럼 이 바닥을 떠다니는구나. 4대강 사업이후 온국민이 처음 듣게 된 ‘큰빗이끼벌레’, 간 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을 품고 있는 ‘녹조라떼’, 심지어 보 인근에서 수상레저를 즐기다가 발생한 사망사고까지 이런 것들을 모조리 잊어버린 것인지. 아직도 ‘저영향 개발‘? 같은 정신분열적인 말들을 하는구나. 그러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과 자연을 위한 지속가능한 정책’을 묻는 것이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다른 패널분들을 폄훼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지만, 대체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기후위기, 기후재난을 목도하면서도 아직도 인간이 무한하게 진보할 수 있다는 그 오만이, 살떨렸습니다. 지금은 지구가 변해가는 것을 멈춰야 할때이지, 성장, 개발 같은 말들을 늘어놓을 때가 아닙니다. 세종보를 잘 활용하자? 세종보를 담수하면 생명이 죽는데도, ‘합리적’ 이딴 말을 늘어놓을 수가 있는지. 

그냥 ‘세종보 재가동’하면 감이 잘 안오지요? 포크레인으로 물떼새 둥지를 밟는 일입니다. 너구리, 수달, 삵, 고라니, 온갖 새들을 물에 수장시켜 죽이는 일입니다. 세종시 안에 야생동물들이 살 수 있는 곳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세종보 상류 이곳이 수몰되면, 여기 사는 야생동물들은 모조리 집을 잃게 됩니다. 온통 개발로 모든 농지며 산지를 다 빼앗아 놓고도, 아파트 단지에서 고라니가 발견됐다고 쏴죽이고, 멧돼지가 도심에 출몰했다며 쏴죽이고, 수목원에 나뭇잎 좀 먹었다고 쏴죽이고! 대체 인간에게 그런 권리가 있습니까? 우리가 살릴 수도 있습니다. 같이 좀 살자고 여기 천막을 지은겁니다. 

그 다음이 인간의 불편입니다. 악취, 녹조, 날벌레 창궐 불편하시죠? 자기 권리 주장에는 아주 적극적이면서, 나 이외 존재의 권리와 생명을 빼앗는 일에 무감각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살릴 수 있습니다. 지켜줄 수 있습니다. 손잡고 같이 살 수 있습니다. 자본이 부추기는 개발과 발전의 논리에 속지 마세요. 같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최연소 방문자인 신우. 쌍안경을 들고 새를 보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수라를 보았고, 도요필름의 세종보 영상을 보고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신우는 지구를 지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아직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는데, 우리는 이 아이에게 지켜야 하는 것을 남겨주는구나. 미안하다, 아저씨가 열심히 지켜볼께, 했습니다. 

오늘도 천막을 방문해주신 동지들이 많습니다. 여러분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을 인식하십시오. 조금 더 사랑하십시오. 그 사랑스러운 생명들을 함께 지킵시다. 고맙습니다.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13일차]


최연소 방문자 기록이 갱신됐습니다. 16개월 예원이가 천막에 찾아왔습니다. 천막 사람들 얼굴이 활짝 피었습니다. 아이가 고개만 까딱해도 모두 행복해집니다. 비단강에 왔으니 물에 발도 참방참방 담그고, 모래사장에서 모래놀이도 하고 그러면 좋을텐데, 공사때문에 자갈도 깨끗하지 않고, 물살도 너무 빠릅니다. 예원이는 16개월 살고, 처음 강에 나와서 강을 배웠습니다. 예원이에게 콘크리트에 허리가 잘린 강 말고, 힘차게 흐르면서 여울과 풀과 모래, 자갈이 어우러진 산 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진짜 강, 살아있는 강을 물려주어야합니다

농성장이 있는 금강스포츠공원은 작년 여름 강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공원입구에 이런 현수막이 붙어있습니다. “금강 1단계 스포츠 공원 집중호우 피해 복구 진행 중”, “체육시설 이용 및 하천 출입금지”. 그런데 복구 계획이 가관입니다. 23년 11월에 설계에 착수하고, 24년 12월에 공사 준공해서, 25년 1월에 운영한답니다. 야구장, 게이트볼장, 자전거 연습장이 위치한 곳인데, 어쩐지 화장실이 계속 잠겨있더라니. 여름 강우 피해가 복구 되는데 1년 반이 걸리는 셈입니다. 올해 내리는 비는 어떻게 할건가요? 오지 말라고 할건가요? 이정도면 문 닫아야지요.

23년 9월 공주 대백제전을 위해 금강에 웅진천도 475년을 기념하기 위한 475척의 돛배를 설치하고, 추가로 160개의 유등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축제 시작도 전에 예상치 못한 비로 인해 50여채 남짓을 제외하고 모든 유등과 돛배가 떠내려갔어요. 이후 모니터링을 해보니 유등과 돛배의 잔해들이 교각에 걸려있고, 강변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지극히 일부만 발견됐고, 나머지는 하천 어딘가에 쓰레기로 버려져 있겠지요. 트렌드에 한참 뒤쳐진 디자인으로, 야간에 조명한번 켜보겠다고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시설을 설치했는데, 다 떠내려가 버렸으니, 그 책임은 누가지나요? 공주시민들은 알고 있습니까? 시장으로부터 사과는 받으셨나요? 유등설치하고 대백제전해서 대체 누구한테 얼마의 이익이 가는 겁니까? 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겁니까?

비가 와서 강변 운동시설이 물에 잠겼다고 ‘홍수’가 아닙니다. 원래 제방 안쪽은 실제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하천이에요. 사람이 이용하는 운동시설이 있는 이 수변 공간은, 본래 하천의 영역입니다. 파크골프장, 축구장, 야구장 지어놓고 여름철 강우가 한번 지나가면 전부 망가지고, 뽑히고, 펄이 뒤덮고,, 그러면 또 예산을 들여서 시설 교체하고, 청소하고, 정비하고. 스포츠공원 복구에 1년 반이 걸린다면서요. 자, 생각해보세요. 대체 누가 이익입니까? 거기에 쓸 예산으로 하천을 자연하천으로 보전하고,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전하고, 모래사장에 의자놓고 물멍도 때리고 그러면 어떨까요? 강에 물놀이장을 지어야합니까? 그런 정신분열이 어딨어요. 

