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기사]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① 워싱턴 D.C.
2022 The U.S.-Korea Young Climate Activists Exchange Program in the United States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
후원 – 주한미국대사관
주관 – Northern Nevada International Center(NNIC)
Desert Research Institute(DRI)
환경재단(Korea Green Foundation)
프로그램 소개
2021년 5월 미국에서 진행됐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기술, 경제적 협력을 아우르는 국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인적 네트워크 교류를 강화하며 두 국가 간 공동의 목표를 함께 강화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국대사관이 후원하고 Northern Nevada International Center(NNIC, 네바다국제기관), Desert Research Institute(DRI, 사막연구소)가 주관하여 한국과 미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이 양국의 전문가들과 만나 각자의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시너지를 내기 위한 교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YCAEP)>은 한국과 미국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양국의 정부, 단체, 전문가 등을 직접 만나며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교류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2022년 8월 13일부터 25일까지, 한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은 미국의 워싱턴 D.C., 콜로라도 볼더, 네바다 리노를 방문하여 정부 및 다양한 단체의 기후·환경 분야 전문가를 만나 견문을 넓히고 미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11박 12일 여정의 첫 번째 도시는 바로 미국의 도시이자 입법부와 행정부가 위치한 워싱턴 D.C. 다.
Day 1. 차별과 전쟁의 역사를 돌아보다
워싱턴 일정의 첫 번째 순서는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관이었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가려 했으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를 맘껏 즐기기 위해 걸어서 이동하였다. 가는 내내 워싱턴 기념탑(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기리기 위한 기념탑)이 전경에 펼쳐졌다.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나치 독일 정권이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했던 사건이었던 홀로코스트 사건을 시간과 사건 순으로 정리하여 전시해놓은 박물관이다. 당시의 자료들이 생생하게 남아있어 당시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시 유대인 차별과 학살의 근거가 되었던 우생학적 이론, 유대인들의 팔과 가슴에 새겨진 타투, 버려진 수많은 신발, 학대의 현장 사진과 영상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한 편에는 미국과 같이 독일의 나치즘과 유대인 학살에 반대했던 국가들의 메시지가 전시되어 있었다. 무차별하게 이루어졌던 차별과 학살이 얼마나 잔인하게 벌어졌는지 생생하게 다가왔다.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신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팔에 새겨진 신원 확인용 문신
국립 흑인 역사 박물관은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개관한 곳이다. 버락 오바마는 “흑인 역사는 미국의 역사”라고 말하며, 이 박물관의 설립에 많은 기여를 했다. 박물관에는 노예제로부터 시작된 흑인 차별과 이에 대한 저항, 투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흑인의 관점에서 미국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와 링컨 기념관으로 이동했다. 기념비에는 한국전에서 발생했던 사망자, 희생자, 실종자 등의 숫자가 적혀있었다. 미국에서 한국 전쟁의 흔적과 역사를 되짚어 보니, 전쟁의 의미가 한층 더 무겁게 다가왔다.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홀로코스트 기념관에는 ‘이곳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차별과 전쟁의 역사를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차별의 문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관
Day 2. 미국 정부와 시민의 역할
워싱턴 D.C. 에서의 두 번째 날, 미국 국무부(U.S. Department of State, DOS)에 방문했다. DOS는 미국의 외무부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외교부와 같은 곳이다. 이 곳에서 미국의 기후변화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담당자를 만나 그들의 업무와 정책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 DOE)의 아시아 지부 국장인 Dr. Kenneth R. Vincent와 미팅을 진행했다. 그는 이전에 미국 에너지부에서 화석연료 연구, 가스 수출, 석유 비축 등 화석연료를 담당하는 부서의 수석보좌관을 역임한 화석연료 관련 담당자였다. 현재 그는 DOE가 CCUS(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에 매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CCUS가 탄소 중립 달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과 토지가 중요한데 미국은 이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CCUS의 기술개발 단계이므로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향후 이러한 기술의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의 경우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지질학적 요건을 갖춘 토지를 찾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세 도입을 통해 ‘탄소 저장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보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10월 확정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CCUS를 통해 연 7,000만 톤 가량의 온실가스를 흡수 및 제거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 개발과 상용화의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DOE의 담당자도 지적했듯 탄소 저장소가 마치 쓰레기매립지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이 과연 정의로운 감축 수단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다음으로 DOS에서 기후변화정책을 담당하는 Emily Seen과의 미팅이 진행되었다. 미국은 지난 COP26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강화된 만큼 더 많은 예산을 기후변화 정책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의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 측면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거나 피해 보상금을 지불하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의 적응을 돕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얼마전 한국에서 발생했던 기록적인 폭우가 생각났다. 이 폭우로 인해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그 중에서도 저소득층은 이러한 재난에 더욱 취약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재난에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재난 대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 교육, 입법, 젠더, 지역 문화 등 다양한 층위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하는 USAID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후변화의 당사자는 우리 모두인 만큼,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포괄해야 한다는 점에 매우 공감이 되었다.

