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 마용운 국장님께,
이번 여름 지구를 걷는 사람, 폴 콜먼씨가 책 출간에 즈음하여 한국에 오셨다는 말에 저도 구경을 갔었지요. 그리고 강연의 막바지에 막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 있는 것을 보고 냉큼 집어서 콜먼씨 사인도 받았어요.
“이거 그냥 가져도 되는 거예요 ?” 조금 계면쩍은 웃음으로 묻는 제게 국장님은 환히 웃으며 답하셨죠. “ 그럼요. 그런데 기왕이면 감상문도 좀 써주세요.”
역시 세상엔 공짜란 없군요 !
지난 18년동안 47,000킬로미터를 걸었다는 콜먼씨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두껍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저는 책의 재미에 빠져서 금새 읽고 말았어요. 수치상으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먼 거리를 걸었는지를 말한다면 감이 오지 않고 또 그 여정의 순간순간에 대한 느낌이 없게 되지요. 저도 2006년 추운 겨울에 한시간여 마포대교에서 시청까지 걸을 때 콜먼씨 일행과 동참했는데 기껏 한시간여 걷는데도 너무 추워서 귀가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콜먼씨는 극한의 추위와 더위와 어려운 코스,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코스, 전부 다 18년을 거쳐 온 사람입니다.
뒷부분에 ‘우리는 지구를 살릴 수 있다’라는 글 빼고는 여정에 대한 부분은 다 읽었지요. 그러나 감상문을 쓰자니 뭘 써야 하나 난감했어요.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숙제를 밀린 기분으로 다른 책들을 뒤적이는 저를 보고는 아이는 “엄마, 감상문은 썼어요 ?” 하고 놀리듯이 묻곤 했죠. 내가 맨날 아이의 숙제를 점검하고 하는 것을 이번엔 아이가 나의 숙제를 점검하는 위치가 된 듯이 의기양양하게 언제 쓰냐고 자꾸 물었어요.
그러던 차에, 이번엔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들을 몇권 주문해서 읽게 되었어요. 인터넷 서점을 보니 아예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 목록이 있고, 선정 이후 더욱 잘 팔린다는 소문도 들었어요. 그 중에 읽기 시작한 책이 녹색평론사에서 출간한 권정생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입니다. 권정생 선생의 호소력있는 글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고 나서 어제 밤에 다시 폴 콜먼의 책 뒷부분을 마저 읽었습니다. 그리고 번쩍 마음속에 드는 생각이 두 책 이야기를 같이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동화작가로 알려진 권정생씨가 평생 시골에서 병들고 빈한한 삶을 살면서도, 이 세상의 자본주의와 무지막지한 개발과 인간들의 자연 파괴와 폭력에 대해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쓴 것이 이 산문집인데, 폴 콜먼은 지구를 지키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18년을 전세계를 걸은 사람입니다. 결국 자연과 평화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 두 사람의 목소리는 어느 부분 겹쳐지는 접점이 있기에 저는 두 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렇게 해서 밀린 숙제도 쉽게 끝내고요 ! )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도서 목록을 보며 처음엔 웃음이 나왔는데, 차츰 생각이 바뀌어 어느 시사주간지에 누가 쓴 것처럼 그 조직 안에도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록에 선정된 책들의 불온성을 제대로 간파했으니까요. 불온이란 단어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재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음’이라고 나와있네요. 권정생의 글을 읽으며 저는 감탄해서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정말 뭐랄까, 혁명적이고 전복적이야. 어쩜 시골에서 평생 사신 노인네가 이리도 21세기를 더 앞서가는 이런 사상이 있으신가 !”
지나친 개발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고, 가진 자들의 나누지 못하는 마음과 더욱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을 비난하고, 조금 더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그 편리함을 위해 희생되는 무수한 동식물의 죽음을 보지 못하는 인간들을 한탄하는 이 책은 얼마나 체제 전복적이고 불온합니까. 또한 같은 민족끼리 여전히 총칼을 들이대고 맞서고 있는 우리 민족의 현실에 대해 탄식하고 모든 무기를 버리고 군대를 버리고 평화와 통일의 길을 가야한다는 선생의 주장은 이 얼마나 불온합니까. 그러나 이 불온함은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한 불온함이지요.
