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기사]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③ 네바다 리노(Reno, Nevada)
2022 The U.S.-Korea Young Climate Activists Exchange Program in the United States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
후원 – 주한미국대사관
주관 – Northern Nevada International Center(NNIC)
Desert Research Institute(DRI)
환경재단(Korea Green Foundation)
프로그램 소개
2021년 5월 미국에서 진행됐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기술, 경제적 협력을 아우르는 국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인적 네트워크 교류를 강화하며 두 국가 간 공동의 목표를 함께 강화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국대사관이 후원하고 Northern Nevada International Center(NNIC, 네바다국제기관), Desert Research Institute(DRI, 사막연구소)가 주관하여 한국과 미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이 양국의 전문가들과 만나 각자의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시너지를 내기 위한 교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YCAEP)>은 한국과 미국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양국의 정부, 단체, 전문가 등을 직접 만나며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교류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2022년 8월 13일부터 25일까지, 한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은 미국의 워싱턴 D.C., 콜로라도 볼더, 네바다 리노를 방문하여 정부 및 다양한 단체의 기후·환경 분야 전문가를 만나 견문을 넓히고 미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Day 8. 사막의 도시, 리노(Reno)
11박 12일 여정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도시는 미국 서부 네바다 주의 리노(Reno)이다. 네바다에는 캘리포니아에 걸쳐 고산지대에 펼쳐져 있는,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호수인 레이크 타호(Lake Tahoe)가 위치해있다.
리노에서의 첫 째날은 리노 에이시즈(Reno Aces)라는 리노의 베이스볼 팀 경기를 보고 네바다, 리노 대학(University of Nevada, Reno)을 투어한 후 근사한 저녁 식사를 대접받았다.
Day 9. 네바다(Nevada)의 기후 정책 및 연구, 시민 단체 탐방
리노에서의 둘째날, 나머지 일정을 함께 할 미국의 YCAEP 참가자들과 함께 DRI에 방문했다. DRI(Desert Research Institute, 사막연구소)는 환경 및 기후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는 비영리 연구 기관이다. DRI는 가뭄, 장마 등과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을 모델링하여 예측하고 수치화하여 정책 입안자들이 기후 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협력하기도 한다. 우리와 함께 모든 일정에 동행하신 DRI의 손영권 박사님이 연구소 곳곳을 돌아다니며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DRI의 연구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손영권 박사님
먼저, EcoCELL Facility라는 연구동에서는 185m³에 달하는 공간에서 온도, 습도, 강우량, 온실가스, 빛 등의 환경을 조절하고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따른 식물의 생장 등을 연구한다. 우리가 방문한 실험실에도 헴프(hemp)라는 식물을 조절 가능한 여러 환경 조건 속에서 관찰되고 있었다.
DRI에서는 미세 플라스틱과 관련한 연구도 진행하는데, 특히 네바다 지역의 눈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추출하여 연구한다.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세플라스틱은 섬유 조각에서 그리고 눈의 표면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건조한 퇴적물들에 의해 주로 운반된다. 실험실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샘플을 직접 보여주셨다.

미세플라스틱 샘플 관찰 중
이어서 그린란드의 빙하를 보관하는 연구실에 직접 들어가보고, 빙하를 연구하는 연구원인 Dr.Nathan Chellman의 강의까지 들었다. 그린란드의 빙하를 연구하면 어느 시기에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했는지, 그 역사를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처럼 1800년대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급격하게 오염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시간 변화에 따른 북극 빙하의 오염 추이
DRI의 연구 내용에 대해 살펴본 뒤 Dr. Kent Hoekman 교수님의 ‘한국과 미국의 에너지 및 온실가스 관리 정책’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한국의 2020년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2002년 대비 50% 증가하였으며 전체의 약 50%가 산업 부문이었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01년 이후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약 1,500Mtoe에서 큰 변화가 없으며 약 40%가 수송 부문이었다. 직접 미국에서 경험해보니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사용량이 훨씬 컸으며, 대륙이 크다 보니 대부분 차량이나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온실가스 배출 추이도 비슷했는데, 한국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여 2018년 기준 600Mtoe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대부분의 배출원은 전력 부문이었다. 미국의 경우 2017년 기준 4,500Mtoe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2005년에 비해 17%가 감소한 양이었다. 2021년 기준, 42%의 온실가스가 수송 부문으로부터 배출되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의 경우, 2018년 기준 한국은 전체 전력의 4%, 미국은 17%가 재생에너지에서 충당되었다. 두 국가 모두 바이오에너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태양광, 풍력 발전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했다.
