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 박소영
9개 구장 중 '꼴찌'... 우리가 대구 라팍에 남긴 것
우리가 보지 않는 '물질적 대가'에 관하여
나는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오랜 팬으로서 매 경기의 결과를 확인하며, 1년에 한 번 정도 경기장을 찾아 현장의 열기를 만끽하기도 한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기에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생태적 감수성이 서로 충돌하며 불편함이 느껴질 때도 더러 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며, 스포츠라는 거대한 오락에 매료되는 순간에도 그 즐거움을 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대가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고 싶다.
어떤 시대의 사람들은 그 시대의 지배적인 즐거움 속에 내재된 폭력이나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인류의 오래된 오락의 역사에서 로마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은 빠질 수 없다.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나는 오랫동안 콜로세움을 미학적 관점에서 건축으로만 보았다. 완벽한 아치 구조, 웅장한 도리아식과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기둥의 조화로움, 수만 명을 신속하게 드나들게 했던 효율적인 건축 공학 등, 콜로세움은 로마 건축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내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아치 뒤에서 무엇이 벌어졌는지는 상대적으로 나중에야 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콜로세움의 아름다움은 보면서도 그 아름다움 뒤에 놓인 폭력은 충분히 바라보지 못했다. 콜로세움에서는 로마 식민지에서 공수해 온 수많은 야생 동물과 노예 사냥이 오락으로 펼쳐졌고 로마인들은 그것을 보며 함성을 지르고 즐겼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잔혹하기 그지없는 장면이다. 그러나 당대의 사람들에게 그 폭력은 거부할 수 없는 정당한 오락이었고, 웅장한 건축은 그 폭력을 매끄럽게 포장하는 거대한 무대였다.
물론 오늘날 야구장은 콜로세움과 전혀 다른 공간이다. 두 현상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지나친 비교일 것이다. 야구장에서는 죽음을 구경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현대의 스포츠가 콜로세움의 사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문명화되었을지라도, '관객의 시선'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여전히 유사한 무감각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오늘날의 우리가 고대 로마인보다 특별히 더 윤리적인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보는 것, 그리고 보지 않는 것

▲투명PET만 버리는 쓰레기통이 따로 있음에도 분리되지 않고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함께 버려지고 있는 투명PET ⓒ 대구환경운동연합
콜로세움을 바라보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순히 그것이 얼마나 잔혹했는가만은 아닐 것이다. 핵심은 특정 시대의 사람들이 자신이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내는 비용을 미처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라이온즈파크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으로 모여든다. 우리는 선수들의 뛰어난 플레이, 극적인 승패, 전광판에 새겨지는 기록, 그리고 웅장한 응원가와 관중석의 열기를 본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과 공동체적 경험은 분명 소중하며, 나 역시 그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그 즐거움 뒤에 우리가 보려 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작동하는 거대한 물질적 시스템은 우리의 시야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수만 명의 관중이 이동하며 발생하는 탄소, 경기장을 밝히고 냉난방을 가동하는 막대한 전력, 경기가 끝난 뒤 산더미처럼 쌓이는 일회용 용기와 포장재들, 그리고 그것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사람들의 노동. 경기라는 화려한 스펙터클에 눈이 팔린 사이, 우리가 즐긴 시간이 남긴 '환경적 비용'은 좀처럼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 역시 우리 시대가 아직 충분히 문제 삼지 않고 있는 '즐거움의 비용'인지도 모른다.