미국 에너지부 아시아지부 국장 Dr. Kenneth R. Vincent 미팅

미국 국무부
DOS에서 다음 장소인 Climate Citizen’s Lobby(CCL)로 이동했다. CCL은 정부에 기후와 관련된 정책과 입법을 로비하는 단체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로비’가 합법이다. CCL은 자발적인 봉사자, 즉 Volunteer를 중심으로 입법 로비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탄소 가격제(price on carbon) 합법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과 자연기반해법 등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CCL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뉴스레터와 같은 미디어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로비 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직접 의원실과 만나거나 전화 로비 활동을 하며, 법안 제정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CCL은 초당파성(non-partisan)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수주의자가 선호하는 내용을 추가하고 보수 유권자를 관리 및 조직하는 업무도 진행한다.
로비 문화 자체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활동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입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민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고, 우리나라의 상황과 제도에 맞게 시민들의 입법 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Climate Citizen’s Lobby 미팅
마지막 일정으로 Zero Hour D.C.라는 청소년 기후 단체와 화상 미팅을 진행했다. Zero Hour D.C. 4명의 청소년이 설립한 단체이며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와 같은 정책을 제안한다. 이들은 정기적인 의원 미팅, 소셜 미디어 및 전화 캠페인, 거리 행진, 기후 파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대부분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활동가들의 번아웃(burn-out)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번아웃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국 참여자들도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미국은 환경 교육이 의무가 아니며 기후 변화가 매우 정치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각 주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환경 교육의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학생들의 정치 활동을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과도한 입시 경쟁, 기후 변화 이슈의 정치화 등의 문제 때문에 학교에서의 환경교육이 제대로 이루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한 고민이 다방면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Day 3. 미국 의회의 구성과 역할
워싱턴에서의 셋째 날,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미국 의회(Congress)로 향했다. 오늘은 미국 네바다주의 상원의원(Senator)과 하원의원(Congressman)을 만나 미국 입법 시스템의 구조와 각 의원이 기후·환경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미국 네바다주의 민주당 하원의원인 Dina Titus와 공화당 하원의원인 Mark Amodei의 입법 활동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의원실을 연달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각 당의 기본적인 견해와 중심적인 가치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침 오늘 미국에서 인플레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이 통과되었는데, 민주당은 이 법안에 전원 찬성, 공화당은 전원 반대 표결을 했다. 인플레 감축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약 3천 690억 달러를 투자하고, 법인세나 증세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세제 감면과 같은 인센티브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공화당은 이윤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 Mark Amodei의 입법 보좌관은 ‘IRA에 반대하며, 양당의 지지를 모두 받을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공화당 하원의원인 Mark Amodei의 입법 보좌관은 네바다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열, 태양광, 풍력, 그리고 원자력이 청정 에너지라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원자력 에너지가 친환경적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적이라고 말했다. 또, 네바다주의 유카 산맥(Yucca Mountain)에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부지를 건설하려고 했지만 현재 주민들과 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부지 선정의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원의원과의 미팅이 끝난 후 미국 연방의사당(U.S. Capitol) 내부를 관람하였다. 내부에는 미국의 상징적인 대통령, 의원 등의 동상과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천장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신격화하는 ‘Apotheosis of Washington’이라는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드높게 솟은 돔과 어우러진 이 그림이 매우 아름다웠다.

Dina Titus 의원실 미팅

Mark Amodei 의원실

미국 국회의사당

미 연방의사당 내부, Apotheosis of Washington
다음으로는 네바다 주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Jacky Rosen의 의원실을 방문하여 레이크 타호 서밋(Lake Tahoe Summit)을 함께 시청하고 의원의 기후·환경분야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이크 타호는 네바다주에 위치한 가장 큰 호수로, 레이크 타호 서밋은 이 타호 호수의 환경적 가치를 보존하고 관련된 환경 문제에 대해 다루는 서밋을 의미한다. 이 서밋을 주최한 Jacky Rosen 의원이 타호 호수를 보존하는 데 힘쓴 지역 원주민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타호 호수의 보존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내용의 인삿말을 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상원의원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네바다는 태양광, 지열에너지와 같은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네바다에는 원주민이 소유한 땅들이 많은데, 이러한 토지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설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존중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장되는 건지 궁금해졌는데, 우리가 세 번째로 방문하게 될 네바다에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The Asia Institute(아시아인스티튜트)의 Daniel Garrett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 참가자들이 각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그가 이에 대해 코멘트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루어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를 온전히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의원실을 방문하며 조금은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지며, 기분 좋게 하루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활동기사]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① 워싱턴 D.C.