세종보 수문을 닫아서 물을 채워놓고 수륙양용차를 띄우겠다, 오리배를 띄우겠다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공주보 수문을 닫아 황포 돛배를 띄워 세종까지 오가게 하겠다는 “금강 옛 뱃길 살리기”. 전부 지금 지자체장 임기 내에는 삽도 못 뜰 사업입니다. 마치 그것만 된다면 시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처럼 시민들을 호도하고 욕망을 자극하고. 그렇게 예산 들여서 용역만 진행하고 결과도 내지 못하는 사업이 하나 둘이 아니에요. 또, 뭔가 하는 것처럼 만들기 위해 화장실 짓고, 주차장 만들고 작은 단위 사업을 마구 벌입니다. 그냥 두면 분명히 새만금 잼버리 꼴 납니다. 

강의 영역을 존중해야합니다.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강에 들어 이용하다가, 비가오면 온전히 강의 영역으로 내어주어야 합니다. 여러분, 속지마세요. 친환경 개발 같은 건 없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세종시나 공주시가 이야기하는 개발같은 건 없습니다. 강을 망가뜨려도 개발이 좋다, 사람이 더 중하다 하는 사람은, 정치인이거나, 이익당사자 뿐입니다. 세종시민 여러분, 공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뭐가 더 중요한지 더이상 망설이지 마세요. 강이 살아야 우리도 삽니다. 강 생명들이 살아야, 우리도 삽니다.

후원과 관련된 문의가 있어서, 보철거시민행동 간사인 저의 계좌를 올립니다. 기꺼이 받고, 잘 사용하겠습니다. 

오늘도 농성장을 찾아주신 동지 여러분 고맙습니다. 전혀 연이 닿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도 천막을 찾아주십니다. 그야말로 천만농성으로 가는 듯합니다. 이어주신 연대의 정을 힘입어, 반드시 우리 강 지켜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14일차]


강변에 나와있으면 날짜도 요일도 잊고 강에 젖어듭니다. 일지를 쓰는 오늘이 15일차 입니다. 15라는 숫자도 이제는 의미가 없습니다. 세종보가 재가동 되는지 안되는지,  또 공무원들이 몰려와서 천막을 뜯어내지는 않을지, 내일 날씨는 어떨지, 그것에만 몰두해있습니다. 숫자가 늘어나도 천막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동지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어제는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11시에는 빈들공동체의 ‘흰목물뗴새와 함께 드리는 예배’가 있었고, 오후 1시에는 함께 걷는 교회에서 연대하는 예배를 드렸습니다. 아이들이 강변에 줄지어 서서 돌멩이를 던졌습니다. 앞다투어 몇 번이나 물수제비를 뜰 수 있는지 겨루었습니다. 커다란 돌을 들어 힘자랑을 하는 아이에게는 잉어가 다친다하였습니다. 새들의 이름을 알려주었습니다. 알락도요, 깝작도요, 삑삑도요, 흑꼬리도요.... 

천막보다 낮은 곳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성서 본문도 다르고 예배 순서도 다른데, 저에게는 같은 감동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많은 아이들과 어르신들, 그리고 청년들이 기꺼이 선을 넘어 천막의 자리, 불법의 자리, 강의 자리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돌을 만졌고, 새들을 보았고, 물소리를 들었습니다. 흐르는 강을 보며 ‘좋다’ 하였습니다. 예수도 그랬습니다. 기꺼이 선을 넘고, 담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소외된 자리, 외로운 자리, 낮은 자리를 찾아 갔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동지가 됐지요.

요청했습니다. 여러분 증인이 되어주십시오. 내가 그 강을 보았다. 흐르는 그 강을. 내가 그 돌을 만졌다. 그 물을 만졌다. 맨발로 바로 그 모래사장을 걸었다. 그 증인이 되어, 증언해주십시오. 언젠가 천막이 공격당할 때, 기어이 물을 채워 천막이 물에 잠길 때, 누군가 자본과 성장의 논리로 물을 가둬야 한다고 할 때, 아무리 강은 흘러야한다 외쳐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때, 여러분들이 증인이 되어 증언해주십시오. 선을 넘어 들어온, 여러분.

어제 유난히 반가웠던 동지들, 인천에서 서울에서 공주에서 각지에서 기꺼이 달려와 우리의 곁이 되어주었고, 천막을 모른다 하지 않고, ‘안다’고 해준 동지들.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15일차]


새만금 방조제 위에서 삼보일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구조물을 사이에 두고 나누어진 강과 바다는 색과 빛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한쪽은 푸르게 빛나는 바다였고, 다른 한쪽은 빛도 통과 할 수 없을 만큼 탁한 강이었습니다. 하늘은 하나인데 물은 둘로 나누어졌으니, 자연의 이치가 아니다 싶었습니다. 

바다와 강 사이에 자리잡은 그 구조물은 너무나 거대했습니다. 일부 구간에서 삼보일배를 나누어 진행했는데, 몇번을 절하고 일어났는지, 얼마동안 삼보일배를 했는지 셈은 할 수 없었습니다. 삼보일배를 통해 무엇을 기원하거나 마음이 다스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고통을 견디는 고행의 의미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무릎을 대고 허리를 숙이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만경강, 김제평야, 서해 바다와 저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곳에 사는 생명과 제가 무관하게 남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되어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저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갖던 것을 넘어, 그들을 변호하고 함께 권리를 외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기 천막을 지키는 이들은 매일 금강과 관계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벗이 되어갑니다. 애정이 깊어집니다. 여기 있는 생명들과 우리는 ’그런 사이‘가 되어갑니다. 천막을 찾아주시는 분들도 점점 천막이 익숙해집니다. 불편했던 의자가 편해집니다. 금강이 애달파집니다. 지금 우리 강은 너무나 망가졌기때문에 그저 서로 희희낙낙 할 수는 없습니다. 아픈 금강에 대해, 자기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들이 미워집니다. 그렇게 강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자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강을 대변해주고 싶습니다. 여기 수천 수만년을 자리잡고 살았는데, 하루 아침에 고향과 집을 빼앗겨도 자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물떼새를 비롯한 뭇 생명들을 대변해주고 싶습니다. 대신 분노하고, 대신 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천막은 기쁘지만은 안습니다. 많은 순간 결연하고, 치열합니다. 

