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명서·보도자료[기획 기고③] 트럭 40여 대가 앞장선 길, 동학의 땅은 '송전탑 터미널'이 되고 있다

최경숙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8-04
조회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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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새벽 5시 30분에 길을 나선 이유



용인 반도체 산단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광주를 걷던 광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의 글을 읽었다. 걷는 이유, 그리고 염치에 대한 글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이웃에게 떠넘기지 않는 것이 공동체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태도라는 문장이 목에 걸렸다.

 

나는 서울에 산다.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쓰면서 발전소도 철탑도 세우지 않는 도시,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도시에 산다. 그 도시에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활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같은 염치를 느끼며 연대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행진 3일차 일정에 합류하기로 했다. 새벽 5시 30분에 길을 나섰다. 텁텁한 새벽 공기가 그날의 무더위를 미리 예고하고 있었다. 두려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트랙터와 트럭 40여 대가 앞장선 행렬

 

오전 10시, 고창군 고수면사무소 앞. 트랙터 한 대와 트럭 40여 대가 송전탑 반대 깃발을 앞세우고 길을 나섰다. 기온은 이미 31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농촌에서 농기계가 행렬의 맨 앞에 선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그 자리에 서 보면 안다. 이들은 시위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아니다. 한창 논밭을 돌봐야 할 때에 농기계를 끌고 나온 농민들이다. 폭염에 하루 농사일을 접고 나선 대가는 온전히 그들이 감당해야 한다.

 

고창군청 앞 기자회견에서 고창군 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김병태 위원장은 "안타깝다"는 말로 발언을 열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이야기해 온 대통령이니 국민의 삶이 조금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앞선 정부의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정책을 넘어 이제는 '3대 메가프로젝트'까지 밀어붙이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송전탑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농촌과 지방 주민의 삶 전체를 무너뜨리는 문제라고 짚으며, 대기업 위주로 기울어가는 정책 전반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정읍 대책위 윤택근 대표는 전기가 아니라 자급자족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식량 자급의 중요성을 짚었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값이 조금만 오른다 싶으면 수입이 싸다는 말이 나왔고, 그렇게 수입을 늘리고 생산을 줄인 끝에 곡물 자급률은 OECD 최하위권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지 못하는 나라는 식량 주권을 잃은 채 결국 사라면 사고 팔라면 파는 처지가 된다. 처음엔 전기와 자급자족이 무슨 관계가 있나 싶었다. 그러나 그다음 이야기가 뼈아팠다.

 


그나마 농산물을 생산하던 땅 위에는 이제 농사짓지 말고 발전소를 세우라고 한다. 대체 누구를 위해서인가. 과거 정부가 내놓았던 농공단지 정책은 본래 농산물을 가공해 소득을 높이고 남는 인력에게 일자리를 주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지금의 농공단지는 무엇인가. 수도권에서 밀려난 것들, 폐기물과 오염물질 때문에 수도권 인근에서는 할 수 없는 산업들을 모아놓은 곳이 되었다. 윤 대표는 농업을 이렇게 하찮게 여기면 대체 무엇을 먹고 살 것이냐고, 농부의 얼굴로 우리에게 물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공출당하는 것은 착취입니다"라는 말로 지역의 현재를 짚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에너지를 착취당하는 주민이 아니라 주권을 행사하는 주민으로 맞서겠다는 말로 발언을 맺었다.

 

부안 송전탑백지화대책위 김상곤 위원장은 1894년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사발통문이 돌고 백산에서 농민군이 조직되던 그 땅, 부안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새만금이 삼십여 년 흘려보낸 시간과, 뙤약볕 허허벌판에서 사람이 쓰러졌던 몇 해 전 일을 함께 꺼냈다. 부안은 고준위 핵폐기장 부지로 지정돼 격렬한 반대 투쟁을 벌였던 역사가 살아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는 그 숱한 투쟁의 시간 동안 부안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본 틀조차 갖추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며, 생태계를 지키면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까지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무슨 일이든 올바른 논의와 토론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민주적 절차를 지켜 정당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왜 늘 그 절차만 생략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주민에게 묻지 않은 모든 절차는 '수탈'이라고 단호하게 규정했다. 지금 용인 반도체 산단과 송전탑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묻지 않고 결정하는 방식에 반대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평가도 민주적 절차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방식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말로 그는 발언을 맺었다.

 

2026년 여름, 계엄의 겨울을 이겨낸 전봉준투쟁단이 함께한 동학의 땅에서 ‘수탈’과 ‘착취’라는 말을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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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지역 주민들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에 나선 주민들 ⓒ 환경운동연합


송전탑이 '터미널'처럼 모이는 곳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은 고창과 정읍을 '송전탑 터미널'이라고 불렀다. 건설 중인 신정읍 변전소와 입지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신고창 변전소가 들어서면, 용인과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선로 상당수가 이 지역을 지나며 철탑이 거미줄처럼 모여든다는 것이다.

 

고창과 정읍은 1894년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땅이다.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이 있고,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이 있고, 기름진 들과 풍요로운 바다와 갯벌이 있는 생명의 고장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수탈의 땅이었다. 조선 말 탐관오리의 수탈과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자본의 수탈이 농민의 피와 땀을 앗아간 곳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저항했고, 민주주의의 기틀이 여기서 나왔다.

 

기자회견문은 이 땅이 비수도권을 수도권의 '전기 식민지'로 만드는 초고압 송전선로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적었다. 130여 년의 간격을 두고 '식민지'라는 말이 되돌아온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무슨 말을 보태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행진단은 특정 지역과 다른 지역이 경쟁하는 싸움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영남과 호남의 갈등도, 지역 간 유치 경쟁도 목표가 아니다. 겨누는 것은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잘못된 국가 정책이다.

 

나는 이날 하루를 걷고 서울로 돌아왔다. 전기 걱정 없는 도시로, 철탑이 서지 않는 도시로 돌아왔다. 그것이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지점이다. 그러나 하루의 걸음으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이 문제는 고창의 문제도, 정읍의 문제도, 부안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 이것은 그 전기를 쓰는 사람의 문제다. 묻지 않고 그은 선의 끝에는 결국 우리가 있다.

 

응답해야 할 쪽은 걷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대행진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장거리 송전선로 문제에 대해 직접 답할 것을 요구했다.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가 전력망과 첨단산업 정책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 요구는 정당하다. 그리고 그 대답을 받아내는 일에는, 하루만 걷고 돌아온 서울 사람의 몫도 분명히 있다.


글쓴이: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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