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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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명서·보도자료[기획 기고⑤]사람이 돌아온 마을, 그 한가운데 송전탑이 들어선다

최경숙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8-06
조회수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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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기본소득으로 되살아난 무진장, 초고압 송전선로 3개 노선 계획에 주민들 "원점 재검토" 



8월 5일 오전 9시 50분, 진안군 부귀면 다목적구장. 금강 상류와 용담호를 품은 고원 지대에 100여 명이 모였다. 진안·장수·무주, 이른바 무진장 세 군의 대책위와 전국행동 관계자, 주민들이었다. 진안군의회는 의원 전원이 나왔다. 대행진 닷새째, 전북 일정으로는 사흘째 걸음이었다.


 

사람이 떠나던 마을에, 사람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5일 행진단이 지나간 길에는 이전 나흘과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젊은 얼굴이었다.

 

무진장은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진안군 2만 4249명, 무주군 2만 2787명, 장수군 2만 922명. 세 군을 다 합쳐도 6만 8천 명, 서울의 행정동 세 개 규모다. 진안군은 65세 이상이 42.8%로 전국 평균 21.9%의 두 배에 이르고, 무주군도 39.6%다. 고령화율 전국 4위인 전북, 그 안에서도 다시 최상위권이다.

 

그렇게 고사 직전까지 갔던 세 지역에 최근 단비가 내렸다. 모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것이다. 시행 뒤 인구가 늘었고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이 늘었다. 오랜만에 지역 경제와 공동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전국행진단에 참여한 강홍구 활동가는 앞서 지나온 지역들과 다르다고 했다. 젊은 세대가 눈에 띄고 산골 마을인데도 활기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회견장에는 농촌에서 새 삶을 개척하려는 청년들과 지역 공동체 활동가들이 여럿 나와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떠나는 농촌을 끝까지 지켜온 어르신들과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내려온 청년들, 그 두 세대가 함께 딛고 선 터전 한복판으로 초고압 송전탑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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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전탑 반대하는 주민밀어부치기식 송전탑 정책을 반대하는 주민 ⓒ 환경운동연합 



조경희 송전탑건설백지화 전북대책위 상임대표는 바로 이 지점을 짚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농촌의 계속되는 희생을 요구하는 보상 수단이나 압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돈으로 마을을 되살려 놓고, 그 마을 위에 원치 않는 철탑을 세운다. 그리고 다시 돈으로 보상한다. 이 순환의 끝에 무엇이 남는지 물어야 한다.

 

"한 개도 아니고, 도합 세 개“

 

진안군에는 신규 초고압 노선 세 개가 동시에 들어온다. 345kV 신정읍~신계룡, 신임실~신계룡, 신장수~무주영동. 여기에 기존 선로 증설까지 겹친다. 서남해안과 호남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신승원 진안군대책위 집행위원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한 개도 아니고 세 개의 송전망이 지나갈 계획이 주민과 사전 협의도 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계획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지방소멸을 앞당기고 생태 환경을 파괴하며 재산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신규 송전탑을 주민들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말로 그는 발언을 맺었다.

 

차량 행진단은 부귀면을 출발해 신정읍~신계룡 노선 경과 예정지인 궁항리 신궁·중궁·운장마을과 진안읍내를 거쳐 장수 경계인 방곡고개를 넘었다. 장수에서 김광훈 장수군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대안부터 꺼냈다. 지중화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고, 정말 불가피하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민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입지선정위원회의 모든 절차를 중단하고 주민과 시민사회, 정부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오후 행진단은 무주군 안성면 공진리를 출발해 적상면과 무주읍의 예정 마을을 지나 오후 5시 30분 무주군청 앞에 도착했다. 무주에도 신장수~무주영동, 신임실~신계룡, 신장수~신옥천 용량 증대 등 복수의 사업이 걸려 있다. 덕유산과 적상산, 구천동 계곡, 반딧불이 서식지가 모두 그 선 아래에 있다.

