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탈핵「왜 핵발전은 반도체·AI 메가프로젝트의 대안이 될 수 없는가」 토론회 후기 - 기업이 요구한 전력, 지역과 기후가 감당해야 할 미래인가

유에스더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9-13
조회수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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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핵발전은 반도체·AI 메가프로젝트의 대안이 될 수 없는가」 토론회 후기

- 기업이 요구한 전력, 지역과 기후가 감당해야 할 미래인가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에 전기가 더 필요하니 발전소와 송전망을 더 지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며 내놓는 논의는 이처럼 단순하게 들린다. 그러나 기업이 제시한 투자계획은 얼마나 확실한가. 필요한 시기에 신규 핵발전소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가. 대규모 전력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늘어날 온실가스와 발전소·송전탑·댐의 부담은 누가 감당하는가.


9월 9일 열린 「왜 핵발전은 반도체·AI 메가프로젝트의 대안이 될 수 없는가」 토론회는 이러한 질문을 전력계획의 출발점으로 되돌려놓는 자리였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대응 전국 순회 연속토론회의 첫 번째 수도권 토론회로 마련된 이날 자리에서는 급증한 전력수요 전망의 근거와 신규 핵발전소의 공급 가능성, 지역불평등과 기후정책의 방향이 논의됐다. 발제와 토론을 관통한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기업의 요구를 먼저 확정하고 나중에 사회가 공급 방법을 찾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 대응도, 지역 주민의 삶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네 달 만에 급증한 전력수요, 무엇을 근거로 반영했나

첫 번째 기조발제를 맡은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팀장은 메가프로젝트 발표 전후의 전력수요 전망을 비교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자료집에 따르면 12차 전기본의 2040년 목표 전력소비량은 기준 시나리오에서 4월 657.6TWh에서 8월 847.3TWh로 늘었다. 불과 네 달 사이 189.7TWh, 약 28.9%가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최대전력 전망도 131.8GW에서 158.4GW로 26.6GW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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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원 발표자료 11p. 


그는 증가분의 대부분이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두 부문의 전력소비량 증가분은 합계 199.6TWh, 최대전력 증가분은 28.5GW였다. 다른 항목의 변화와 수요관리 등을 반영하면서 전체 목표수요의 증가폭은 이보다 작아졌다.


이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15년간 얼마나 많은 발전소와 송전망을 건설할지를 정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수요를 크게 잡으면 그에 맞춘 설비 확충이 뒤따르고, 사업이 진행된 뒤에는 전망을 수정하더라도 이미 투입된 비용과 지역의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


최 팀장은 수요를 반영하는 기준의 변화도 짚었다. 4월에는 전기사용신청 여부 등을 기준으로 기업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차등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8월에는 지역이 확정된 물량을 모두 반영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그러나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한 구체적인 기준과 기업이 계획을 철회했을 때 수요를 줄이는 방법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영 대상의 규모 역시 설명이 필요했다. 최 팀장이 공개된 사업을 합산한 결과, 용인·서남권 반도체 사업과 AI 데이터센터 1단계의 계약전력 규모는 29.5GW였다. 반면 전기본 반영 대상으로 제시된 기업 투자계획은 47.6GW로, 18.1GW의 차이가 있었다. 정부가 협력단지와 평택·청주 공장 증설 등을 함께 반영했다고 설명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사업이 얼마나 추가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 수요의 불확실성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최 팀장은 발표된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을 정리한 자료를 통해, 약 20GW의 계획 가운데 핵심 고객이 확정된 물량은 약 1GW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비교에는 메가프로젝트 2단계와 별도 기업 계획도 포함돼 있어 전기본에 반영된 물량 전체와 동일한 범위는 아니다. 그럼에도 사업 발표, 업무협약, 실제 고객 계약을 구분하지 않은 채 공공 전력인프라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를 보여준다.


상당수 사업이 해외 빅테크에 공간과 전력·냉각 인프라를 제공하는 임대사업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대규모 투자 발표가 곧 국내 AI 역량 강화나 지역경제의 이익으로 이어지는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별 수요 전망이 공개되지 않은 문제도 제기했다. 전국 총수요만으로는 어느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할지, 송전망 부담이 어디에 집중될지를 검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요가 실현되지 않으면 과잉설비, 실현되면 기후목표와 충돌

최 팀장은 수요가 실제로 발생한다고 가정해도 문제가 남는다고 설명했다.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추가 소비를 조달하는 방식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전력망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맞춰 탈탄소화되는 시나리오에서도 2035년 추가 간접배출량은 약 2,260만 톤으로 추산됐다.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까지 더하면 약 3,360만 톤이다. 전력 생산 과정의 배출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공정 자체의 배출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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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원 발표자료 33p.


