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시민사회, “영덕의 미래는 핵발전소가 아니다!”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촉구
- 영덕군청 앞 150여명 집결
- "영덕뿐 아니라, 울주, 영광 등 어디에도 핵발전소 안된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하고, 부산 기장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부지 확정, 울산 울주와 전남 영광의 추가 핵발전소 건설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핵발전 확대 정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오늘 11일 전국 시민사회가 영덕에 모여 신규 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를 촉구했다.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은 11일 오후 2시 영덕군청 앞에서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광주·전남, 전북, 서울·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등 전국 각지의 시민사회가 참석해 영덕 신규 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와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안재훈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영덕 신규 핵발전소뿐 아니라 지역을 바꾸어가며 핵발전 확대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영덕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임을 강조했다.

첫 발언에 나선 최인엽 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 집행위원장은 올해 초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승리마을이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에 포함된 사실을 지적하며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에게 정부는 이제 핵발전소를 짓겠다며 또 한 번 삶의 터전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경제와 인구감소를 이야기하지만 주민들을 쫓아내면서 어떻게 인구감소를 막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영덕은 핵발전소를 선택한 지역이 아니라 주민들의 힘으로 핵시설을 막아낸 지역이며, 주민들의 삶이 핵산업과 부동산 투기의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은 부산 기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영덕 주민들의 팔자가 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화가 났다. 기장에 와보면 팔자가 핀 주민은 없다.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수십 년째 피해보상 소송을 하고 있고, ‘더는 못 살겠다’며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지역을 살린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영덕도 그런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덕은 사람들이 여행 오고 사랑해서 찾는 곳이어야 한다. 핵발전소 때문에 오는 곳이 아니라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보기 위해 찾는 영덕으로 남아야 하며, 부산도 울산도 영덕도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유병제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영덕의 청정 자연과 농수산업을 언급하며 “영덕은 대게와 아름다운 바다, 농수산물이 지역의 가장 큰 자산이다. 핵발전소가 들어선 뒤에도 소비자들이 영덕의 수산물과 농산물을 안심하고 찾겠는가.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주민들이다. 정말 전력이 필요하다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대도시 근처에 발전소를 지으면 된다. 왜 깨끗한 지역만 희생시키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류보다 훨씬 긴 시간 관리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사회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승찬 신규원전반대울산범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영덕에 핵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곧 울산에 또 다른 핵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길이고, 대한민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못하게 하는 길이다.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핵발전소를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이며, 울산도 끝까지 영덕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헌석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영덕은 핵폐기장으로 네 번, 핵발전소로 두 번 싸워온 지역이며, 이제 여섯 번째 싸움을 하고 있다. 왜 하필 영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다. 영덕은 회색빛 핵발전소가 아니라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로 기억되어야 할 곳이다. 이번 싸움이 영덕의 마지막 핵시설 반대투쟁이 되기를 바라며, 영덕이 이겨낸다면 대한민국도 더 이상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 나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즉각 철회 ▲영덕·울주·영광 등 전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와 SMR 건설 계획 중단 ▲영덕군의 신규핵발전소 유치 추진 중단과 주민 자기결정권 존중 ▲지역 희생을 강요하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력체계 중심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참가자들은 산불피해지역이자 핵발전소 예정부지인 석리와 노물리를 방문하고, 영덕 시내에 신규핵발전소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
2026년 7월 11일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
별첨1. 기자회견 개요
▷ 일시: 2026년 7월 11일(토) 오후 2시
▷ 장소: 영덕군청 앞
▷ 주최: 신규핵발전소저지 전국비상행동
▷ 사회: 안재훈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집행위원장)
▷ 발언
- 최인엽 (영덕핵시설저지 30km연대 집행위원장)
-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
- 유병제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 안승찬 (신규원전반대울산범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 이헌석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