권정생은 평생을 가난한 삶을 살았기에, 그의 이런 주장들은 모두 그가 삶을 통하여 보여주는 것이기에 더욱 진실하고 호소력이 있습니다. 선생의 동화 ‘강아지똥’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서 그런지 아이엄마들이 권정생표 동화들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안겨주려고 할 정도로 선생의 동화가 많이 팔리고 그로 인한 인세 수입도 많았다고 합니다. (저도 아이에게 ‘또야 너구리가 기운바지를 입었어요’와 ‘몽실언니’를 사준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선생은 유언에 유산을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써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도 썼습니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의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 기도 많이 해주세요.”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연민의 마음에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폴 콜먼의 책을 집어들어 마무리 부분 ‘우리는 지구를 살릴 수 있다’를 읽었습니다. 책의 대부분은 그가 아마존,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등 세계 곳곳을 평화와 환경을 위한 호소를 위해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걷기 여정을 했던 기록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어떤 여행서보다도 흥미진진하고, 그의 용기와 포기하지 않은 열정과 인내심에 매번 감탄하면서 읽게 됩니다. 이렇게 세계를 주저하지 않고 걸어다니고 그곳의 사람들에게 지구를 위해서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단순명료한 진리를 전하고 실천하던 사람, 그가 책의 마무리에는 그런 환경과 지구를 위한 자신의 생각을 요약해놓았습니다.
환경과 평화를 위해서, 지구의 사람들이 같이 잘 살기 위해서, 전쟁도 없어져야 하고 무기도 없어져야 합니다. 콜먼은 나라마다 있는 국경선도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하고 한국 사람들에게는 미국 물건을 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왜냐고요 ? 미국은 많은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니까요. 그런 나라의 물건을 사지 말고 (올해 우리 나라를 들썩거리게 한 쇠고기 파동이 생각나지요 ?) 소비를 줄이고 작은 실천들을 ‘바로’ 시작하라고 말합니다. 저는 단순 여행기처럼 읽던 이 책이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한 사람의 별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욕망을 줄이고, 세상을 같이 바꾸어가자는 진실된 주장을 담은 책임을 깨닫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도 상당히 ‘볼온’합니다. 미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이라크 파병과 자원전쟁을 비판하다니요. 얼마나 불온합니까. 부디 이 책도 널리 알려져서 추후에 ‘불온도서’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를 바랍니다.
이제 곧 추석이 멀지 않았어요. 추석 즈음이 제 생일이기도 합니다. 남편은 용돈을 아껴모아서 제 생일선물을 마련해주곤 합니다. 이번에는 저에게 금반지를 사주기로 했어요. 제가 아줌마여도 반지도 없고 또 늙어가서 그런지 반짝반짝 빛나는 금반지가 예뻐보여서 이번 기회에 하나 사달라고 했거든요. 다이아몬드 같은 것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고요. 그런데 하필, 콜먼은 글에서 금도 소비하지 말자는 언급도 했어요. 폐금광에서 버려지는 유해물질이 수자원을 오염시키고 주민들의 삶을 훼손한다고 하네요. 저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해 알게 되어서 다이아몬드만 사지 않으면 되는 줄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금을 사는 것도 다른 곳의 주민들의 삶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어찌 기쁜 생일날 금반지를 받을 수 있겠나요. 오늘 아침에 남편에게 제가 읽은 두 책 이야기를 얘기하면서 금반지는 포기하기로 했어요.
“콜먼씨가 금을 소비하지 말라고 했고, 또 권정생 선생은 내가 무언가 넘치도록 가졌다면 그것은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이라고 생각하라고 했어. 그래서 아무래도 금반지는 사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이런 얘기에 남편은 흔쾌히 동의합니다. 그래서 반지 살 돈으로 기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반지값을 반씩 나누어서 절반은 같이 사는 세상을 위한 ‘촛불’에, 나머지 절반은 환경운동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국장님이 감상문을 쓰라는 숙제를 주신 바람에, 책을 더욱 꼼꼼히 읽고 덕분에 더 많이 느끼고 성찰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권정생과 폴 콜먼과 같은 마음 따뜻하고 맑은 눈을 가진 이들이 있기에(권정생 선생은 돌아가셨지만…) 아직 살만한 곳입니다. 그리고 마국장님도 역시 조용히 이런 길을 가시는 분이지요. 늘 감사드립니다.