때문에, 조금 쉴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도 쉬고, 마음도 쉬고, 몸도 쉬고. 같이 싸우고 있는 동지들도 돌아 봐야합니다. 우리는 ‘나’가 아니라, ‘우리’이기 때문에 싸울 수 있습니다. 그래야 웃을 수 있습니다. 혹시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겠습니다. 우리를 지킬수 있도록,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인천에서, 서울에서 많은 동지들이 천막을 찾아주었습니다. 같이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하고, 강을 대신해 소리도 외쳤습니다. ‘흘러야 강이다.’, ‘열어라 생명의 물길.’ 강만큼 간절할 수는 없었겠지만, 우리는 진심입니다. 우리는 날로 더욱 큰소리로 외칠겁니다. 이미, 여기 들어와 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기꺼이 이 낮은 천막으로 들어와주신 동지님들, 감사합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슬기로운 천막생활 1“을 진행합니다. 물고기 솟대 세우기, 벽화 그리기를 진행합니다~ 주말이니 벗들과 함께 오셔서 슬기로운 천막생활을 즐겨주세요~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17일차]


천막 바로 옆에 고라니가 똥을 싸주었습니다. 안그래도 그이들 땅에 우리가 허락도 구하지 않고 들어와 미안했는데, 이제는 진정한 이웃이 된 듯합니다. 

매일 같이 올라오는 긴 글이, 피로할 수도 있겠다해서 어제는 그냥 노래나 불러봤습니다. 생활과 깊은 관계도 없는 것 같고, 있는 지 없는 지 잘 알지도 못했던 존재나 사건에 대해, 매일 같이 올라오는 긴 글이 불편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알리지 않으면, 이런 일은 확산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쁜 것들은 촘촘히 연대해서 ‘자기 이익’을 위해 서로가  손을 잡고 하나가 되어 나쁜 짓을 저질러댑니다. 그런데 자기 이익이 아닌 일들, 소문도 나지 않고 서로 권하지도 아니하고 모두 말리기만하는 이런 일들은 어떻게든 알리고 전하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누군가는 굴뚝에 올랐고, 나무에도 올랐고, 그 무수한 천막들을 쳤습니다. 어떤 일은 해결이 되어 내려오거나 나왔고, 어떤 일들은 아직도 무수한 천막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마음입니다. 어떻게든 이곳을 지키겠다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천막을 쳤습니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내겠다는 각오입니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는 것을 시작으로, 무수히 계획되어 있는 강을 죽이는 토건 사업들을 막아내려는 것입니다. 

지금도 자본은 성장과 개발이라는 허울 좋은 속임수로 서로 짬짜미를 합니다. 세종보 재가동을 찬성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이익당사자’입니다. 개발을 찬성하는 사람, 성장을 외치면서 깃발을 드는 사람, 모두 이익 당사자였습니다. 정치적 이익이든, 그 잘난 돈이든, 뭐가 됐든, 주머니에 무언가 들어간다는 말이에요. 

우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그 이익, 자본, 성장, 개발의 피해자가 되는 강과 자연의 편에 서려는 것입니다. 단지 강과 생명을 살리려는 것입니다. 이익이 있다면, 아름답고 건강한 본연의 강을 누릴 수 있다는 거겠지요. 우리는 물떼새 알 하나, 고라니 한 마리에 귀감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대상이 된 그 고라니, 물떼새에 집중합니다. 우리 정도는 좀 집착적으로, 그들의 편울 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천막을 친지 17일차. 많은 분들이 뜻을 같이해주고 계십니다. 세종에서, 대전에서, 인천, 서울, 청주, 공주, 제주 그리고 무수히 많은 천막에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입니다. 나는 왜 그 천막에 더 머물지 못했을까. 그러나 동지들은 책망하지 않고, 금강을 찾아와 위로가 되어줍니다. 그 마음이 너무나 따뜻해서, 마음만으로도 이길 것 같습니다.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을 넘어 천막에 들어와준 동지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18일차]


연잎밥 들깨찜 쑥개떡 두부부침 어묵탕에 김밥에 햄버거까지. 돗자리 깔고 앉으면 팽팽하게 긴장된 천막 농성도, 금방 소풍이 됩니다. 의자가 없어도 돋자리가 없어도 되는대로 앉아서 추억도 이야기하고, 각오도 나눕니다. 아는 사람이 많아서 왔다가면 티가 많이 나는 동지들도 있지만, 그저 천막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동지들도 있습니다. 조용히 왔다가 천막에 힘을 실어주고는 조용히 가는 동지들도 있습니다. 모두 소중합니다. 다들 너무나 고맙습니다. 

낙동강 동지들이 부산, 대구, 안동, 곳곳에서 천막을 찾아주었습니다. “금강이 살아야, 낙동강도 낙동강 주민들도 산다. 세종보 재가동 반대한다!” 맞습니다. 그야말로 “일심동체”입니다. “금강이 고통을 받으면 낙동강도 고통을 받고, 금강이 살아나면 낙동강도 살아난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4대강 16개 보중에 8개의 보가 낙동강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길고 큰 강입니다. 낙동강은 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이자 농업용수입니다. 그런 강에 매년 녹조가 창궐합니다.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성 마이크로시스틴이 발견됐고, 낙동강 인근 아파트 거실 탁자에서도 검출됐습니다. 그런데도 보 개방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강은 세종보 공주보를 개방하고 하루가 다르게 자연성을 회복하고, 7년 동안 개방을 했더니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 16개 보 중에 2개보를 개방하고 자연성 회복을 모니터링 한겁니다. 금강이 다른 강보다 가장 중요해서가 아니고, 신중하게, 가장 작고, 가장 부담이 적은 세종보를 개방한겁니다. 그렇게 개방 후 4년간 모니터링하고 논의해서 보 처리방안 결정했는데, 결정된지 만 삼년이 넘도록 아무것도 된것이 없을뿐 아니라, 오히려 보 처리방안이 취소되고, 물정책은 수십년 전으로 퇴보했습니다. 금강 보 처리방안이 이행되면 그 다음은 낙동강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수순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단순히 세종보 재가동 반대만을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위법적으로 취소된 보 처리방안과 치졸하게 변경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원상회복하고, 물정책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이행하면서, 빠르게 낙동강 보 처리방안을 마련해야합니다. 우리는 강의 회복되는 것을 눈으로 데이터로 확인했고, 국민 합의를 위해 오래 논의했고,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였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재자연화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말로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금강을 지키겠습니다. 그래야 낙동강도 삽니다. 그래야 우리 강이 삽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슬기로운 천막생활 1“입니다.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오셔서 물수제비도 뜨시고, 벽화도 그리고, 물고기 솟대도 세우고. 돗자리 깔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천막에 오실 때 집에서 남는 크레파스를 가져다 주세요. 오늘도 벽화 밑그림을 그려주기 위해 퇴근 후에 천막을 찾아온 동지가 있어요. 천막때문에 세종보도 알게되고, 강에도 들어오게 됐답니다. 조용히 그리고 간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합니다. ”망하면 어때요? 또 그리면 되지“라고 합니다. 그런 동지가 큰 힘이 됩니다. 천막이 뜯기면 어떻습니까. 또 지으면 되지.

