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ra, H&M, 유니클로, 스파오, 탑텐, 에잇세컨즈, …
누구나 이러한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사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접근성이 좋고, 저렴하며, 유행을 발빠르게 적용한 옷을 디자인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브랜드를 ‘SPA 브랜드’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고는 하는데요.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로, 의류 제품의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의류 전문점을 의미합니다. 의류를 대량 생산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러한 공정은 생산 주기가 짧기에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한두 번 입을 옷을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리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매 순간 수많은 옷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매해 약 800억 벌의 옷이 생산되고, 그중 자그마치 85%가 버려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합성 섬유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의류 폐기물은 소각·매립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어 하천과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패스트패션 산업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유명 패션기업들은 하나둘씩 친환경적 노력을 내세웠습니다. 합성섬유 대신 순면으로 티셔츠를 만든다던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자켓을 만든다던지요. 스웨덴의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H&M은 2010년에 거대 패션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의류 라인을 런칭했습니다. ‘컨셔스 콜렉션(Conscious Collection)’에 속하는 제품은 소재의 50% 이상이 유기농 순면이나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 H&M에 의하면 ‘지속 가능’한 섬유입니다. 소비자는 라벨에 적힌 문구를 보고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하지만 H&M이 과연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을 일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구심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지속가능성을 마케팅하면서 산업의 환경적 악영향을 은폐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아닌지에 대해서요. 2019년 노르웨이 소비자 기관(Norwegian Consumer Authority)은 해당 브랜드가 컨셔스 콜렉션의 환경적 노력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며 공식적으로 지적했고, 2022년 미국에서는 H&M의 지속가능성 마케팅이 미국 캘리포니아와 미주리 주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집단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패션 회사들이 자신들의 환경적 영향을 명료하게 공개하는 대신 ‘지속 가능성’ 및 ‘의식’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지요.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현재 H&M은 컨셔스 콜렉션을 지속가능성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생산 공정에서의 전반적인 노력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자라, 유니클로 등 다국적 패션 브랜드와 함께 매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고요.
출처: H&M Group Sustainability Disclosure 2023
그렇다면 국내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SPA 브랜드인 스파오, 에잇세컨즈, 탑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세 곳 모두 브랜드의 독자적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대신 모회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짤막히 언급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네요.
출처: 2022 이랜드월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스파오는 모회사인 이랜드에서 발간하는 ESG 보고서와 홈페이지 매거진에서 친환경·자원순환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스파오는 2019년 국내 SPA 브랜드 중 처음으로 친환경 공법으로 제작한 데님 상품을 출시했다고 합니다. 원단 가공 과정에서 화학 약품 워싱 대신 ‘오존 가공’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물과 화학 약품 사용은 95% 줄이고, 전기 사용을 40% 절감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아쉽게도 ‘재활용 소재로 만든 데님’과 ‘천연 재배 원단 데님’은 어떻게 친환경적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습니다. 재활용 재료인 부산물을 어떻게 가공하는지, 그렇게 재활용된 소재의 비율이 몇 퍼센트인지 소비자는 알 수 없군요. 또 물과 살충제를 적게 사용한 원단을 사용한다면 얼마나 적게 사용하는지, 어느 나라에서 재배한 어떤 소재인지도 명시되어 있지 않네요.
출처: 2024 삼성물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에잇세컨즈의 지속가능성 관련 노력은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타 계열사들의 정책과 함께 제시된 자료이기 때문에 스파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네요. ‘재활용, 동물 복지, 친환경 공정 관련 인증을 획득한 원부자재’를 사용한다는 점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에잇세컨즈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어느 것이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재활용률은 몇 퍼센트 수준인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기 어려워요.
출처: 이랜드 매거진 ‘지속 가능한 패션을 만나다’
스파오는 2023년까지 데님 상품 100%를 이러한 친환경 소재로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는데요. 지금 스파오에서 판매하고 있는 데님 상품의 소재를 한번 살펴볼까요?
▲[WARM] 부츠컷 진(INDIGO)_SPTJE4VG61 상세정보
▲ 빈티지 와이드 진(LIGHT INDIGO)_SPTJF23C56 상세정보
2024년 현재 판매하고 있는 데님 제품의 상세정보란에서 ‘에코 데님’이라는 키워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상품 ‘부츠컷 진’의 상세정보란을 보니 석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터가 눈에 띄네요. 재활용 소재로 추정되는 ‘리사이클 면’이 들어간 제품조차 비율이 20%에 그칩니다. 그마저도 해당 소재가 어떤 공정으로 재활용되는지, 일반 면을 가공하는 과정에 비해 유의미하게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데님 상품 100%를 친환경 소재로 출시하겠다는 스파오의 야심찬 목표는 지금도 유효할까요?
