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명서·보도자료[탈핵 기획 기고①] 지키려는 사람들이 걷는다

최경숙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9-02
조회수 264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 탈핵 순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핵발전소 추가 말라!> 


첫째 날 -  9월 1일 고리·영광·울진·세종에서 동시에 뗀 첫걸음 



걷기 시작한 이들에게 물었다. 왜 걷기로 마음먹었느냐고. 나이도 성별도 사는 곳도 달랐지만, 배낭을 멘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답을 했다. 지켜주기 위해서 걷는다고.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 지켜준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그다음 사람을 위해 걷는다고 했다. 내 가족만이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려는 마음이 이들을 길 위에 세웠다.

2026년 9월 1일 오늘, 우리는 네 곳에서 동시에 첫걸음을 뗐다. 부산 고리핵발전소 앞에서, 전남 영광 한빛핵발전소 앞에서, 경북 울진 한울핵발전소 앞에서, 그리고 이 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만들어지는 세종에서. 기자회견장마다 같은 문장이 걸렸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핵발전소를 추가하지 마라."

나는 그중 영광에서 출발하는 길을 걷는다. 지키려는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열엿새를 걷고, 9월 16일 네 갈래의 길은 청와대 앞에서 하나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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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핵발전소 앞에서 걷기 시작한 사람들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재산정한 전력수요 165GW는 전망이라기보다 '발주서'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확정한 11차 전력 계획의 신규 33·34호기와 SMR 1기를 영덕과 기장에 초고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6월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은 단 3개월 만에 후보 부지 선정을 끝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도, 숙의도, 주민 동의도 없었다고 본다.

그러면서 정부는 12차 전력 계획에 신규핵발전소와 SMR을 더 넣을지를 두고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며 9~10월 초안 공개, 12월 확정 일정을 예고했다. 이미 신규핵발전소 추가와 부지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12차 전력 계획은 2040년 최대 전력수요 165GW라는 숫자 위에 서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메가프로젝트'가 두 달 만에 추가 수요 전망을 세 배 넘게 부풀렸지만, 무엇이 확정 수요이고 무엇이 가수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설명 자리에 놓인 것은 기업의 요청뿐이다. 숫자가 뛰는 것은 처음도 아니다. 10차 전력 계획은 2036년 목표 수요를 118GW로 잡았고, 2년 뒤 11차는 2038년 목표 수요를 129.3GW로 올렸다.

이 숫자가 어떻게 발전소가 되는지는 11차가 보여준다. 목표 수요 129.3GW에 설비예비율 22%를 얹어 목표 설비 157.8GW를 세우고, 확정 설비를 빼서 신규로 필요한 10.3GW를 산출했다. 그 안에서 대형핵발전소 2기인 2.8GW가 나왔다. 수요가 커지면 필요 설비가 커지고, 필요 설비가 커지면 원자로 기수가 늘어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8월 20일 12차 전력수요 재산정이라며 발표한 158.4(기준)~165GW(상향)는 전망이라기보다 '발주서'에 가깝다. 전력수요는 예측이 아니라 선택이다.



출발지가 말하는 것

부산 기장 고리핵발전소 반경 30km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안에 부산·울산·경남 시민 330만 명이 산다. 이만한 인구 위에 이만한 규모의 핵발전소가 모인 나라는 없다. 해체를 기다리는 1호기, 설계수명을 넘기고도 재가동한 2호기, 하반기 계속운전 상정이 예고된 3·4호기, 실증도 마치지 않은 i-SMR까지 생애주기가 제각각인 원자로가 한자리에 쌓여 있다.

고리에서 효암천 하나를 건너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이다. 국내 최대 용량 APR-1400인 새울핵발전소 2기가 돌아가고, 그 옆에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신규 원전'이라 했던 신고리 5·6호기(새울 3·4호기)가 상업운전을 앞두고 시험운전 중이다.

울진에서 이어지는 동해안은 더 빽빽하다. 월성 6기, 한울 6기, 신한울 4기까지 경북 동해안에만 16기다. 건설 예정인 영덕 2기를 더하면 18기다. 영덕은 2015년 '영덕핵발전소유치찬반주민투표'를 벌였고, 2021년 천지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한 곳이다. 그 결과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돌릴 수 있다면, 그날 주민들이 손에 쥔 것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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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청 앞 탈핵 순례 기자회견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세종에는 핵발전소도 석탄화력도 없다. 전기를 만들지 않으면서 쓰고, 그 전기를 어디서 만들어 어디로 보낼지 결정하는 부처들만 있다. 도시가 켜는 불빛의 대가는 고리와 영광과 울진에서 치러지지만 전기요금 어디에도 계상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대가는 발전소 울타리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기를 실어 나르는 길을 따라 내륙 마을까지 이어진다. 오직 결정권자만이 온전한 수혜자라는 것, 그것이 한국 에너지 체제의 진실이다.

