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여름, 연루』 현장 후기 - 공항이 아니라, 생명과 평화의 습지에서 만나! (윤은성 시인)

손 영 시민행동팀 활동가
2025-08-25
조회수 328

공항이 아니라, 생명과 평화의 습지에서 만나!
화성습지 탐방 후기


윤은성



 

 

1.

지난 2025년 4월 25일, 화성 고온항에 여덟 명의 시인과 네 명의 활동가가 모였다. 환경운동연합과 함께하는 기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화성습지를 탐방하기 위해서였다. 기후 재난이 빈번히 발생하고, 생태계가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지금이다. 임계점을 넘어버렸다는 감각이 내겐 있다. 무력감도 때로 크게 일지만, 그보다는 혼란스럽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생각보다 꽤 평온한 사회다. 자주 화도 나고, 기이한 두려움이 든다.

서로를 더듬어 찾듯 이 프로젝트에 연결되었다. 직접적인 문제해결은 아닐지라도, 현장을 답사하고, 마주한 이 어려움을 시로 풀어가 보기로 했다. 시인 동료들, 그리고 활동가분들과 함께 이번 기후시 프로젝트에 관해 논의하고 답사지를 정했다. 저마다의 감각은 다를지라도 상황의 심각함 앞에서 무엇이라도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공명하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꼈다. 무엇이라도 해보는 것. 물론 미약하겠으나, 예술(시)과 결합한 활동을 통해 기후에 관한 감각을 나눌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것. 그것이 내가 이해한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였다.

환경운동연합의 권우현·손영 활동가, 그리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시를 쓰는 권누리·마윤지·박은지·윤은성·윤지양·정재율·한연희·희음 시인이 모였다. 우리는 생각을 나누고 걸음을 떼었다. 사안에 관해 생각이 무르익지 않은 채 움직이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워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현장에 가서 본다는 것, 일상과는 단절되어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기후 및 생태와의 접촉을 생생하게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공유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파악하고 싶다는 것. 말로만, 글로만, 책상에서만 이 상황에 관해 서술하지는 않겠다는 것. 다 나누지는 않았지만 복잡한 심정을 뚫고 함께하기로 한 마음들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국내 여러 현장을 떠올리고 탐방할 곳을 모색하던 중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걸 느꼈다. 에너지 현안, 신공항 건설 현안, 하천 개발 사업 현안 등, 국내 주요 기후생태 투쟁 현장을 떠올렸고, 여건상 충분히 방문하지 못한단 것에 아쉬워했다. 투쟁 중인 현장들의 목록을 함께 검토하자니, 지켜야 할 곳에 관해 잘 몰랐다는 것에, 싸워야만 지킬 수 있는 곳이 이토록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다. 지금도 싸우고 있는 활동가분들의 고군분투를 알게 될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 힘도 얻는다.

 


2.

첫 번째 걸음으로 우리는 화성습지로 향했다. 고온항에서 화성환경운동연합 엄희정 활동가님, 그리고 정한철 위원장님(화성습지 세계유산등재추진 시민서포터즈 집행위원장)을 뵈었다. 사전에 안내받은 대로, 바닷가는 바람이 많이 불어 제법 쌀쌀했다. 우리는 둥그렇게 모여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기존에 서로에 관해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마치 생태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서도, 국내에 어떤 갯벌들이 있는지, 한국의 갯벌을 중간기착지로 삼는 나그네새들에는 어떤 종이 있고 각각 먹이활동은 어떻게 하는지 거의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쌀쌀하지만 부드러운 바닷바람을 느끼고 새 소리를 들으며, 정한철 위원장님의 인도에 따라 깊이 호흡도 하면서 농섬으로 향했다. 생태적인 장면을 빠르게 목격하고 싶었던, 얼마쯤 들떴던 마음이 어쩐지 부끄러웠다. 나는 충분히 그날의 공기를 들이마셔 보자고 생각하며 매향리 갯벌을 향해 걸음을 뗐다. 정한철 위원장님은 화성습지에 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주신 후, 스코프로 물떼새들을 포착해 우리에게 공들여 보여주셨다. 물이 빠지고 드러난 바닷길이 농섬까지 이어져 있었다. 마치 꼭 걸어봐야 할 길이라는 듯 말이다. 걸으며 뻘 표면에 보이는 구멍1)이나 새들의 작은 발자국에 관해, 눈에 보이는 멀고도 가까운 도요물떼새들에 관해 설명해 주시는 위원장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생명과 존재에 대한 애정이 깊이 느껴졌다. 그게 두고두고 인상 깊다. 나는 비인간을 향해 얼마나 순수하게 애정을 갖고 있었나 돌아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공들여 낯선 이들을 환대하는 활동가분들의 일사불란하고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따뜻했다. 새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걸었다.