신성통상 산하 의류브랜드 탑텐의 경우를 볼까요?
2012년 출시한 탑텐은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는 연 매출액 1조 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사용해 만든 에코쉘파 라인업을 21년에 런칭하는가 하면, 22년도에는 캠페인 티셔츠를 선보이며 운동 크루들과 함께 플로깅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캠페인 티셔츠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SNS에 #탑텐_착한쇼핑했어요 #탑텐_플로깅 등의 해시태그로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귀여운 동물 그림과 ‘플로깅’ 문구가 그려진 티셔츠를 구매하는 것이 과연 ‘착한’ 쇼핑일지 의문입니다. 매 순간 트럭 한 대 분량의 의류 폐기물이 버려지는 지금, 환경에 이로운 쇼핑은 새로운 티셔츠를 사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양질의 옷을 사서 오래오래 입는 것이 아닐까요?
탑텐은 한국을 대표하는 SPA 브랜드로서 오가닉·USA 코튼과 같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 비중을 늘릴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가닉 코튼은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된 유기농 면이고, USA코튼의 경우 물 사용량을 줄이는 저탄소 방식의 제조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연섬유인 면섬유라고 해서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지적되어 왔습니다. 생산 과정에서 심각한 토양, 수질 오염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다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탑텐의 친환경 노력도 구체성과 투명성이 부족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떠한 제품을 골라야 환경에 상대적으로 덜 해로울지, 과연 탑텐이 실제로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실정이에요. 국내 주요 ESG 평가기관인 한국 ESG 기준원이 지난해 발표한 기업 등급에서 신성통상은 모든 부문(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최하 ‘D’등급을 받았습니다. 연속 2년째 최하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상기한 친환경 마케팅과는 상당히 모순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참고: ‘증시 상장 패션기업 절반 이상, ESG 등급 '취약'’>
짧은 주기로 옷을 대량 생산하는 SPA 브랜드들은 패스트 패션 산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생산, 판매, 폐기의 모든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거대 패션 회사들은 특히 환경오염 및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큽니다. 다른 산업폐기물과 마찬가지로 의류 폐기물도 생산자가 책임질 수 있도록 확장된 생산자책임제도(EPR)가 적용되어야 할 때입니다. EU집행위원회는 패스트 패션 산업을 겨냥한 규제를 마련하며 2030년까지 패스트 패션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지난 2023년 7월, EU집행위는 유럽 폐기물 기본지침(Waste Framework Directive) 개정 초안을 발표했는데요. 폐기물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생산단계부터 ‘예방(Prevention)’하는 것이기에 생산 단계에서 의류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고 재활용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미 의류 폐기물을 감당할 수 없어 인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로 쓰레기를 대량 수출하는 한국 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는 일이 시급해 보입니다. 환경부는 패션 기업의 환경적 영향을 분석하고, 법적인 규제와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친환경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가장 탄소중립적인 실천방식은 적게 사고 오래 입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번 구매한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가장 친환경적인 소재의 옷을 선택할 수 있도록 패션회사의 환경적 영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일도 필요합니다. 패션 브랜드가 그린워싱에 안주하지 않고 제조 공정과 폐기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할 때, 우리의 일상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작성: 조민주 인턴
검수: 심예진 활동가
📌다가오는 11월 ,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를 다루며 법적 구속력있는 협약을 만들기 위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INC-5)'가 마지막 부산에서 열립니다. 환경운동연합은 플라스틱의 실질적인 규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부산원정대, 플라스틱버스터즈'와 함께 부산으로 모일 예정입니다.
*플라스틱 버스터즈란? 플라스틱 오염을 막는 사람들(Plastic Busters)로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질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시민들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입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막는 부산행 버스, 지금 예약하세요❗
🚌신청안내🚌
🏳️일정: 11월 23일(토) ~ 24(일) (1박 2일)
🏳️집결시간 : 11월 23일(토) 오전 7시까지
🏳️집결장소: 압구정428공영주차장 (압구정역 6번출구)
👉참가신청하기 클릭
💚핵심프로그램💚
1. 부산 플라스틱 행진🏃♀️
2. 국제 환경단체 네트워킹👩🏻🤝🧑🏼
3. Human Sign 퍼포먼스🤸♀️
🚍부산행 버스🚍 탑승하고 ❌플라스틱 없는❌ 지구를 만들어주세요🌎
*참여신청자들에게 전체 카카오방에 초대될 예정입니다. 톡방 초대 알림 시 참여바랍니다(필수)
*세부 일정은 톡방에서 공지될 예정입니다.