▷ 기자회견문 낭독 : 노진철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 박미선 핵없는세상을위한 광주전남행동
별첨2. 기자회견문 전문
영덕의 미래는 핵발전소가 아니다.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을 즉각 철회하라!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영덕을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한 것은 영덕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부산 기장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부지선정에 이어 울산 울주와 전남 영광까지 추가 핵발전소 건설 가능성을 거론하며 핵발전 확대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전국의 시민사회는 영덕에 모여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와 핵발전 확대 정책 중단을 촉구한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을 이유로 핵발전 확대를 선언하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추가 핵발전소 반영과 건설 기간 단축까지 예고했다. 그러나 과장된 전력수요 전망을 근거로 핵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경제성과 실효성, 안전성 어느 하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정책이다. 더욱이 정부와 한수원은 충분한 정보 공개와 주민 의견 수렴, 사회적 논의 없이 영덕을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했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결정을 주민이 아닌 정부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영덕은 정부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빈 땅이 아니다. 영덕은 지금까지 단 한 기의 핵발전소도 들어서지 않은 지역이며, 주민들의 힘으로 핵시설을 막아낸 지역이다. 주민들은 세 차례 핵폐기장 건설을 저지했고, 2015년 주민투표에서는 91.7%라는 압도적인 반대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거부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민주적 선택을 외면한 채 다시 영덕을 핵발전소 부지로 만들려는 것은 지역의 자기결정권을 짓밟는 일이며, 주민들의 오랜 노력과 역사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영남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핵발전소 포화지역이다. 부산의 고리·신고리, 울산의 새울, 경주의 월성까지 영남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핵발전의 위험과 부담을 떠안아 왔다. 수도권이 사용할 전기를 위해 특정 지역에 핵발전소를 집중시키고, 지역만 바꾸어가며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국가균형발전도, 정의로운 에너지정책도 아니다.
우리는 분명히 선언한다. 전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는 안 된다. 영덕도 안 되고, 울주도 안 되고, 영광도 안 된다. 영덕의 미래는 핵발전소가 아니라 주민의 삶과 안전,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위에 세워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험한 핵발전 확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력체계 중심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이다.
우리는 영덕 주민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며,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이 철회되는 그날까지, 그리고 대한민국 어디에도 새로운 핵발전소가 들어서지 않는 그날까지 전국 시민사회는 더욱 굳건한 연대로 싸워나갈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정부와 한수원은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을 즉각 철회하라
- 정부는 영덕·울주·영광 등 전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와 SMR 건설 계획을 중단하라
- 영덕군은 군민의 의사를 거스르는 신규핵발전소 유치 추진을 중단하고,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
- 정부는 지역 희생을 강요하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력체계 중심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전환하라
2026년 7월 11일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별첨3. 발언문 전문
최인엽 영덕핵시설저지 30km연대 집행위원장
영덕은 2025년 3월 25일 초대형 산불로 전대미문의 산불재난을 겪은 지역입니다. 영덕에서만 10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의성·안동·청송·영양을 포함한 5개 시·군에서는 공식 집계 27명, 비공식적으로는 4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막대한 재산 피해도 입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한수원이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로 발표한 노물리와 승리 일대는 영덕에서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입니다. 이번에 영덕군이 신청한 약 98만 평의 예정부지 가운데 약 30만 평이 승리 일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승리는 바닷가 언덕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따개비마을’이라고도 불렸습니다. 80여 가구가 살던 마을이었지만 이번 산불로 겨우 8채만 남고 모두 불에 탔습니다. 카카오맵이나 항공사진을 보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번만 남아 있고 집은 몇 채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삶의 터전이 완전히 무너진 주민들에게 정부는 이제 핵발전소를 짓겠다며 사실상 또 한 번 퇴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기획하고 이재명 정부가 이어 추진하고 있는 신규 핵발전소 정책은 결국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는 정책입니다. 정부와 영덕군은 주민들에게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을 내쫓으면서 어떻게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습니까? 또 하나 반드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영덕군은 86.6%가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유선전화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입니다. 저는 이것이 표본 왜곡이라고 생각합니다.