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명서·보도자료[기획 기고⑩] 550개로도 모자란가, 당진에 다시 송전탑

김지인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8-13
조회수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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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10일차]

550개로도 모자란가, 당진에 다시 송전탑

 



8월 12일 오전 9시, 충남 당진터미널 광장. 더위가 한풀 꺾였다지만 내리쬐는 볕은 그대로였다. 광장 바닥에는 해남에서 당진까지 이어지는 경과지의 이름이 적힌 푯말이 깔렸다. 사람들은 송전탑이 그려진 양산을 펴고 그 앞에 앉았다. 볕이 이런 날에도 모여든 것은 삶의 터전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것은 '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청양–고덕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당진 경과지 반대 결의대회'다. 청양–고덕 노선은 74개 읍면동을 경과지로 두고 있고, 당진에서는 합덕읍, 송악읍, 면천면, 순성면, 우강면, 신평면 6개 읍면이 여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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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쓴 시민 ⓒ 환경운동연합



30년을 감내한 땅에 다시 노선을 긋는다


송영주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 여는 발언에 나섰다. 그는 당진이 지난 30년간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세워 왔다고 말했다. 지금 당진에 선 철탑은 550기가 넘는다. 전기도 반도체도 필요하지만 답이 송전탑일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필요한 곳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해 그곳에서 쓰면 되고, 그것이 어렵다면 전기가 생산되는 곳으로 산업이 가면 된다. 모든 것이 결정된 뒤에 반대하면 늦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종준 충남송전탑백지화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규모를 짚었다. . 그동안 충남의 송전선로 싸움은 한두 개 지역에서 벌어졌다. 이번에는 태안군을 제외한 14 시군이 경과지로 예상되고, 노선만 열 개다. 이렇게 동시에 추진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충남에는 전국 석탄화력의 절반이 몰려 있다. 그중에서도 당진에 가장 많은 발전기가 있다. 보령과 태안에서 일부 호기가 문을 닫는 동안에도 당진은 10기를 그대로 돌린다. 유 집행위원장은 충남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호남과 그 전기를 쓰겠다는 용인 사이에 끼여 고통만 떠안는다고 말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거에는 당진이 외롭게 싸웠지만 지금은 광주·전남과 전북, 대전, 충북, 세종, 경기가 함께 싸운다는 점이라고 했다.

 

당진에 예정된 것은 형식상 한 개 노선이지만 실질은 둘이다. 황성렬 전국행동 공동대표는 기존 청양–고덕 노선에 더해 또 하나의 계획이 겹쳐 있다고 설명했다. 호남에서 해저케이블로 당진화력까지 전기를 끌어오고, 그 옆에 변환소를 지어, 아직 완공되지 않은 당진화력–신송산 선로로 다시 수도권에 보내는 계획이다. 그 선로는 착공까지 21년이 걸렸다. 그동안 당진화력에서 생산된 전기는 전량 수도권으로 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선로를 세우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주민은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8월 17일, 입지선정위원회


당진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손창원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절차의 시계를 알렸다. 한전은 8월 17일자로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추천을 마무리하려 한다. 당진시에도 10명 추천을 요청했다. 청양–고덕 전 구간에서는 100명 안팎의 위원이 참여하게 된다.

 

문제는 이 위원회의 성격이다. 손 공동의장은 입지선정위원회가 송전선로 건설을 전제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이 선로가 왜 필요한지, 다른 방안은 없는지는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진시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담아낼 인사를 위원으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고, 시의회에는 반대 결의문 채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과 예정 6개 읍면의 이장단협의회장들을 만난 이야기도 전했다. 이장들 대부분 송전선로가 당진에 오면 안 된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청양에서 고덕으로 가는 선로가 굳이 당진까지 돌아오겠느냐는 여유도 있었다고 했다. 손 공동의장은 당진화력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765kV 선로를 예로 들었다. 해안을 따라 삽교천을 건너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인데, 그 선로는 예산까지 돌아서 갔다. 송전선로는 반대와 민원이 적은 곳을 따라 흐른다. 그래서 길이는 늘어나고 철탑은 더 많아진다.

 

당진의 에너지 자립률은 400퍼센트를 넘는다. 이번에 계획된 선로는 당진에서 생산하지도, 소비하지도 않는 전기를 실어 나른다.

 

이 절차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충남 안에 이미 사례가 있다. 금산군을 지나는 신정읍–신계룡 345kV 노선이다.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둘러싼 위법성 논란이 이어졌고, 지난해 2월 대전지방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절차의 문제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경과지 결정을 위한 사전협의회는 계속 열리고 있다.

 


두 개의 산단, 두 개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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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을 해체하는 퍼포먼스 중인 시민들  ⓒ 환경운동연합

 

김현정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용인 국가산단 계획 승인처분 취소소송의 원고이기도 하다. 그는 행진 기록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면서 반복해 마주친 댓글 두 가지를 소개했다.

