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자원순환팀은 ‘쓰레기 오비추어리’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이태원의 한 전시장을 찾았다. 경향신문 창간 78주년을 맞이해 창간기획팀이 의류 쓰레기를 주제로 기획한 전시로,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출처: 경향신문
‘오비추어리(Obituary)’란 무엇일까? 본래 뜻은 ‘부고 기사’로, 사망한 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삶의 궤적이 담긴 짧은 글이다. 경향신문 창간기획팀은 쉽게 생겨나 쉽게 죽음을 맞는 옷의 생애주기를 추적해 버려진 의류와 음반의 ‘오비추어리’를 설치물, 픽셀 게임, 비디오,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했다.
위 사진은 한 번도 착용하지 않고 버려진 줄무늬 치마의 부고 기사를 큰 사이즈로 출력한 작품이다. 이 치마는 석유 추출물이 원료인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졌으며, 중국에서 생산되어 타오바오를 통해 한국의 소비자에게 도착했다. 이 치마는 옷장에 몇 달 머물다 의류수거함으로 보내졌다. 중고의류 수출 업체에 도착한 뒤 다른 옷가지들과 함께 해외로 수출될 예정이다.
기사 마지막 문단에 언급된 바와 같이 한국은 2022년 기준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세계 4위 중고의류 수출국이다. 이렇게 버린 의류 대부분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저소득 국가로 대량 수출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기고한 칼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매년 30만 톤 이상의 중고 의류를 수출한다. 2022년 기준 인도와 말레이시아에 각각 약 7만 톤을 수출했고, 그 외 필리핀 태국 파키스탄 등 아시아 국가에 주로 수출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나이지리아로 보내는 양도 2만 톤가량 된다. 이렇게 대량 수출된 옷은 수입국의 의류시장에서 흘러넘쳐 호수로, 바다로 버려진다. 의류 쓰레기 대부분은 합성 섬유로 만들어졌다. 이미 선진국이 떠넘긴 플라스틱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남반구 지역민들에게 의류 폐기물은 또다른 거대한 오염 덩어리다.
(좌) 의류폐기물 수출업체의 공정 과정을 담은 비디오 스케치. (우) 의류폐기물을 100kg 단위로 압착한 것.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소비자 차원에서의 노력도 분명 필요하다. 필요한 옷만 사기, 중고거래 적극 활용하기, 수선해서 입기, 의류 기업의 환경오염 문제 지적하기 등. 하지만 이미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10%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섬유산업으로부터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노력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해외 연구기관(Ellen Macarthur Foundation)의 자료에 따르면, 생산된 의류 중 70% 이상이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기업들은 브랜드 가치 보전, 보관비 절약, 손실 처리를 통한 세금 보전 등을 이유로 매년 팔리지 않은 재고를 파쇄해 소각한다. 수많은 옷들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쓰레기장으로 직행한다는 뜻이다. 올해 5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개정안의 일환으로 의류재고 폐기 금지법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의류 재고의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기부 단계를 추가하는 등 재고품의 처리 순서를 정하며, 특정 규모 이상의 의류대기업들에 대해 재고 폐기 현황을 고시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해외 국가에서는 관련법을 제정하여 이러한 의류업계의 행태에 맞서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재고 처리 순서에 있어 기부를 의무화하고 법 위반 시 형법상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음반 산업이 배출하는 막대한 쓰레기를 조명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장 한가운데 설치된 작업물(좌)은 모 케이팝 아이돌의 팬이 사인회에 응모하기 위해 주문한 뒤 폐기하려던 앨범 80개로 제작한 것이다. 한쪽 벽면에는 폐기된 미니앨범 60개의 부속물을 이어붙인 작품(우)이 설치되어 있다.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량 구매한 음반들은 재생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버려진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저렴한 가격으로 팔아보기도 하지만, 되팔리는 앨범은 한번에 ‘사재기’하는 앨범 개수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의류 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앨범 판매량이 가져다주는 수익을 놓칠 수 없어 ‘음반 사재기’를 부추기는 거대 음반 제조업체들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대형 기획사 등 음반제조업체에 폐기물부담금과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분담금을 부과해오고 있으나, 해당 비용은 기획사가 음반을 팔아서 얻는 막대한 영업수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2022년 한겨레 기사에 의하면 연예기획사 ‘빅 3’로 꼽히는 하이브, 에스엠, 와이지의 2021년 영업이익은 각각 1903억원, 685억원, 506억원이었다. 수천만장의 플라스틱 음반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뒀지만, 지난 4년 동안 이들 기업에 부과된 플라스틱 쓰레기세는 하이브 1억2021만9420원, 에스엠 6807만1248원, 와이지 2724만1063원에 불과했다.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도 모호하다. 현재 음반 과대포장과 과잉소비에 초점을 맞춘 법안은 없고, 플라스틱 제품 및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군에 대한 규제에 음반 부속물이 포함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획사가 지금보다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고, 환경부가 더 강력하고 확실한 쓰레기부담금 부과 기준을 마련하여 음반 쓰레기 문제를 개선해나갈 것을 촉구해본다.