오늘은 낙동강 동지들이 천막을 지켜주었습니다. 또 다른 작은 텐트도 인근에 쳐 졌고요. 강 주변에 작은 마을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것도 낙동강 사람들, 금강 사람들, 한강, 영산강 사람들이 몽땅 모여있는 마을이요. 이 마을을 반드시 지켜야겠습니다.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19일차]


천막에 앉아 이것 저것 일 좀 보고 앉아있는데, ‘흘러라 강물아’ 대형 현수막 뒤로 무엇이 스윽 지나갑니다. 가만히 보니 ‘오솔길’의 장본인, ‘오소리’ 입니다. 입에 무엇을 물고는 터벅 터벅 걸어갑니다. 카메라를 얼른 찾아 찍고 싶었는데, 며칠 내린 비에 몰라보게 자라버린 풀숲으로 들어갑니다. 자기들 땅이지마는, 그래도 너무나 뻔뻔할 정도로 여유롭게 숨어들어 갑니다. 교각 배수관에 둥지를 튼 박새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듭니다. 고라니도 천막 주변 사방에 응가를 하는 것을 보니, 이제 제법 우리를 받아들였나봅니다. 

어제 천막을 지켜준 낙동강 동지들은 기본 착장이 장화였습니다. 그래서 왜 장화들을 신고 다니냐고 했더니, ‘현장에 왔으니까.’합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활동가들은 현장을 삶의 자리 중심에 두고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강에 나오니 얼굴들이 그리 밝지요. 

기자회견을 하면서 낙동강 한 선배가 특유의 억양으로 ‘세종보를 닫으면, 물에 들어가셔야합니다. 수장되는 한이 있어도…” 합니다. 당연하지요. 우리는 금강을 지키러 여기에 들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는 오소리와 고라니, 물떼새와 여울에 사는 흰수마자를 지키러 들었습니다. 그러니 지켜야지요. 함께 있어야지요. 

공주 고마나루 모래사장 의자 하나 놓고 앉아서 우산쓰고 농성을 이어갈 때, 환경부는 기어이 수문을 닫았습니다. 명치를 지나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데, 아홉시간이 걸렸습니다. 물에 들어간 내내, 공주시와 환경부에 공주보 개방 약속을 지키라고 끝없이 외쳤습니다. 9월 중순, 물은 차가웠지만 우리는 뜨거웠습니다. 아홉 시간입니다. 

세종보 수문을 닫아 여기 자갈밭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반드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아홉시간이면 충분하지요? 반드시 이곳으로 와주십시오. 아홉시간이면, 전국 어디서든 올 수 있지요? 우리와 함께 해주십시오. 버튼 하나로 생명을 수장시키는 이 정부의 잔혹함을 책망해주십시오. 우리와 함께 물에 들어주십시오. 물에 들 수 없다면, 제방 위에서 이 정부가 틀렸다고, 우리는 생명의 편에 서겠노라고 함께 외쳐주십시오.

공주보 수문이 닫히고 바로 다음날, 고마나루에 갔습니다. 그 금빛 모래사장은 모두 검은 물에 뒤덮였습니다. 오래 보지 못하고 뒤돌아서는데,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커다란 상실감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흐릅니다. 당시 활동가들은 암묵적으로 고마나루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생각하면 눈물이 났기 때문입니다. 

세종보가 닫히면, 이 살아있는 강을 본 자들은 그 상실감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진짜 오리는 몽땅 내쫓고, 오리배를 띄운 그 강에서 우리는 뭘 누릴 수 있을까요? 발을 담그고 발바닥으로 모래와 자갈을 걸을 수 있는 강 말고, ‘수심이 깊어 접근 금지’ 표지판이 붙은 그 강에서 우린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물을 만질 수 있을까요? 수륙양용차를 타고 수와 륙을 오가면, 뭔가 신이 날까요? 안 될 말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 강을 지킬겁니다. 

‘슬기로운 천막생활1’을 위해, 세종 전사가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세종 지역분들이 밤샘 농성을 이어가십니다. 감사합니다. 이 천막을 찾아주신 동지 한 분 한 분 너무나 소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내일은 5월 18일 입니다. 그 정신을 계승해, 불의한 정권에 저항하고 맞서 싸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20일차]


목에 걸린 가시처럼, 마음에 걸려 있는 것이 있습니다. 대전에 있는 높이 457m의 보문산 입니다. 드물게 도심 속에 잘 발달된 혼합림으로 삵, 노란목도리담비, 하늘다람쥐 등이 서식하고 있는 소중한 산입니다. 지금은 구도심이지만, 대전 시민들에게 오랜동안 사랑받은 산이지요. 그런 보문산에 케이블카, 고층타워, 워터파크, 숙박시설을 지어서 관광을 활성화 하겠답니다. 대전 동구 주민들 공원이 부족해서, 이미 훌륭한 숲이 있는 보문산에 ‘제2수목원’을 지어 유료로 운영하겠다니, 그런 정신나간 발상이 어디있습니까. 대전에 있습니다. 

우리는 ‘보문산 이대로’를 외치면서 개발을 막고 있습니다. 보문산은 ‘명산’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작은 산조차 케이블카 같은 철지난 유행으로 시민을 선동하는 지자체장에 의해 난도질 당한다면, 그런 자들이 우리나라의 온갖 산을 개발로 선동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 작은 산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설악산에 연대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완화하고, 화학물질 관련 기준도 완화했습니다. 난개발을 막기위한 제도적 조치들을 해제하고, 생략 가능하도록 변경했습니다. 환경을 위한 환경부가 아니라, 기업과 자본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환경부입니다. 강도 그렇습니다. ‘홍수예방’이니, ‘가뭄대비’니 하면서 댐을 더 건설하고, 강 바닥을 긁어내겠다고 합니다. 보를 활용해서 홍수도 막고 가뭄도 막겠답니다. 신이 난 지자체 장들은 앞다투어 호수처럼 막아가둔 강물에 수륙양용차, 오리배를 띄우겠답니다. 