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한수원이 실시한 무선전화 조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수원이 공식적으로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하면서 근거로 제시한 것은 영덕군이 유치 신청을 위해 실시한 유선전화 조사 결과, 즉 86.6% 찬성뿐입니다. 이것은 공정한 절차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인 노물리와 승리 일대 98만 평의 토지 소유 현황을 보면, 실제 땅 주인 가운데 영덕 주민은 극소수입니다. 절반 이상이 외지인 소유입니다. 제가 산불피해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어 토지 자료를 조사해 보니, 경북 인근 시·군의 지방의원들도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확인된 사례 가운데는 성주군의원도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토지를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확인된 상황만으로도 상당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노물리와 승리에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토지는 약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영덕 관내 다른 주민들의 토지가 약 10%, 국·공유지가 약 19%입니다. 결국 절반이 넘는 토지가 외지인 소유인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영덕 핵발전소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부동산업자라는 사실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이 일대에서 땅 투기에 관여했던 사람이 다시 돌아와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기획부동산과 투기세력의 이해관계 때문에 영덕 주민들의 삶이 또다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덕 주민들의 삶과 터전이 핵산업과 부동산 투기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저희는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오늘 전국에서 함께해 주신 동지 여러분께도 끝까지 함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
안녕하세요.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 정수희입니다. 부산에서 왔습니다. 영덕과 함께 부산도 SMR 부지로 선정되면서, 사실 오늘 제가 이곳에 와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부산도 지금 굉장히 중대한 상황이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결국 이곳에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막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핵발전소 부지 선정 결과가 발표되기 일주일 전부터 언론에서는 “곧 발표가 날 것이다”라는 기사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기사들을 보며 정말 화가 났습니다. 언론이 “영덕이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되면 영덕 주민들의 팔자가 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영덕군청도 “핵발전소를 유치하면 영덕이 발전한다”, “주민들의 삶이 좋아진다”고 홍보했을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부산 기장군청에 가보십시오. 전국 어느 기초자치단체보다 화려한 청사를 자랑합니다. 울주군청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우리는 핵발전소 덕분에 이렇게 잘산다”고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청사가 아닙니다. 기장의 장안읍과 일광읍, 그리고 울주군 서생면에 가보십시오. 그곳 주민들이 정말 팔자가 핀 사람들인지 직접 보십시오. 왜 기장 주민들이 SMR을 유치하겠다고 이야기했을까요? 왜 울주 일부 주민들이 원전을 더 지어달라고 이야기했을까요? 핵발전소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핵발전소를 유치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을 정도로 지역이 황폐해졌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핵발전소라도 더 지어서 이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 절박함이 유치 요구로 나타난 것입니다. 영덕군청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핵발전소입니까? 누구를 내쫓고, 누구의 배를 불리기 위해 “팔자가 핀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기자 여러분, 기장에 한 번이라도 와보셨습니까? 팔자가 핀 주민이 어디에 있습니까? 울주에 가보셨습니까? 핵발전소 덕분에 행복해졌다는 주민이 어디에 있습니까? 만약 정말 핵발전소 때문에 주민들의 삶이 좋아졌다면, 그 주민들이 또다시 핵발전소를 유치해 달라고 이야기했겠습니까? 기장에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어민들은 지금도 30년 넘게 피해 보상 소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전 바로 옆 마을 주민들은 40년 넘게 “이주시켜라. 더는 못 살겠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곳을 이제 영덕에도 만들겠다는 것입니까? 그런 영덕을 만들겠다는 것입니까? 핵발전소 유치를 추진한 영덕군청 공무원 여러분, 여러분의 책임을 우리는 끝까지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 저는 예쁜 옷을 입고 왔습니다. 투쟁하러 온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영덕을 아름다운 곳으로 계속 찾아오고 싶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영덕은 사람들이 사랑해서 찾아오는 곳이어야 합니다. 핵발전소 때문에 찾아오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반드시 핵발전소를 막아내고, 다음에는 모두 함께 여행하듯 영덕을 다시 찾읍시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영덕은 1986년부터 핵폐기장, 또 핵폐기장, 핵발전소, 또 핵발전소까지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끊임없는 핵시설 추진으로 괴롭힘을 받아온 지역입니다. 그 긴 시간을 견디며 싸워온 주민들에게 오늘 또다시 이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10년 전 만났던 주민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때 뵈었던 목사님의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만난 주민들의 얼굴은 너무나 침통했고, 너무나 지쳐 있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벽 앞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 부산에서도, 울산에서도, 경주에서도, 영광에서도, 광주에서도 전국의 시민들이 영덕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한반도 어디에도 새로운 핵발전소가 들어서지 않는 그날까지 함께하겠습니다. 핵 없는 세상, 우리 함께 만들어갑시다. 감사합니다.