점심 식사 후 Environmental Journalism(환경 저널리즘)에 대한 Dr. Ran Duan 교수님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Dr. Ran Duan 교수님은 네바다 리노 대학에서 Environmental Communication을 가르치시는 분이다. 환경 저널리즘이나 환경 커뮤니케이션은 낯선 분야인지라, 더욱 흥미로웠던 주제다. 교수님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미지의 구체성과 추상성에 따라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이미지가 구체적일수록, 이를테면 일반인이 아닌 특정 정치인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거나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 이미지가 전달하는 내용이 명확할수록 기후 변화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줄어들고 실제로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는 강해진다. 그리고 시각적 문해력(visual literacy), 즉 이미지를 보고 의미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낮을수록 시각적인 조작(visual manipulation)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추상적인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시각적 문해력이 높은 사람에게, 구체적인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시각적 문해력이 낮은 사람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어떤 시각적 이미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우리가 시민 대상 캠페인이나 기자회견을 할 때에도 깊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기자회견을 할 때 어떤 퍼포먼스와 사진이 더 강력한 임팩트를 줄 것인지 매일 고민하고, 어떠한 이미지가 담긴 영상이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에 대해서도 늘 치열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환경 저널리즘은 낯선 분야가 아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고민을 학문적으로 풀어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상성과 구체성 사이에서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쉽게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Ran Duan 교수님의 강의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DRI에서의 마지막 강의는 네바다 주의 에너지 부서(Nevada Governor’s Office of Energy) 담당자인 David Bobzien이 진행했다. 네바다 주는 2019년 파리 협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U.S. Climate Alliance에 가입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 목표를 설정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청정 에너지와 교통수단으로의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현재 약 7GW를 웃도는 설비 용량이 설치되어 있으며 2025년까지 25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 Renewable Energy Tax Abatements(RETA)라는 재생에너지 세제 혜택 제도를 통해 네바다 주에 100억 달러 이상의 수익과 11,5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네바다 주는 1년 내내 풍족한 일조량 덕분에 태양광과 지열 발전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
미국의 전력 시장 구조는 우리나라와 매우 다른데, 주(州) 간 전력거래와 송전이 가능하며 민영 전기 사업자가 대부분의 전력 공급을 담당한다. 네바다 주의 경우 NEVP라는 전력 회사가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데, 네바다는 미국 서부의 전력 그리드와 전력 시장에서 핵심적인 지역이다. 이렇게 전력 시장이 민영화 되어 있고, 넓은 지형 탓에 미국은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와 환경 조건이 매우 다른 만큼 전력 시스템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Nevada Governor’s Office of Energy의 강의
DRI에서의 강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향한 곳은 네바다 지역의 시에라 클럽(Sierra Club Toiyabe Chapter) 이었다. 시에라 클럽은 미국의 풀뿌리 환경 단체로, 미국과 캐나다에 지부를 갖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Sierra Club Toiyabe Chapter는 네바다 지역의 환경운동을 이끌어가는 곳이었다. 우리가 방문하게 될 타호 호수(Lake Tahoe)를 포함한 지역 생태를 보존하고, 네바다 지역의 RE100을 위한 에너지 전환 및 자원봉사자 교육 및 지역 환경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타호 호수의 수자원법(water law)을 지키는 활동을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이들의 활동은 네바다 지역의 중요한 자원인 수자원의 남용과 오염, 상업화 등을 막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타호 호수의 생태학적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동시에 ‘물’을 하나의 재산이자 보존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드러나는 자연 자원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매우 인상깊었다.