2035년 수요와 공급을 맞춰보는 분석에서는 모순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는 공개된 수요전망 그래프에서 2035년 목표 전력소비량을 약 800TWh로 읽고, 송전손실을 고려한 필요 발전량을 약 868.8TWh로 계산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전망과 11차 전기본의 원전 설비계획을 적용해도 약 353.9TWh의 공급 공백이 남았다. 석탄발전을 모두 없애고 발전부문의 배출 허용량을 전부 LNG 발전에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약 121.6TWh를 추가 무탄소 전원으로 채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공백을 신규 원전으로 채우려면 건설 일정이 맞지 않고, 재생에너지로 채우려면 이미 발표한 보급계획에 더해 태양광 약 93GW 또는 해상풍력 약 46GW가 추가로 필요했다. 그의 분석 조건에서 2035년 감축목표와 양립 가능한 전력소비량은 약 688TWh로, 재전망의 약 800TWh와 큰 차이가 있었다.


이는 공개된 공급계획과 이용률 등의 가정을 적용한 시나리오 계산이다. 한국 전력소비의 절대적인 한계를 뜻하기보다, 높아진 수요와 기후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킬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제시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최 팀장은 종합토론에서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수요 전망을 조정할 것인지, 수요관리를 더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기후목표와 안전을 위한 절차를 후퇴시킬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정부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수요가 실현되지 않으면 과잉설비의 비용이 남고, 실현되면 기후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지는 구조다.


신규 핵발전소와 반도체·AI 산업 사이의 세 가지 불일치

두 번째 기조발제에서 이헌석 신규핵발전소저지와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전국행동 공동대표는 신규 핵발전소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시간, 공간, 공급망이라는 세 측면에서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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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석 발표자료 32p.


가장 먼저 제기한 것은 시간적 불일치였다. 이 대표가 공개된 전망 그래프를 분석한 결과, 2040년까지의 전력소비량 증가분 중 약 75%, 최대전력 증가분 중 약 71%가 2034년 이전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영덕 신규 대형원전의 예정 준공 시점은 2037년과 2038년이다. 당장 몇 년 안에 전기가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요구를, 그보다 뒤에 가동될 신규 대형원전으로 해결하겠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핵발전소의 계획 반영 시점과 실제 준공 시점도 비교했다. 신고리·신월성·신한울 등은 처음 예상한 일정보다 준공이 늦어졌고, 납품비리와 설계 변경, 시운전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 공론화나 특정 정권의 정책만으로 지연을 설명할 수 없으며, 계획 반영부터 준공까지의 전체 기간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장 SMR의 2034~2035년 모듈별 가동 목표 역시 실증로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는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봤다.


두 번째는 공간적 불일치였다. 반도체 공장과 관련 전력수요는 여전히 수도권·중부권에 집중돼 있지만, 신규 원전 논의는 영남권 등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발전소를 짓는 것만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거리 송전선로와 변전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과 지역갈등까지 고려하면 원전이 적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전제는 더욱 불확실해진다.


세 번째는 공급망의 불일치 가능성이었다. 국내 신규 원전과 SMR, 해외 원전사업을 동시에 확대할 경우 원자로 제작사뿐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필요한 물량을 제때 감당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공급능력을 확대했다가 이후 발주가 줄어드는 경우의 위험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


데이터센터는 실제로 누구의 전기로, 누구를 위해 운영되는가

이 대표는 반도체 제조와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하나의 산업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산업은 사업구조도, 전력소비 특성도 다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작업에 따라 전력수요가 급격하게 변할 수 있어 발전원의 종류와 별개로 배터리와 전력품질 관리 등이 필요하다. ‘24시간 전기를 쓰니 원전이 필요하다’는 설명만으로는 실제 운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고객 확보 여부 역시 중요했다. 서버와 GPU에 큰 비용이 들어가고 장비 교체주기도 짧기 때문에, 사업이 실제로 진행될지 판단하려면 건설계획뿐 아니라 선임대 계약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임대사업자의 기대만으로 발전소와 송전망을 먼저 지을 경우 이용되지 않는 설비가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그가 살펴본 국내 사업에서는 신규 원전보다 기존 발전소와의 연결이 더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울산의 데이터센터와 인근 열병합발전소, 동해의 데이터센터 구상과 석탄화력발전소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 사업자가 이미 가진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연계해 빠르게 전기를 확보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신규 원전이 데이터센터의 직접적인 해법이라는 주장과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가 화석연료 발전소의 새로운 소비처가 될 수 있다는 문제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수요 인정 기준 공개와 객관적 검증, 지역 분산형 재생에너지 전환의 실행계획, 공급 시기·지역·송전망을 고려한 현실적인 전력계획을 제안했다. 자료집에서는 정부와 한전의 공급능력을 고려한 ‘전력공급상한제’도 제시했다.