유병제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안녕하십니까. 대구환경운동연합 유병제입니다. 저는 평생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쳐 왔습니다. 영덕은 대구 시민들에게도 아주 소중한 곳입니다.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강구항이라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있습니다. 영덕 하면 누구나 대게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과연 핵발전소가 들어선 뒤에도 지금처럼 관광객들이 영덕을 찾겠습니까? 여러분도 기억하실 겁니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가 바로 이 아름다운 영덕 바다였습니다. 그만큼 영덕은 청정한 자연과 바다가 가장 큰 자산인 곳입니다. 이런 영덕의 바다를 핵발전소로 망치는 것이 과연 지역 발전입니까? 영덕은 대게만 유명한 것이 아닙니다. 복숭아를 비롯한 농산물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방사성물질이 배출되는 핵발전소 옆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겠습니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농민과 어민입니다. 수산물도, 농산물도 판매가 어려워질 것이고 영덕 주민들의 삶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영덕군수는 과연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까? 정말 전력이 그렇게 필요하다면 대도시 가까이에 발전소를 지으십시오. 전기를 많이 쓰는 곳 근처에 지어서 그곳 사람들이 함께 책임지면 됩니다. 왜 깨끗한 지역에만 위험시설을 몰아넣습니까? 저는 생물학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대학에서 방사선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강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방사선이 생태계와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인간은 모두 알지 못합니다. 그런 위험시설을 주민들 곁에 세워놓고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땅을 가진 사람은 땅을 팔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쉽게 떠날 수도 없습니다. 이런 현실은 기장도, 울진도, 영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청정지역 영덕을 그렇게 만들겠다는 정부를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2024년 12월 3일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과정을 보면서 이제는 핵발전 확대 정책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최소한 핵발전 확대만큼은 멈출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신규 핵발전소를 막기 위해 싸우게 될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지금의 정부가 국민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라면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 방향은 신규 핵발전소 확대가 아니라 핵발전 축소입니다. 일부 산업과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미래세대에게 위험을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 인류의 역사는 길어야 수십만 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십만 년 이상 관리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만들어 미래세대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먼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짐을 남기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사회입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핵발전 확대 정책을 반드시 막아낼 것입니다.
안승찬 신규원전반대울산범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신규원전반대울산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온 안승찬입니다. 울산은 영덕과 함께 신규 원전 유치를 놓고 경쟁했던 지역입니다. 저희도 정말 열심히 싸웠습니다. 새벽부터 여름 더위 속에서도 현수막을 붙이고 선전전을 하며 노동자들을 만나 왜 신규 원전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지 알렸습니다. 그래서 영덕이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래도 울산은 피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은 결코 안도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왜 영덕이 선정되었는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국에는 이미 여러 원전단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덕에 새로운 원전단지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원전 두 기를 짓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3호기와 4호기, 그리고 그 이후까지 계속 원전단지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신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근 정부의 발표와 장관의 발언을 보면서 더욱 그렇게 느꼈습니다. 이번 영덕 부지 선정 과정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원전 확대 정책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멈출 수 없습니다. 울산에 원전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의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영덕 주민들과 함께 신규 원전을 막아내는 것이 곧 울산에 또 다른 원전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이며, 대한민국 어디에도 새로운 핵발전소를 짓지 못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왔습니다. 영덕 주민들과 함께 다시 싸우겠습니다.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핵발전소를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재난의 상처 위에 가장 위험한 시설을 세우겠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울산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영덕도, 울산도, 전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가 들어서지 않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헌석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