Zara, H&M, 유니클로, 스파오, 탑텐, 에잇세컨즈, …
누구나 이러한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사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접근성이 좋고, 저렴하며, 유행을 발빠르게 적용한 옷을 디자인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브랜드를 ‘SPA 브랜드’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고는 하는데요.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로, 의류 제품의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의류 전문점을 의미합니다. 의류를 대량 생산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러한 공정은 생산 주기가 짧기에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한두 번 입을 옷을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리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매 순간 수많은 옷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매해 약 800억 벌의 옷이 생산되고, 그중 자그마치 85%가 버려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합성 섬유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의류 폐기물은 소각·매립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어 하천과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패스트패션 산업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유명 패션기업들은 하나둘씩 친환경적 노력을 내세웠습니다. 합성섬유 대신 순면으로 티셔츠를 만든다던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자켓을 만든다던지요. 스웨덴의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H&M은 2010년에 거대 패션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의류 라인을 런칭했습니다. ‘컨셔스 콜렉션(Conscious Collection)’에 속하는 제품은 소재의 50% 이상이 유기농 순면이나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 H&M에 의하면 ‘지속 가능’한 섬유입니다. 소비자는 라벨에 적힌 문구를 보고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하지만 H&M이 과연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을 일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구심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지속가능성을 마케팅하면서 산업의 환경적 악영향을 은폐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아닌지에 대해서요. 2019년 노르웨이 소비자 기관(Norwegian Consumer Authority)은 해당 브랜드가 컨셔스 콜렉션의 환경적 노력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며 공식적으로 지적했고, 2022년 미국에서는 H&M의 지속가능성 마케팅이 미국 캘리포니아와 미주리 주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집단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패션 회사들이 자신들의 환경적 영향을 명료하게 공개하는 대신 ‘지속 가능성’ 및 ‘의식’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지요.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현재 H&M은 컨셔스 콜렉션을 지속가능성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생산 공정에서의 전반적인 노력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자라, 유니클로 등 다국적 패션 브랜드와 함께 매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고요.
출처: H&M Group Sustainability Disclosure 2023
그렇다면 국내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SPA 브랜드인 스파오, 에잇세컨즈, 탑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세 곳 모두 브랜드의 독자적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대신 모회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짤막히 언급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네요.
출처: 2022 이랜드월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스파오는 모회사인 이랜드에서 발간하는 ESG 보고서와 홈페이지 매거진에서 친환경·자원순환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스파오는 2019년 국내 SPA 브랜드 중 처음으로 친환경 공법으로 제작한 데님 상품을 출시했다고 합니다. 원단 가공 과정에서 화학 약품 워싱 대신 ‘오존 가공’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물과 화학 약품 사용은 95% 줄이고, 전기 사용을 40% 절감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아쉽게도 ‘재활용 소재로 만든 데님’과 ‘천연 재배 원단 데님’은 어떻게 친환경적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습니다. 재활용 재료인 부산물을 어떻게 가공하는지, 그렇게 재활용된 소재의 비율이 몇 퍼센트인지 소비자는 알 수 없군요. 또 물과 살충제를 적게 사용한 원단을 사용한다면 얼마나 적게 사용하는지, 어느 나라에서 재배한 어떤 소재인지도 명시되어 있지 않네요.
출처: 2024 삼성물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에잇세컨즈의 지속가능성 관련 노력은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타 계열사들의 정책과 함께 제시된 자료이기 때문에 스파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네요. ‘재활용, 동물 복지, 친환경 공정 관련 인증을 획득한 원부자재’를 사용한다는 점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에잇세컨즈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어느 것이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재활용률은 몇 퍼센트 수준인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기 어려워요.
출처: 이랜드 매거진 ‘지속 가능한 패션을 만나다’
스파오는 2023년까지 데님 상품 100%를 이러한 친환경 소재로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는데요. 지금 스파오에서 판매하고 있는 데님 상품의 소재를 한번 살펴볼까요?
▲[WARM] 부츠컷 진(INDIGO)_SPTJE4VG61 상세정보
▲ 빈티지 와이드 진(LIGHT INDIGO)_SPTJF23C56 상세정보
2024년 현재 판매하고 있는 데님 제품의 상세정보란에서 ‘에코 데님’이라는 키워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상품 ‘부츠컷 진’의 상세정보란을 보니 석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터가 눈에 띄네요. 재활용 소재로 추정되는 ‘리사이클 면’이 들어간 제품조차 비율이 20%에 그칩니다. 그마저도 해당 소재가 어떤 공정으로 재활용되는지, 일반 면을 가공하는 과정에 비해 유의미하게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데님 상품 100%를 친환경 소재로 출시하겠다는 스파오의 야심찬 목표는 지금도 유효할까요?
