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여름, 연루』 현장 후기 - 가덕도와 나아리로부터의 질문 (희음 시인)

손 영 시민행동팀 활동가
2025-09-03
조회수 352
가덕도와 나아리로부터의 질문
: 그곳에 있는, 있을, 있었던 목소리


희음




2025년 6월 6일, 아침잠을 줄여가며 분주히 움직인 이들이 부산에서 만났다. 환경운동연합의 두 활동가와 시인들이었다. 부산의 가장자리에 있는 섬 가덕도에 들기 위해서였다. 가덕도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신공항 국책사업 예정지로 지정된 곳이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의 집행위원으로 활동한 지 2년가량 되었다. 그 덕에, 집이 서울임에도 가덕도에 자주 드나들었다. 여러 번 본 풍경에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가덕도와의 첫 만남만큼은 여전히 잊지 못한다. 무한히 뻗은 바다와 옅게 퍼진 안개, 고요하고 묵직하게 하늘을 가르던 맹금류, 천천히 온몸을 감싸 오던 숲의 기운. 한참 동안 말을 잃었다. 말뿐만 아니라 내 존재 전부를 잃고 휩싸여도 좋겠다 싶을 만큼 그곳은 ‘자연’으로 충만한 곳이었다. 풀이 흐르고 새가 울고 곤충이 춤추고 바다가 노래하고, 오래된 작은 마을이 그 사이를 조심스레 메우고 있는 풍경이었다. 저마다의 숨소리로 이들은 서로를 안고 있구나, 여겨지는 곳이었다. 그런 곳엘 동료들과 함께 가게 되다니, 꿈만 같았다.


동료들 역시 그곳에서 내내 조용했다. 가덕도를 지키는 일에 삶의 대부분을 밀어 넣은 김현욱 활동가의 목소리만 쉼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이곳이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지, 이곳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이곳을 허물고 파괴하는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일러주었다. 우리는 귀 기울였다. 여기에 귀 기울이는 건 가덕도의 숲과 바다와 그곳에 사는 모든 작고 희미하고 울퉁불퉁하고 오래된 존재들에게 귀 기울이는 일이기도 했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덕도신공항 예정지 옆 낙동강 하구의 고요는 새들의 것이었다. 매년 3천 명의 큰고니가 이곳에서 물과 먹이를 먹으며 쉬어간다고 했다. 날개를 다 펼치면 3미터가 넘는 큰고니에게 목숨줄과도 같은 구역이었다. 이곳이 사라지면 이들의 삶도 온전히 유지되기 힘들 것이었다.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는 국제 철새 이동 경로 아래 있기도 했다. 철새들이 이곳의 지형을 보고 길을 찾고, 이곳의 바람에 의지해 다음 길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이곳이 공항으로 바뀌면 새들은 갈 길과 살 길을 잃게 될 게 뻔하다.


이 모든 생태적 요충지에 공항을 짓겠다는 건 새에게도, 새가 아닌 이들에게도 재난을 안기는 일이다. ‘조류충돌’ 위험은 삶과의 충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곳을 지키고 그곳에 기대어 살아가던 존재의 삶을 조각내는 일이다. 또 그 존재들 덕분에 유지되어 온 생태적 균형에 기대어 살아가던 인간의 삶을 조각내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수봉의 숲속으로도 함께 걸어 들어갔다. 초입부터 경사가 많고 길이 거칠고 험했지만 생명의 기운 짙은 숲이 보내는 메시지는 선명했다. 백 년이 넘은 동백나무 군락과 두 사람이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는 나무 밑동, 쏟아질 것처럼 도처에서 반짝이던 반딧불이의 불빛은 ‘있음’과 ‘있었음’에 대한 목소리였다. 그 바깥에 있는 누구도 가늠하지 못할 오래된 ‘과거’와 그들 스스로가 지켜낸 ‘지금’을 들려주는 목소리였다. 그처럼 지속되고 축적된 시간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페이지는, 그곳의 미래 시간의 안내자 혹은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곳에 굴착기와 폭탄과 계산기가, 그들에게 묻지도 않고 몸을 들이밀려 하고 있다. 그렇게 이 숲을 폭파해 공항을 지으려 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폭력이 아닐 수 있을까.