반갑습니다. 핵폐기장 반대운동의 중요한 역사가 있었던 지역이 바로 이곳 영덕입니다.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있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여러분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1994년 굴업도 핵폐기장 문제가 있었고, 2003년에는 부안이 핵폐기장 문제로 큰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런데 영덕은 그때마다 후보지로 거론됐던 지역입니다. 1989년, 1994년, 2003년 영덕은 핵폐기장과 싸워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있지 않습니까? 경주 핵폐기장 건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영덕과 경주, 군산, 포항 등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국가 주도의 주민투표가 진행됐습니다. 저도 당시 이곳 영덕에 내려와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하며 함께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도 여러분이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영덕은 신규 핵발전소 예정 부지로 지정됐다가 주민들의 힘으로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낸 지역입니다. 핵폐기장으로 네 번, 핵발전소로 두 번, 이제 영덕은 여섯 번째 핵시설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지역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묻고 싶습니다. 왜 하필 영덕입니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저는 영덕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가 왜 이렇게 영덕 주민들에게만 끊임없이 핵폐기장과 핵발전소를 떠넘기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영덕은 이렇게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지방소멸지역이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위험시설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KTX가 개통되면서 영덕군은 연간 1,500만 명 관광객 시대를 이야기했습니다. ‘관광 영덕’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잠시 뒤 우리가 함께 걸을 블루로드 역시 영덕이 자랑하는 대표 관광자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관광도시를 이야기하던 영덕이 핵발전소 유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영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피서를 오고 여행을 오며 영덕의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회색빛 콘크리트 원전 건물이 아니라 영덕의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간절히 바랍니다. 영덕이 지금 하고 있는 이 여섯 번째 싸움이 정말 마지막 싸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영덕이 이번에도 이겨낸다면 영덕만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 나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핵발전소 없는 세상을 향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저도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전국 시민사회, “영덕의 미래는 핵발전소가 아니다!”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촉구
- 영덕군청 앞 150여명 집결
- "영덕뿐 아니라, 울주, 영광 등 어디에도 핵발전소 안된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하고, 부산 기장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부지 확정, 울산 울주와 전남 영광의 추가 핵발전소 건설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핵발전 확대 정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오늘 11일 전국 시민사회가 영덕에 모여 신규 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를 촉구했다.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은 11일 오후 2시 영덕군청 앞에서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광주·전남, 전북, 서울·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등 전국 각지의 시민사회가 참석해 영덕 신규 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와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안재훈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영덕 신규 핵발전소뿐 아니라 지역을 바꾸어가며 핵발전 확대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영덕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임을 강조했다.
첫 발언에 나선 최인엽 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 집행위원장은 올해 초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승리마을이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에 포함된 사실을 지적하며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에게 정부는 이제 핵발전소를 짓겠다며 또 한 번 삶의 터전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경제와 인구감소를 이야기하지만 주민들을 쫓아내면서 어떻게 인구감소를 막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영덕은 핵발전소를 선택한 지역이 아니라 주민들의 힘으로 핵시설을 막아낸 지역이며, 주민들의 삶이 핵산업과 부동산 투기의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은 부산 기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영덕 주민들의 팔자가 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화가 났다. 기장에 와보면 팔자가 핀 주민은 없다.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수십 년째 피해보상 소송을 하고 있고, ‘더는 못 살겠다’며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지역을 살린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영덕도 그런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덕은 사람들이 여행 오고 사랑해서 찾는 곳이어야 한다. 핵발전소 때문에 오는 곳이 아니라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보기 위해 찾는 영덕으로 남아야 하며, 부산도 울산도 영덕도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유병제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영덕의 청정 자연과 농수산업을 언급하며 “영덕은 대게와 아름다운 바다, 농수산물이 지역의 가장 큰 자산이다. 