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4시간을 가야 할 정도로 먼바다에 있는 섬입니다. 점박이물범이 매년 찾아오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떠밀려온 수많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곳이기도 합니다. 푸른 바다를 머금은 백령도에서도 활동가들은 해안을 가득 메운 쓰레기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최북단 섬 백령도]
깨끗해 ‘보이던’ 백령도 해변
백령도 하늬 해변에 도착한 활동가들은 깨끗한 해변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요즘은 깊은 오지에도 쓰레기가 가득한데 이 해변에서는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스티로폼 조각이나 비닐만 바람에 날아가는 해변의 모습에 전국 해변이 모두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해변 깨끗해 보이죠? 선거 앞두고 다 치운 거에요. 어제까지만 해도 쓰레기가 꽤 많았는데…”
해변에 나온 백령도 주민이 알려준 현실은 이곳조차 쓰레기로 가득했던 장소임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 '보였던' 해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곳은 해수욕장뿐이 아니었습니다. 바다 위의 ‘앙코르 와트’라고 불릴 정도로 웅장한 해안절벽을 뽐내는 두무진도 쓰레기로 가득했습니다. 최근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높은 보호 가치를 인정받은 곳임에도 가지각색의 쓰레기들이 바위들 사이를 가득히 메우고 있었습니다.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두무진에도 쓰레기가 가득했다]
플라스틱 빨대? 절반 이상이 어업 쓰레기
최근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 일상에서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하기도 하고, 플라스틱 포장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코에 빨대가 꽂힌 거북이 영상이 이슈화되면서 기업들도 동참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쓰레기로 가득한 지구 대신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그에 반해 어업 쓰레기는 해양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 버려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해양쓰레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부표, 그물, 밧줄과 같은 어업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입니다. 한국에서는 연간 8만 4천 톤의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데, 이 중 60%는 해상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닐봉지, 페트병 보다 훨씬 거대한 그물, 부표, 밧줄이 해양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항구 옆에 쌓인 통발과 밧줄들. 해양 쓰레기 중 절반 이상은 어업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이다]
실제로 백령도에서도 부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보였고, 두꺼운 어업용 밧줄이 바위에 뒤엉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해안으로 떠밀려온 어업 쓰레기들보다 더 많은 쓰레기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어업 쓰레기들이 바닷속에 잠겨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 통계가 없을 지경입니다.
죽이고 또 죽이는 유령어업
바다에 버려진 어업 쓰레기는 해양 생물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다른 쓰레기보다 큽니다. 그물은 본래 물고기를 잡기 위해 만들어져서 버려진 그물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잡히게 됩니다. 문제는 언젠가 걷어가는 다른 그물과는 달리 버려진 그물은 수거하기 전까지 물고기를 죽이고 또 죽인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버려진 그물에 잡히는 ‘유령어업’에 죽는 물고기의 양이 10만 톤에 달합니다.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 조각을 시민들이 주워담고 있다. 사진은 태안의 한 해변]
거대한 스티로폼 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00만 개의 부표가 유실되는데, 수거하기 비교적 쉬운 다른 쓰레기들과 달리, 스티로폼 부표는 작은 조각들로 잘게 부서져 버려진 조각들을 수거하기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부서진 조각들은 해양생물의 몸 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더 작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우리에게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호주의 한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매 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그물의 주인, 당신이렷다!
수많은 어업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가야 합니다. 육지에서는 작은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면 벌금을 묻지만, 바다에서는 몇 톤에 달하는 거대한 그물을 버려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물을 버린 사실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버려진 그물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다 속에 침적된 해양 쓰레기. 대부분은 어구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 자료제공:통영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모든 그물에 소유주를 알 수 있게 하는 ‘어구 실명제’를 시작으로 어업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가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모든 어구의 제작-유통-판매-소비-수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어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어구를 관리하는 별도 법안인 「어구관리법」을 제정하고자 합니다. 지난 2022년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어구를 관리할 수 있는 일부 조항들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해안을 가득 메운 쓰레기들. 다양한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다]
해양쓰레기가 가득한 지역을 벗어나 물범 바위에서 만난 점박이물범 무리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쉬고 있었습니다. 매년 수백 km를 헤엄쳐 우리 바다로 오는 점박이물범을 바라보며 한없이 경이롭다가도 동시에 이 모습을 얼마나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뒤따랐습니다. 매년 점박이물범을 비롯한 수많은 해양생물이 어업 쓰레기로 인해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햇살을 받으며 쉬고 있는 점박이 물범]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바다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해양생물이 인간 활동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바다를 지속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환경운동연합의 해양 활동을 후원으로 응원해주세요!