2022 The U.S.-Korea Young Climate Activists Exchange Program in the United States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
후원 – 주한미국대사관
주관 – Northern Nevada International Center(NNIC)
Desert Research Institute(DRI)
환경재단(Korea Green Foundation)
프로그램 소개
2021년 5월 미국에서 진행됐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기술, 경제적 협력을 아우르는 국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인적 네트워크 교류를 강화하며 두 국가 간 공동의 목표를 함께 강화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국대사관이 후원하고 Northern Nevada International Center(NNIC, 네바다국제기관), Desert Research Institute(DRI, 사막연구소)가 주관하여 한국과 미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이 양국의 전문가들과 만나 각자의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시너지를 내기 위한 교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2022 한미 청년 기후 활동가 교류 프로그램(YCAEP)>은 한국과 미국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양국의 정부, 단체, 전문가 등을 직접 만나며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교류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2022년 8월 13일부터 25일까지, 한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은 미국의 워싱턴 D.C., 콜로라도 볼더, 네바다 리노를 방문하여 정부 및 다양한 단체의 기후·환경 분야 전문가를 만나 견문을 넓히고 미국의 청년 기후 활동가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11박 12일 여정의 첫 번째 도시는 바로 미국의 도시이자 입법부와 행정부가 위치한 워싱턴 D.C. 다.
Day 1. 차별과 전쟁의 역사를 돌아보다
워싱턴 일정의 첫 번째 순서는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관이었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가려 했으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를 맘껏 즐기기 위해 걸어서 이동하였다. 가는 내내 워싱턴 기념탑(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기리기 위한 기념탑)이 전경에 펼쳐졌다.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나치 독일 정권이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했던 사건이었던 홀로코스트 사건을 시간과 사건 순으로 정리하여 전시해놓은 박물관이다. 당시의 자료들이 생생하게 남아있어 당시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시 유대인 차별과 학살의 근거가 되었던 우생학적 이론, 유대인들의 팔과 가슴에 새겨진 타투, 버려진 수많은 신발, 학대의 현장 사진과 영상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한 편에는 미국과 같이 독일의 나치즘과 유대인 학살에 반대했던 국가들의 메시지가 전시되어 있었다. 무차별하게 이루어졌던 차별과 학살이 얼마나 잔인하게 벌어졌는지 생생하게 다가왔다.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신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팔에 새겨진 신원 확인용 문신
국립 흑인 역사 박물관은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개관한 곳이다. 버락 오바마는 “흑인 역사는 미국의 역사”라고 말하며, 이 박물관의 설립에 많은 기여를 했다. 박물관에는 노예제로부터 시작된 흑인 차별과 이에 대한 저항, 투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흑인의 관점에서 미국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와 링컨 기념관으로 이동했다. 기념비에는 한국전에서 발생했던 사망자, 희생자, 실종자 등의 숫자가 적혀있었다. 미국에서 한국 전쟁의 흔적과 역사를 되짚어 보니, 전쟁의 의미가 한층 더 무겁게 다가왔다.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홀로코스트 기념관에는 ‘이곳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차별과 전쟁의 역사를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차별의 문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관
Day 2. 미국 정부와 시민의 역할
워싱턴 D.C. 에서의 두 번째 날, 미국 국무부(U.S. Department of State, DOS)에 방문했다. DOS는 미국의 외무부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외교부와 같은 곳이다. 이 곳에서 미국의 기후변화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담당자를 만나 그들의 업무와 정책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 DOE)의 아시아 지부 국장인 Dr. Kenneth R. Vincent와 미팅을 진행했다. 그는 이전에 미국 에너지부에서 화석연료 연구, 가스 수출, 석유 비축 등 화석연료를 담당하는 부서의 수석보좌관을 역임한 화석연료 관련 담당자였다. 현재 그는 DOE가 CCUS(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에 매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CCUS가 탄소 중립 달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과 토지가 중요한데 미국은 이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CCUS의 기술개발 단계이므로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향후 이러한 기술의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의 경우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지질학적 요건을 갖춘 토지를 찾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세 도입을 통해 ‘탄소 저장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보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10월 확정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CCUS를 통해 연 7,000만 톤 가량의 온실가스를 흡수 및 제거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 개발과 상용화의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DOE의 담당자도 지적했듯 탄소 저장소가 마치 쓰레기매립지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이 과연 정의로운 감축 수단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다음으로 DOS에서 기후변화정책을 담당하는 Emily Seen과의 미팅이 진행되었다. 미국은 지난 COP26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강화된 만큼 더 많은 예산을 기후변화 정책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의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 측면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거나 피해 보상금을 지불하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의 적응을 돕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얼마전 한국에서 발생했던 기록적인 폭우가 생각났다. 이 폭우로 인해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그 중에서도 저소득층은 이러한 재난에 더욱 취약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재난에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재난 대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 교육, 입법, 젠더, 지역 문화 등 다양한 층위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하는 USAID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후변화의 당사자는 우리 모두인 만큼,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포괄해야 한다는 점에 매우 공감이 되었다.
