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바다는 지구 생물종의 80%가 살아가는 터전이자 우리가 숨쉬는 산소의 대부분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바다는 해수온 상승, 불법 어업, 해양 쓰레기 등의 인간 활동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습니다.

환경연합은 모두에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불법어업 근절과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양 


바다는 지구 생물종의 80%가 살아가는 터전이자 우리가 숨쉬는 산소의 대부분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바다는 해수온 상승, 불법 어업, 해양 쓰레기 등의 인간 활동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모두에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불법어업 근절과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양[기고] 수산물 이력제, ‘형식’을 넘어 ‘안심’으로 가는 이정표가 되어야

송유진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5-19
조회수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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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이력제, 왜 여전히 제자리걸음인가 

마트에서 고등어를 고르다 스티커를 들여다본다. QR코드가 있어 찍어보면 생산지역, 생산일자, 가공업체 등이 나온다. ‘그래서 이게 좋은 고등어라는 건가?’ 나는 화면을 닫는다. 이것이 지금 수산물 이력제의 민낯이다. 

생산자는 번거롭고, 소비자는 무관심한 '제도적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60.9kg으로 주요국 중 1위다. 그런데 국내 유통 수산물 중 이력제가 적용되는 비율은 고작 6.46%, 소비자가 실제로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물량은 0.41%에 불과하다(2024년 기준). 수산물 이력제는 쉽게 말하면 이 수산물이 어느 바다에서 잡혀 어떤 경로로 우리 식탁에 올랐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수산물 프로필’과 같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수산식품 산업의 고도화와 수출·내수 활성화는 정부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그 토대가 되어야 할 이력제는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이나 MSC(지속가능수산물인증)처럼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신뢰하는 인증과 달리 품질이나 지속가능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어업인과 유통업자에게 적지 않은 행정 부담을 지우면서도  정작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한 제도이다. 


현장이 진단한 문제, 알 수 없게 만드는 구조 

환경운동연합은 두레생협과 함께 3년째 '우리바다 안심이력관리'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현행 이력제의 구조적 한계를 직접 확인했다. 거제·완도 등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해본 결과, 세 가지 병목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단절이다. 수산물은 어획-양륙-경매-가공-유통의 여러 단계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거쳐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이력 정보는 기록되거나 공유되지 않는다. 유통업자가 경매로 구입한 고등어 10톤의 이력을 확인하려면, 경매자에게 요청하고, 경매자는 다시 수협과 어업인에게 되묻는 역방향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위판장에서 여러 선박의 어획물이 뒤섞여 경매되는 구조에서 이 역방향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프라 부족도 마찬가지다. 현행 제도에서 어획 정보는 전부 수기로 작성된다. 100톤의 고등어를 잡은 선박이 총허용어획량(TAC) 우려로 80톤만 잡았다고 신고해도 이를 검증할 방도가 없다. 현장 인력의 대부분이 고령 어민이거나 외국인 노동자인 상황에서, 정확한 이력 정보를 매일 수기로 확인하고 입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비용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이력 표기를 위해 기존 포장재를 폐기하고 수백만 원짜리 동판을 새로 제작하거나, 별도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생산자에게 전가된다.

소비자 쪽 사정도 다르지 않다. 올해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진행한 소비자 FGI(표적집단면접)에서 참가자들은 수산물 이력제 조회 결과가 일반인에게는 지나치게 전문적인데다가 번거로움 때문에 조회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마트의 자체 검수 시스템은 신뢰하지만, 전통시장의 수기 표시판 앞에서는 ‘진짜 국산인가?’라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해양수산부의 2024년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45%가 이력제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절반 가까운 소비자가 제도를 모르니 판매업체는 도입할 이유가 없고, 생산자는 비용만 드는 제도로 받아들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알 수 없게 만드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력제는 제자리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데이터는 말한다, 소비자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력제는 정말 필요 없는 제도인가? 아니다. 문제는 제도의 방향이 아니라 설계다. 환경운동연합이 두레생협 조합원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분명하다. 응답자의 95%가 상세 이력 정보(선박명, 조업구역 등) 제공이 수산물 신뢰도를 높인다고 답했다. 재구매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100%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수산물 이력제 법적 의무화에 대해서도 응답자 전원이 찬성했다.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정보는 어획 장소(59.2%), 어획 일자(25.8%) 순이었다. 단순한 안전 검사 수치가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잡았는가’에 대한 알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요는 이미 다른 분야에서도 드러났다. 동물복지 달걀은 2017년 달걀 시장 점유율 4%에 불과했지만, 소비자 인식이 확산되면서 2025년에는 18%까지 성장했다. 소비자가 먼저 움직이자, 기업과 생산자가 따라온 것이다. 수산물 이력제도 같은 경로를 걸을 수 있다. 전제는 소비자가 이력제를 '안다'는 것, 그리고 이력 정보가 실제로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설계를 바꿀 때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력제의 패러다임을 '관리' 중심에서 '가치 창출'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정보가 자동으로 흘러야 한다. 수기 어획 보고를 GPS 기반 전자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위판 단계에서 선박별 정보가 섞이지 않도록 디지털 위판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복잡한 숫자 입력 대신 QR이나 라벨 하나로 생산자·해역·어획일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영세 어민을 위한 도입 비용 지원 없이는 자동화도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 

참여에 대한 실질적 보상 또한 필요하다. 이력제가 '규제'로 인식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참여해도 득이 없기 때문이다. 수산물공익직불금 가산 지급, 공공급식과 대형 유통업체 입점 시 가산점 부여, 초기 비용 지원 등을 검토해 볼만하다. 생산자가 이력제를 부담이 아닌 경쟁력으로 인식할 때, 제도는 비로소 현장에 뿌리를 내린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인식 확산과 더불어 이력 정보에 지속가능성을 담아야 한다. 금어기 준수 여부, 혼획 방지 노력, 어획 방식 같은 정보를 더하는 것이다. 단순한 위생 기록을 넘어 유럽의 에코라벨(Eco-label)처럼 지속가능성을 보증하는 ‘국가 공인 프리미엄 인증’으로 기능하도록 제도를 고도화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동시에, 우리 수산물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소비자가 알면 시장이 움직이고, 시장이 움직이면 생산자가 따라오고, 생산자가 따라오면 바다가 지속가능해진다.


수산물이력제, 규제를 넘어 경쟁력으로 

수산물 이력제는 단순히 바코드 하나를 붙이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바다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투명한 약속이자, 한국 수산물에 대한 신뢰의 척도다. '우리바다 안심이력관리' 시범사업이 보여준 것처럼 소비자는 이미 준비되어 있으며, 투명한 정보는 생산자에게 규제가 아닌 새로운 시장 경쟁력이 된다. 

남은 것은 제도와 현장이다. 정부의 의지와 기술적 뒷받침, 그리고 생산자를 위한 실질적 인센티브가 맞물릴 때, 국민은 비로소 ‘우리 바다 수산물은 정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과제는 남은 임기동안 이 연쇄를 작동시킬 제도적 기틀을 다지는 데 있다. 59주년을 맞은 한국수산신문의 이번 특집호가 그 변화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해당 글은 5월 4일 한국수산신문 창간 59년 특집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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