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명서·보도자료[기획 기고⑪] 송전탑이 어디 서는지도 모르는 도시

배슬기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8-14
조회수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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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11일차]
천안에도 대책위가 생겼다


철탑은 천안 어디에 서는가. 13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이 열린 천안시청 앞 광장에서 여러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대답은 대체로 비슷했다. 정확히는 모른다는 것이었다. 6차선 도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고 양옆으로 유리 건물이 늘어선, 세련된 신도시였다. 아무리 봐도 이 빌딩들 사이에 철탑이 설 리는 없어 보였다.


"우리가 늦었다"는 말로 시작한 출범식


이날 천안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천안송전선로백지화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박종건 공동대표는 첫 마디를 사과에 가깝게 꺼냈다. 그동안 천안에서는 송전선로 문제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고, 충남의 다른 지역이 이미 대책위를 꾸려 목소리를 내는 동안 천안은 뒤처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출범을 이제라도 제대로 알고 함께 대응하자는 약속의 자리라고 말했다.


대책위가 먼저 하겠다고 밝힌 일은 조직이 아니라 방문이었다.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듣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부터 확인하겠다고 했다. 한 가지는 분명히 못 박았다. 어느 한 마을이 반대해 다른 마을로 철탑이 옮겨가는 방식의 싸움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송전탑을 천안에서 다른 곳으로 밀어내자는 요구가 아니라,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전력 생산과 소비 구조 자체를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정부를 향한 요구는 세 가지였다. 전기 공급이 가능한 지방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것. 송전선로를 지중화할 것.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할 것. 그는 충남의 송전선로 지중화율이 1%대로 전국 최저 수준이라고 짚었다. 수도권이 쓸 전기를 보내주면서 건강권과 재산권을 내어주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지역에, 다시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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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후 퍼포먼스송전탑이 세워질 천안을 나타낸 모습 ⓒ 환경운동연합


시청은 알고 있었고, 주민은 몰랐다


서상옥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현황 보고는 천안이 마주한 것이 하나의 노선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했다. 신계룡~북천안 345kV를 비롯해 군산~북천안, 북천안~신기흥, 아산의 신탕정~신판교, 청양~고덕까지 여러 국가 송전망 사업이 이 지역을 동시에 지나거나 이곳에서 만난다. 호남과 서해안의 전기가 수도권으로 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결절 지역이라는 뜻이다.


절차가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신계룡~북천안 노선이다. 약 62km 규모로, 2031년 12월 준공이 목표다. 천안에서는 성남면과 수신면, 병천면, 동면, 광덕면 다섯 개 농촌 지역이 최적경과대역에 이미 포함됐다. 한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지중화와 기존 기반시설 활용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입지선정 절차는 그대로 진행됐다. 지난 4월 무산된 11차 입지선정위원회는 5월에 다시 소집됐고, 그 과정에서 공주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천안에는 이미 일반 송전탑 321기와 초고압 송전탑 29기가 서 있다. 아산은 500기가 넘는다. 전날 지난 당진도 비슷한 규모였다.


황성렬 충남송전탑백지화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는 천안으로 들어오면서 길거리를 유심히 봤다고 했다. 송전선로와 관련된 현수막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천안시청과 시의회가 입지선정위원회 진행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도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주민들은 모르고 있다. 충남에 예정된 노선이 열 개가량이고, 그중 천안이 경과지가 되는 것이 네댓 개인데도 그렇다.