 


3.

신공항 건설 후보지는 철새 도래지가 겹치곤 한다.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인 새들을 비롯해 매년 2만 명(命) 이상의 도요물떼새가 찾는 화성습지 또한 그렇다. 화성습지는 매향리 갯벌, 화성호 습지(방조제 건설로 인해 내륙 쪽에 형성된 습지), 화옹지구 간척지 일대까지 총 세 영역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과거 남양만이라고도 불렸던 지금의 화성습지는 1991년 간척이 시작되어 파괴되었고 생태계가 교란되었다. 하지만 이후 그곳만의 변형된 환경 내에 생명이 깃들면서 지금의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이른바 재자연화가 스스로 이루어진 것이다. 습지가 풍성하게 품어 안은 소중한 생태계를, 해마다 수만의 철새가 찾고 새로운 생명이 깃드는 이곳을 다시 잃을 수는 없다. 화성습지에 공항이 들어서면 안 되는 중요한 이유다.2)

생각해보면 간척사업의 착공이 시작된 건 그리 멀지 않은 과거다. 인간의 파괴적인 개발 활동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너무 큰 위력을 발휘했구나 싶다. 안타깝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생명이 새로 깃들고 국제적인 철새 이동 경로의 중요한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일에 관해 말씀하신 정한철 위원장님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희망이란 게 있다면 바로 이처럼 폐허가 된 곳에도 생명이 깃드는 것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정한철 위원장님은 보물을 보여주듯 소중하게 습지와 그곳의 비인간 존재들을 소개해 주셨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인데. 생각할수록 정말 신비로운 일이다. 그걸 알게 됐다는 게 얼떨떨하다. 이 비밀은 모두에게 공유해야 할 비밀 아닐까?

화성습지를 그대로 두면 좋겠다. 시민들은 오히려 화성습지를 지키자고 호소한다. 지자체에서는 그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화성습지를 대한다.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세 곳 중 한 곳인 화성습지. 또 “수원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이기도 한 화성습지. 평화를 위협하는 군공항이 건설되기에 적합한 곳은 이 세상에 없다. 더구나 화성 매향리는, 추정키로 1951년부터 2005년까지 미공군의 훈련장으로 사용된 쿠니폭격(훈련)장이 있던 곳이다. 이러한 화성습지로 군공항을 이전한다는 건 부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투기의 굉음과 폭격 피해의 가능성에 주민들이 노출되어 온 곳이 바로 매향리다. 씁쓸했다.

생명과 평화라는 화두가 만나는 상징적인 곳, 매향(梅香)리.

이름처럼 매화 향기로만 기억되는 곳이면 좋을 텐데.

 


4.

화성습지는 국제 철새들의 이동 경로 상의 중요도로 인해 EAAFP3)로부터 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한국의 갯벌(서천·고창·신안·순천-보성 갯벌)이 등재되었는데, 이것은 조건부 등재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에서는 2026년까지 인천과 화성 갯벌을 포함해 9곳의 갯벌을 등재하도록 권고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갯벌을 보전하고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자체는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인 새들이 점차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그 안타까운 사실의 저간에는 개발이라는 허탈할 정도로 너무 뻔하고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개발. 건설. 지겹도록 일어나는 일이다. 충분히 원형 그대로 지킬 수 있는 갯벌을 파괴하고 얻는 것이 고작 적자가 예상되는 신공항이라니. 도요물떼새를 비롯해 숱한 뭇생명의 삶터를 멋대로 휘젓고서, 생명 안전을 위협하는 공항을 짓겠다니. 준설과 매립 과정에서 파생되는 파괴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



경제 논리를 다 떠나, 해마다 늘 찾아오던 갯벌이 이전과 같지 않을 때 당황해할 새들을 떠올리면 막막해진다. 새들. 우리는 정한철 위원장님과 엄희정 활동가님의 인도를 따라, 도요물떼새들의 이름을 외웠고 몸짓을 살폈다. 일상에서 보기 어려우나 화성습지에서는 매년 쉽게 지척에서 만날 수 있는 새들이었다. 내가 지금 놀라운 걸 보고 있구나. 평범하고 놀라운 광경이. 그걸 실감했고, 돌아와 후기를 쓰는 지금도 다시 새들을 보러 갯벌로 달려가고 싶다.

