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15개 시군 중 14개 시군이 경과지
- 전국대행진 8일차, 예산과 서천-
"해남에서 용인까지, 이재명 대통령은 응답하라."
전국대행진의 8일차는 충남에서 시작됐다. 10일 오전 충남도청 앞. 출정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도로가 트랙터와 트럭으로 메워졌다. 차마다 송전탑 반대 깃발이 달려 있었다. 예산을 관통하는 송전탑에 반대하는 행진에 참가하려고 농민들이 나선 것이다.
입추의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절기는 과학이라더니 폭염이 지난주보다 한풀 꺾였다. 그래도 더웠다. 전국의 송전선로 계획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 주위로 충남 각지에서 온 시민 100여 명이 송전탑 반대 양산을 쓰고 모였다. 충남 일정의 첫날이었다.
석탄화력의 절반을 떠안은 땅에, 다시 열 개 노선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다.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대기오염물질과 송전탑의 피해를 오래 감당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호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가 다시 이 땅을 지난다. 출정식은 그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됐다.
충남을 경과지로 하는 신규 노선은 열 개다. 노선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는 동안, 목록이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이 그대로 이 지역이 짊어질 몫이었다.
황성렬 충남송전탑백지화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충남이 그동안 수도권을 위해 전기를 보내왔다고 짚었다. 특히 당진화력에서 생산된 전기는 전량 수도권으로 가며, 이를 위해 765kV 송전선로가 놓였다는 것이다. 한동희 공동위원장은 최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일부 주민만 모아 진행한 간담회를 두고, 주민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정 경기행동 집행위원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 용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획 승인 취소소송에 충남 주민들의 뜻도 담길 수 있도록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자회견 중인 행진단송전탑 반대를 위해 기자회견 중인 행진단 ⓒ 환경운동연합
농사일을 하다 말고 나온 사람들
충남 출정식을 마치고 충남도청에 모여들었던 트랙터와 트럭은 다시 도로로 나왔다. 지난 윤석열 탄핵집회 참여를 위해 남태령을 넘었던 트랙터는, 이번에는 지역을 지나는 송전선로 건설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며 다시 도로에 나왔다. 봉산면에서 충남도청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미 세워진 765kV 송전선로가 가로놓여 있었다. 뽑아내지는 못해도 더는 농지에 철탑을 꽂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날 행렬의 뜻이었다.
행진에 참가한 트럭에는 새벽에 출하를 준비하다 미처 보내지 못한 메론이 실려 있었다. 소독기와 낫, 삽 같은 농기구도 함께였다. 송전탑 문제만 아니면 선선한 아침 시간에 밭에 나가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더는 땅을 내어줄 수 없어 거리로 나섰다. 트랙터와 트럭에는 예산에 새로 계획된 3개 노선의 경과지, 12개 읍면의 이름이 적힌 깃발이 내걸렸다.

▲기자회견 중인 행진단송전탑 반대를 위해 기자회견 중인 행진단 ⓒ 환경운동연합
예산군송전탑백지화대책위원회는 예산군 이장단협의회와 봉산면 송전탑반대대책위를 비롯한 26개 단체가 함께 지난 7월 22일 출범했다. 그 단체들이 이날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윤동권 예산대책위 공동대표는 3·1운동 이래 예산 사람들이 이렇게 한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정부와 싸울 일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송전탑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광남 봉산면 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은 765kV 송전선로를 집 앞에 두고 사는 농민의 심정으로 트랙터를 끌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진의 예산읍 주민자치회장은 간양리 유적지를 송전선로가 지나면서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발전소도 없는 예산에 왜 이렇게 많은 철탑이 서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농촌에 사는 사람은 2등 시민이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다시는 수도권을 위한 희생을 강요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이날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을 것이다.