핵발전소가 들어선 뒤에도 소비자들이 영덕의 수산물과 농산물을 안심하고 찾겠는가.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주민들이다. 정말 전력이 필요하다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대도시 근처에 발전소를 지으면 된다. 왜 깨끗한 지역만 희생시키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류보다 훨씬 긴 시간 관리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사회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승찬 신규원전반대울산범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영덕에 핵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곧 울산에 또 다른 핵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길이고, 대한민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못하게 하는 길이다.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핵발전소를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이며, 울산도 끝까지 영덕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헌석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영덕은 핵폐기장으로 네 번, 핵발전소로 두 번 싸워온 지역이며, 이제 여섯 번째 싸움을 하고 있다. 왜 하필 영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다. 영덕은 회색빛 핵발전소가 아니라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로 기억되어야 할 곳이다. 이번 싸움이 영덕의 마지막 핵시설 반대투쟁이 되기를 바라며, 영덕이 이겨낸다면 대한민국도 더 이상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 나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즉각 철회 ▲영덕·울주·영광 등 전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와 SMR 건설 계획 중단 ▲영덕군의 신규핵발전소 유치 추진 중단과 주민 자기결정권 존중 ▲지역 희생을 강요하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력체계 중심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참가자들은 산불피해지역이자 핵발전소 예정부지인 석리와 노물리를 방문하고, 영덕 시내에 신규핵발전소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
2026년 7월 11일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
별첨1. 기자회견 개요
▷ 일시: 2026년 7월 11일(토) 오후 2시
▷ 장소: 영덕군청 앞
▷ 주최: 신규핵발전소저지 전국비상행동
▷ 사회: 안재훈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집행위원장)
▷ 발언
- 최인엽 (영덕핵시설저지 30km연대 집행위원장)
-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
- 유병제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 안승찬 (신규원전반대울산범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 이헌석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
▷ 기자회견문 낭독 : 노진철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 박미선 핵없는세상을위한 광주전남행동
별첨2. 기자회견문 전문
영덕의 미래는 핵발전소가 아니다.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을 즉각 철회하라!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영덕을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한 것은 영덕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부산 기장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부지선정에 이어 울산 울주와 전남 영광까지 추가 핵발전소 건설 가능성을 거론하며 핵발전 확대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전국의 시민사회는 영덕에 모여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철회와 핵발전 확대 정책 중단을 촉구한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을 이유로 핵발전 확대를 선언하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추가 핵발전소 반영과 건설 기간 단축까지 예고했다. 그러나 과장된 전력수요 전망을 근거로 핵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경제성과 실효성, 안전성 어느 하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정책이다. 더욱이 정부와 한수원은 충분한 정보 공개와 주민 의견 수렴, 사회적 논의 없이 영덕을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했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결정을 주민이 아닌 정부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영덕은 정부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빈 땅이 아니다. 영덕은 지금까지 단 한 기의 핵발전소도 들어서지 않은 지역이며, 주민들의 힘으로 핵시설을 막아낸 지역이다. 주민들은 세 차례 핵폐기장 건설을 저지했고, 2015년 주민투표에서는 91.7%라는 압도적인 반대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거부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민주적 선택을 외면한 채 다시 영덕을 핵발전소 부지로 만들려는 것은 지역의 자기결정권을 짓밟는 일이며, 주민들의 오랜 노력과 역사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영남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핵발전소 포화지역이다. 부산의 고리·신고리, 울산의 새울, 경주의 월성까지 영남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핵발전의 위험과 부담을 떠안아 왔다. 수도권이 사용할 전기를 위해 특정 지역에 핵발전소를 집중시키고, 지역만 바꾸어가며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국가균형발전도, 정의로운 에너지정책도 아니다.
우리는 분명히 선언한다. 전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는 안 된다. 영덕도 안 되고, 울주도 안 되고, 영광도 안 된다. 영덕의 미래는 핵발전소가 아니라 주민의 삶과 안전,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위에 세워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험한 핵발전 확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력체계 중심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이다.