Sierra Club Toiyabe Chapter 미팅
Day 10. 바다 같은 호수, 레이크 타호(Lake Tahoe)
리노에서의 일정 막바지, 타호 호수(Lake Tahoe)로 향했다. 타호 호수는 북미에서 가장 큰 고산 호수이며, 깊이는 501m로 미국에서 2번째로 깊은 호수에 속한다. 우리는 먼저 Tahoe Regional Planning Agency(TRPA)라는 기관에 방문해 타호 호수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TRPA는 타호 호수를 보존 및 복원하며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기관이다. 이후 타호 호수 보존을 위해 활동하는 Keep Tahoe Blue, 시에라 클럽의 Tahoe Group과 함께 타호 호수로 함께 향했다. 호수로 향하는 길 내내 광활한 대지와 아름다운 산지가 우리를 반겼다. 타호 호수와 이를 둘러싼 자연 자원을 지켜내기 위한 수많은 지역 사회의 노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레이크 타호(Lake Tahoe)로 가는 길

레이크 타호(Lake Tahoe)에서, 한미 참가자 함께
타호 호수에서의 자유 시간 후, 우리는 육상 및 수생 생태계 관련 연구와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인 UC Davis Tahoe Environmental Research Center(TERC)로 갔다. TERC의 건물은 2007년에 네바다주 최초로 미국 그린빌딩 위원회(U.S. Green Building Council, USGBC)로부터 녹색건물 인증(LEED)을 받았다. 우리는 이 곳의 건물이 어떻게 녹색건물로 설계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건물 이곳 저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살펴보았다. 건물의 천장은 재활용된 신문과 같은 종이로, 바닥의 타일은 재활용된 플라스틱 병으로 만들어졌으며 빗물의 80%가 화장실에서 쓰인다고 한다. 또, 태양광과 수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15%를 태양광으로부터 충당한다. 열은 배기 가스 발전기에서 회수하여 재활용하고, 폐열을 온수에 활용하는 등 효율적인 냉난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참고 : TERC의 LEED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tahoe.ucdavis.edu/green-building-tour

TERC의 녹색 건물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관계자

Tahoe Environmental Research Center(TERC) 건물
TERC견학을 마치고 이후 샌드 하버(Sand Harbor) 해변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 했다. 타호 호수의 아름다움과 경관에 모두가 흠뻑 빠진 하루였다.
Day 11. No more stolen sisters
모든 일정의 마지막날. 우리가 향한 곳은 Pyramid Lake Paiute Tribe Museum이었다. 네바다에는 27개의 원주민 부족(Native American tribes)이 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피라미드 호수(Pyramid Lake)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Pyramid Lake Paiute 부족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기 위한 시간이었다. 이 부족은 피라미드 호수에 살고 있는 숭어와 같은 어류의 남획 및 상업화로부터 호수를 보호하고, 수렵과 채집을 기반으로 한 원주민 부족 고유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네바다에는 리튬 광산 산업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토지와 주변 환경이 많이 오염된다고 한다.

Pyramid Lake Paiute Tribe Museum 앞 전경

Pyramid Lake Paiute Tribe Museum 내부

Pyramid Lake Paiute Tribe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물과 토지 오염 문제 이외에도 많은 원주민 부족의 여성들이 사라지고 납치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박물관 곳곳에는 ‘No more stolen sisters’, ‘Where’s my sister?’과 같은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었고, 사라진 피해 여성들의 사진도 걸려 있었다.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원주민 부족 사회의 문제를 마주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들의 토지와 그들의 자매들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싸움은 그들 고유의 문화와 언어, 삶의 터전, 나아가 그들의 정체성 자체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Pyramid Lake Paiute Tribe Museum 내부

Pyramid Lake Paiute Tribe Museum 내부
우리의 마지막 일정은 파타고니아(Patagonia) 방문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파타고니아는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로,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지지한다. 우리는 파타고니아의 Campaign&Advocacy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Meghan Wolf를 만나 그 동안 파타고니아가 지역 사회의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지역의 댐 건설 사업, 석유 및 가스 추출 사업을 막고 지역의 환경 보존을 위한 활동에 함께 해왔다고 한다.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역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파타고니아에서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파타고니아 매장 내부

파타고니아 매장 내부. ‘우리는 지역 풀뿌리 운동을 지지해야 한다’는 문구가 써 있다.
리노에서의 일정을 끝으로 11박 12일 간의 짧고도 긴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일정을 통해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정부,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지역의 환경 문제와 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들으며 경험해볼 수 있었다.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폭우, 홍수, 가뭄, 산불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이미 시작되었고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협력하고 대응해야 할 때이다.