“강에 있는 야생동물들이야 어떻게 되더라도, 수륙양용차 오리배 띄워서 관광활성화 경제활성화 되면 좋은거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본입니다. 이익당사자입니다. 실제로 강이 어떻게 되든 주머니에 이익이 발생하는 자들입니다. 환경부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개발하려는 자들, 자본에게, 여기 멸종위기종이 있으니 개발해선 안된다, 생명이 있으니 보전해야한다라고 말해야합니다. 그게 환경부입니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너무나 피로합니다. 남은 시간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내고, 물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은,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를 멈춰세우고 심판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단초가 될 것입니다. 

“금강이 낙동강이고, 낙동강이 금강” 이듯, “보문산이 설악산이고, 설악산이 보문산” 입니다. 또한 ‘금강이 보문산’이라고 믿습니다. 이곳 금강을 지키는 것이 낙동강을 지키는 일이고, 우리 강을 지키는 것이 우리 산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금강 천막에 ’보문산 이대로‘가 그려진 이유입니다. 지금 눈 앞에는 금강이 있지만, 우리는 결국 환경부가 제 역할을 하게 해야하고, 정부가 제 역할을 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물떼새가 알을 낳은 곳에 포크레인을 보내는 정부는, 분명 철거민과 노동자가 있는 곳에는 용역을 보내 쫓아내고, 국민이 의지를 관철하려하면 불통하고 진압할 것이 분명합니다. 

보건의료노조 동지들이 천막에 들러주었습니다. 노조가 왠 금강 천막이냐? 아닙니다. 금강을 지키는 것과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평등 세상이 오는 것은 한 길 위에 있습니다. 우리는 금강에서, 그들은 노동 현장에서 싸웁니다. 싸움이 열세라면 같이 안타까워하고 힘을 보태고, 승리하면 함께 기뻐합니다. 자본과 권력이, 악이 그렇게 끈끈하게 연대하듯, 우리도 연대해야합니다. 더 끈끈하게 연대해야합니다. 생명, 평등, 정의, 자유를 외치는 이들이 연대해야합니다.

솟대 다섯을 세우고, 생명의 강 보전을 기원했습니다. 벽에 우리의 마음을 그리고, 예쁘게 칠했습니다. 천막이 한층 더 예뻐졌습니다. 금강으로 오세요.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21일차]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 보안사령관을 상대했던 이태신 수경사령관이 이런 말을 합니다.  

“내 눈앞에서.. 내 조국이 반란군한테 무너지고 있는데.. 끝까지 항전하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그게 군대냐.”

저는 기본적으로 비폭력 평화주의자이고, 조국이나 국가보다 생명이 좋고 사랑이 좋은 사람인데, 극중 이태신의 말은 참으로 옳다 하였습니다. 

어제 보문산 이야기 했지요? 지자체와 시민이 함께 논의의 장을 만들어서 활성화 방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는 합의를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고층타워를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길게 말하자면 너무 길어서 짧게 말씀드리자면, 시민들이 시청 앞에서 보문산 난개발 반대 1인 시위를 2년 넘도록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달 2,3회씩 예배와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족히 20번이 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시장 면담도 시도했습니다. 그 2년 동안 담당자가 종종 바뀌면서도, 그 큰 시청 건물 안에서 단 한사람도 “잘못했다.” 또는, 조직 안에서 ”이래선 안되는 겁니다.“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업무를 담당하는 1, 2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조용히 있다가, 더 높은 자리로 가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너무 불쌍한 시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천막까지 오는 과정도 그랬습니다. 말하자면 며칠밤을 새도 부족합니다. 보 처리방안이 확정되고 난 이후, 환경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환경부 내 4대강 조사평가단은 해산시켰고, 그와 동시에 보 운영 민관협의체도 해산시켰습니다. 이후 별도의 금강 보 운영협의체를 구성했지만, 22년 9월 공주 대백제전 공주보 담수 건으로 단 1차례 모인 것 이외에는 한번도 별도의 회의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협의체의 지난 협의를 어기고, 공주보를 마음대로 열고 닫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환경부에 족히 300번은 전화를 한 것 같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았고, 공문에 답도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한마디면 환경부 장관은 앵무새, 꼭뚜각시가 되어 같은 말만 되풀이합니다. 국정감사 때 답변하는 것을 전부 챙겨 들었습니다. 그 가증한 거짓말들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환경부 내부에 ”이건 잘못된 겁니다.“ 말하는 한 사람이 없지요? 우리가 너무 불쌍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우리는 참 불쌍한 국민이다 싶습니다. 없습니다. 금강을 그리하면 안된다고, 설악산, 새만금, 지리산, 제주도, 가덕도를 그리하면 안된다고 하는,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는 그 한사람인가. 

조직에 경도되거나 몰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게 주어진 대상에 몰입하고 싶습니다. 조직을 지키고 싶은 것이 아니고, 조직이 지키고자하는 대상을 지키고 싶습니다. 저의 대상은 금강이고, 보문산이고, 하천이고, 거기 깃들어 사는 생명들입니다. 그래서 금강 천막에 들었습니다. 조직은 금강과 저울질 하면서 균형을 가지고 지켜야하는 대상이 아니라, 금강을 지키는 활동의 근간입니다. 조직은 활동의 전제이지, 활동의 대상이 아닙니다. 

나는 그 한사람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가능성을 가늠하지 않고 내가 지켜야할 것, 그 대상을 위해 따져묻고 투쟁해야지 싶습니다. 투사나 열사가 되어 이름 알리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그저, 언젠가 활동가의 삶을 멈추게 될 때에, 세종보 공주보 정도는 철거되는 것 보고 싶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고요.