우리는 영덕 주민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며,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이 철회되는 그날까지, 그리고 대한민국 어디에도 새로운 핵발전소가 들어서지 않는 그날까지 전국 시민사회는 더욱 굳건한 연대로 싸워나갈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정부와 한수원은 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을 즉각 철회하라
- 정부는 영덕·울주·영광 등 전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와 SMR 건설 계획을 중단하라
- 영덕군은 군민의 의사를 거스르는 신규핵발전소 유치 추진을 중단하고,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
- 정부는 지역 희생을 강요하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력체계 중심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전환하라
2026년 7월 11일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별첨3. 발언문 전문
최인엽 영덕핵시설저지 30km연대 집행위원장
영덕은 2025년 3월 25일 초대형 산불로 전대미문의 산불재난을 겪은 지역입니다. 영덕에서만 10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의성·안동·청송·영양을 포함한 5개 시·군에서는 공식 집계 27명, 비공식적으로는 4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막대한 재산 피해도 입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한수원이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로 발표한 노물리와 승리 일대는 영덕에서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입니다. 이번에 영덕군이 신청한 약 98만 평의 예정부지 가운데 약 30만 평이 승리 일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승리는 바닷가 언덕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따개비마을’이라고도 불렸습니다. 80여 가구가 살던 마을이었지만 이번 산불로 겨우 8채만 남고 모두 불에 탔습니다. 카카오맵이나 항공사진을 보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번만 남아 있고 집은 몇 채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삶의 터전이 완전히 무너진 주민들에게 정부는 이제 핵발전소를 짓겠다며 사실상 또 한 번 퇴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기획하고 이재명 정부가 이어 추진하고 있는 신규 핵발전소 정책은 결국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는 정책입니다. 정부와 영덕군은 주민들에게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을 내쫓으면서 어떻게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습니까? 또 하나 반드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영덕군은 86.6%가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유선전화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입니다. 저는 이것이 표본 왜곡이라고 생각합니다.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한수원이 실시한 무선전화 조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수원이 공식적으로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하면서 근거로 제시한 것은 영덕군이 유치 신청을 위해 실시한 유선전화 조사 결과, 즉 86.6% 찬성뿐입니다. 이것은 공정한 절차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인 노물리와 승리 일대 98만 평의 토지 소유 현황을 보면, 실제 땅 주인 가운데 영덕 주민은 극소수입니다. 절반 이상이 외지인 소유입니다. 제가 산불피해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어 토지 자료를 조사해 보니, 경북 인근 시·군의 지방의원들도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확인된 사례 가운데는 성주군의원도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토지를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확인된 상황만으로도 상당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노물리와 승리에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토지는 약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영덕 관내 다른 주민들의 토지가 약 10%, 국·공유지가 약 19%입니다. 결국 절반이 넘는 토지가 외지인 소유인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영덕 핵발전소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부동산업자라는 사실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이 일대에서 땅 투기에 관여했던 사람이 다시 돌아와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기획부동산과 투기세력의 이해관계 때문에 영덕 주민들의 삶이 또다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덕 주민들의 삶과 터전이 핵산업과 부동산 투기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저희는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오늘 전국에서 함께해 주신 동지 여러분께도 끝까지 함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
안녕하세요.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 정수희입니다. 부산에서 왔습니다. 영덕과 함께 부산도 SMR 부지로 선정되면서, 사실 오늘 제가 이곳에 와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부산도 지금 굉장히 중대한 상황이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결국 이곳에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막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핵발전소 부지 선정 결과가 발표되기 일주일 전부터 언론에서는 “곧 발표가 날 것이다”라는 기사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기사들을 보며 정말 화가 났습니다. 언론이 “영덕이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되면 영덕 주민들의 팔자가 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영덕군청도 “핵발전소를 유치하면 영덕이 발전한다”, “주민들의 삶이 좋아진다”고 홍보했을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부산 기장군청에 가보십시오. 전국 어느 기초자치단체보다 화려한 청사를 자랑합니다. 