낯선 곳에서 하루를 묵은 뒤 이튿날 경주로 향했다. 경주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나아리 마을, 월성원전이 있는 마을이었다. 이곳에서는 황분희 월성원전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았다. 황분희 부위원장은 이곳에서 수십 년을 살아 온 주민이다. 그는 수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으며 이웃 주민들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담담한 톤이었다. 충격적인 건 그다음의 이야기였다. 갓 태어난 손자의 소변에서 17.5베크렐 수준의, 성인에게서 검출된 양보다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사실. 방사성 물질은 월성원전의 냉각수나 배출수를 통해 인근 지하수에 퍼졌을 가능성이 있는데, 한수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황분희 부위원장이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었던 참담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이처럼 아파하는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농성장의 시간만큼이나 오래되었다. 2014년 8월 25일에 농성장이 차려졌으니 자그마치 11년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투쟁에 함께한 주민들은 농성장을 지키면서 거의 매일같이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상여를 매고 거리를 행진해 왔다. 한수원 소유의 대지에 있었던 농성장은 최근 한수원의 소송으로 인해 철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농성장은 한수원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다시 차려졌다. 



원전의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세워진 나아해변으로 향하는 길, 마을 곳곳에는 “제한구역 알림”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원전에서 반경 914m 떨어진 경계 지점에 의무적으로 세워야 하는 표지판이었다. 그런데도 이 표지판 안쪽에는 버젓이 마을 쉼터가 조성되어 있었고, 나아해변에는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있었으며, 느긋하게 캠핑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이 여러 팀 있었다. 원자력안전법 제89조에 따라 제한구역 914m를 정해두고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한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수원은 이주를 요구하는 주민들에게는 이 조항을 철벽처럼 적용해 이주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914m 바깥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는 이주 지원을 해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원전의 영향으로 그들이 암에 걸리고 그들의 자식과 손주의 몸이 방사성 물질로 병들어간다 해도, 그건 그들 자신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원자력안전법’이라는 이 법의 이름에 법의 의의가 있다. 다름 아닌 ‘안전’을 위해 법이 존재한다는 것. 제한구역 914m 바깥에서도 원전의 영향으로 사람이 ‘병’이라는 위험에 처한다면, 914m라는 경계 지표는 수정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질문하고 싶다. 누군가를 아프거나 죽도록 내버려두는 이 시스템 앞에 사회는 왜 이토록 무감한가. 왜 이 부당하고 불평등한 병듦 앞에 침묵하고 이에 동조하고야 마는가. 왜 문제를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가. 사회는 외따로 있지 않다. 개인의 집합이 사회다. 그렇다면 원전이 생산한 전기를 쓰는 개인과 기업, 원전에서 떨어져 소비하는 삶을 주로 살아가는 대도시 사람 모두가 이 마을에 책임이 있다. 나아리에 사는 누군가가 병들고 아플 때, 병의 요인을 찾아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우리 모두일 것이다.


막힌 해답, 없는 방법 앞에서는 질문을 삼키는 게 가장 현명한 답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그래야만 이 힘든 세상을 견디면서 살아낼 수 있다고. 이따금 끄덕였지만 두 곳의 현장을 다녀온 뒤로는 여기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설령 잘 살아낼 수 없다 해도, 질문하고 싶다. 보고 들은 것들을 되새김질하듯 다시 꺼내어 기억하고 싶다. 있는 목소리들을, 있고 또 있었던 존재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어려움 속에 조금 더 함께 머물러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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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양, 정재율, 희음, 한연희 

마윤지, 권누리, 박은지, 윤은성


기후위기 앞에서
서로를 '살리는 언어'로 눌러쓴
『여름, 연루』


📖 북펀딩 기간 : 8월 14일 (목) ~ 9월 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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