“하지만 무한정 에너지와 물을 쓰면서 반도체 산업과 데이터 센터 산업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발제는 한국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적 용량 안에서 산업의 적정 규모를 논의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수요를 반영하기 전에 기업의 책임부터 정해야 한다

김혜정 전국행동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은 지정토론에서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대형 전력수요를 어떤 조건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전력수요를 먼저 확정하면 그에 따라 발전설비와 송전망 계획이 만들어진다. 이후에 수요를 조정하거나 기업의 책임을 논의하려 해도 이미 설비 투자와 지역갈등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발전설비 규모가 전력소비 총량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대전력이 얼마나 높은지, 여기에 어느 수준의 설비예비율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공급능력은 달라진다. 자료집에서는 2040년 최대전력 전망에 예비율 15%와 22%를 각각 적용하면 필요한 공급능력에 약 11.1~11.6GW의 차이가 생긴다고 제시했다. 따라서 신규 발전소가 몇 기 필요하다는 결론에 앞서 수요와 예비율의 전제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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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민 발표자료 5p.


수요를 조정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데이터센터 부하를 줄이거나 다른 시간으로 옮기고, 이를 요금과 접속 조건에 반영한다면 최대전력과 추가 설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전압 변화에도 민감한 반면 AI 데이터센터에서는 급격한 부하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시설이 같은 전력망에 들어올 때 필요한 관리와 추가 비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임 처장이 제안한 원칙은 수요 확약, 비용 책임, 계통 책임, 전환 책임이었다. 부지 확보와 자금조달, 계약·착공 여부를 확인하고, 기업이 계획을 취소하거나 예상보다 적은 전기를 사용할 때 생기는 비용을 일반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력망 보강과 전력품질 유지, 비상시 수요 조정에 참여하는 책임도 필요하다. 추가 재생에너지와 저장설비 조달을 통해 에너지전환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그는 오하이오의 최소요금·취소비용, 텍사스의 대형부하 관리, 아일랜드 등의 재생에너지 조달 조건을 관련 사례로 소개했다. 핵심은 기업이 신청한 만큼 국가가 무조건 전기를 공급하는 구조를 바꾸고, 그 수요로 생기는 위험과 비용에 기업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메가프로젝트의 이익 뒤에서 지워지는 지역의 삶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은 발전소와 송전탑이 놓이는 지역의 경험을 통해 논의의 시야를 넓혔다. 그가 던진 질문은 ‘핵발전이 메가프로젝트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넘어, 메가프로젝트가 과연 주민들의 미래가 될 수 있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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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석 발표자료 29p.


그는 이미 원전이 밀집한 부산·울산 일대에 SMR과 추가 대형원전 구상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대표가 기존 시설과 추가 구상을 합해 원자로 16기를 언급한 데 이어, 정 위원은 기장 수출용 연구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인 발전용 원전 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지·건설 중 시설과 추가 구상, 연구로까지 포함해 지역에 누적되는 부담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울산은 고리·새울뿐 아니라 월성원전의 영향도 함께 받는 지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 부담은 사고 가능성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정 위원은 정상 가동 중에도 발생하는 대량의 온배수가 해양생태계와 주민의 생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원전 유치를 신청한다는 말 역시 주민들의 적극적인 환영으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가 전한 일부 주민들의 선택에는 원전을 더 유치해서라도 보상을 받고 지역을 떠나고 싶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오랫동안 누적된 피해가 또 다른 원전 유치의 배경이 되는 현실이었다.


송전탑 지역의 경험도 이어졌다. 정 위원은 서해안 주민들이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에 산업을 배치해 장거리 송전을 줄이라고 요구해왔지만,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와 송전망 수용 압력이 맞물리면서 공동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 유치의 약속이 기존의 반대운동을 약화시키고 주민들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용인 주민들 역시 일방적인 수혜자가 아니었다. 정 위원은 공사로 길과 마을 풍경이 수시로 바뀌어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조차 집으로 가는 길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발전소가 놓이는 지역,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 산업단지로 삶의 터전을 잃는 지역, 용수 공급을 위한 댐 건설로 수몰을 걱정하는 지역이 하나의 사업 안에서 연결돼 있었다.


