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탈핵[인터뷰⑤] 평범한 사람들이 거대한 괴물을 이겼다_제이드 칼린

유에스더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9-13
조회수 232


이 인터뷰는 환경운동연합이 환경재단, 사랑의열매, 현대자동차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그린아시아 글로벌 리더십 2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2026년 필리핀에서 열린 제33회 반핵아시아포럼(No Nukes Asia Forum, NNAF)에 참여해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아시아에서 원전은 과연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지, 원전 확대의 위험과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되는지,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는 어떤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로 기록했습니다.

영상에는 인터뷰의 일부를 담았습니다. 아래에는 영상에 미처 담지 못한 인터뷰 전문과 함께, 인터뷰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설명을 소개합니다.

※ 인터뷰는 현장 발언을 국문으로 옮긴 것입니다. 인터뷰이의 뜻과 말투를 최대한 살리되, 의미를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반복되는 표현과 명백한 전사 오류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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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인터뷰이는 바탄주 발랑가(Balanga)에 살며 환경 정의를 위한 청년 바탄 연대(Young Bataeños for Environmental Advocacy Network, Young BEAN)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이드 칼린(Jade Carleen)입니다. 제이드는 대학원생이자 Young BEAN의 청년 활동가로, 바탄 지역의 환경권과 에너지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탄은 필리핀 루손섬 서남부에 위치한 반도로, 동쪽으로는 마닐라만, 서쪽으로는 남중국해와 맞닿아 있습니다. 태풍과 폭우, 홍수 같은 기후재난의 영향을 반복적으로 받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로 태풍과 집중호우의 강도와 빈도가 커질 경우 주거와 생계뿐 아니라 해안 기반시설과 주민대피 체계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의 현장조사에서도 바탄 주민들은 폭염과 강해진 태풍, 지붕까지 차오르는 홍수, 어업 중단과 주거 피해를 이미 경험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러한 기후재난 위험 속에서 바탄원전의 재가동이 다시 논의되고 있지만, 주민들이 원전에 관한 충분한 정보와 의사결정 기회를 갖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의 보고서는 바탄 주민들이 원전 재가동을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과 건강, 해양생태계, 핵폐기물, 생계와 지역의 미래를 둘러싼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41년 전 바탄원전에 맞섰던 주민들 역시 처음부터 원전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주민들은 스스로 학습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며 마을을 조직했고, 그 과정은 1985년 웰가 응 바얀으로 이어졌습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바탄의 청년들은 다시 원전에 관한 정보를 누구에게서 얻는지, 주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후재난 시대의 지역 미래를 누가 결정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제이드에게 바탄원전 재가동은 단지 하나의 발전소를 다시 가동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이미 겪고 있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자신들의 안전과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숏폼 영상에는 인터뷰의 일부를 담았습니다. 아래에는 영상에 미처 담지 못한 전체 질문과 답변을 소개합니다.

숏폼영상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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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권과 지속 가능한 미래, 핵 없는 미래를 위해 활동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제이드 칼린입니다. ‘환경 정의를 위한 청년 바탄 연대(Young Bataeños for Environmental Advocacy Network, Young BEAN)’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원생이고, 이 단체에서 4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Young BEAN은 ‘핵 없는 바탄 운동(Nuclear-Free Bataan Movement)’의 청년 네트워크입니다. 저희는 환경권과 지속 가능한 미래, 그리고 무엇보다 핵 없는 미래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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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홍수를 걱정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바탄은 반도 지형이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해가 갈수록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이곳 바탄 주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름은 전보다 훨씬 더워졌고, 태풍도 훨씬 강력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햇볕을 쬐면 그저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너무 뜨거운 날씨 때문에 열사병이나 심장마비로 쓰러지거나, 심각한 경우 사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탄 주민들은 더욱 강력해진 태풍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발랑가(Balanga) 지역에서는 예전에 큰 홍수나 갑작스러운 범람을 거의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홍수가 나더라도 제 무릎이나 허벅지 정도까지 물이 차는 작은 홍수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심해지면서 이제는 물이 지붕 위까지 차오르는 홍수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 지역에서 홍수를 걱정하며 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2017년에는 발랑가에서 정말 심각한 홍수를 경험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의 삶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집이 피해를 입었고, 생계에도 문제가 생겨 많은 사람이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바탄은 반도이고, 많은 주민이 어업에 종사합니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고 위험해서 바다에 나갈 수 없었고, 당연히 물고기도 잡을 수 없었습니다. 홍수가 지나간 뒤에도 곧바로 바다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홍수로 망가진 집을 다시 고쳐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기후위기가 이곳 바탄 주민들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입니다.