이 보이지 않는 대가에 관한 질문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2026년 환경운동연합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프로야구 9개 구장의 다회용기 사용 실태에서 라이온즈파크의 다회용기 도입률은 2.4%로 조사 대상 구장 가운데 가장 낮았다. 경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수천, 수만 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스티로폼 용기가 폐기물로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생태적 시선'으로 야구장을 바라본다는 것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내부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각 시대에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즐거움의 방식이 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비용은 늘 뒤늦게 발견되곤 한다. 로마인들이 콜로세움의 잔혹함을 오락으로 소비했듯, 오늘날의 우리는 일회용품으로 유지되는 무대의 화려함과 그 뒤에 남겨지는 생태적 비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시선을 조금 더 확장해 보아야 한다. 야구장을 보면서 그저 선수와 관중, 승패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바라보는 것.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을 쫓는 시선을 확장하여, 이 경기를 가능하게 하는 전력은 어디서 왔으며, 내가 사용한 플라스틱 컵 하나, 음식 용기 하나, 쓰레기통 앞에 선 노동자의 노동, 그리고 경기장 밖으로 이동하여 어디론가 매립되거나 소각될 폐기물의 경로까지 함께 추적하는 '생태적 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시선의 확장은 단순히 개인의 성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단과 사회를 향한 정당한 요구로 이어져야 한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내부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스포츠도 생태적 전환의 대상이어야 한다. 야구장에서 필요한 것은 관중에게 "쓰레기를 만들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지구를 위해 "나는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관중이 이미 존재한다. 그것은 팬의 당연한 권리이며, 팬 경험이 이루어지는 무대를 만드는 구단은 그러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을 보며 묻는다. "저렇게 잔인한 일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즐길 수 있었을까?" 어쩌면 훗날 우리의 야구장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이런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때 사람들은 그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우리가 무엇을 즐기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즐거움을 위해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이다.
라이온즈파크가 일회용품 쓰레기 산에 묻힌 구장이 아닌, 푸른 야산과 공원에 둘러싸인 자연 친화적인 아름다운 구장을 내세우는 만큼 생태적 경기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야구장 내 쓰레기를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을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야구장 내 쓰레기를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을 촉구하는 서명 피켓 ⓒ 대구환경운동연합
우승을 향한 의지가 강한 삼성라이온즈는 매년 전력을 보강하며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쉽습니다. 2025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삼성라이온즈파크는 10개 구장 가운데 가장 많은 폐기물을 배출했기 때문입니다. 다회용기가 도입되지 않은 두 구장 중 하나이자, 다회용기 사용률 또한 최하위입니다. 좋은 성적을 위한 투자만큼이나 지속가능한 야구를 위한 노력도 구단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폐기물 배출량 1위가 아닌, 폐기물 감축 1위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삼성라이온즈를 기대합니다.
- 삼성라이온즈 팬 경민
작성자: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 박소영
9개 구장 중 '꼴찌'... 우리가 대구 라팍에 남긴 것
우리가 보지 않는 '물질적 대가'에 관하여
나는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오랜 팬으로서 매 경기의 결과를 확인하며, 1년에 한 번 정도 경기장을 찾아 현장의 열기를 만끽하기도 한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기에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생태적 감수성이 서로 충돌하며 불편함이 느껴질 때도 더러 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며, 스포츠라는 거대한 오락에 매료되는 순간에도 그 즐거움을 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대가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고 싶다.
어떤 시대의 사람들은 그 시대의 지배적인 즐거움 속에 내재된 폭력이나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인류의 오래된 오락의 역사에서 로마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은 빠질 수 없다.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나는 오랫동안 콜로세움을 미학적 관점에서 건축으로만 보았다. 완벽한 아치 구조, 웅장한 도리아식과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기둥의 조화로움, 수만 명을 신속하게 드나들게 했던 효율적인 건축 공학 등, 콜로세움은 로마 건축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내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아치 뒤에서 무엇이 벌어졌는지는 상대적으로 나중에야 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콜로세움의 아름다움은 보면서도 그 아름다움 뒤에 놓인 폭력은 충분히 바라보지 못했다. 콜로세움에서는 로마 식민지에서 공수해 온 수많은 야생 동물과 노예 사냥이 오락으로 펼쳐졌고 로마인들은 그것을 보며 함성을 지르고 즐겼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잔혹하기 그지없는 장면이다. 그러나 당대의 사람들에게 그 폭력은 거부할 수 없는 정당한 오락이었고, 웅장한 건축은 그 폭력을 매끄럽게 포장하는 거대한 무대였다.