이미 발전소와 송전탑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 서천
충남 출정식과 예산행진,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에는 서천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서천은 석탄화력발전소와 초고압 송전탑이 마을 인근에 위치하면서 미세먼지와 전자파로 계속적인 피해를 받아온 지역이기도 하다.
기자회견에 앞서 유승광 서천군수와 박노찬 서천군의회 의장이 전국행진단을 만났다. 특히 유승광 서천군수는 후보시절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8차 입지선정위원회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에도 참여해서 반대의사를 밝힌 적도 있다. 이날 자리에서도 그는 송전탑에 반대한다는 뜻과 함께, 서천 대책위 구성에 행정도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장 역시 송전탑 반대에 군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대전에서는 지방정부가 국가사업에 개입할 권한이 많지 않다는 답이 나왔다. 하루 만에 다른 장면이 이어진 셈이다. 다만 두 장면이 겨누는 곳은 같다. 중앙정부의 결정은 이미 내려졌고, 지방정부는 그 결정의 바깥에 있다.
언제까지 도시를 위해, 대기업을 위해 희생해야 하나

▲이재명대통령은응답하라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라 요구하는 기자회견 ⓒ 환경운동연합
충남에는 이미 28기의 석탄화력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이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765kV와 345kV 송전선로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런데 또다시 땅을 내어놓으라고 한다. 어떤 주민들은 전기를 안 쓰고 살 수는 없으니 반대만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반도체 산단에 보낼 전기라고 하면 삼성과 SK를 걱정하고 나라를 걱정한다. 그 말들을 들으며 되묻게 된다. 언제까지 도시를 위해, 대기업을 위해 농촌이 희생해야 하는가.
충남의 첫날, 이미 피해를 겪고 있는 예산과 서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의 말이 8월 20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에 그대로 닿기를 바란다. 행진단은 충남 일정을 이어간 뒤 충북과 경기를 지나 서울로 향한다. 충남은 40년 동안 답을 해왔다. 아직 답하지 않은 쪽은 어디인가.
글쓴이: 김미선 예산홍성대책위 집행위원장
충남 15개 시군 중 14개 시군이 경과지
- 전국대행진 8일차, 예산과 서천-
"해남에서 용인까지, 이재명 대통령은 응답하라."
전국대행진의 8일차는 충남에서 시작됐다. 10일 오전 충남도청 앞. 출정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도로가 트랙터와 트럭으로 메워졌다. 차마다 송전탑 반대 깃발이 달려 있었다. 예산을 관통하는 송전탑에 반대하는 행진에 참가하려고 농민들이 나선 것이다.
입추의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절기는 과학이라더니 폭염이 지난주보다 한풀 꺾였다. 그래도 더웠다. 전국의 송전선로 계획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 주위로 충남 각지에서 온 시민 100여 명이 송전탑 반대 양산을 쓰고 모였다. 충남 일정의 첫날이었다.
석탄화력의 절반을 떠안은 땅에, 다시 열 개 노선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다.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대기오염물질과 송전탑의 피해를 오래 감당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호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가 다시 이 땅을 지난다. 출정식은 그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됐다.
충남을 경과지로 하는 신규 노선은 열 개다. 노선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는 동안, 목록이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이 그대로 이 지역이 짊어질 몫이었다.
황성렬 충남송전탑백지화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충남이 그동안 수도권을 위해 전기를 보내왔다고 짚었다. 특히 당진화력에서 생산된 전기는 전량 수도권으로 가며, 이를 위해 765kV 송전선로가 놓였다는 것이다. 한동희 공동위원장은 최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일부 주민만 모아 진행한 간담회를 두고, 주민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정 경기행동 집행위원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 용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획 승인 취소소송에 충남 주민들의 뜻도 담길 수 있도록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자회견 중인 행진단송전탑 반대를 위해 기자회견 중인 행진단 ⓒ 환경운동연합
농사일을 하다 말고 나온 사람들
충남 출정식을 마치고 충남도청에 모여들었던 트랙터와 트럭은 다시 도로로 나왔다. 지난 윤석열 탄핵집회 참여를 위해 남태령을 넘었던 트랙터는, 이번에는 지역을 지나는 송전선로 건설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며 다시 도로에 나왔다. 봉산면에서 충남도청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미 세워진 765kV 송전선로가 가로놓여 있었다. 뽑아내지는 못해도 더는 농지에 철탑을 꽂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날 행렬의 뜻이었다.