백령도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4시간을 가야 할 정도로 먼바다에 있는 섬입니다. 점박이물범이 매년 찾아오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떠밀려온 수많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곳이기도 합니다. 푸른 바다를 머금은 백령도에서도 활동가들은 해안을 가득 메운 쓰레기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최북단 섬 백령도]
깨끗해 ‘보이던’ 백령도 해변
백령도 하늬 해변에 도착한 활동가들은 깨끗한 해변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요즘은 깊은 오지에도 쓰레기가 가득한데 이 해변에서는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스티로폼 조각이나 비닐만 바람에 날아가는 해변의 모습에 전국 해변이 모두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해변 깨끗해 보이죠? 선거 앞두고 다 치운 거에요. 어제까지만 해도 쓰레기가 꽤 많았는데…”
해변에 나온 백령도 주민이 알려준 현실은 이곳조차 쓰레기로 가득했던 장소임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 '보였던' 해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곳은 해수욕장뿐이 아니었습니다. 바다 위의 ‘앙코르 와트’라고 불릴 정도로 웅장한 해안절벽을 뽐내는 두무진도 쓰레기로 가득했습니다. 최근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높은 보호 가치를 인정받은 곳임에도 가지각색의 쓰레기들이 바위들 사이를 가득히 메우고 있었습니다.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두무진에도 쓰레기가 가득했다]
플라스틱 빨대? 절반 이상이 어업 쓰레기
최근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 일상에서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하기도 하고, 플라스틱 포장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코에 빨대가 꽂힌 거북이 영상이 이슈화되면서 기업들도 동참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쓰레기로 가득한 지구 대신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그에 반해 어업 쓰레기는 해양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 버려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해양쓰레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부표, 그물, 밧줄과 같은 어업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입니다. 한국에서는 연간 8만 4천 톤의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데, 이 중 60%는 해상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닐봉지, 페트병 보다 훨씬 거대한 그물, 부표, 밧줄이 해양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항구 옆에 쌓인 통발과 밧줄들. 해양 쓰레기 중 절반 이상은 어업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이다]
실제로 백령도에서도 부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보였고, 두꺼운 어업용 밧줄이 바위에 뒤엉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해안으로 떠밀려온 어업 쓰레기들보다 더 많은 쓰레기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어업 쓰레기들이 바닷속에 잠겨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 통계가 없을 지경입니다.
죽이고 또 죽이는 유령어업
바다에 버려진 어업 쓰레기는 해양 생물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다른 쓰레기보다 큽니다. 그물은 본래 물고기를 잡기 위해 만들어져서 버려진 그물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잡히게 됩니다. 문제는 언젠가 걷어가는 다른 그물과는 달리 버려진 그물은 수거하기 전까지 물고기를 죽이고 또 죽인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버려진 그물에 잡히는 ‘유령어업’에 죽는 물고기의 양이 10만 톤에 달합니다.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 조각을 시민들이 주워담고 있다. 사진은 태안의 한 해변]
거대한 스티로폼 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00만 개의 부표가 유실되는데, 수거하기 비교적 쉬운 다른 쓰레기들과 달리, 스티로폼 부표는 작은 조각들로 잘게 부서져 버려진 조각들을 수거하기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부서진 조각들은 해양생물의 몸 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더 작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우리에게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호주의 한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매 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그물의 주인, 당신이렷다!
수많은 어업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가야 합니다. 육지에서는 작은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면 벌금을 묻지만, 바다에서는 몇 톤에 달하는 거대한 그물을 버려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물을 버린 사실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버려진 그물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다 속에 침적된 해양 쓰레기. 대부분은 어구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 자료제공:통영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모든 그물에 소유주를 알 수 있게 하는 ‘어구 실명제’를 시작으로 어업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가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모든 어구의 제작-유통-판매-소비-수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어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어구를 관리하는 별도 법안인 「어구관리법」을 제정하고자 합니다. 지난 2022년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어구를 관리할 수 있는 일부 조항들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해안을 가득 메운 쓰레기들. 다양한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다]
해양쓰레기가 가득한 지역을 벗어나 물범 바위에서 만난 점박이물범 무리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쉬고 있었습니다. 매년 수백 km를 헤엄쳐 우리 바다로 오는 점박이물범을 바라보며 한없이 경이롭다가도 동시에 이 모습을 얼마나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뒤따랐습니다. 매년 점박이물범을 비롯한 수많은 해양생물이 어업 쓰레기로 인해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햇살을 받으며 쉬고 있는 점박이 물범]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바다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해양생물이 인간 활동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바다를 지속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환경운동연합의 해양 활동을 후원으로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