지금 상태 그대로 두면 된다. 그대로 두는 게 희망이고 재자연화다. 영화 <수라>에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단장님이, 그대로 두면 된다고 말씀하실 때의 아름다운 수라 갯벌의 장면들이 떠올랐고 화성습지 곳곳을 다니는 동안 내 시야에 겹쳐졌다. 서해안 갯벌 님들. 습지 님들. 지켜드리고 싶어요. 이런 말 우습지만, 갯벌 님들 너무 멋져요. 버텨주시고 꼭 같이 살아요.

 


5.

한편 매향리 갯벌에는 다른 갯벌에서 종종 봤던 ‘라눙’이 설치돼 있었다. 라눙은 갯벌에 설치하는 울타리처럼 생긴 기다란 구조물을 일컫는다. 라눙은 유속을 감속하는 효과가 있고, 만조 때 새들이 쉬는 공간으로 이용하기도 하는 구조물로, 본래는 와덴해에서 사용된 자연친화적인 구조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매향리 갯벌에서 발견된 라눙은 달가운 구조물이 아니다. 새들의 쉼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계속해서 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온 활동가 분들의 눈에는 그것이 새들에게 이로운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기아가 후원하고 해양환경공단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매향리 갯벌에 일부러 라눙을 설치해 염습지를 만들어 ‘블루카본’효과를 발생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새들이 오히려 쉬지 못하는, 의아하고 불편한 장면이 그곳에서 포착된 것이다.

블루카본이란 갯벌이나 맹그로브 숲 등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흡수된 탄소를 의미한다. 블루카본은 천연 탄소 배출구라고도 일컬어지는데, 기후위기 시대인 지금에 와서 그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탄소를 저장해두는 갯벌 고유의 기능을 활용해 블루카본 효과에 기여하도록 하는 프로젝트가 굳이 매향리에서 시행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말 블루카본 효과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목적을 향해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 걸까? 저간의 맥락을 다 알기는 어렵지만, 이 사업이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중지해야 마땅하다.

활동가 분들에 따르면 새들은 갯벌 위를 뱅뱅 돌면서 공간 탐색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했다. 라눙이 바꿔버린 그곳의 지형이 새들에겐 위협이 됐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쉽지 않은 먹이활동을 완료하고 나면 먼 길을 다시 떠나야 할 새들이었다. 또한 이 사업은 길게 보았을 때, 염습지를 점차 육지화하여 결국 갯벌을 매립할 여지를 줄 만한 사업인 건 아닌지 확신하기 어렵다. 매향리 갯벌에서 기아-블루카본협력사업을 모니터링하며 무엇이 중요한지 살펴 빠르게 대응해주고 계신 활동가 분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6.

앞서 언급했지만, 매향리 농섬 일대는 쿠니폭격(훈련)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국전쟁기부터 2003년까지 54년동안 미공군이 폭격 훈련을 하던 곳이다.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주민들이 있었단 걸 알게 됐다. 군용기의 굉음으로 주민들이 받아온 고통에 관하여 들었다. 발칸포 사격. 포탄 투하. 육상 타깃과 해상 타깃. 그에 시달린 주민들. 전쟁도 끝났는데 계속해서 미군의 훈련지로 거침없이 사용되었다는 것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성도 생각하게 했다. 국제사회의 힘의 불균형을 떠올리며 약자의 감수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에 관해 생각했다. 그냥 살아가고 있었을 뿐인데 누군가는 죽음에 노출된 채 일상을 살아야 한다. 폭력을 가하는 입장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두려움이 지배했을 일상을 상상하면 끔찍하다. 비약적일 수 있지만, 비인간 생명들이 시시각각 개발 예정지에서 죽임의 위협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것과 겹쳐져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포탄을 모아둔 더미들이 있었다. 녹슨 포탄을 들어봤다. 무척 무거웠다. 직접적인 살상 수단이자 기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포탄을 보니 착잡했다. 화약 그리고 지구에서 채굴한 물질로 만들어낸, 존재를 파괴하는 위력적인 무기, 그리고 그 잔해들. 생태적인 답사를 왔다가 이 큰 폐허를 보게될 줄 몰랐다. 화성의 매향리는 생태적인 의미에 더하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까지 잔존해 있는 제국주의적 폭력의 의미망이 겹쳐있는 곳임이 동시에 파악되는 곳이었다.