2008년 9월 2일 지우엄마 드림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 폴 콜먼
폴 콜먼| 마용운 역| 그물코| 2008.08.20
이번 여름 지구를 걷는 사람, 폴 콜먼씨가 책 출간에 즈음하여 한국에 오셨다는 말에 저도 구경을 갔었지요. 그리고 강연의 막바지에 막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 있는 것을 보고 냉큼 집어서 콜먼씨 사인도 받았어요.
“이거 그냥 가져도 되는 거예요 ?” 조금 계면쩍은 웃음으로 묻는 제게 국장님은 환히 웃으며 답하셨죠. “ 그럼요. 그런데 기왕이면 감상문도 좀 써주세요.”
역시 세상엔 공짜란 없군요 !
지난 18년동안 47,000킬로미터를 걸었다는 콜먼씨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두껍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저는 책의 재미에 빠져서 금새 읽고 말았어요. 수치상으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먼 거리를 걸었는지를 말한다면 감이 오지 않고 또 그 여정의 순간순간에 대한 느낌이 없게 되지요. 저도 2006년 추운 겨울에 한시간여 마포대교에서 시청까지 걸을 때 콜먼씨 일행과 동참했는데 기껏 한시간여 걷는데도 너무 추워서 귀가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콜먼씨는 극한의 추위와 더위와 어려운 코스,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코스, 전부 다 18년을 거쳐 온 사람입니다.
뒷부분에 ‘우리는 지구를 살릴 수 있다’라는 글 빼고는 여정에 대한 부분은 다 읽었지요. 그러나 감상문을 쓰자니 뭘 써야 하나 난감했어요.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숙제를 밀린 기분으로 다른 책들을 뒤적이는 저를 보고는 아이는 “엄마, 감상문은 썼어요 ?” 하고 놀리듯이 묻곤 했죠. 내가 맨날 아이의 숙제를 점검하고 하는 것을 이번엔 아이가 나의 숙제를 점검하는 위치가 된 듯이 의기양양하게 언제 쓰냐고 자꾸 물었어요.
그러던 차에, 이번엔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들을 몇권 주문해서 읽게 되었어요. 인터넷 서점을 보니 아예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 목록이 있고, 선정 이후 더욱 잘 팔린다는 소문도 들었어요. 그 중에 읽기 시작한 책이 녹색평론사에서 출간한 권정생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입니다. 권정생 선생의 호소력있는 글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고 나서 어제 밤에 다시 폴 콜먼의 책 뒷부분을 마저 읽었습니다. 그리고 번쩍 마음속에 드는 생각이 두 책 이야기를 같이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동화작가로 알려진 권정생씨가 평생 시골에서 병들고 빈한한 삶을 살면서도, 이 세상의 자본주의와 무지막지한 개발과 인간들의 자연 파괴와 폭력에 대해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쓴 것이 이 산문집인데, 폴 콜먼은 지구를 지키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18년을 전세계를 걸은 사람입니다. 결국 자연과 평화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 두 사람의 목소리는 어느 부분 겹쳐지는 접점이 있기에 저는 두 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렇게 해서 밀린 숙제도 쉽게 끝내고요 ! )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도서 목록을 보며 처음엔 웃음이 나왔는데, 차츰 생각이 바뀌어 어느 시사주간지에 누가 쓴 것처럼 그 조직 안에도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록에 선정된 책들의 불온성을 제대로 간파했으니까요. 불온이란 단어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재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음’이라고 나와있네요. 권정생의 글을 읽으며 저는 감탄해서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정말 뭐랄까, 혁명적이고 전복적이야. 어쩜 시골에서 평생 사신 노인네가 이리도 21세기를 더 앞서가는 이런 사상이 있으신가 !”
지나친 개발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고, 가진 자들의 나누지 못하는 마음과 더욱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을 비난하고, 조금 더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그 편리함을 위해 희생되는 무수한 동식물의 죽음을 보지 못하는 인간들을 한탄하는 이 책은 얼마나 체제 전복적이고 불온합니까. 또한 같은 민족끼리 여전히 총칼을 들이대고 맞서고 있는 우리 민족의 현실에 대해 탄식하고 모든 무기를 버리고 군대를 버리고 평화와 통일의 길을 가야한다는 선생의 주장은 이 얼마나 불온합니까. 그러나 이 불온함은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한 불온함이지요.