편의 또는 즐거움을 위해 물건을 구매하고 버리기가 너무나도 쉬운 세상이다. 하지만 물건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고 해서, 그것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자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티셔츠, 바지, 앨범 포장지, 포토카드는 새로이 분류되고 부서질지언정 플라스틱 조각으로 살아남아 지천을 떠돈다. 미세 플라스틱은 물과 땅을 오염시키고, 농산물과 식수에 축적된 채로 고스란히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온다. 물건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뒤 따르게 되는 궤적을 직시하는 일은 분명 불편하다. 하지만 문제를 직시함으로써 더 많은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첫발을 내딛을 수 있다.
작성: 조민주 인턴
검수: 심예진 활동가
📌다가오는 11월 ,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를 다루며 법적 구속력있는 협약을 만들기 위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INC-5)'가 마지막 부산에서 열립니다. 환경운동연합은 플라스틱의 실질적인 규제를 실시 할 수 있도록 '부산원정대, 플라스틱버스터즈'와 함께 부산으로 모일 예정입니다.
*플라스틱 버스터즈란? 플라스틱 오염을 막는 사람들(Plastic Busters)로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질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시민들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입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함께 막고 싶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플라스틱 버스터즈'가 되어 부산으로 가는 🚌 버스🚌 에 탑승해주세요!
🚌일정안내🚌
🏳️일정: 11월 23일(토) ~ 24(일) (1박 2일)
🏳️출발지: 서울집결 ✨자세한 일정은 추후 안내✨
💚 프로그램: 부산 거리행진 및 퍼포먼스
💚 참가비 : 3만원
👉 플라스틱 버즈터즈 참여하기
지난 10일 자원순환팀은 ‘쓰레기 오비추어리’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이태원의 한 전시장을 찾았다. 경향신문 창간 78주년을 맞이해 창간기획팀이 의류 쓰레기를 주제로 기획한 전시로,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출처: 경향신문
‘오비추어리(Obituary)’란 무엇일까? 본래 뜻은 ‘부고 기사’로, 사망한 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삶의 궤적이 담긴 짧은 글이다. 경향신문 창간기획팀은 쉽게 생겨나 쉽게 죽음을 맞는 옷의 생애주기를 추적해 버려진 의류와 음반의 ‘오비추어리’를 설치물, 픽셀 게임, 비디오,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했다.
위 사진은 한 번도 착용하지 않고 버려진 줄무늬 치마의 부고 기사를 큰 사이즈로 출력한 작품이다. 이 치마는 석유 추출물이 원료인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졌으며, 중국에서 생산되어 타오바오를 통해 한국의 소비자에게 도착했다. 이 치마는 옷장에 몇 달 머물다 의류수거함으로 보내졌다. 중고의류 수출 업체에 도착한 뒤 다른 옷가지들과 함께 해외로 수출될 예정이다.
기사 마지막 문단에 언급된 바와 같이 한국은 2022년 기준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세계 4위 중고의류 수출국이다. 이렇게 버린 의류 대부분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저소득 국가로 대량 수출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기고한 칼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매년 30만 톤 이상의 중고 의류를 수출한다. 2022년 기준 인도와 말레이시아에 각각 약 7만 톤을 수출했고, 그 외 필리핀 태국 파키스탄 등 아시아 국가에 주로 수출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나이지리아로 보내는 양도 2만 톤가량 된다. 이렇게 대량 수출된 옷은 수입국의 의류시장에서 흘러넘쳐 호수로, 바다로 버려진다. 의류 쓰레기 대부분은 합성 섬유로 만들어졌다. 이미 선진국이 떠넘긴 플라스틱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남반구 지역민들에게 의류 폐기물은 또다른 거대한 오염 덩어리다.
