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명서·보도자료[탈핵 기획 기고⑧] 12년 만에 천막을 접은 사람들, 그 자리에 순례단이 도착했다

최경숙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9-10
조회수 298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 탈핵 순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핵발전소 추가 말라!> 8화 고리 순례 

나아리에서 왜관까지 96.1km, 지키려는 마음을 품고 걷다


고리 순례단은 9월 5일 경주역을 떠나 닷새 동안 96.1km를 걸어 칠곡 왜관성당에 닿았다. 경주 서면과 영천 금호, 하양, 대구 용계, 대구시청과 칠곡군청을 차례로 지났다.

앞선 나흘이 핵발전소 울타리를 따라 걷는 길이었다면, 이 닷새는 바다를 등지고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전기를 만드는 곳에서 전기를 쓰는 곳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발전소는 뒤로 멀어졌지만 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말은 앞으로 갈수록 커졌다.

저녁마다 순례단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그날의 기록과 목소리를 전해 들었다. 이 글에 담긴 것은 내 발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걸음이다.

천막을 접는 날, 걸어온 사람들이 도착했다

 

닷새의 첫날, 순례단은 경주 양남면 나아리로 향했다. 이날 오후 3시 월성핵발전소 이주대책위원회의 천막농성 12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12년 12일간의 농성. 2014년 8월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요구는 처음부터 하나였다. 월성핵발전소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12년이 지나도록 정부도 한국수력원자력도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나아리에는 서울과 부산, 울산, 밀양, 광주 등 전국에서 연대자들이 모였다. 고리에서 걸어온 순례단도 그 자리에 도착했다. 주민들은 천막농성과 월요상여시위를 마무리하는 대신 이주대책 법제화와 월성핵발전소 수명연장 저지, 영덕 신규 핵발전소 반대로 싸움을 넓히겠다고 했다.

"오늘은 끝이 아니라 2부의 시작이다. 시작했으니 끝을 볼 것이다."

12년은 요구가 길었던 시간이 아니다. 국가가 답하지 않은 시간이다.

우리가 탈핵 순례를 시작한 이유도 나아리에 있었다. 지키려는 마음은 이길 것 같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차마 두고 갈 수 없어서 생긴다. 나아리 주민들이 지키려 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었다. 가족이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집, 아이들이 방사능을 걱정하지 않고 뛰어놀 수 있는 마을이었다.

국가가 핵발전소를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왜 주민은 떠날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는가. 그 자리에는 정부가 12년 동안 비켜간 질문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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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핵발전소에서 출발한 순례단이 대구를 향해 걷고 있다.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새벽에 무너진 산, 앞으로 당겨진 전력수요

지난 8월 거제에서는 한 달 가까운 가뭄 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경남 거제 옥포동의 한 아파트 뒤편 산이 새벽에 무너져 잠들어 있던 저층 세대를 덮쳤고, 한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가까운 지역에서도 비의 양은 극단적으로 달랐다. 기후재난은 이제 한 도시 전체가 아니라 한 마을을 좁고 거칠게 겨냥한다.

며칠 뒤 네팔과 티베트 접경에서는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며 거대한 홍수와 토석류가 발생했다. 마을과 도로, 발전시설이 휩쓸리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초기 위성자료 분석에서는 사고 전 강수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이 확인됐다. 정확한 붕괴 원인은 더 밝혀져야 하지만 뜨거워지는 고산지대가 새로운 재난의 조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네팔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히말라야의 얼음을 녹인 탄소 대부분은 그곳 사람들이 배출한 것이 아니다. 가장 적게 배출한 사람들이 먼저 삶터를 잃는다. 배출한 사람과 피해를 보는 사람이 다르다. 그것이 기후위기의 본질이다.

반면 한국은 세계 인구의 0.67%를 차지하면서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 17위, 화석연료 공적금융 지원 세계 2위인 나라다.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은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감축의 시간표는 뒤로 미루면서 전력수요 전망은 앞당겨 부풀리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단지 등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반영해 2040년 최대전력을 기준 시나리오 158.4GW, 상향 시나리오 165GW로 제시했다.