금강 천막이 점점 동네 사랑방, 각종 명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수제비 맛집, 그림그리기 맛집, 물멍 맛집, 탐조 맛집, 독서 맛집, 이제는 소원 돌탑 맛집까지. 원래 강은 이런건데요. 오늘은 이제 당분간 비소식도 없고해서, 에너지자립천막을 위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보았습니다. 전구도 켜지고, 충전도 할 수 있습니다. 훌륭합니다. 어떤분은 모래사장 위에 흘리는 방식으로 1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멀리 부산에서 서울에서 찾아와주신 ‘세상과 함께, 천막과 함께’ 동지분들 감사합니다.  

솟대 뒤로 멀리 세종보가 살짝 보입니다. 저 수문을 닫으면 솟대도, 돌탑도, 자갈밭도, 모래사장도 모두 물에 잠길겁니다. 앉을 곳이 마땅치 않은 새들은 이곳을 떠날거고요. 우리는 당분간은 강에 찾아와 이곳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겁니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발길이 뜸해지겠지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나중 사람들은 원래 강이 이렇게 검고 적막한 것이구나 할겁니다. 자갈도, 모래도, 여울도 모르고요. 우리, 지금 이 강을 지켜요.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22일차]


아침마다 고민이 됩니다. 천막밖에는 엄청난 야생의 소리가 들립니다. 아주 신이 났습니다. 천막 지붕에는 똥떨어지는 소리가 퍽퍽 들립니다. 이 녀석들이 이제는 아주 천막 지붕 위를 걸어다닙니다. 그런데 지금 나가면 엄청 놀라서 다들 달아나겠지요. 좀 그냥 두고 싶습니다. 버드넷 어플에 물어보니 지금 지붕위에 있는 녀석은 검은등할미새 같습니다. 올해 태어난 아기들이랑 같이 다니던데, 천막 가장 가까이 오는 활발하고 겁도 없는 녀석들입니다. 

오소리 다니는 오솔길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했는데, 얼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엉덩이랑 다리가 나왔는데, 이녀석이 돌로 툭 치고 지나갑니다. 내일은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

세 알이 자리잡은 새로운 꼬마물떼새 둥지를 발견했습니다. 감쪽같이 숨겨놓았습니다. 어떤 둥지의 알은 삵, 오소리, 수달, 까마귀 같은 천적에 의해 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제발 무사히 부화했기를 바라지만, 야생은 가차없습니다. 모래 위에는 너구리, 수달, 왜가리, 물떼새 발자국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렇지요. 이렇게 뒤섞여 사는 것이 야생입니다. 삵이 사냥하는 것을 우리가 물떼새 지키겠다고 말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오늘 만난 이 꼬마들은 무사히 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강 건너편 멀리 고라니가 한명 지나가는데, 덩치는 큰데도 너무나 말랐습니다. 원래는 이동네 고라니가 윤기나고 튼튼하기로 유명한데, 하중도 수목제거작업 이후 먹이가 부족해서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이런일은 없어야합니다. 인간이 살기 위해 사냥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물이 많고 적다, 무엇이 보기 좋다, 돈이 된다’ 뭐 이딴 취향이나 편의 때문에 생명이 죽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우리는 생명에 매우 무감각해져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세종보 개방하고 금강이 회복한 이 자연은, 돈주고는 절대 살 수 없습니다.   

“전두환 대머리에 삔 꽂는 소리하고 있네.”, “전두환 머리묶는 소리하고 있네.” 뭐 이런 말들이 저 어렸을 때, 시장에서 들리던 말이었습니다.  시장에서 들리는 어린이들의 노래속에 민심이 담겨 있다고 했습니다. “강은 흘러야 강이다. 막으면 썩는다. 야생동물과 함께 살자. 새 고라니 수달 너구리 멧돼지.” 담벼락에도 민심이 담겨 있습니다. 고라니가 쓰고 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고라니의 소리를 들어야합니다. 담벼락의 소리를 들어야합니다. 이런 소리들이 정권에 등을 돌리면, 그 정권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합니다. 아니다, 듣지 마세요. 그만하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그만하세요. 국회에서 결정하면 맨날 거부나하고. 대통령하면서 딱히 의무감 같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는 것 같은데 그만하세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재자연화 철회한다고. 강에 대해, 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미호종개, 흰수마자,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 보 개방하고 회복된 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재자연화 철회’라는 그 쉬운 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모르면서. 사람들 선동이나 하고. 누가 시키는데로. 그럴거면, 그만하세요.

어제는 많은 언론에서 취재를 나왔습니다. 정성껏 현장을 둘러보고, 하나라도 더 담으려는 언론동지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잘 전달해주세요. 천막에서 끼니를 굶지 않도록 살펴주는 은총의 손길들.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투쟁을 외치는 동지들.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투쟁자금 모금에 참여해주고 계십니다.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23일차]


10번째 거부권. 정말 나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들 투표로 선출됩니다. 국민을 대표해서 필요한 법안을 논의하고 검토해서 상정하고 의결합니다. 당연히,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이 모두 정의롭거나 헛점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라면 국민 중 많은 수가 동의하고 공감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에요. 그게 아니라면, 국회를 없애고, 독재를 하지 그래요? 과반수 의원들이 의결한 법안을, 이렇게 쉽고 뻔뻔하게 거부해선 안됩니다. 게다가 대통령실이 걸려있는데 이렇게 속이 빤히 보이게 거부를 한다고?! 정말 나쁩니다. 화가 납니다. 천막농성의 결과를 쉽게 낙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 나라 대통령이 이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전~혀 상식적이지가 않습니다.

들은 소문에 의하면 5월 20일에 세종보 수문 시범가동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수문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아직 1, 2번 수문 유압실린더 교체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환경부에서 ‘고마나루에서와 같은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수문을 닫지 않았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천만에. 고마나루에서 벌어진 것은 공권력에 의한 일방적인 폭력이었지, 충돌 같은 것이 아니에요. 안전모를 쓰고, 마스크를 끼고, 민방위 조끼를 입고, 소속과 이름을 물어도 아무 대답하지 않는 100명이 고마나루로 내려왔습니다. 우리는 20명이었고요. 그들은 천막을 말 그대로 뜯어냈어요. 그게 어떻게 충돌입니까. 자기들이 피한다니요. 그들은 가해자입니다. 그들이 하지 않았으면,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겁니다.   

애초에 ’수중농성‘이라는 말은 댐이 만든 말이에요. 댐이 없으면, 수중농성 같은 건 있을 필요도 없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냥 흐르게 두면 됩니다. 