[활동기사]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③ 네바다 리노(Reno, Nevada)
2022 The U.S.-Korea Young Climate Activists Exchange Program in the United States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
후원 – 주한미국대사관
주관 – Northern Nevada International Center(NNIC)
Desert Research Institute(DRI)
환경재단(Korea Green Foundation)
프로그램 소개
2021년 5월 미국에서 진행됐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기술, 경제적 협력을 아우르는 국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인적 네트워크 교류를 강화하며 두 국가 간 공동의 목표를 함께 강화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국대사관이 후원하고 Northern Nevada International Center(NNIC, 네바다국제기관), Desert Research Institute(DRI, 사막연구소)가 주관하여 한국과 미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이 양국의 전문가들과 만나 각자의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시너지를 내기 위한 교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YCAEP)>은 한국과 미국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양국의 정부, 단체, 전문가 등을 직접 만나며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교류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2022년 8월 13일부터 25일까지, 한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은 미국의 워싱턴 D.C., 콜로라도 볼더, 네바다 리노를 방문하여 정부 및 다양한 단체의 기후·환경 분야 전문가를 만나 견문을 넓히고 미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Day 8. 사막의 도시, 리노(Reno)
11박 12일 여정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도시는 미국 서부 네바다 주의 리노(Reno)이다. 네바다에는 캘리포니아에 걸쳐 고산지대에 펼쳐져 있는,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호수인 레이크 타호(Lake Tahoe)가 위치해있다.
리노에서의 첫 째날은 리노 에이시즈(Reno Aces)라는 리노의 베이스볼 팀 경기를 보고 네바다, 리노 대학(University of Nevada, Reno)을 투어한 후 근사한 저녁 식사를 대접받았다.
Day 9. 네바다(Nevada)의 기후 정책 및 연구, 시민 단체 탐방
리노에서의 둘째날, 나머지 일정을 함께 할 미국의 YCAEP 참가자들과 함께 DRI에 방문했다. DRI(Desert Research Institute, 사막연구소)는 환경 및 기후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는 비영리 연구 기관이다. DRI는 가뭄, 장마 등과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을 모델링하여 예측하고 수치화하여 정책 입안자들이 기후 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협력하기도 한다. 우리와 함께 모든 일정에 동행하신 DRI의 손영권 박사님이 연구소 곳곳을 돌아다니며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DRI의 연구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손영권 박사님
먼저, EcoCELL Facility라는 연구동에서는 185m³에 달하는 공간에서 온도, 습도, 강우량, 온실가스, 빛 등의 환경을 조절하고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따른 식물의 생장 등을 연구한다. 우리가 방문한 실험실에도 헴프(hemp)라는 식물을 조절 가능한 여러 환경 조건 속에서 관찰되고 있었다.
DRI에서는 미세 플라스틱과 관련한 연구도 진행하는데, 특히 네바다 지역의 눈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추출하여 연구한다.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세플라스틱은 섬유 조각에서 그리고 눈의 표면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건조한 퇴적물들에 의해 주로 운반된다. 실험실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샘플을 직접 보여주셨다.
미세플라스틱 샘플 관찰 중
이어서 그린란드의 빙하를 보관하는 연구실에 직접 들어가보고, 빙하를 연구하는 연구원인 Dr.Nathan Chellman의 강의까지 들었다. 그린란드의 빙하를 연구하면 어느 시기에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했는지, 그 역사를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처럼 1800년대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급격하게 오염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시간 변화에 따른 북극 빙하의 오염 추이
DRI의 연구 내용에 대해 살펴본 뒤 Dr. Kent Hoekman 교수님의 ‘한국과 미국의 에너지 및 온실가스 관리 정책’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한국의 2020년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2002년 대비 50% 증가하였으며 전체의 약 50%가 산업 부문이었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01년 이후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약 1,500Mtoe에서 큰 변화가 없으며 약 40%가 수송 부문이었다. 직접 미국에서 경험해보니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사용량이 훨씬 컸으며, 대륙이 크다 보니 대부분 차량이나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온실가스 배출 추이도 비슷했는데, 한국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여 2018년 기준 600Mtoe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대부분의 배출원은 전력 부문이었다. 미국의 경우 2017년 기준 4,500Mtoe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2005년에 비해 17%가 감소한 양이었다. 2021년 기준, 42%의 온실가스가 수송 부문으로부터 배출되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의 경우, 2018년 기준 한국은 전체 전력의 4%, 미국은 17%가 재생에너지에서 충당되었다. 두 국가 모두 바이오에너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태양광, 풍력 발전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했다.