권정생은 평생을 가난한 삶을 살았기에, 그의 이런 주장들은 모두 그가 삶을 통하여 보여주는 것이기에 더욱 진실하고 호소력이 있습니다. 선생의 동화 ‘강아지똥’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서 그런지 아이엄마들이 권정생표 동화들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안겨주려고 할 정도로 선생의 동화가 많이 팔리고 그로 인한 인세 수입도 많았다고 합니다. (저도 아이에게 ‘또야 너구리가 기운바지를 입었어요’와 ‘몽실언니’를 사준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선생은 유언에 유산을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써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도 썼습니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의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 기도 많이 해주세요.”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연민의 마음에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폴 콜먼의 책을 집어들어 마무리 부분 ‘우리는 지구를 살릴 수 있다’를 읽었습니다. 책의 대부분은 그가 아마존,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등 세계 곳곳을 평화와 환경을 위한 호소를 위해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걷기 여정을 했던 기록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어떤 여행서보다도 흥미진진하고, 그의 용기와 포기하지 않은 열정과 인내심에 매번 감탄하면서 읽게 됩니다. 이렇게 세계를 주저하지 않고 걸어다니고 그곳의 사람들에게 지구를 위해서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단순명료한 진리를 전하고 실천하던 사람, 그가 책의 마무리에는 그런 환경과 지구를 위한 자신의 생각을 요약해놓았습니다.
환경과 평화를 위해서, 지구의 사람들이 같이 잘 살기 위해서, 전쟁도 없어져야 하고 무기도 없어져야 합니다. 콜먼은 나라마다 있는 국경선도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하고 한국 사람들에게는 미국 물건을 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왜냐고요 ? 미국은 많은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니까요. 그런 나라의 물건을 사지 말고 (올해 우리 나라를 들썩거리게 한 쇠고기 파동이 생각나지요 ?) 소비를 줄이고 작은 실천들을 ‘바로’ 시작하라고 말합니다. 저는 단순 여행기처럼 읽던 이 책이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한 사람의 별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욕망을 줄이고, 세상을 같이 바꾸어가자는 진실된 주장을 담은 책임을 깨닫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도 상당히 ‘볼온’합니다. 미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이라크 파병과 자원전쟁을 비판하다니요. 얼마나 불온합니까. 부디 이 책도 널리 알려져서 추후에 ‘불온도서’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를 바랍니다.
이제 곧 추석이 멀지 않았어요. 추석 즈음이 제 생일이기도 합니다. 남편은 용돈을 아껴모아서 제 생일선물을 마련해주곤 합니다. 이번에는 저에게 금반지를 사주기로 했어요. 제가 아줌마여도 반지도 없고 또 늙어가서 그런지 반짝반짝 빛나는 금반지가 예뻐보여서 이번 기회에 하나 사달라고 했거든요. 다이아몬드 같은 것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고요. 그런데 하필, 콜먼은 글에서 금도 소비하지 말자는 언급도 했어요. 폐금광에서 버려지는 유해물질이 수자원을 오염시키고 주민들의 삶을 훼손한다고 하네요. 저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해 알게 되어서 다이아몬드만 사지 않으면 되는 줄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금을 사는 것도 다른 곳의 주민들의 삶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어찌 기쁜 생일날 금반지를 받을 수 있겠나요. 오늘 아침에 남편에게 제가 읽은 두 책 이야기를 얘기하면서 금반지는 포기하기로 했어요.
“콜먼씨가 금을 소비하지 말라고 했고, 또 권정생 선생은 내가 무언가 넘치도록 가졌다면 그것은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이라고 생각하라고 했어. 그래서 아무래도 금반지는 사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이런 얘기에 남편은 흔쾌히 동의합니다. 그래서 반지 살 돈으로 기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반지값을 반씩 나누어서 절반은 같이 사는 세상을 위한 ‘촛불’에, 나머지 절반은 환경운동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국장님이 감상문을 쓰라는 숙제를 주신 바람에, 책을 더욱 꼼꼼히 읽고 덕분에 더 많이 느끼고 성찰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권정생과 폴 콜먼과 같은 마음 따뜻하고 맑은 눈을 가진 이들이 있기에(권정생 선생은 돌아가셨지만…) 아직 살만한 곳입니다. 그리고 마국장님도 역시 조용히 이런 길을 가시는 분이지요. 늘 감사드립니다.
2008년 9월 2일 지우엄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