모래 자갈 위를 종일 걸으면서 물떼새 둥지들을 엄청 만났습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둥지마다 개성들이 있고, 취향이랄 것이 있고, 솜씨라는 것도 있더라고요. 부모 물떼새의 성격이 상상이 됩니다. 사람이 그렇듯 물떼새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루 일과를 계획하듯, 물떼새도 그렇겠지요. 네, 그렇게 똑같이 귀합니다. 

천막이 회의실도 되고, 모임 장소도 됩니다. 회의를 핑계삼아, 사실은 농성을 응원하러 옵니다. 오늘 천막은 경남환경연합동지들이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멀리서 천막을 지키러 와주었습니다. 그들도 간절하기 떄문입니다. 오늘도 정성껏 차려주신 저녁밥을 함께 먹었습니다. 민들레처럼 노래도 같이 불렀습니다. 천막을 찾아와 응원과 지지해주시고, 밤을 지켜주는 동지여러분, 감사합니다.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23일차]


겨울패딩을 아직 빨지 않은 나의 게으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새벽 5시 일출을 보러 패딩을 여미며 금강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나섰다. 뿌연 안개 사이로 아침해는 보지 못했지만 밤새 잠깐 멈췄던 새들의 소리로 농성장 주변은 활기찼다.

경남환경운동연합 곽상수(창녕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임희자(경남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 정은아(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5월 21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언제나 그렇듯 천막농성장이 보이고 앉아있는 사람을 보며 가는 짧은 그 길은 천 가지 만 가지 마음이 든다.

농성을 준비하며 얼마나 마음이 급했을까? 오가는 지지 방문자들을 보며 얼마나 반가울까? 끝이 없는 싸움을 하며 얼마나 힘빠지고 두려울까? 어떤 말로 함께 으쌰으쌰 하자고 힘을 줄까? 등등.

금강의 농성장은, 몇 해 전 낙동강 농성장과 비교하면 천국이다. 모두가 호텔이라고도 했다. 농성장이 호텔이라니 모두 웃자고 하는 얘기겠지

온갖 새들의 소리, 바람의 소리, 

온갖 새들의 소리, 바람의 소리, 풀과 나무의 소리를 눈으로 귀로 들을 수 있는 농성장이라 그런 듯하다.

농성장 천막에서 자연을 오롯이 느끼며 하룻밤을 잤으니 호텔방만큼 고급졌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으니 자연 호텔방을 강추하며

금강이 낙동강이다.

오동필 단장님이 회견 중 갑자기 오셔서 "금강이 새만금이다"도 같이 외쳤다.

금강을 지키면 낙동강도 살고 새만금도 산다.

금강을 지키면 비인간도 살고 인간도 산다. 우리 모두가 산다.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 인간이 결코 EGO로 생태계 위에 서는 인간이 아닌 ECO로 생태계 가운데에 함께 있음을 심각하게 깨닫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정은아



[세종보 천막 소식 24일차]


천막 건너편 하중도에서 장끼가 까투리에게 구애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장끼가 깃을 한껏 부풀려서 기세좋게 자기를 과시하는 것을 보니, 어쩜 이렇게 사람과 똑같을까 놀라웠습니다. 잘보이고 싶었겠지요. 한참을 그렇게 추근댔는데, 결국 까투리는 훽 돌아서서 도망갑니다. 쯧쯧쯧.. 그렇지요. 너무 자기를 부풀리고 과시하는 꿩은 매력이 없어요. 그럴때일수록 담백하고, 솔직한 모습이 더 어필이 되는 법인데 말이에요. 안타까웠습니다. 뭐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까투리가 들어간 풀숲으로 따라 들어갔으니, 결국은 어찌 됐을지 모르는 일이지요. 장끼의 구애, 꿩의 연애, 그 사랑의 춤이 너무나 아름답고 귀엽고, 신비했습니다. 꿩도 짝을 찾고, 사랑을 하고, 이별도 하고, 맺어지기도하고, 실패하기도 하면서 사는구나. 어쩌면 오늘 꿩 신혼 둥지가 차려졌을 수도 있겠구나. 

천막 활동가에게 누군가가 ”법은 지켜라.“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 불법이 아닐 수가 없어.“라고 했답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아마 ‘법은 지켜라.’는 ‘집에 가족도 있고, 부양하는 아이들도 있으니, 몸을 잘 추스려가며 활동해라. 뭔일 생기면 가족이 얼마나 걱정하겠니.‘라는 말일테고, ’우리가 하는 일이 불법이 아닐 수가 없어.‘라는 말은 ’자본과 권력은 법을 지키면서 그 테두리 안에서도 얼마든지 생명을 파괴하고, 약속을 어기고, 생명을 수탈하는데, 그 법이 생명을 지키는 일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우리는 법을 넘어 생명에 편에 설 수 밖에 없다.”는 말일테지요. 

법은 생명을 지키는 방식으로 작동되어야 합니다. 더군다나, 환경부는 생명의 편에서 법을 해석해야합니다. 법을 피해 개발을 부채질 하는 쪽이 아니라, 난개발을 막고 생명을 보호하는 쪽으로  법을 읽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부는 생물다양성을 말하면서도 기업, 성장, 자본을 이야기합니다. 생명을 지키자는 법의 가치 한가운데에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준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오가면서 온갖 편법으로 개발과 자본의 편을 들어줍니다. 미쳤지요. 법의 형식적인 구색은, 마치 다 보호해주고 있는 것처럼, 다 지켜줄 것처럼 그렇게 갖추어져 있어요. 그러나 법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환경부는 법을 지킨다면서, 얼마든지 생명 학살, 개발을 자행합니다. 

우리가 지키려는 ‘생명’은 ‘법’ 자체보다 상위에 있습니다. ‘생명’을 지키도록 작동해야하는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때, 법의 가치와 생명의 가치가 충돌할 때, 우리는 마땅히 생명의 편에 설 것입니다. ‘하천 불법 점용’, ‘퇴거불응’ 따위의 구색을 내밀면서, 우리를 강에서 내어쫓으려고 하겠지만, 우리는 맞설겁니다. 저들이 말하는 불법의 땅에 끝까지 남아, 여기 깃들어 사는 생명들의 권리를 대변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그 꼭두각시 환경부가 버린 금강, 오늘 연애하던 꿩, 물에 잠긴 알을 다시 품는 물떼새, 벌써 비쩍 말라버린 고라니, 모래를 찾아 터 잡은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그 숱한 생명의 편에 설 겁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불법‘이지만, 우리는 ’생명의 법‘ 위에 설 겁니다. 