행진에 참가한 트럭에는 새벽에 출하를 준비하다 미처 보내지 못한 메론이 실려 있었다. 소독기와 낫, 삽 같은 농기구도 함께였다. 송전탑 문제만 아니면 선선한 아침 시간에 밭에 나가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더는 땅을 내어줄 수 없어 거리로 나섰다. 트랙터와 트럭에는 예산에 새로 계획된 3개 노선의 경과지, 12개 읍면의 이름이 적힌 깃발이 내걸렸다.
▲기자회견 중인 행진단송전탑 반대를 위해 기자회견 중인 행진단 ⓒ 환경운동연합
예산군송전탑백지화대책위원회는 예산군 이장단협의회와 봉산면 송전탑반대대책위를 비롯한 26개 단체가 함께 지난 7월 22일 출범했다. 그 단체들이 이날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윤동권 예산대책위 공동대표는 3·1운동 이래 예산 사람들이 이렇게 한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정부와 싸울 일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송전탑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광남 봉산면 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은 765kV 송전선로를 집 앞에 두고 사는 농민의 심정으로 트랙터를 끌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진의 예산읍 주민자치회장은 간양리 유적지를 송전선로가 지나면서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발전소도 없는 예산에 왜 이렇게 많은 철탑이 서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농촌에 사는 사람은 2등 시민이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다시는 수도권을 위한 희생을 강요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이날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을 것이다.
이미 발전소와 송전탑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 서천
충남 출정식과 예산행진,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에는 서천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서천은 석탄화력발전소와 초고압 송전탑이 마을 인근에 위치하면서 미세먼지와 전자파로 계속적인 피해를 받아온 지역이기도 하다.
기자회견에 앞서 유승광 서천군수와 박노찬 서천군의회 의장이 전국행진단을 만났다. 특히 유승광 서천군수는 후보시절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8차 입지선정위원회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에도 참여해서 반대의사를 밝힌 적도 있다. 이날 자리에서도 그는 송전탑에 반대한다는 뜻과 함께, 서천 대책위 구성에 행정도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장 역시 송전탑 반대에 군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대전에서는 지방정부가 국가사업에 개입할 권한이 많지 않다는 답이 나왔다. 하루 만에 다른 장면이 이어진 셈이다. 다만 두 장면이 겨누는 곳은 같다. 중앙정부의 결정은 이미 내려졌고, 지방정부는 그 결정의 바깥에 있다.
언제까지 도시를 위해, 대기업을 위해 희생해야 하나
▲이재명대통령은응답하라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라 요구하는 기자회견 ⓒ 환경운동연합
충남에는 이미 28기의 석탄화력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이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765kV와 345kV 송전선로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런데 또다시 땅을 내어놓으라고 한다. 어떤 주민들은 전기를 안 쓰고 살 수는 없으니 반대만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반도체 산단에 보낼 전기라고 하면 삼성과 SK를 걱정하고 나라를 걱정한다. 그 말들을 들으며 되묻게 된다. 언제까지 도시를 위해, 대기업을 위해 농촌이 희생해야 하는가.
충남의 첫날, 이미 피해를 겪고 있는 예산과 서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의 말이 8월 20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에 그대로 닿기를 바란다. 행진단은 충남 일정을 이어간 뒤 충북과 경기를 지나 서울로 향한다. 충남은 40년 동안 답을 해왔다. 아직 답하지 않은 쪽은 어디인가.
글쓴이: 김미선 예산홍성대책위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