기준 시나리오의 연간 전력소비량은 기존 전망보다 189.7TWh 늘었다. 이는 2024년 서울시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4년 치 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무엇이 실제 확정된 수요이고 무엇이 가수요인지, 사업 간 중복은 없는지조차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

9월 8일 대구시청 앞에서 순례단과 대구지역 시민사회는 영덕·기장 신규 원전 부지선정을 철회하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핵발전소를 추가하는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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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SMR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 중 하나다. 순례단은 대구 시청 앞에서 핵발전소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늘어난 수요를 채울 방법으로 이번에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등장했다. 제11차 전기본은 2023년 27.5%였던 가스발전 비중을 2038년 11.1%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이유로 가스발전을 다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는 가스발전소 3기가 계획돼 있다. 액화천연가스도 화석연료다. 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채굴·액화·운송 과정에서는 메탄이 샌다. 석탄의 자리를 가스로 바꾸고, 불어난 전력수요를 핵발전으로 떠받치는 것은 전환이 아니다. 기업이 요구한 전력을 확정수요로 만들고, 이를 공급한다며 핵발전소와 가스발전소를 늘리고, 송전탑과 사고 위험은 다시 지역에 넘기는 일이다.

회의 하나에 원자로 넷

전력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전망은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까지 당연한 선택처럼 만든다. 핵발전을 멈추면 전기가 부족하고 산업이 흔들릴 것이라는 공포가 안전성에 대한 판단을 흐린다. 그러나 오래된 핵발전소일수록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전력 생산이 아니라 안전이다.

핵발전 안전에 대해 독립적으로 판단하라고 만든 규제 기관이 원자력안전위원회다. 그러나 9월 11일 원안위 회의에는 같은 웨스팅하우스 900형 원전인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및 운영변경허가안이 함께 올라간다. 원자로 네 기를 한 안건으로 심의하는 것이다.

원안위는 사고관리계획서를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노심손상(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사고)과 방사성물질 방출에 대해 미리 계획해서 사고 영향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노형이라도 수십 년간 각 원자로가 겪은 노후화 과정과 부지조건, 주변 인구와 방재능력은 같지 않다. 이를 한데 묶어 심의한다면 원자로별 안전성을 얼마나 충실히 검증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노후원전 계속운전 심사에서 불허나 반려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규제 기준은 주민 안전에 중점을 두고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원안위는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보완을 반복한 뒤 결국 허가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심사가 길다고 엄격한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보완해 끝내 허가로 데려가는 절차라면 안전규제가 아니라 사업지원에 가깝다. 더욱이 원자로 한 기의 사고만 봐서는 안 된다. 다수호기가 밀집한 고리와 한빛에서는 지진과 극한호우, 대규모 정전처럼 여러 원자로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재난을 평가해야 한다. 사고가 났을 때 주민들이 실제로 대피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정부가 어떤 전력 정책을 추진하든 원안위의 판단 기준은 오직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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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월성이주대책위 주민들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지키려는 마음을 품고 다시 걷는다

닷새의 길에 남은 것을 다시 세어본다. 12년 만에 접힌 나아리의 천막과 "2부의 시작"이라는 말. 새벽에 무너진 산과 가장 적게 배출하고도 삶터를 잃은 사람들. 앞당겨진 전력 수요와 그 수요를 채우기 위해 늘어날 핵발전과 가스발전. 그리고 하나의 회의 안건에 함께 오르는 원자로 넷.

누가 결정하는가. 누가 위험을 견디는가. 끝내 무엇이 남는가.

순례단은 왜관을 떠나 다시 서울을 향한다. 9월 16일 청와대 앞에 닿는다고 곧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아리에서 확인한 것이 있다. 천막은 접을 수 있어도 마음은 접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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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이주대책위 12년 기념행사 후 나아리 주민들에게 투쟁은 계속 된다는 걸 알리고자 이루어진 행진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글쓴이 :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