불법이 아닌 농성이 어딨습니까. 불법이 아니면 농성이 되지 않습니다. 댐이 없으면 ’수중 농성‘이란 말이 있을 수 없듯이. 오늘도 불법의 자리에, 꺼리지 않고 선을 넘어 들어와 준 동지들이 많습니다. 환경운동연합 동지들이 전국 각지에서 천막을 찾아주었습니다. 오늘 밤 천막을 지켜주었습니다. 또 인천에서, 우연히 천막 소식을 듣고 인근을 지나가다 들르셨다는, 이름도 남기지 않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간식을 주고 가신 시민도 있었습니다. 오세요. 전국 각지에서 오세요. 세계에서 오세요. 여기, 위법을 자행하면서 생명을 학살하는 정부가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 맞서 생명의 편에 서는 불법 농성자들이 있습니다. 우선! 한 번! 와보세요~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세종보 천막 소식 25일차]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사무실로 우송대 학생들이 환경 활동가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찾아왔습니다. 여럿이 우르르 찾아와서 이것 저것 질문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것이 참 풋풋하고 귀여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그 과제를 내준 선생님이 어제 천막에 찾아왔습니다. 어디서 봤다며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천막을 떠나고나서 문자가 옵니다. ‘우송대 학생들이랑 인터뷰 하셨지요?’ 합니다. 오늘은 공주영상대 학생들이 천막과 금강을 촬영하러 왔습니다. 세종보 촬영한다고 하니, 잘 찍어보라는 교수님 격려도 받았답니다. 느리고 더디지만, 우리가 멈추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의지는 끝내 어디든지 가 닿을 것입니다. 

실은, 어제 환경부가 찾아왔습니다. 어제는 너무 분노한 나머지 일지에 남기지를 못했습니다. 과장이나 되는 사람이 우리가 문제라고 지적한 일들에 대해 한마디 대꾸를 못합니다. 너희가 환경부라면, 물떼새 둥지가 수몰될거라는 우리 염려에 대해 무슨 변명이든, 말 안되는 대책이라도 말해야하는 것 아닌가. 와서 눈만 깜빡거리고 갈거면 뭐하러 와서 사람 속을 긁는지.

물떼새는 태어나자마자, 자기가 알을 낳을 곳이 어딘지 본능으로 배웠을 겁니다. 비가 오면 어느정도 물이 차는지도 수년을 경험했을겁니다. 2018년 세종보 개방하고 7년동안 경험했을 겁니다. 건너편 물떼새 둥지가 물에 잠긴건, ’기후위기‘ 때문이 아니에요. 인재입니다. 환경부가 두 알을 수장시켰고, 포클레인으로 둥지를 짓밟은거에요. 어제 법 이야기를 했지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이에요. 세종보 담수는 명백한 위법입니다. 낙동강 영산강 한강 금강을 통틀어서 본류에서 물떼새가 산란 할 수 있는 곳은 세종과 공주 뿐일겁니다. 왜냐하면 모래사장과 자갈밭이 없으니까요. 세종보 공주보 닫으면, 그떈 어디로 갑니까.

보 상하류 1km는 낚시, 수영 등 수상레저 금지에요. 배도 못 탑니다. 왜냐면 보 인근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강 인근에 ‘출입금지’, ‘위험’같은 삭막한 표지판들이 붙은 거에요. 그런데 왠걸. 시험마친 학생이 물수제비 뜨러 들어오고, 돌 좋아하는 아저씨들도 들어오고, 손잡은 연인들이 산책도하고, 새 보기 좋아하는 재민이도 들어옵니다. 다 벌금이에요? 감옥갑니까? 그노무 ’보‘만 없으면, 사망사고도 없었을 것이고, 아무것도 불법이 아닙니다.  

누가 죄인입니까? 누가 불법입니까? 법없이도 살 수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 ’불법‘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나는 그렇다 쳐도, 같이 천막을 지키고 금강을 응원하기 위해 천막을 찾은 동지들은 그런 말을 들을 사람들이 아닙니다. 보만 아니면, 강에 천막을 칠 사람들도 아니고, ’수중 농성‘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보‘만 없으면 강은 꿋꿋이 살아서, 찾아온 생명을 품어줄 것이고, 얼마든지 산책하고, 물수제비 뜨고, 탑도 쌓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물멍도 때리고,,, 강 그대로의 모습을 우리에게 활짝 열어줄 겁니다. ’보‘만 없으면.

환경부는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매년 모니터링해서 여기 이맘때 물떼새가 산란한다는 걸 알면서도, 서류에 싸인 하나 하는 것으로 세종보 담수해서 여기 수몰시키려고 하는 자들. 생명을 수호하지 않고, 정권의 편, 자본의 편에 서서 앵무새처럼 시키는 말만 반복하고 자기 일신의 유익을 도모하는 자들. 시민과 행정이 협의한 민관협의체 협의 약속을 어기고 5번이나 고마나루를 수몰시키고도 얼마든지 다시 닫으려 하는 자들. 환경부가 불법입니다. 

기분이 별로지만 그래도, 오늘은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유투브 라이브를 해봤어요. 천막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편하게 이야기해보자 했습니다. 편지처럼 써서 전하기도 하지만, 말로 주고 받으니 그것도 속풀이가 됩니다. 동지들이 있어 웃을 수 있습니다. 조만간 다시 라이브 열고 초대하겠습니다. 오늘 보문산, 도솔산, 갑천,  금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천막에 찾아와서 기도해주었습니다. 흐르는 강과 같은 평화가 천막과 활동가들에게 있기를 빌어주었습니다. 조만간 위대한 히트곡이 될 ’나의 소리‘도 불러주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지킬거고, 이길겁니다. 생명을 말살하는 ’준법‘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불법’이 이길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시는 우리가 하는 일을 ‘불법’이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농성장 지킴이 나귀 드림



🎯 세종보 재가동 안되는 이유(영상보기)

https://youtu.be/2nMD71DVosM?si=4kUN0BuBGET11V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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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orms.gle/oRTXvNRUot8fVXwx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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