점심 식사 후 Environmental Journalism(환경 저널리즘)에 대한 Dr. Ran Duan 교수님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Dr. Ran Duan 교수님은 네바다 리노 대학에서 Environmental Communication을 가르치시는 분이다. 환경 저널리즘이나 환경 커뮤니케이션은 낯선 분야인지라, 더욱 흥미로웠던 주제다. 교수님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미지의 구체성과 추상성에 따라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이미지가 구체적일수록, 이를테면 일반인이 아닌 특정 정치인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거나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 이미지가 전달하는 내용이 명확할수록 기후 변화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줄어들고 실제로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는 강해진다. 그리고 시각적 문해력(visual literacy), 즉 이미지를 보고 의미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낮을수록 시각적인 조작(visual manipulation)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추상적인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시각적 문해력이 높은 사람에게, 구체적인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시각적 문해력이 낮은 사람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어떤 시각적 이미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우리가 시민 대상 캠페인이나 기자회견을 할 때에도 깊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기자회견을 할 때 어떤 퍼포먼스와 사진이 더 강력한 임팩트를 줄 것인지 매일 고민하고, 어떠한 이미지가 담긴 영상이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에 대해서도 늘 치열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환경 저널리즘은 낯선 분야가 아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고민을 학문적으로 풀어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상성과 구체성 사이에서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쉽게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Ran Duan 교수님의 강의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DRI에서의 마지막 강의는 네바다 주의 에너지 부서(Nevada Governor’s Office of Energy) 담당자인 David Bobzien이 진행했다. 네바다 주는 2019년 파리 협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U.S. Climate Alliance에 가입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 목표를 설정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청정 에너지와 교통수단으로의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현재 약 7GW를 웃도는 설비 용량이 설치되어 있으며 2025년까지 25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 Renewable Energy Tax Abatements(RETA)라는 재생에너지 세제 혜택 제도를 통해 네바다 주에 100억 달러 이상의 수익과 11,5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네바다 주는 1년 내내 풍족한 일조량 덕분에 태양광과 지열 발전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
미국의 전력 시장 구조는 우리나라와 매우 다른데, 주(州) 간 전력거래와 송전이 가능하며 민영 전기 사업자가 대부분의 전력 공급을 담당한다. 네바다 주의 경우 NEVP라는 전력 회사가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데, 네바다는 미국 서부의 전력 그리드와 전력 시장에서 핵심적인 지역이다. 이렇게 전력 시장이 민영화 되어 있고, 넓은 지형 탓에 미국은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와 환경 조건이 매우 다른 만큼 전력 시스템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Nevada Governor’s Office of Energy의 강의
DRI에서의 강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향한 곳은 네바다 지역의 시에라 클럽(Sierra Club Toiyabe Chapter) 이었다. 시에라 클럽은 미국의 풀뿌리 환경 단체로, 미국과 캐나다에 지부를 갖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Sierra Club Toiyabe Chapter는 네바다 지역의 환경운동을 이끌어가는 곳이었다. 우리가 방문하게 될 타호 호수(Lake Tahoe)를 포함한 지역 생태를 보존하고, 네바다 지역의 RE100을 위한 에너지 전환 및 자원봉사자 교육 및 지역 환경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타호 호수의 수자원법(water law)을 지키는 활동을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이들의 활동은 네바다 지역의 중요한 자원인 수자원의 남용과 오염, 상업화 등을 막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타호 호수의 생태학적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동시에 ‘물’을 하나의 재산이자 보존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드러나는 자연 자원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매우 인상깊었다.
