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명서·보도자료[탈핵 기획 기고②] 발전소는 남고 사람은 떠나고... 우리는 왜 청와대까지 걷는가

최경숙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9-03
조회수 146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 탈핵 순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핵발전소 추가 말라!>3화 

영광 순례 둘째날

탈핵 순례자들이 만난 전남 영광의 풍경... 파헤쳐진 길, 닫힌 휴게소 



영광핵발전소 앞에서 강완모씨를 만났다. 그는 60플러스 기후행동에서 활동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그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왜 걷기로 마음먹었느냐고. 


그는 먼저 사람들의 생각부터 짚었다.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으니까요. 당장 먹고살아야 하고, 세계적인 경쟁 속에서 속도전으로 먼저 선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그러니 일단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느냐. 아직은 그런 생각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는지를 짚었다.
"박정희식 성장·건설 논리와 무조건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성장 신화를 자꾸 강조하는 것이 지금의 정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를 말하지 않았다.
"탈핵의 정당성이나 그 역사적 배경을 놓고 보면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그는 그 정당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세상이 이렇고 대다수가 저렇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해봤자 뭐가 되겠느냐 하면서 주저앉아 버리면,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운동도 생태·평화 운동도 결국 흐지부지되고 맙니다. 운동 자체가 존립할 수 없게 되는 거죠. 젊은 세대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내다보면서, 이 운동의 미래 정당성을 확보해 놓는 차원에서 이런 목소리가 잘 들리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작 왜 걷느냐는 물음에는 답이 짧았다.
"내 가족만이 아니라 주변 이웃들과 함께 공동체를 지키자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걷는 것이죠. 이런 정성과 갸륵한 몸짓들이 모여서 결국에는 생태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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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플러스 기후행동에서 활동 중인 고창 주민 강완모 순례자가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믿어달라고 할 순 없다"

지키자는 마음을 들은 그날, 같은 지역의 토론회장에서는 다른 종류의 말이 나왔다. 주민들이 부지 내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은 임시로 저장하겠다고 하지만 영구처분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영구화'를 막을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나온 원자력계 인사는 영구화되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논쟁과 책임을 떠넘겨온 그간의 행태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책임질 수 없다면서 노후 핵발전소 수명은 늘리고, 폐기물은 부지 안에 쌓아 두겠다고 한다. 지키려는 마음과 떠넘기려는 셈법은 어디에서 갈라지는 것일까. 사람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 마음을 쓰며 사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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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영광 고준위핵폐기물 부지 내 저장 토론회장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 하는 지역 주민과 활동가들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삼척에서 온 사람과 서울에서 온 사람

9월 2일 오전 8시, 영광군청 앞. 삼척에서 온 하태성씨와 서울에서 간 내가 깃발을 들고 탈핵을 외치며 길을 나섰다. 월야면사무소까지 약 18km가 그날의 순례길이었다. 전날 영광 토론회에 이어 이날부터는 전북 고창에서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설명회와 토론회가 이어질 예정이라, 지역 주민과 단체 활동가들은 순례에 결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둘이었다.

하태성씨는 벌써 세 번째 탈핵 순례에 참여하는 순례 전문가다. 삼척에서 십 년 넘게 석탄화력발전소 반대 운동과 기후위기 대응에 힘써온 활동가이기도 하다. 한국가스공사에서 30년을 근무하고 나니 자신의 직업이 기후위기를 가중하는 범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세상에 책임을 져야겠다 싶어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전기를 가장 많이 쓰면서 발전소도 송전탑도 없는 서울에 사는 나는 그 책임 앞에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안전을 위해 차가 덜 다니는 구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좁은 도로가 온통 공사 중이었다. 차도 안 다니는 뒷길을 뭘 이렇게 파헤치느냐고 투덜거리며 밀재 길을 걸었다. 파헤쳐진 도로는 154kV 송전선로 지중화 공사 현장이었다.

땅을 파고 전선을 묻고 있었다. 하늘을 가르던 송전선이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중화는 비용이 더 든다. 그래서 인구 밀집 지역이나 도심에서나 하는 일이다. 인적 드문 시골 도로에서 굳이 이 공사를 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을 택한 탓에 18km로 예상했던 그날의 순례는 24km쯤으로 늘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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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 밀재길 154kV 송전선로 지중화 공사 현장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반대와 고준위핵폐기물 묻을 곳이 없다는 몸자보를 앞뒤로 붙인 사람들이 탈핵 깃발을 흔들며 걸으니, 작업 중인 노동자들 눈에 퍽 낯설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이에 "영광핵발전소가 오래됐는데 수명을 늘려 가동하겠다고 하고, 거기서 나온 위험한 폐기물도 마음대로 부지 안에 저장하겠다고 하고, 그것도 모자라 새 핵발전소까지 짓겠다고 해서 그걸 막으려고 걷는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은 '어디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다시 물었다. "영광핵발전소에서 출발해 군청을 지났고 청와대까지 걸어서 갈 거"라고 했더니, 다리가 많이 아프겠다는 걱정이 돌아왔다. 그러고는 영광 사람이냐고 물었다. "서울 사람인데 발전소도 없이 전기를 쓰는 게 미안해서 책임지려고 걷는다"고 답했다.

옆에 있던 하태성씨는 자신은 삼척에서 석탄화력발전소로 충분히 책임지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 없다고 농담을 했다. 서울에서 간 나는 영광의 노동자에 이어 삼척 주민 하태성씨에도 죄인이 되어 버렸다.

이해되지 않던 지중화의 이유도 그 자리에서 풀렸다. 현장에서는 그 선로가 광주를 지나 용인으로 전기를 나르는 선로라고 했다. 한쪽에서는 지중화 없이 선로가 깔릴 것이라고도 했다.

주민의 의견을 묻는다며 토론회와 설명회가 열리는 동안, 그 뒤에서는 송전선로가 길 위로 길 아래로 차근차근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를 보러 온 영광 농민회 대표님도 이 옛 도로에는 올 일이 없어 공사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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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순례 둘째 날 영광 군청 앞에서 탈핵을 외치고 순례를 시작하는 활동가들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문은 닫혀 있었다

공사 구간이 이어져 그늘에 앉아 쉴 만한 곳도 없었다. 세 시간 넘게 걷다 보니 준비해 간 물이 떨어지고 다리도 아파져 왔다. 지도에는 언덕 너머에 밀재휴게소가 적혀 있었다. 거기서 얼음물을 마실까 이온음료를 마실까, 그늘에 앉아 좀 쉬었다 가자고 단꿈에 젖어 언덕을 넘었다.

휴게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 너머 어두운 실내, 냉장고 안에 이온음료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것이 그렇게 마시고 싶었던 적이 없다.

순례 첫날 저녁에도 식사할 곳을 찾아 한참을 헤맸다. 저녁 7시인데 지역 음식점들이 벌써 문을 닫은 뒤였다. 그때는 도시와 다른 풍경에 놀라며 지역이 이렇게 조금씩 사라지는 것인가 생각하고 말았다. 닫힌 휴게소 앞에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주민도 모르는 사이에 땅이 파헤쳐져 송전선로가 심기고, 문 닫힌 휴게소만 덩그러니 남고, 사람은 떠나고, 핵발전소만 남게 되는 것인가. 서글퍼졌다.

그래도 영광 순례길에서 만난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적어도 다른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청와대까지 계속 걷는다.



글쓴이: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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