“누가 이득을 보고 있습니까? 누가 환영하고 있습니까?” 그의 질문은 국가 전체의 투자액과 성장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냈다. 사업의 실제 추진 여부가 불확실한 지금도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에는 이미 변화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말하면서 원전과 화석연료도 늘리는 정책

이상복 이투뉴스 선임기자는 개별 사업을 넘어 정부 기후에너지정책의 일관성과 실행체계를 비판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말하면서 메가프로젝트를 위한 원전과 화석연료 발전 확대를 추진하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도 선언과 행정부 차원의 계획을 넘어 후속 입법, 법제 정비, 전력시장 개혁으로 뒷받침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전환을 지속할 제도적 기반이 약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뀐 뒤 정책이 쉽게 뒤집혔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에 대해서는 원전을 줄이며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향보다 두 전원을 함께 확대하는 접근을 취하면서 필요한 선행 과제와 비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핵심 쟁점은 전력망 운영과 총비용이었다. 이 기자는 다른 나라와 전기를 주고받기 어려운 한국의 전력망에서 원전을 줄이지 않은 채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원전 감발이 늘고, 두 전원의 경제성이 함께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저장장치와 양수발전, 송전망 확충만으로 해결하려 하면 추가 비용이 커진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식의 갈등이 생기고 전환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제시한 방향은 원전 비중을 줄여가면서 필요한 저장설비를 확충하고, 요금제도를 통해 전력수요를 조정하는 것이었다. 발전소별 발전단가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전력망과 저장설비, 출력제어까지 포함한 전체 시스템의 비용을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원전 밀집에 따른 공급 위험도 지적했다. 지진과 태풍, 산불 등으로 여러 원전이 동시에 또는 연이어 정지한 사례를 언급하며, 기후재난에 취약한 대규모 발전원을 한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보장하는지 되물었다. SMR과 핵융합처럼 상용성과 경제성이 불확실한 기술에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방향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기자는 집권당 강령에 담긴 재생에너지 확대, 원자력·화석연료 사용 축소 방향과 실제 정책의 간극을 지적했다. 그의 토론문 마지막 문장인 “말과 행동이 다른 정책을 누가 신뢰하겠는가”는 기후정책의 신뢰를 묻는 질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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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연장과 특별법까지, 수요 전망이 바꾸는 것들

종합토론에서는 메가프로젝트가 신규 원전 건설뿐 아니라 노후원전 수명연장의 명분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온라인에서 AI 전력수요 문제가 노후원전 수명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묻자, 이헌석 대표는 많은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논리가 수명연장에도 사용될 것이라고 답했다. 수요를 과도하게 반영하는 문제는 앞으로 지을 발전소에 그치지 않고, 지금 멈춰야 할 설비를 계속 가동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었다.


이 대표는 메가특구 특별법과 데이터센터 관련 제도 논의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소개한 바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는 가스와 원전의 직접 전력거래를 허용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으나 최종 반영되지는 않았다. 그는 향후 특별법에서 비슷한 요구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원전 건설 여부만이 아니라 어떤 발전원에 거래 특례가 주어지고,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전력을 조달하도록 허용되는지도 대응 과제라는 뜻이다.


좌장 김혜정 공동대표는 AI 강국과 메가프로젝트가 사회적 검토와 공론화 없이 당연한 국가적 목표로 추진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각종 특별법과 규제 특례를 통해 인허가와 환경평가, 토지수용 절차를 앞당기는 접근이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기회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기업의 장기 투자계획이 시장과 경영환경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 스스로 공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짚었다. 기업에게는 변경 가능한 계획이 국가 전력계획에서는 확정적인 수요처럼 취급되고, 이를 지원하는 기반시설과 비용은 사회가 떠안는 구조를 문제 삼은 것이다.


임재민 처장도 ‘AI 주권’과 ‘에너지 주권’이라는 표현을 실제 사업구조와 대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기업에 데이터센터를 임대하고 화석연료 의존을 높이는 사업이라면, 해외 고객의 수요 변화와 에너지 공급 여건에 따라 국내 전력정책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날 제안된 과제들은 수요를 확정하기 전에 검증 기준과 지역별 전망을 공개하고, 대형 전력소비 기업의 비용·계통·전환 책임을 정하며, 기후목표와 지역의 생태적 한계에 맞게 산업계획의 규모와 속도를 조정하는 것으로 모였다.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설비를 더하는 숫자에 머물지 않고 기존 원전과 화석연료를 줄이는 실행계획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였다.


토론회는 신규 핵발전소가 반도체·AI 산업의 전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데서 출발해, 국가 전력계획이 누구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누구의 삶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 자리로 이어졌다. 기업의 투자계획이 곧 사회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수요가 될 수는 없다. 12차 전기본을 확정하기 전에 필요한 것은 그 수요의 근거와 책임, 기후와 지역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일이다.


토론회 자료집 : 다운로드 

토론회 다시보기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