미국 에너지부 아시아지부 국장 Dr. Kenneth R. Vincent 미팅
미국 국무부
DOS에서 다음 장소인 Climate Citizen’s Lobby(CCL)로 이동했다. CCL은 정부에 기후와 관련된 정책과 입법을 로비하는 단체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로비’가 합법이다. CCL은 자발적인 봉사자, 즉 Volunteer를 중심으로 입법 로비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탄소 가격제(price on carbon) 합법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과 자연기반해법 등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CCL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뉴스레터와 같은 미디어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로비 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직접 의원실과 만나거나 전화 로비 활동을 하며, 법안 제정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CCL은 초당파성(non-partisan)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수주의자가 선호하는 내용을 추가하고 보수 유권자를 관리 및 조직하는 업무도 진행한다.
로비 문화 자체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활동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입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민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고, 우리나라의 상황과 제도에 맞게 시민들의 입법 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Climate Citizen’s Lobby 미팅
마지막 일정으로 Zero Hour D.C.라는 청소년 기후 단체와 화상 미팅을 진행했다. Zero Hour D.C. 4명의 청소년이 설립한 단체이며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와 같은 정책을 제안한다. 이들은 정기적인 의원 미팅, 소셜 미디어 및 전화 캠페인, 거리 행진, 기후 파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대부분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활동가들의 번아웃(burn-out)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번아웃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국 참여자들도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미국은 환경 교육이 의무가 아니며 기후 변화가 매우 정치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각 주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환경 교육의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학생들의 정치 활동을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과도한 입시 경쟁, 기후 변화 이슈의 정치화 등의 문제 때문에 학교에서의 환경교육이 제대로 이루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한 고민이 다방면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Day 3. 미국 의회의 구성과 역할
워싱턴에서의 셋째 날,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미국 의회(Congress)로 향했다. 오늘은 미국 네바다주의 상원의원(Senator)과 하원의원(Congressman)을 만나 미국 입법 시스템의 구조와 각 의원이 기후·환경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미국 네바다주의 민주당 하원의원인 Dina Titus와 공화당 하원의원인 Mark Amodei의 입법 활동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의원실을 연달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각 당의 기본적인 견해와 중심적인 가치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침 오늘 미국에서 인플레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이 통과되었는데, 민주당은 이 법안에 전원 찬성, 공화당은 전원 반대 표결을 했다. 인플레 감축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약 3천 690억 달러를 투자하고, 법인세나 증세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세제 감면과 같은 인센티브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공화당은 이윤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 Mark Amodei의 입법 보좌관은 ‘IRA에 반대하며, 양당의 지지를 모두 받을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공화당 하원의원인 Mark Amodei의 입법 보좌관은 네바다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열, 태양광, 풍력, 그리고 원자력이 청정 에너지라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원자력 에너지가 친환경적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적이라고 말했다. 또, 네바다주의 유카 산맥(Yucca Mountain)에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부지를 건설하려고 했지만 현재 주민들과 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부지 선정의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원의원과의 미팅이 끝난 후 미국 연방의사당(U.S. Capitol) 내부를 관람하였다. 내부에는 미국의 상징적인 대통령, 의원 등의 동상과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천장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신격화하는 ‘Apotheosis of Washington’이라는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드높게 솟은 돔과 어우러진 이 그림이 매우 아름다웠다.
Dina Titus 의원실 미팅
Mark Amodei 의원실
미국 국회의사당
미 연방의사당 내부, Apotheosis of Washington
다음으로는 네바다 주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Jacky Rosen의 의원실을 방문하여 레이크 타호 서밋(Lake Tahoe Summit)을 함께 시청하고 의원의 기후·환경분야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이크 타호는 네바다주에 위치한 가장 큰 호수로, 레이크 타호 서밋은 이 타호 호수의 환경적 가치를 보존하고 관련된 환경 문제에 대해 다루는 서밋을 의미한다. 이 서밋을 주최한 Jacky Rosen 의원이 타호 호수를 보존하는 데 힘쓴 지역 원주민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타호 호수의 보존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내용의 인삿말을 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상원의원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네바다는 태양광, 지열에너지와 같은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네바다에는 원주민이 소유한 땅들이 많은데, 이러한 토지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설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존중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장되는 건지 궁금해졌는데, 우리가 세 번째로 방문하게 될 네바다에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The Asia Institute(아시아인스티튜트)의 Daniel Garrett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 참가자들이 각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그가 이에 대해 코멘트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루어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를 온전히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의원실을 방문하며 조금은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지며, 기분 좋게 하루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