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명서·보도자료[탈핵 기획 기고⑤] 핵발전소 없는 세종에서 순례를 시작한 이유

최경숙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9-07
조회수 316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 탈핵 순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핵발전소 추가 말라!> 5화 

세종 순례 닷새

세종 순례단 닷새 85.9km, 오송 참사 현장을 지나며


 세종 순례단은 9월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앞을 떠나 닷새 동안 85.9km를 걸었다. 고리, 울진, 영광 다른 세 갈래는 발전소 울타리를 등지고 출발했다. 이 길만 등질 발전소가 없었다.

나는 영광을 걷고 있어 이 길에 서지 못했다. 저녁마다 건네받은 기록과 목소리로 이번 회차를 쓴다.

세종에는 핵발전소가 없다. 석탄화력발전소도 없다. 이 도시는 전기를 만들지 않는다. 쓰기만 한다. 대신 그 전기를 어디서 만들어 어디로 보낼지 결정하는 부처들이 있다. 신규 핵발전소를 몇 기 더 넣을지 계산하는 표가 놓인 곳이 여기다. 순례가 세종에서 출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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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을 출발해 이원역에서 잠시 휴식하며 퍼포먼스 중인 순례단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세종은 착취하면서 동시에 착취당하는 도시다

세종은 착취한다. 이 도시가 켜는 불빛의 대가는 고리와 영광과 울진에서 치러지지만, 전기요금 어디에도 고리 반경 30km에 사는 380만 명의 불안은 값으로 매겨져 있지 않다. 밀양 어르신들의 세월도, 영덕 어민의 바다도 없다. 이것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설계된 외부화다.

동시에 세종은 착취당한다. 이 도시 역시 다른 지역에서 만든 전기가 수도권으로 흘러가는 통로 위에 있다. 발전소 없는 도시가 송전선로의 경유지가 되는 순간, 그 도시는 이익은 갖지 못한 채 부담만 나눠 갖는다. 정부는 전력망 확충에 속도전을 선언했지만, 노선 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은 없다.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30km 안에 살지 않고, 송전탑 아래에서 잠들지 않으며, 사용후핵연료 옆에서 밥을 짓지 않는다. 자신은 그 위험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 위험의 자리를 정하면, 그 자리는 으레 목소리가 작은 곳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지난 6월 부지선정에서 '주민 수용성'은 점수로 매겨졌다. 지역경제가 무너진 곳일수록 그 점수가 올라간다면, 그것은 동의가 아니라 궁핍의 다른 이름이다.

12차 전기본은 2040년 최대전력수요 158.4~165GW라는 숫자 하나를 딛고 서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내놓은 전망에서 넉 달 만에 서울시 4년치 전력이 얹혔지만, 무엇이 달라져 그만큼이 늘었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 숫자가 어떤 가정 위에 세워졌는지, 검증은 누가 했는지, 틀렸을 때 책임은 누가 지는지. 세 물음의 답은 모두 세종 안에 있고, 그 부담은 모두 세종 바깥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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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역 앞에서 집회 중인 순례단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길 위에 납작하게 말라붙은 것들

세종 순례단의 하헌종 활동가는 반핵운동을 만난 일을 운명적인 사건처럼 농담 삼아 말한다. 우연히 나간 모임에서 만난 인연으로 광화문 목요일 행동에 나갔고, 그러다 핵 없는 세상의 가능성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런 그가 걷는 내내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한 소식이 있었다.

"네팔에서 빙하 붕괴로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흘째, 옥천성당에서 대전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도로 위에 개구리가 납작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조금 더 가니 짓밟힌 유혈목이가 있었다. 놀라 발걸음이 비틀렸다. 보도는 환삼덩굴과 아까시 가지가 덮었고, 그 옆을 차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 갓길에서 동료 하나가 떨어진 초록 애벌레를 집어 나뭇가지에 올려놓았다. 그 손을 보며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길 위에는 환대도 숨어 있었다. 순례단에게 교육관과 사택 방을 내주고 대전역까지 함께 걸어준 목사님 부부, 파출소를 쉼터로 내주고 찐빵을 건넨 경찰관들.

모두가 따뜻한 눈으로 순례단을 본 것은 아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기사가 물었다. 뭣 때문에 힘들게 걷느냐고. 그는 늘 하던 대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 철회를 위한 저항이 왜 필요한지 설명했다. 기사의 답은 이랬다. 일단 뽑았으면 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야지, 소수의 사람이나 단체가 정부를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

열이 받아 목소리가 빨라지고 커졌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참여하는 정치라고 했다. 기사는 차분했다. 정치는 정치가가 하는 일이고, 자기는 택시만 몰면 되며, 나라가 시끄러운 것이 싫다고 했다. 화를 내면 설득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화를 누르지 못했다. 정치는 정치가에게 맡기면 된다는 그 믿음이 네팔의 천 명을 만든 것이라고,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그는 나중에 전했다.