순례단은 오전 10시 한빛핵발전소 앞에서 출정 기자회견을 열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 영광의 한 호텔 웨딩홀 앞에 다시 섰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에 반대하며, 핵폐기물의 무한한 부담을 핵발전소 지역에 떠넘기지 말라는 자리였다.

지난 2025년 12월 우리는 한빛 1호기 앞에서 영구정지 선포식을 열고 "40년간 계속된 불편한 동거를 끝낸다"고 선언했다. 설계수명이 끝나면 멈춘다, 이것이 처음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같은 달 1·2호기의 10년 계속운전을 신청했다. 한빛 4호기가 격납건물 공극 140여 개로 5년 넘게 멈춰 섰을 때도 들은 말은 "안전에 문제 없다"였다.

사용후핵연료도 눌러앉으려 한다. 습식저장수조 저장률은 이미 85.3%, 2030년이면 포화한다. 그러나 포화가 눈앞이라는 것은 저장시설을 지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이 시스템이 완결될 수 없다는 증거다. 처분장 없는 저장시설은 사실상 영구시설이다. 40년 동안 전기를 만들어 보낸 지역이 그 찌꺼기까지 떠안게 됐다.

그런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영광 한빛원전에 2기를 더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다"고 했다. 호남에는 이미 전국 재생에너지의 60% 가까이가 몰려 있고, 보낼 길이 없어 멈춰 세우는 일이 되풀이된다. 모자란 것은 발전설비가 아니라 그 전기를 흘려보낼 계통이다. 더 지을 자리가 있다는 말이 곧 더 지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 자리 옆에는 사람이 산다.

수명연장, 부지 내 고준위 저장시설, 신규 원전. 세 가지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정부는 "수용성 확보 과정"이라 부르고, 우리는 압박이라고 부른다.

그 과정이 어떤 모습인지는 이날 토론회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건식저장시설 반대와 영광 핵발전소 반대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은 영광군민과 탈핵순례자들이 들어가려 하자, 한수원이 고용한 경호인력이 앞을 막았다. 피켓도 현수막도 아니었다. 반입 금지 물품으로 지정된 것조차 아닌, 집회 때 입던 조끼였다. 벗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기업이 고용한 인력이 시민의 표현을 제지하는 동안 토론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그리고 그 자리는 다시 공론화의 실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이란 이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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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앞에서 신규 핵발전소와 SMR 건설을 반대하며 순례를 시작하는 참가자들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배출한 자와 죽는 자가 다르다는 것

지난 8월 17일 새벽 두 시 이십사 분, 거제의 하늘은 15분 동안 38.6mm를 쏟았다. 두 시간 뒤 옥포동의 뒷산이 무너졌다. 잠들어 있던 저층 세대를 토사가 덮쳤고, 스무 해 남짓을 살아온 청년 하나가 끝내 그 흙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날 거제에는 654.3mm가 내렸다. 관측 이래 세 번째였다. 25km 떨어진 고성에는 빗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기후재난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니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고르게 오지 않는다.

아흐레 뒤, 네팔과 티베트 접경에서 산이 무너졌다. 빙하와 암석이 계곡으로 쏟아져 내려 돌발 홍수가 됐다. 9월 1일 현재 사망 1003명, 실종 4462명. 수색이 끝나지 않아 숫자는 아직도 늘고 있다. 실종자 가운데는 한국인 노동자 9명이 있다. 한국 기업이 그곳에 짓던 발전소 현장에서다.

네팔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다. 히말라야의 얼음을 녹인 이산화탄소는 카트만두의 굴뚝이 아니라 서울에서, 상하이에서, 디트로이트에서, 지난 백 년 동안 우리가 켠 불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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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에 등장한 핵발전소 반대의 뜻을 담은 그림 피켓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앞에서 물었다. 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위험을 지지 않고, 위험을 지는 사람은 계획에서 배제되는가. 기후위기는 그 물음을 지구 규모로 되풀이한다. 배출한 자와 죽는 자가 다르다는 것, 그것이 기후위기의 본질이다.

대한민국은 기후악당이다. 세계 인구의 0.67%를 차지하면서 온실가스 누적 배출 17위, 화석연료 공적금융 지원 세계 2위. 2020년 기준, 1.5도에 부합하는 잔여 탄소예산 33억 5천만 톤은 지금 속도라면 몇 년 안에 바닥난다.