시민들이 아무리 발로 뛰어도 한계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조직적인 대응 체계를 만들 힘은 행정과 의회에 있다는 것이다. 서 사무총장도 같은 지점을 짚었다. 주민의 건강권과 환경권, 재산권을 지키려면 시와 시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주민과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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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반대 집회 참여 중인 시민지역 차별을 이야기하는 메시지 ⓒ 환경운동연합



"수도권 탓만 하기에는,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이날 천안에서 만난 임가혜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도 철탑이 정확히 어디 서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수신면 같은 외곽일 것이라고만 알고 있다고 했다. 이미 폐기물 시설이 있고 이미 선로가 지나가는, 그런 문제들이 겹쳐 있는 농촌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는 천안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광역 단위 단체로 자리를 옮겼다. 당진과 군 단위 지역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야가 달라졌다고 했다. 천안에만 있을 때는 전력을 소비자의 자리에서만 생각해 왔다는 것을 그제야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당사자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호남과 충남과 수도권을 나란히 놓으면 불합리는 금방 보인다. 충남 15개 시군 중 14개가 경과지라는 숫자 앞에서는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천안의 자리에서 보면 질문이 달라진다. 그래서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인가.


임 사무처장은 이 지점에서 방향을 한 번 더 돌렸다. 천안 역시 자기 안의 읍면 지역과 충남의 다른 군 지역에서 끌어다 쓰는 구조라는 것이다. 늘 서울이 어쩌고 수도권이 어쩌고 이야기해 왔는데,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어디서든 격차는 생긴다. 가장 낙후된 지역은 늘 있고, 주변의 큰 도시가 그곳을 흡수한다. 구조는 축척만 바뀔 뿐 같은 모양으로 반복된다.


그가 문제로 꼽은 것은 무지가 아니라 성찰의 기회였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구조를 들여다볼 계기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구호가 텀블러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에너지 정의나 부담의 불균형까지는 닿지 못했다는 뜻이다.


기자회견장 근처는 금당동이다. 이곳도 신도시다. 최근 LNG 발전소 건설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임 사무처장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다. 발전소는 없어져야 한다는 말이 이제야 이 도시 안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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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여 중인 참가단용인반도체산단재검토서명 ⓒ 환경운동연합


발전소도 없는 도시들


행진은 해남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행렬 맨 앞에는 트랙터와 트럭이 섰다. 짐칸에는 새벽에 출하하려다 보내지 못한 메론이 실려 있었다. 낫과 삽도 함께였다. 생계를 그대로 실은 채 하루를 접고 나온 사람들이었다. 천안의 광장은 그 광경과 온도가 달랐다.


발전소가 없는 도시. 소비지이면서 그 안에 다시 도농 격차를 품은 도시. 착취당하는 쪽이면서 동시에 착취하는 쪽인 도시. 천안만이 아니다. 대전과 청주를 비롯해 이런 중간 도시는 전국에 적지 않다. 어느 지역을 지목하려는 말이 아니다. 선이 지나가는 곳과 선이 도착하는 곳 사이에, 이름 붙이기 어려운 자리가 넓게 놓여 있다는 뜻이다.


안재훈 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은 천안이 남쪽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는 마지막 경로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지금부터 잘 대응하면 막아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현정 경기행동 집행위원장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취소소송의 8월 20일 변론기일을 앞두고 서명 참여를 요청했다. 1만 명이 목표이고, 이날까지 4천 명을 넘겼다고 했다.


대책위는 사업 추진 속도보다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민의 실질적 참여와 충분한 정보 공개, 사회적 논의가 보장될 때까지 입지선정 절차를 중단하라는 것이 이날 요구의 핵심이었다. 선언문은 한 문장으로 요약됐다. 천안은 수도권의 전력 통로가 아니다.


이날 천안에서도 그 말이 나왔다. 광주의 한 활동가가 걸으면서 남긴 문장이다. 나에게 고통스러운 것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 것이 공동체의 마지막 책무라는 말이었다. 서울은 철탑도 발전소도 없이 전기를 쓴다. 그 문장은 서울을 향한 것이었다.


그런데 천안에 서서 다시 읽으면 문장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떠넘기지 않아야 할 자리는 어디까지인가. 천안은 그 문장의 어느 편에 서 있는가. 행진단은 다음 날 공주와 부여를 끝으로 충남 일정을 마무리한다.



글쓴이: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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