도처에 벽이다. 그러나 그 벽을 세운 것이 정말 그 기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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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기후에너지환경청사에서 시작한 순례단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세워져 향후 15년의 발전설비를 정한다. 한번 정해진 원자로는 60년을 돌고, 그것이 남긴 폐기물은 수만 년을 간다. 시민 한 사람의 생애보다 긴 시간을 결정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에게 열린 자리는 확정 직전의 공청회 한 번뿐이다. 수요전망을 어떤 가정으로 세웠는지, 무엇이 확정수요이고 무엇이 가수요인지는 지금도 공개되지 않았다.

알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탓할 수는 없다. 무관심은 시민의 태도가 아니라 오랜 학습의 결과다. 물어본 적 없는 계획 앞에서 정치는 정치가가 하는 일이라는 문장은 자연스럽게 자란다. 밀실에서 만들어진 계획은 반대만 지우는 것이 아니라, 반대할 자격이 있다는 감각까지 지운다.

궁평2지하차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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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묵념 중인 순례단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닷새째 아침, 순례단은 오송 참사 현장에 들러 묵념하고 길을 나섰다.

2023년 7월, 청주에는 사흘 동안 50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15일 오전,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6만 톤에 달하는 물이 2~3분 만에 궁평2지하차도로 들어찼다. 배수펌프는 있었지만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실이 잠겨 무용지물이었다. 그날 열네 사람이 그 지하차도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기후재난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도착하지 않은 것은 그것을 견딜 준비였다.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대책도 아직 오지 않았다. 2040년의 전기를 걱정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는 2023년의 지하차도를 아직 다 설명하지 못했다.

같은 날, 나아리에서는

순례단이 오송을 지나던 그날, 경주 양남면 나아리에서는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가 천막 농성 12년을 맞아 '바라옵건대, 이주' 기념행사를 열었다. 2014년 8월 홍보관 인근에 50㎡ 천막을 세운 뒤 12년이다. 원전에서 1km 남짓 거리에 살지만 원자력안전법상 제한구역인 914m 밖이라는 이유로 이주 지원을 받지 못했다. 나는 영광을 떠나 그 마당에 갔다.

황분희 주민대책위 부위원장의 표정이 밝았다.

"가슴이 너무 벅차요. 힘든 일, 어려운 일 많았지만 여러분이 계셨기에 잘 해냈어요. 12년이 끝나서 안타깝다고 할 수도 있는데, 아니에요. 다시 시작이에요. 이제부터 제가 필요한 그 어디라도 갈 거예요. 거기서 12년 동안 우리가 겪은 일을 이야기할 거예요."

그는 몇 년 전 나아리를 찾아온 영덕 사람들에게 했던 말도 들려줬다. 이곳을 보라고, 핵발전소가 들어설 때만 해도 잘살게 될 줄 알았지만 지금은 죽은 땅이 되었다고, 영덕에는 절대 허용하지 말라고.

대책위는 천막과 상여시위를 접는다. 그러나 싸움을 접는 것은 아니다. 부르는 곳이 있으면 전국 어디로든 간다. 자리가 좁아진 것이 아니라 넓어졌다. 그 자리는 멀리 있지도 않다. 월성 2호기는 오는 11월 설계수명 30년을 채운다.

행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마을 어귀를 함께 걸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같이 걷고 싶다는 주민들의 뜻이었다. 풍물 소리가 온 동네에 들리도록, 그들은 다음 싸움이 시작된다고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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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이주대책위 12년 바라옵건대 이주 - 나아리 주민들은 월성 원전 인근에 산다는 이유로 몸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암에 걸리는 등 건강권과 재산권을 침해 받고 있다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지키려는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걷기 시작한 지 닷새째, 그날 두 곳이 겹쳤다. 하나는 6만 톤의 물이 2~3분 만에 들이닥친 아침이고, 하나는 12년째 답을 듣지 못한 천막이다. 속도가 다를 뿐 구조는 같다. 국가는 위험을 비용으로 환산하고, 환산되지 않는 것은 계산에서 지운다. 제방 관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이름과 914m라는 선 바깥으로 밀려난 이름은 같은 방식으로 지워졌다. 경제와 발전과 성장이라는 이름의 숫자는 그 지우기를 언제나 합리적인 일로 만들어 준다.

지워진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서 기다릴 뿐이다.

순례단은 세종에서 노량진을 거쳐 청와대까지 걷는다. 계획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계획이 결재되는 곳까지, 걸어서 그 거리를 재보려 한다. 그 길 어디에도 핵발전소는 없다. 그것이 이 나라 에너지 정책의 현주소다.


글쓴이: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