(좌) 의류폐기물 수출업체의 공정 과정을 담은 비디오 스케치. (우) 의류폐기물을 100kg 단위로 압착한 것.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소비자 차원에서의 노력도 분명 필요하다. 필요한 옷만 사기, 중고거래 적극 활용하기, 수선해서 입기, 의류 기업의 환경오염 문제 지적하기 등. 하지만 이미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10%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섬유산업으로부터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노력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해외 연구기관(Ellen Macarthur Foundation)의 자료에 따르면, 생산된 의류 중 70% 이상이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기업들은 브랜드 가치 보전, 보관비 절약, 손실 처리를 통한 세금 보전 등을 이유로 매년 팔리지 않은 재고를 파쇄해 소각한다. 수많은 옷들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쓰레기장으로 직행한다는 뜻이다. 올해 5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개정안의 일환으로 의류재고 폐기 금지법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의류 재고의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기부 단계를 추가하는 등 재고품의 처리 순서를 정하며, 특정 규모 이상의 의류대기업들에 대해 재고 폐기 현황을 고시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해외 국가에서는 관련법을 제정하여 이러한 의류업계의 행태에 맞서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재고 처리 순서에 있어 기부를 의무화하고 법 위반 시 형법상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음반 산업이 배출하는 막대한 쓰레기를 조명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장 한가운데 설치된 작업물(좌)은 모 케이팝 아이돌의 팬이 사인회에 응모하기 위해 주문한 뒤 폐기하려던 앨범 80개로 제작한 것이다. 한쪽 벽면에는 폐기된 미니앨범 60개의 부속물을 이어붙인 작품(우)이 설치되어 있다.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량 구매한 음반들은 재생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버려진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저렴한 가격으로 팔아보기도 하지만, 되팔리는 앨범은 한번에 ‘사재기’하는 앨범 개수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의류 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앨범 판매량이 가져다주는 수익을 놓칠 수 없어 ‘음반 사재기’를 부추기는 거대 음반 제조업체들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대형 기획사 등 음반제조업체에 폐기물부담금과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분담금을 부과해오고 있으나, 해당 비용은 기획사가 음반을 팔아서 얻는 막대한 영업수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2022년 한겨레 기사에 의하면 연예기획사 ‘빅 3’로 꼽히는 하이브, 에스엠, 와이지의 2021년 영업이익은 각각 1903억원, 685억원, 506억원이었다. 수천만장의 플라스틱 음반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뒀지만, 지난 4년 동안 이들 기업에 부과된 플라스틱 쓰레기세는 하이브 1억2021만9420원, 에스엠 6807만1248원, 와이지 2724만1063원에 불과했다.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도 모호하다. 현재 음반 과대포장과 과잉소비에 초점을 맞춘 법안은 없고, 플라스틱 제품 및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군에 대한 규제에 음반 부속물이 포함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획사가 지금보다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고, 환경부가 더 강력하고 확실한 쓰레기부담금 부과 기준을 마련하여 음반 쓰레기 문제를 개선해나갈 것을 촉구해본다.
편의 또는 즐거움을 위해 물건을 구매하고 버리기가 너무나도 쉬운 세상이다. 하지만 물건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고 해서, 그것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자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티셔츠, 바지, 앨범 포장지, 포토카드는 새로이 분류되고 부서질지언정 플라스틱 조각으로 살아남아 지천을 떠돈다. 미세 플라스틱은 물과 땅을 오염시키고, 농산물과 식수에 축적된 채로 고스란히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온다. 물건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뒤 따르게 되는 궤적을 직시하는 일은 분명 불편하다. 하지만 문제를 직시함으로써 더 많은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첫발을 내딛을 수 있다.
작성: 조민주 인턴
검수: 심예진 활동가
📌다가오는 11월 ,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를 다루며 법적 구속력있는 협약을 만들기 위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INC-5)'가 마지막 부산에서 열립니다. 환경운동연합은 플라스틱의 실질적인 규제를 실시 할 수 있도록 '부산원정대, 플라스틱버스터즈'와 함께 부산으로 모일 예정입니다.
*플라스틱 버스터즈란? 플라스틱 오염을 막는 사람들(Plastic Busters)로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질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시민들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입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함께 막고 싶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플라스틱 버스터즈'가 되어 부산으로 가는 🚌 버스🚌 에 탑승해주세요!
🚌일정안내🚌
🏳️일정: 11월 23일(토) ~ 24(일) (1박 2일)
🏳️출발지: 서울집결 ✨자세한 일정은 추후 안내✨
💚 프로그램: 부산 거리행진 및 퍼포먼스
💚 참가비 :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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