신성통상 산하 의류브랜드 탑텐의 경우를 볼까요?
2012년 출시한 탑텐은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는 연 매출액 1조 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사용해 만든 에코쉘파 라인업을 21년에 런칭하는가 하면, 22년도에는 캠페인 티셔츠를 선보이며 운동 크루들과 함께 플로깅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캠페인 티셔츠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SNS에 #탑텐_착한쇼핑했어요 #탑텐_플로깅 등의 해시태그로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귀여운 동물 그림과 ‘플로깅’ 문구가 그려진 티셔츠를 구매하는 것이 과연 ‘착한’ 쇼핑일지 의문입니다. 매 순간 트럭 한 대 분량의 의류 폐기물이 버려지는 지금, 환경에 이로운 쇼핑은 새로운 티셔츠를 사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양질의 옷을 사서 오래오래 입는 것이 아닐까요?
탑텐은 한국을 대표하는 SPA 브랜드로서 오가닉·USA 코튼과 같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 비중을 늘릴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가닉 코튼은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된 유기농 면이고, USA코튼의 경우 물 사용량을 줄이는 저탄소 방식의 제조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연섬유인 면섬유라고 해서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지적되어 왔습니다. 생산 과정에서 심각한 토양, 수질 오염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다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탑텐의 친환경 노력도 구체성과 투명성이 부족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떠한 제품을 골라야 환경에 상대적으로 덜 해로울지, 과연 탑텐이 실제로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실정이에요. 국내 주요 ESG 평가기관인 한국 ESG 기준원이 지난해 발표한 기업 등급에서 신성통상은 모든 부문(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최하 ‘D’등급을 받았습니다. 연속 2년째 최하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상기한 친환경 마케팅과는 상당히 모순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참고: ‘증시 상장 패션기업 절반 이상, ESG 등급 '취약'’>
짧은 주기로 옷을 대량 생산하는 SPA 브랜드들은 패스트 패션 산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생산, 판매, 폐기의 모든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거대 패션 회사들은 특히 환경오염 및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큽니다. 다른 산업폐기물과 마찬가지로 의류 폐기물도 생산자가 책임질 수 있도록 확장된 생산자책임제도(EPR)가 적용되어야 할 때입니다. EU집행위원회는 패스트 패션 산업을 겨냥한 규제를 마련하며 2030년까지 패스트 패션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지난 2023년 7월, EU집행위는 유럽 폐기물 기본지침(Waste Framework Directive) 개정 초안을 발표했는데요. 폐기물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생산단계부터 ‘예방(Prevention)’하는 것이기에 생산 단계에서 의류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고 재활용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미 의류 폐기물을 감당할 수 없어 인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로 쓰레기를 대량 수출하는 한국 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는 일이 시급해 보입니다. 환경부는 패션 기업의 환경적 영향을 분석하고, 법적인 규제와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친환경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가장 탄소중립적인 실천방식은 적게 사고 오래 입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번 구매한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가장 친환경적인 소재의 옷을 선택할 수 있도록 패션회사의 환경적 영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일도 필요합니다. 패션 브랜드가 그린워싱에 안주하지 않고 제조 공정과 폐기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할 때, 우리의 일상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작성: 조민주 인턴
검수: 심예진 활동가
📌다가오는 11월 ,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를 다루며 법적 구속력있는 협약을 만들기 위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INC-5)'가 마지막 부산에서 열립니다. 환경운동연합은 플라스틱의 실질적인 규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부산원정대, 플라스틱버스터즈'와 함께 부산으로 모일 예정입니다.
*플라스틱 버스터즈란? 플라스틱 오염을 막는 사람들(Plastic Busters)로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질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시민들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입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막는 부산행 버스, 지금 예약하세요❗
🚌신청안내🚌
🏳️일정: 11월 23일(토) ~ 24(일) (1박 2일)
🏳️집결시간 : 11월 23일(토) 오전 7시까지
🏳️집결장소: 압구정428공영주차장 (압구정역 6번출구)
👉참가신청하기 클릭
💚핵심프로그램💚
1. 부산 플라스틱 행진🏃♀️
2. 국제 환경단체 네트워킹👩🏻🤝🧑🏼
3. Human Sign 퍼포먼스🤸♀️
🚍부산행 버스🚍 탑승하고 ❌플라스틱 없는❌ 지구를 만들어주세요🌎
*참여신청자들에게 전체 카카오방에 초대될 예정입니다. 톡방 초대 알림 시 참여바랍니다(필수)
*세부 일정은 톡방에서 공지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