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9일차 - 충남 홍성, 장날의 걸음
홍성은 1018년, 고려 현종 9년에 홍주라는 이름을 얻었다. 조선시대에는 서해 내포 지역의 군현을 관할하는 홍주목이 있었다. 지금은 충청남도 도청이 이 땅에 있다. 천년이라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그 천년을 지탱한 것은 물길이었다. 서해가 내륙 깊숙이 파고드는 지형이라 배가 닿았고 물산이 모였다. 시장 한쪽 벽에 남은 보부상 그림이 그 시절을 대신 말한다.
1일과 6일은 홍성장이 서는 날이다. 홍성 인구는 10만 명이지만 예산과 청양 사람들도 이 장을 찾는다. 바다가 가까워 해산물이 많고 농산물과 축산물도 고루 나온다. 구경만 해도 시간이 간다.
그래서 지역의 문제를 알리려면 장날을 고른다. 장에 가려는 사람들이 차를 대는 홍성읍 복개주차장이 캠페인 장소가 된다. 지난 지방선거 때 홍성군수 후보와의 정책협약식도 같은 자리에서 열렸다.
해남에서 용인까지 이어지는 전국대행진의 충남 이틀째, 행진단이 홍성장을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력자립도가 200퍼센트를 넘는 충남에 왜 송전탑이 더 필요한가. 전기도 물도 없는 용인에 반도체산업단지를 꼭 지어야 하는가. 국가사업이니 주민이 막을 수 없다는 말 대신, 잘못된 사업이라면 주민의 뜻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자고 했다.
전단지를 한 사람씩 건네던 방식 대신 이번에는 마이크를 들었다. 용인반도체국가산단 계획 취소 소송 서명에 참여하는 주민이 늘었고,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행진을 시작할 무렵에는 100여 명이 모여 복개주차장이 북적였다.

▲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 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참가자 ⓒ 환경운동연합
함께 걷지 않아도, 관심만으로
홍성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지역이다. 시장에는 한여름에도 사람이 많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한낮 거리에 인적이 드물다. 그날은 바람이 선선하고 구름도 끼어 양산을 펴지 않아도 걸을 만했다.
지나는 사람이 적어도 문을 연 상가에는 상인이 있고, 지나는 차에는 지역 주민이 있다. 더운데도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어 주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 동네에 쓸 전기도 아닌데 도시의 성장을 위해 농촌이 다시 희생해야 한다는 말을, 반길 사람은 많지 않다.
복개주차장에서 옛 홍주읍성의 관문인 조양문을 지나 홍성군청까지는 15분 남짓이었다. 행진단은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 답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 의견을 듣지 않는다며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의 사퇴도 요구했다.

▲행진하는 시민들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 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참가단 ⓒ 환경운동연합
홍성군의회도, 이장협의회도, 주민자치회도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큰 그늘을 만든 홍성군청 앞에 전국을 가로지르는 송전선로 계획도가 펼쳐졌다. 경과지역의 이름이 적힌 피켓이 하나씩 놓였다.
홍성군의회 박만 의장과 군의원들이 자리했다. 홍성군 이장협의회장과 주민자치회 연합회장도 함께했다. 밀양·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새벽에 출발해 장터 캠페인부터 행진과 기자회견까지 함께했다. 이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환경파괴부'라고 불렀다. 전국에 밀양과 청도를 몇 개나 더 만들 셈이냐고 물었다.
이날은 평소 앞에 잘 나서지 않던 이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홍성을 지나는 3개 송전선로의 경과지역에 모두 포함된 장곡면의 오우식 이장이 발언자로 나섰다. 60년 가까이 홍성에서 활동해 온 홍성YMCA의 정형영 이사장도 발언대에 섰다.
이날 행사에는 11개 읍면의 주민과 이장들, 홍성군 이장연합회 주정구 회장, 홍성군 주민자치회 연합회 김화영 회장, 홍성군 농어업회의소 이병완 회장, 홍성군의회 박만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들이 참여했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홍성여성농업인센터, 공익법률센터 농본, 녹색당도 자리를 지켰다. 안재훈 용인반도체산단재검토와초고압송전탑건설반대 전국행동 집행위원장, 황성렬 충남 송전탑 백지화 공동위원장, 경기행동, 정의당, 예산군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 당진시 송전탑 대책위원회, 그리고 멀리 밀양·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함께했다.
한 땀씩 꿰맨 문장들
기자회견장 한쪽에는 손바느질로 만든 현수막이 들렸다. 버려진 현수막에 색색의 천을 엮어 글씨를 새겼다. '농촌은 도시의 전력식민지가 아니다', '전기는 필요한 데서 만들어 써라', '우리 땅에 송전탑 1만 개가 웬말이냐'. 바느질에 들인 시간만큼의 말들이었다.