물론 오늘날 야구장은 콜로세움과 전혀 다른 공간이다. 두 현상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지나친 비교일 것이다. 야구장에서는 죽음을 구경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현대의 스포츠가 콜로세움의 사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문명화되었을지라도, '관객의 시선'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여전히 유사한 무감각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오늘날의 우리가 고대 로마인보다 특별히 더 윤리적인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보는 것, 그리고 보지 않는 것
▲투명PET만 버리는 쓰레기통이 따로 있음에도 분리되지 않고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함께 버려지고 있는 투명PET ⓒ 대구환경운동연합
콜로세움을 바라보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순히 그것이 얼마나 잔혹했는가만은 아닐 것이다. 핵심은 특정 시대의 사람들이 자신이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내는 비용을 미처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라이온즈파크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으로 모여든다. 우리는 선수들의 뛰어난 플레이, 극적인 승패, 전광판에 새겨지는 기록, 그리고 웅장한 응원가와 관중석의 열기를 본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과 공동체적 경험은 분명 소중하며, 나 역시 그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그 즐거움 뒤에 우리가 보려 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작동하는 거대한 물질적 시스템은 우리의 시야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수만 명의 관중이 이동하며 발생하는 탄소, 경기장을 밝히고 냉난방을 가동하는 막대한 전력, 경기가 끝난 뒤 산더미처럼 쌓이는 일회용 용기와 포장재들, 그리고 그것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사람들의 노동. 경기라는 화려한 스펙터클에 눈이 팔린 사이, 우리가 즐긴 시간이 남긴 '환경적 비용'은 좀처럼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 역시 우리 시대가 아직 충분히 문제 삼지 않고 있는 '즐거움의 비용'인지도 모른다.
이 보이지 않는 대가에 관한 질문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2026년 환경운동연합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프로야구 9개 구장의 다회용기 사용 실태에서 라이온즈파크의 다회용기 도입률은 2.4%로 조사 대상 구장 가운데 가장 낮았다. 경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수천, 수만 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스티로폼 용기가 폐기물로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생태적 시선'으로 야구장을 바라본다는 것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내부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각 시대에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즐거움의 방식이 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비용은 늘 뒤늦게 발견되곤 한다. 로마인들이 콜로세움의 잔혹함을 오락으로 소비했듯, 오늘날의 우리는 일회용품으로 유지되는 무대의 화려함과 그 뒤에 남겨지는 생태적 비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시선을 조금 더 확장해 보아야 한다. 야구장을 보면서 그저 선수와 관중, 승패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바라보는 것.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을 쫓는 시선을 확장하여, 이 경기를 가능하게 하는 전력은 어디서 왔으며, 내가 사용한 플라스틱 컵 하나, 음식 용기 하나, 쓰레기통 앞에 선 노동자의 노동, 그리고 경기장 밖으로 이동하여 어디론가 매립되거나 소각될 폐기물의 경로까지 함께 추적하는 '생태적 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시선의 확장은 단순히 개인의 성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단과 사회를 향한 정당한 요구로 이어져야 한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내부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스포츠도 생태적 전환의 대상이어야 한다. 야구장에서 필요한 것은 관중에게 "쓰레기를 만들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지구를 위해 "나는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관중이 이미 존재한다. 그것은 팬의 당연한 권리이며, 팬 경험이 이루어지는 무대를 만드는 구단은 그러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을 보며 묻는다. "저렇게 잔인한 일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즐길 수 있었을까?" 어쩌면 훗날 우리의 야구장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이런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때 사람들은 그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우리가 무엇을 즐기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즐거움을 위해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이다.
라이온즈파크가 일회용품 쓰레기 산에 묻힌 구장이 아닌, 푸른 야산과 공원에 둘러싸인 자연 친화적인 아름다운 구장을 내세우는 만큼 생태적 경기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야구장 내 쓰레기를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을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야구장 내 쓰레기를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을 촉구하는 서명 피켓 ⓒ 대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