 

하나는 전기 없이 살아 보라는 말이다. 그는 국민이 쓸 전기를 막는 것이 아니라 두 기업을 위한 전기를 막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하나는 내년이면 공장이 돌아가는데 무슨 소리냐는 말이다. 내년에 가동될 곳은 2016년부터 추진돼 온 일반산단이고, 지금 반대하는 것은 그 뒤에 발표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다. 전력 공급 계획부터 서로 다르다. 국가산단에는 팹 여섯 기가 들어설 계획이고, 여기에 쓰일 전기를 대기 위해 해남에서 용인까지 선이 그어졌다.

 

물도 전기도 없는 용인에 그런 규모의 산단이 들어올 수 있다고 보지 않았기에 경기도민들도 발표 당시 당황했다고 한다. 그러나 찬성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시민사회는 법으로라도 시간을 벌자며 2025년 소송을 냈다. 김 집행위원장은 승인이 취소되면 모든 것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된다고 말했다. 8월 20일 변론기일에 맞춰 그동안 모은 서명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미 서 있는 것들을 세어 보면

 

결의대회를 마친 행렬은 인도를 따라 당진시청까지 걸었다. 30분 남짓한 길이었다. 트럭 위에서 마이크를 든 박은정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이 이 도시에 이미 서 있는 것들을 하나씩 세었다.  550기가 넘는 철탑, 200km가 넘는 선로. 765kV에 80여 기, 345kV에 200여 기, 154kV에 230여 기. 숫자를 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고도 당진화력에서 대산으로, 신서산으로 가는 계획이 남아 있다고 했다.

 

시청 앞 기자회견에는박인기 노동당 당진당협위원장, 김희봉 당진참여연대 회장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다. 박 위원장은 이 운동을 님비로 부르는 시선의 밑바닥에 공익이라는 말이 놓여 있다고 했다. 공익은 정부 기관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형성되는 공론이어야 하는데, 1960~70년대의 공론은 정권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고 주민의 의견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원개발촉진법이 아직 살아 있고, 그 법에 기대어 송전탑이 들어선다고 했다.

 

김 회장은 반도체가 낸 이익이 전기를 생산하고 철탑을 이고 사는 농촌을 착취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진시장과 당진시의회가 17만 시민의 뜻을 물어 찬반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동안 시민들은 뜻을 밝혀 왔지만 답이 돌아온 적은 없었다.

 


걷는 동안, 서울에서는

 

당진은 행진 참가자들이 걸어온 열아홉 번째 지역이다. 걷는 동안 서울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오갔다. 전날 대통령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농촌에 햇빛소득마을 같은 것을 만들면 청년들이 내려오지 않겠느냐는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됐다. 청년들이 비싼 월세를 감수하며 수도권에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나마 나은 일자리가 거기 있어서다. 그 현실을 바꾸지 않은 채 지역으로 가면 된다고 말하기는 쉽다. 수백조 원을 버는 기업에 필요한 것은 특혜가 아니라 지원이다. 기업이 재생에너지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 가면 짧은 선로로 될 일이다.

 

같은 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장관은 답을 내놨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송전망 건설 계획을 제12차 전기본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부적절한 신규 수요는 조정하고, 단층인 철탑을 복층과 3복층으로 쓰면 신규 철탑을 40퍼센트가량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마을 가까운 구간은 지중화하고 경과지 선정 과정도 민주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인이든 호남이든 전력이 늦어 반도체 팹 건설이 지체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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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건설 강행하는 김성환 장관을 규탄하는 시민 ⓒ 환경운동연합

 

두 약속은 나란히 놓일 수 없다. 조정할 수 있는 수요였다면 지금의 노선은 무엇을 근거로 그어졌는가. 40퍼센트를 줄일 수 있는 철탑이었다면 그 40퍼센트는 그동안 왜 필요한 것으로 계산돼 있었는가. 요구해 온 것은 감축의 폭이 아니라 수요 자체를 검증하는 절차였다. 그 절차 없이 숫자만 조정된다면, 남는 60퍼센트는 여전히 아무도 묻지 않은 계획이다. 재검토는 다음 계획의 일이고, 입지선정위원 추천 마감은 닷새 뒤였다.

 

행진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으로 네 가지를 요구했다. 수도권과 대기업을 위한 장거리 송전선로 계획을 철회할 것. 의견 수렴과 합의 없이 밟아 온 절차를 중단할 것. 지역의 희생을 전제한 전력정책을 중단할 것.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시키는 지산지소 원칙을 세울 것.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당진의 미래는 당진 시민이 결정한다.

 

마지막 순서는 송전탑 조형물을 부수는 일이었다. 조형물에는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장관은 이날 반대대책위와 세 차례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진 시청 앞에서는 일부 주민만 불러 놓고 만난 자리를 국민과 대화한 것처럼 알린다는 지적이 되풀이됐다. 같은 자리를 두고 한쪽은 협의라 부르고 한쪽은 쇼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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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송전탑송전탑을 반대하는 마음을 나타냄 ⓒ 환경운동연합


행진단은 오후에 서산을 거쳐 보령으로 향했다. 보령에서는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11차 입지선정위원회가 열렸다. 그 앞에서 절차를 멈추라는 요구가 다시 이어졌다.

당진은 30년을 답해 왔다. 아직 답하지 않은 쪽은 어디인가.



글쓴이: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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