▲ 바느질로 만든 피켓을 든 시민들 ⓒ 환경운동연합
내일은 홍성을 지나는 송전선로 가운데 하나인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건설사업 11차 입지선정위원회'가 보령에서 열린다. 오전에는 당진과 서산에서 캠페인과 기자회견이 열리고, 이후 보령에 모여 입지선정 절차의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행진단은 김성환 장관이 지금 해야 할 일이 일부 주민을 모아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문제를 안은 채 강행되는 입지선정 절차를 전면 중단하는 결정이라고 했다.
해남에서 용인까지, 걷는 일은 시민의 몫이다. 그 걸음에 답하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
글쓴이: 김미선 예산홍성대책위 집행위원장
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9일차 - 충남 홍성, 장날의 걸음
홍성은 1018년, 고려 현종 9년에 홍주라는 이름을 얻었다. 조선시대에는 서해 내포 지역의 군현을 관할하는 홍주목이 있었다. 지금은 충청남도 도청이 이 땅에 있다. 천년이라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그 천년을 지탱한 것은 물길이었다. 서해가 내륙 깊숙이 파고드는 지형이라 배가 닿았고 물산이 모였다. 시장 한쪽 벽에 남은 보부상 그림이 그 시절을 대신 말한다.
1일과 6일은 홍성장이 서는 날이다. 홍성 인구는 10만 명이지만 예산과 청양 사람들도 이 장을 찾는다. 바다가 가까워 해산물이 많고 농산물과 축산물도 고루 나온다. 구경만 해도 시간이 간다.
그래서 지역의 문제를 알리려면 장날을 고른다. 장에 가려는 사람들이 차를 대는 홍성읍 복개주차장이 캠페인 장소가 된다. 지난 지방선거 때 홍성군수 후보와의 정책협약식도 같은 자리에서 열렸다.
해남에서 용인까지 이어지는 전국대행진의 충남 이틀째, 행진단이 홍성장을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력자립도가 200퍼센트를 넘는 충남에 왜 송전탑이 더 필요한가. 전기도 물도 없는 용인에 반도체산업단지를 꼭 지어야 하는가. 국가사업이니 주민이 막을 수 없다는 말 대신, 잘못된 사업이라면 주민의 뜻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자고 했다.
전단지를 한 사람씩 건네던 방식 대신 이번에는 마이크를 들었다. 용인반도체국가산단 계획 취소 소송 서명에 참여하는 주민이 늘었고,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행진을 시작할 무렵에는 100여 명이 모여 복개주차장이 북적였다.
▲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 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참가자 ⓒ 환경운동연합
함께 걷지 않아도, 관심만으로
홍성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지역이다. 시장에는 한여름에도 사람이 많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한낮 거리에 인적이 드물다. 그날은 바람이 선선하고 구름도 끼어 양산을 펴지 않아도 걸을 만했다.
지나는 사람이 적어도 문을 연 상가에는 상인이 있고, 지나는 차에는 지역 주민이 있다. 더운데도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어 주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 동네에 쓸 전기도 아닌데 도시의 성장을 위해 농촌이 다시 희생해야 한다는 말을, 반길 사람은 많지 않다.
복개주차장에서 옛 홍주읍성의 관문인 조양문을 지나 홍성군청까지는 15분 남짓이었다. 행진단은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 답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 의견을 듣지 않는다며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의 사퇴도 요구했다.
▲행진하는 시민들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 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참가단 ⓒ 환경운동연합
홍성군의회도, 이장협의회도, 주민자치회도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큰 그늘을 만든 홍성군청 앞에 전국을 가로지르는 송전선로 계획도가 펼쳐졌다. 경과지역의 이름이 적힌 피켓이 하나씩 놓였다.
홍성군의회 박만 의장과 군의원들이 자리했다. 홍성군 이장협의회장과 주민자치회 연합회장도 함께했다. 밀양·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새벽에 출발해 장터 캠페인부터 행진과 기자회견까지 함께했다. 이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환경파괴부'라고 불렀다. 전국에 밀양과 청도를 몇 개나 더 만들 셈이냐고 물었다.
이날은 평소 앞에 잘 나서지 않던 이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홍성을 지나는 3개 송전선로의 경과지역에 모두 포함된 장곡면의 오우식 이장이 발언자로 나섰다. 60년 가까이 홍성에서 활동해 온 홍성YMCA의 정형영 이사장도 발언대에 섰다.
이날 행사에는 11개 읍면의 주민과 이장들, 홍성군 이장연합회 주정구 회장, 홍성군 주민자치회 연합회 김화영 회장, 홍성군 농어업회의소 이병완 회장, 홍성군의회 박만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들이 참여했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홍성여성농업인센터, 공익법률센터 농본, 녹색당도 자리를 지켰다. 안재훈 용인반도체산단재검토와초고압송전탑건설반대 전국행동 집행위원장, 황성렬 충남 송전탑 백지화 공동위원장, 경기행동, 정의당, 예산군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 당진시 송전탑 대책위원회, 그리고 멀리 밀양·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함께했다.
한 땀씩 꿰맨 문장들
기자회견장 한쪽에는 손바느질로 만든 현수막이 들렸다. 버려진 현수막에 색색의 천을 엮어 글씨를 새겼다. '농촌은 도시의 전력식민지가 아니다', '전기는 필요한 데서 만들어 써라', '우리 땅에 송전탑 1만 개가 웬말이냐'. 바느질에 들인 시간만큼의 말들이었다.
▲ 바느질로 만든 피켓을 든 시민들 ⓒ 환경운동연합
내일은 홍성을 지나는 송전선로 가운데 하나인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건설사업 11차 입지선정위원회'가 보령에서 열린다. 오전에는 당진과 서산에서 캠페인과 기자회견이 열리고, 이후 보령에 모여 입지선정 절차의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행진단은 김성환 장관이 지금 해야 할 일이 일부 주민을 모아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문제를 안은 채 강행되는 입지선정 절차를 전면 중단하는 결정이라고 했다.
해남에서 용인까지, 걷는 일은 시민의 몫이다. 그 걸음에 답하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
글쓴이: 김미선 예산홍성대책위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