한편 매향리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이 앞서 다녀간 흔적들도 많았다. 쌓여있는 포탄들 주위엔 시 작품과 방문자들의 편지들이 아카이빙 되어 있었다. 내가 느껴도 되는 감정인진 모르겠다. 하지만 슬쩍 위로감을 느꼈다. 고통받은 존재의 편에 서는 이들이 앞서 있었구나 싶어서였다. 생태 현안에만 집중된 마음이었는데, 고약하리만치 매향리는 쓰라린 역사적 아픔을 드러내는 곳이자 생명의 의미가 뭘지 묻는 곳이었다. 내가 거기서 발견한 건 결국 폭력이었을까. 폭력에 관한 질문이었을까.

생태와 생명, 폭력의 의미망에 관한 무겁고 어지러운 숙제와 함께, 바다와 갯벌 그리고 습지의 풍경을 마음에 담고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카페에 둘러앉았다. 우리는 소감을 나누었다. 그때 내가 무슨 소감을 나누었는지 모르겠다. 소감이야 늘 나누고 나서는 후회하게 되기 마련이다. 다만 나는 정말 몰랐다. 몰랐음을 다시 고백한다. 생태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구체적으로 아는 건 많지 않았음을 말이다. 알락꼬리마도요, 흑꼬리도요, 저어새, 청다리도요, 검은머리물떼새의 이름들도, 화성호가 재자연화되었다는 것도. 또 정말 몰랐다. 매향리에 쌓인 포탄 더미의 존재도, 끔직한 폭력의 역사도, 주민들의 고통도. 역사 속 상흔에 반응하면서 평화를 다시 또 다시 노래하고 폭력 앞에서의 고통을 매만진 시들이 이미 있어 왔다는 것도. 그리고 기후생태위기 앞에서, 개발 논리 앞에서,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이 계속 깊은 호흡을 권하며 물새들을 관찰해 왔다는 것도.

 


7.

우리가 방문한 4월 말의,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봄을 관통하던 계절의 환함을 다시 떠올린다. 수풀이 우거진 화성호와 그곳에서 먹이활동 중이거나 쉬고 있던 새들을 떠올린다. 스코프에 드디어 상이 잡혔다면서, 선 채로 쉬고 있던 저어새 무리를 보고 환호한 동료 시인들을 떠올린다. 정한철 위원장님께서 선물해주신 검은머리물떼새 뱃지를 만지작거려본다.

이후, 나의 시 작업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새들을 시에 보여주기만 해도 좋을 텐데. 이 후기를 쓰는 동안 생각이 다시 많아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뚱딴지 같지만, 기후생태위기 앞에서 반응하는 시에 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화성습지를 기억하면서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목격한 폭력과 생명이라는 희망을, 동료들과 연결된 이 일을 되새기는 나는, 시를 쓰고 연대 활동을 하는 나는. 뭐 살아온 대로 계속 고민하고 행동하며 살아야겠지. 좀 심심한 결론이지만 난 이런 마음을 품은 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후기 끝에 얻는다. 폭력과 생명을 함께 사유하자고. 생명의 귀함을 아는 이들과 계속 경이로운 심정을 나누는 것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살고 싶다고 말이다.

화성습지를 비롯해 새만금과 가덕도, 제주, 흑산도 등 신공항 건설 예정 후보지의 건설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면 나는 시를 천 편 만 편 쓸 태세로 지낼 수 있다. 그게 실제로 힘을 발휘하는 건지는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텍스트 활동이나마, 그것도 촘촘하게 동료들과 서로 연결된 채로 나눌 수 있단 것에 고마운 마음이다. 기도이고 싸움인 텍스트에다가 조금은 멋대로 큰 목소리도 내 볼 거다. 비행기 말고 시가 적힌 종이를 날리는 건 어떠냐고. 파괴가 아닌 평화로운 공존의 갯벌에서 만나자고. 시시각각 서로 다른 종들이 섞이는 하늘이 펼쳐진, 저녁의 습지에서 만나자고.




1) 그날 본 건 아마도 칠게의 서식지였던 것 같다. 갯벌 표면의 구멍들 속에는 게 외에도 조개나 갯지렁이들이 산다고 한다.

2) 이 글을 쓰고 있는 2025년 8월 7일 현재, 정한철 위원장님께 문의 결과 ‘화성습지’만이 아닌 논습지와 초지 등도 공항 건설을 위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항 건설을 위해서라면 비인간존재도 인간 주민도 고려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

3) EAAFP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전반의 이동성 물새와 서식지 보존을 위해 2006년 11월 설립된 국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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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양, 정재율, 희음, 한연희 

마윤지, 권누리, 박은지, 윤은성


기후위기 앞에서
서로를 '살리는 언어'로 눌러쓴
『여름,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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