 

무주군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가 도의원에 당선된 유송열 전북자치도의원은 무주가 공장이 아니라 자연에 기대어 친환경농업과 관광으로 삶을 이어온 곳이라고 했다. 송전탑이 들어서면 가장 큰 자산인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지역은 경쟁력을 잃는다. 그는 전기가 있는 곳에 산업을 두든지,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전기를 만들면 될 일이라며 "농산촌은 식민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승인 무주대책위 집행위원장의 말은 이 싸움의 성격을 다시 규정했다. 억울한 주민 편에 서야겠다는 마음으로 동참했는데, 알고 보니 건강권과 재산권, 자연경관을 지키는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망국적인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을 살리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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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반대하는 주민들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에 나선 주민들 ⓒ 환경운동연합



땅 위에서는 걷고 있는데 서울에서는 "강행하되 덜 아프게 하겠다"

 

행진단이 무주군청 앞에 도착한 그날, 서울에서는 다른 발표가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전력망 건설 반대 지역 주민대표들과 제3차 간담회를 열고 '전력망 건설 주민 수용성 제고 방안'을 공개한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기존 선로와의 병합과 신설 선로 간 통합으로 철탑을 줄이고, 민가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지중화를 넓힌다. 한전 내규로 운영되던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기준을 정부 고시에 규정하고 주민설명회와 자료 공개, 참관을 확대한다. 전력망특별법상 지방정부 지원금이 피해지역 주민에게 우선 가도록 하고 계통소득 같은 상생 사례도 검토한다. 기후부는 송전 경로 2169km, 송전탑 4723기가 필요한 사업이 통합을 거치면 1200km, 2509기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입지선정위원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대책위들이 오래 요구해 온 것이다. 그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 앞뒤에 붙은 문장이다.

 

전제가 분명하다. 이미 추진 중인 국가기간 전력망은 그대로 간다는 것. 그 위에서 노선을 합치고 일부 구간을 땅에 묻고 보상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통합을 다 하고도 2509기가 남는다. 절반 가까이 줄였다고 발표된 그 수치가, 걷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2500기가 넘는 철탑이다.

 

더 물어야 할 것은 사라진 절반이다. 노선을 합치는 것만으로 철탑 2200기가 없어질 수 있다면, 애초의 계획은 무엇을 근거로 그어졌는가. 수요의 타당성을 따지지 않은 채 그은 선이었다는 뜻이다.

 

간담회의 형식도 짚어야 한다. 주민대표를 앞에 두고 정부의 추진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는 의견 수렴이 아니다. 발표에 주민이 배석한 모양새를 만드는 일이다. 절차는 지켜졌다고 기록되지만 결정은 이미 끝나 있다. 완주에서 들었던 "알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말과 임실에서 들었던 변전소를 개폐소로 바꿔 부른 이야기가 형태만 달리해 반복된다. 전력망특별법을 국회에서 주도했던 이가 지금 그 법의 집행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 계획이 통과하는 땅에서 나온 요구를 보상의 크기가 아니라 계획의 타당성으로 받아야 한다.

 

이날 무진장 참가자 일동은 네 가지를 요구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 계획의 원점 재검토, 주민과 전문가, 지방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수도권 집중형 산업정책 중단과 지산지소 분산형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 그리고 재검토가 이뤄질 때까지 진행 중인 모든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중단이다.

 

행진단은 무진장 일정을 마치고 대전으로 향한다. 충남과 충북을 지나 경기와 서울까지, 8월 20일까지 걸음은 계속된다.

 

닷새 동안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이 문제는 철탑의 개수로 환산되지 않는다. 기본소득으로 겨우 사람이 돌아오기 시작한 고원 마을에 초고압 노선 세 개를 겹쳐 놓고, 그 대가를 다시 돈으로 계산하겠다는 것이 지금의 방식이다. 무주의 도의원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긴다. 전기가 있는 곳에 산업을 두거나,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전기를 만들면 될 일이다.

걷고 있는 시민들의 질문이 쌓여간다. 답할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글쓴이: 이정현  송전탑 건설반대 전국행동 전북대책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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