Sierra Club Toiyabe Chapter 미팅
Day 10. 바다 같은 호수, 레이크 타호(Lake Tahoe)
리노에서의 일정 막바지, 타호 호수(Lake Tahoe)로 향했다. 타호 호수는 북미에서 가장 큰 고산 호수이며, 깊이는 501m로 미국에서 2번째로 깊은 호수에 속한다. 우리는 먼저 Tahoe Regional Planning Agency(TRPA)라는 기관에 방문해 타호 호수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TRPA는 타호 호수를 보존 및 복원하며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기관이다. 이후 타호 호수 보존을 위해 활동하는 Keep Tahoe Blue, 시에라 클럽의 Tahoe Group과 함께 타호 호수로 함께 향했다. 호수로 향하는 길 내내 광활한 대지와 아름다운 산지가 우리를 반겼다. 타호 호수와 이를 둘러싼 자연 자원을 지켜내기 위한 수많은 지역 사회의 노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레이크 타호(Lake Tahoe)로 가는 길
레이크 타호(Lake Tahoe)에서, 한미 참가자 함께
타호 호수에서의 자유 시간 후, 우리는 육상 및 수생 생태계 관련 연구와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인 UC Davis Tahoe Environmental Research Center(TERC)로 갔다. TERC의 건물은 2007년에 네바다주 최초로 미국 그린빌딩 위원회(U.S. Green Building Council, USGBC)로부터 녹색건물 인증(LEED)을 받았다. 우리는 이 곳의 건물이 어떻게 녹색건물로 설계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건물 이곳 저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살펴보았다. 건물의 천장은 재활용된 신문과 같은 종이로, 바닥의 타일은 재활용된 플라스틱 병으로 만들어졌으며 빗물의 80%가 화장실에서 쓰인다고 한다. 또, 태양광과 수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15%를 태양광으로부터 충당한다. 열은 배기 가스 발전기에서 회수하여 재활용하고, 폐열을 온수에 활용하는 등 효율적인 냉난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참고 : TERC의 LEED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tahoe.ucdavis.edu/green-building-tour
TERC의 녹색 건물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관계자
Tahoe Environmental Research Center(TERC) 건물
TERC견학을 마치고 이후 샌드 하버(Sand Harbor) 해변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 했다. 타호 호수의 아름다움과 경관에 모두가 흠뻑 빠진 하루였다.
Day 11. No more stolen sisters
모든 일정의 마지막날. 우리가 향한 곳은 Pyramid Lake Paiute Tribe Museum이었다. 네바다에는 27개의 원주민 부족(Native American tribes)이 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피라미드 호수(Pyramid Lake)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Pyramid Lake Paiute 부족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기 위한 시간이었다. 이 부족은 피라미드 호수에 살고 있는 숭어와 같은 어류의 남획 및 상업화로부터 호수를 보호하고, 수렵과 채집을 기반으로 한 원주민 부족 고유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네바다에는 리튬 광산 산업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토지와 주변 환경이 많이 오염된다고 한다.
Pyramid Lake Paiute Tribe Museum 앞 전경
Pyramid Lake Paiute Tribe Museum 내부
Pyramid Lake Paiute Tribe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물과 토지 오염 문제 이외에도 많은 원주민 부족의 여성들이 사라지고 납치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박물관 곳곳에는 ‘No more stolen sisters’, ‘Where’s my sister?’과 같은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었고, 사라진 피해 여성들의 사진도 걸려 있었다.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원주민 부족 사회의 문제를 마주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들의 토지와 그들의 자매들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싸움은 그들 고유의 문화와 언어, 삶의 터전, 나아가 그들의 정체성 자체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Pyramid Lake Paiute Tribe Museum 내부
Pyramid Lake Paiute Tribe Museum 내부
우리의 마지막 일정은 파타고니아(Patagonia) 방문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파타고니아는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로,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지지한다. 우리는 파타고니아의 Campaign&Advocacy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Meghan Wolf를 만나 그 동안 파타고니아가 지역 사회의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지역의 댐 건설 사업, 석유 및 가스 추출 사업을 막고 지역의 환경 보존을 위한 활동에 함께 해왔다고 한다.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역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파타고니아에서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파타고니아 매장 내부
파타고니아 매장 내부. ‘우리는 지역 풀뿌리 운동을 지지해야 한다’는 문구가 써 있다.
리노에서의 일정을 끝으로 11박 12일 간의 짧고도 긴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일정을 통해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정부,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지역의 환경 문제와 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들으며 경험해볼 수 있었다.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폭우, 홍수, 가뭄, 산불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이미 시작되었고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협력하고 대응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