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후기] 심용환이 들려주는 핵발전소 이야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린다 했을 때 ‘설마 진짜 바다에 버리겠어?’하고 생각했습니다. 인류가 ‘더 이상 바다에 오물을 버리지 말자’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약속을 깨고, 생명의 바다에 오염수를 버렸습니다. 8월 24일이면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 지 1년이 됩니다. 일본 정부는 30년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했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기 전까지 얼마나 오래 오염수가 방류될지 모릅니다.
인류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를 겪었고, 그 피해가 오염수 해양 투기로 이어져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인류가 이런 참사를 겪고도 왜 핵발전을 포기하지 못하는지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자 심용환 선생님을 모셔서 핵발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는 강연회를 지난 7월 26일에 열게 되었습니다.
<심용환이 들려주는 핵발전소 이야기> 강연회 ⓒ환경운동연합(2024)
심용환 선생님은 한국 사회의 많은 것들이 근본적으로 고쳐져야 한다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습니다. 강연의 부제는 ‘위험의 현실화와 관성적 권력 사이’였는데 이 부제가 선생님의 주된 고민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도 했지만 결국 터진” 사건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연은 핵의 역사에 대한 것으로 특히 일본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938년 우라늄 핵분열 발견으로 시작된 역사는 처음부터 전쟁과 결부되었습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2차 대전 당시의 ‘맨해튼 프로젝트’였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도래하면서 더 강한 폭탄, 더 멀리 가는 폭탄에 대한 끝임 없는 개발이 이루어졌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그 산물이었습니다. 핵전쟁은 우리와 멀리 있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가 한반도에 핵을 터트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핵은 ‘무기’임과 동시에 ‘발전원’이기도 했습니다. 서방세계는 핵을 앞다투어 발전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핵발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초로 핵발전 사고가 난 영국을 필두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줬던 사고들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회당이 의회의 3분의 1을 차지해왔기 때문에 그래도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일례로 핵 항모가 일본으로 들어올 때 오염수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의 저항도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핵폭탄을 개발한 후 평생 반핵주의자로 살았던 오펜하이머가 있습니다. 60년대 존 고프먼, 아서 탬플린 등이 방사선 방호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러한 저항들이 6~70년대 내내 있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은 조직의 분리였습니다. 1979년 스리마일섬에 멜트다운 사고가 발생한 후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자력위원회에서 분리 독립됩니다. 선생님은 핵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중 하나는 조직을 분리하고 분리된 조직이 다른 조직을 감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력은 항상 부족했습니다. 스리마일 사고가 10년이 되지 않아서 체르노빌 사고(1986)가 발생했고, 그 25년 후 이웃나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사고(2011)가 발생했습니다. 개인, 공동체 그리고 자연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았습니다.
<심용환이 들려주는 핵발전소 이야기> 강연회 ⓒ환경운동연합(2024)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핵발전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한국이 “세계사적 조류와 조응하지 않는 국가”라고 말했습니다. 체르노빌이 있었던 80년대 후반, 한국은 민주화에 집중하면서 당시 반핵의 조류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고질적인 개발·수출만능주의가 핵발전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입으로는 탈원전을 외쳤지만 동시에 원전 수출 정책을 진행했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모순되는 정책에서는 이해 관계자들이 몰려있는 곳이 이긴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서 핵발전에 대한 과학적 문제들, 사회적인 현안들을 넘어서 핵발전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질의응답까지 두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운 강연장의 열기는 아주 뜨거웠습니다. 심용환 선생님의 흥미진진한 말씀에 강연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분노가 터지거나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강연 후엔 끝임 없는 질문 세례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강연회는 초청에 응해주신 심용환 선생님, 환경운동연합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신 시민 여러분 덕분에 성공적으로 열렸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강연후기] 심용환이 들려주는 핵발전소 이야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린다 했을 때 ‘설마 진짜 바다에 버리겠어?’하고 생각했습니다. 인류가 ‘더 이상 바다에 오물을 버리지 말자’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약속을 깨고, 생명의 바다에 오염수를 버렸습니다. 8월 24일이면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 지 1년이 됩니다. 일본 정부는 30년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했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기 전까지 얼마나 오래 오염수가 방류될지 모릅니다.
인류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를 겪었고, 그 피해가 오염수 해양 투기로 이어져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인류가 이런 참사를 겪고도 왜 핵발전을 포기하지 못하는지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자 심용환 선생님을 모셔서 핵발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는 강연회를 지난 7월 26일에 열게 되었습니다.
<심용환이 들려주는 핵발전소 이야기> 강연회 ⓒ환경운동연합(2024)
심용환 선생님은 한국 사회의 많은 것들이 근본적으로 고쳐져야 한다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습니다. 강연의 부제는 ‘위험의 현실화와 관성적 권력 사이’였는데 이 부제가 선생님의 주된 고민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도 했지만 결국 터진” 사건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연은 핵의 역사에 대한 것으로 특히 일본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938년 우라늄 핵분열 발견으로 시작된 역사는 처음부터 전쟁과 결부되었습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2차 대전 당시의 ‘맨해튼 프로젝트’였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도래하면서 더 강한 폭탄, 더 멀리 가는 폭탄에 대한 끝임 없는 개발이 이루어졌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그 산물이었습니다. 핵전쟁은 우리와 멀리 있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가 한반도에 핵을 터트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핵은 ‘무기’임과 동시에 ‘발전원’이기도 했습니다. 서방세계는 핵을 앞다투어 발전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핵발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초로 핵발전 사고가 난 영국을 필두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줬던 사고들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회당이 의회의 3분의 1을 차지해왔기 때문에 그래도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일례로 핵 항모가 일본으로 들어올 때 오염수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의 저항도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핵폭탄을 개발한 후 평생 반핵주의자로 살았던 오펜하이머가 있습니다. 60년대 존 고프먼, 아서 탬플린 등이 방사선 방호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러한 저항들이 6~70년대 내내 있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은 조직의 분리였습니다. 1979년 스리마일섬에 멜트다운 사고가 발생한 후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자력위원회에서 분리 독립됩니다. 선생님은 핵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중 하나는 조직을 분리하고 분리된 조직이 다른 조직을 감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력은 항상 부족했습니다. 스리마일 사고가 10년이 되지 않아서 체르노빌 사고(1986)가 발생했고, 그 25년 후 이웃나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사고(2011)가 발생했습니다. 개인, 공동체 그리고 자연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았습니다.
<심용환이 들려주는 핵발전소 이야기> 강연회 ⓒ환경운동연합(2024)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핵발전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한국이 “세계사적 조류와 조응하지 않는 국가”라고 말했습니다. 체르노빌이 있었던 80년대 후반, 한국은 민주화에 집중하면서 당시 반핵의 조류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고질적인 개발·수출만능주의가 핵발전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입으로는 탈원전을 외쳤지만 동시에 원전 수출 정책을 진행했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모순되는 정책에서는 이해 관계자들이 몰려있는 곳이 이긴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서 핵발전에 대한 과학적 문제들, 사회적인 현안들을 넘어서 핵발전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질의응답까지 두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운 강연장의 열기는 아주 뜨거웠습니다. 심용환 선생님의 흥미진진한 말씀에 강연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분노가 터지거나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강연 후엔 끝임 없는 질문 세례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강연회는 초청에 응해주신 심용환 선생님, 환경운동연합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신 시민 여러분 덕분에 성공적으로 열렸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