2bc7aa47999b6.png*Young BEAN은 지금도 원전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주제에 대해 학습모임을 가진다. 사진출처 : Young BEAN 페이스북 페이지


“학교에서는 바탄원전을 그저 유명한 관광지로 배웠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지속적으로, 거의 매년 원자력에너지와 관련된 법률을 만들거나 기존 법률을 개정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부가 원전의 영향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원전의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주민들의 권리에 미칠 영향보다 국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봅니다. 필리핀은 지난 몇 년 동안 원전 개발을 위해 계속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은 다른 나라들에 보여주기 위한 국가의 이미지나 정부 관계자들의 이름, 혹은 ‘필리핀 최초의 원전’이라는 이름을 얻는 데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권리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특히 바탄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의 권리와 안전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습니다. 정보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측에는 모든 정보가 있습니다. 정보를 얻고 확인할 수 있는 접근 권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바탄원전에 대해 무엇을 가르칠까요? 바탄원전은 관광지라고 가르칩니다. 우리 건강에 어떤 위험이 있을 수 있는지는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원전이 가동될 경우 어떤 위험이 있을 수 있는지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저 유명한 관광지라고만 배웁니다. 저 역시 학교에서는 바탄원전을 그렇게만 배웠습니다. 원전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된 것은 Young BEAN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뒤였습니다. 바탄 주민들에게는 원전의 영향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원전의 영향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저희 같은 단체에서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입소문(word of mouth)을 통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필리핀의 교육 시스템을 놓고 본다면 원자력시설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정보는 거의 제공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학이나 다른 기관들이 교육과정 안에서 원자력에너지를 장려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현실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주민들은 정보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주민들의 권리와 안전, 정부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충돌을 만들어냅니다. 


일반적인 바탄 주민들에게는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주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할 공간도 없고, 원전의 영향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기회도 없습니다. 자신들의 권리를 두고 협상할 기회도 없습니다. 첫째로 대부분의 사람은 원전의 영향에 관한 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둘째로는 정부에 가서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나 목소리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조직화됐을 때만 비로소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단체를 통해 조직화되어야 정부와 대화하고 로비할 수 있으며, 정책을 만들자고 제안하거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화된 시민이 아니라 단지 개인으로 존재하고, 원전에 관한 지식도 없다면 상황은 매우 다릅니다. 원전의 문제를 알지 못하면 관심을 갖기도 어렵고,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abbe5ace8d3c7.png2026NNAF기간 중 웰가 응 바얀에 참여했던 원로들이 상을 받고 있는 모습 


“41년 동안 바탄원전의 가동을 막아왔습니다”


바탄에 사는 사람으로서 한국 국민들과 한국 정부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바타에뇨(Bataeños), 즉 바탄 주민들은 바탄원전이 가동되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41년 동안 그것을 지켜왔습니다. 우리의 선배 활동가들, 지금의 청년들,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세대가 계속 바탄원전에 맞서 일어서는 한, 우리는 다른 나라에도 계속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대만, 인도, 호주처럼 원자력시설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협력과 오늘과 같은 행사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연대해 원전을 막고, 핵 없는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한국 국민들도 바탄의 역사에서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하나의 거대한 괴물과 어떻게 싸워 이겼는지, 바탄의 역사를 통해 함께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제이드가 말한 ‘41년’은 1985년 웰가 응 바얀을 기점으로 한 표현입니다. 환경운동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1985년 6월 18~20일 약 3만3천 명이 참여한 민중 총파업이 진행됐고, 당시 예정됐던 핵연료 장전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바탄원전은 상업운전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너머 : 앎에서 행동으로 


41년 전 바탄 주민들은 원전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고, 서로 나누며 조직되었습니다. 그렇게 쌓인 배움과 연결은 결국 웰가 응 바얀으로 이어졌습니다. 제이드의 이야기는 지금도 같은 질문을 남깁니다. 주민들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요.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 바탄원전 재가동 가능성 검토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기술적 가능성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 바탄 주민과 청년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41년 전 주민들의 저항은 끝난 역사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배우고 연결되고 행동할 때 거대한 괴물을 멈출 수 있다는 경험은, 지금 제이드와 같은 청년들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도 아시아 각국에서 원전과 기후위기, 에너지정의의 문제에 맞서 행동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이어서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