그런데 12차 전기본을 준비하는 바로 그 정부 아래에서, 지난 8월 26일 국회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마무리하며 감축 목표 범위의 하한을 선형 감축경로로 잡았다. 2년 전 헌법재판소는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떠넘긴다며 이 법에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그 결정에 따른 후속 입법이, 감축 책임을 뒤로 미루는 경로를 다시 법의 바닥으로 삼은 것이다.

폭염에 먼저 쓰러지는 사람들, 높아진 수온에 폐사하는 물고기, 가뭄과 홍수에 무너지는 농민과 어민의 삶. 12차 전기본 어디에도 이들의 자리는 없다. 



제시간에 오지 않는 대안

핵발전은 제시간에 오지 못한다. 수요가 부풀려졌는지를 다투기 전에 이것부터 걸린다. 6월에 부지 후보를 정한 33·34호기조차 2029년 건설허가 신청, 2031년 허가, 2037·2038년 준공 일정이다. 12차 전기본이 새로 넣겠다는 원전은 그보다 뒤다. 2040년에 전기가 모자란다면서, 그 전기를 만들 시설은 2040년대 중후반에야 들어온다.

그마저도 계획대로 됐을 때의 이야기다. 신한울 1호기는 2017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상업운전은 2022년 말에야 시작했다. 늦게 오는 쪽이 가장 오래 남는다. 기업의 투자계획은 한 해 만에도 바뀌지만, 한번 지은 핵발전소는 60년을 돌고, 설계수명이 끝나도 멈추지 않는다면 그보다 길며, 수만 년을 관리할 폐기물을 남긴다. 되돌릴 수 있는 숫자를 근거로 되돌릴 수 없는 시설을 짓는 것은 책임 있는 결정이 아니다.

핵발전은 늦게 올 뿐 아니라 기후위기의 대안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발전원이다. 해수 온도가 기준을 넘어서면 냉각에 문제가 생겨 가동 중단과 고장으로, 나아가 사고로 이어진다. 해파리가 늘어 울진 핵발전소가 멈춘 일도 여러 차례였고, 이런 일은 더 잦아질 것이다. 기후위기에 맞서겠다며 짓는 시설이 기후위기 앞에서 먼저 멈춘다.

당장 필요한 것은 2040년대의 원자로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 놓고도 보내지 못하는 전기를 흐르게 하는 일이다. 오해가 없도록 밝혀둔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또 하나의 장거리 초고압 송전선로가 아니라,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그 지역에서 쓰도록 계통을 다시 짜고 이미 깔린 설비를 제대로 운용하는 일이다.

위험은 발전소 울타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기를 실어 나르는 길을 따라 내륙까지 이어진다. 행정대집행 12년이 지났지만 밀양 할머니들은 아직도 찬반이 갈라졌던 마을회관에 가지 못하고, 송전탑과 선로가 지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한다. 순례가 지날 경주 나아리의 천막도 올해로 12년째다. 이주만 시켜 달라는 요구가 12년 동안 답을 듣지 못했다.

발전소를 짓는 자리에도, 그 전기가 지나는 자리에도 사람이 산다. 12년을 미뤄둔 책임이 두 곳 모두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것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새로 짓겠다는 말을 우리는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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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정부종합 청사 앞 탈핵 순례 출정 기자회견 ⓒ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없는사회를위한전국행동


뜨거운 아스팔트 위의 길

우리는 이 순례를 통해 12차 전기본의 부풀려진 수요를 끝까지 검증하겠다. 확정수요와 가수요를 가르고, 그 수요가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 핵발전의 명분으로 쓰이는 것을 막겠다. 데이터센터와 대기업에 재생에너지 조달 책임을 지우고, 지역에서 만든 에너지를 그 지역에서 쓰도록 계통을 다시 짜겠다. 오래 무게를 견뎌온 지역주민의 권리와 발전소 노동자의 삶을 정의로운 전환의 맨 앞자리에 놓겠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걷는 이 길은 희망의 길이고 생명의 길이다. 저 위에서 계획하는 이들은 눈앞의 숫자만 보지만, 우리는 그 숫자 밖에 있는 사람과 삶을 생각한다. 안정된 기후에서 살아갈 권리는 오늘의 시민에게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민에게도 똑같이 있다. 그래서 걷는다.

열엿새 뒤 청와대 앞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12차 전기본에 신규 핵발전소를 추가하지 마라. 지키려는 사람의 마음을 잊지 말라. 그 마음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글쓴이: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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