울주군청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우리는 핵발전소 덕분에 이렇게 잘산다”고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청사가 아닙니다. 기장의 장안읍과 일광읍, 그리고 울주군 서생면에 가보십시오. 그곳 주민들이 정말 팔자가 핀 사람들인지 직접 보십시오. 왜 기장 주민들이 SMR을 유치하겠다고 이야기했을까요? 왜 울주 일부 주민들이 원전을 더 지어달라고 이야기했을까요? 핵발전소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핵발전소를 유치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을 정도로 지역이 황폐해졌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핵발전소라도 더 지어서 이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 절박함이 유치 요구로 나타난 것입니다. 영덕군청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핵발전소입니까? 누구를 내쫓고, 누구의 배를 불리기 위해 “팔자가 핀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기자 여러분, 기장에 한 번이라도 와보셨습니까? 팔자가 핀 주민이 어디에 있습니까? 울주에 가보셨습니까? 핵발전소 덕분에 행복해졌다는 주민이 어디에 있습니까? 만약 정말 핵발전소 때문에 주민들의 삶이 좋아졌다면, 그 주민들이 또다시 핵발전소를 유치해 달라고 이야기했겠습니까? 기장에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어민들은 지금도 30년 넘게 피해 보상 소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전 바로 옆 마을 주민들은 40년 넘게 “이주시켜라. 더는 못 살겠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곳을 이제 영덕에도 만들겠다는 것입니까? 그런 영덕을 만들겠다는 것입니까? 핵발전소 유치를 추진한 영덕군청 공무원 여러분, 여러분의 책임을 우리는 끝까지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 저는 예쁜 옷을 입고 왔습니다. 투쟁하러 온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영덕을 아름다운 곳으로 계속 찾아오고 싶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영덕은 사람들이 사랑해서 찾아오는 곳이어야 합니다. 핵발전소 때문에 찾아오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반드시 핵발전소를 막아내고, 다음에는 모두 함께 여행하듯 영덕을 다시 찾읍시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영덕은 1986년부터 핵폐기장, 또 핵폐기장, 핵발전소, 또 핵발전소까지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끊임없는 핵시설 추진으로 괴롭힘을 받아온 지역입니다. 그 긴 시간을 견디며 싸워온 주민들에게 오늘 또다시 이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10년 전 만났던 주민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때 뵈었던 목사님의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만난 주민들의 얼굴은 너무나 침통했고, 너무나 지쳐 있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벽 앞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 부산에서도, 울산에서도, 경주에서도, 영광에서도, 광주에서도 전국의 시민들이 영덕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한반도 어디에도 새로운 핵발전소가 들어서지 않는 그날까지 함께하겠습니다. 핵 없는 세상, 우리 함께 만들어갑시다. 감사합니다.
유병제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안녕하십니까. 대구환경운동연합 유병제입니다. 저는 평생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쳐 왔습니다. 영덕은 대구 시민들에게도 아주 소중한 곳입니다.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강구항이라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있습니다. 영덕 하면 누구나 대게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과연 핵발전소가 들어선 뒤에도 지금처럼 관광객들이 영덕을 찾겠습니까? 여러분도 기억하실 겁니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가 바로 이 아름다운 영덕 바다였습니다. 그만큼 영덕은 청정한 자연과 바다가 가장 큰 자산인 곳입니다. 이런 영덕의 바다를 핵발전소로 망치는 것이 과연 지역 발전입니까? 영덕은 대게만 유명한 것이 아닙니다. 복숭아를 비롯한 농산물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방사성물질이 배출되는 핵발전소 옆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겠습니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농민과 어민입니다. 수산물도, 농산물도 판매가 어려워질 것이고 영덕 주민들의 삶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영덕군수는 과연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까? 정말 전력이 그렇게 필요하다면 대도시 가까이에 발전소를 지으십시오. 전기를 많이 쓰는 곳 근처에 지어서 그곳 사람들이 함께 책임지면 됩니다. 왜 깨끗한 지역에만 위험시설을 몰아넣습니까? 저는 생물학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대학에서 방사선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강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방사선이 생태계와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인간은 모두 알지 못합니다. 그런 위험시설을 주민들 곁에 세워놓고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땅을 가진 사람은 땅을 팔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쉽게 떠날 수도 없습니다. 이런 현실은 기장도, 울진도, 영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청정지역 영덕을 그렇게 만들겠다는 정부를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2024년 12월 3일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과정을 보면서 이제는 핵발전 확대 정책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최소한 핵발전 확대만큼은 멈출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신규 핵발전소를 막기 위해 싸우게 될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지금의 정부가 국민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라면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 방향은 신규 핵발전소 확대가 아니라 핵발전 축소입니다. 일부 산업과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미래세대에게 위험을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 인류의 역사는 길어야 수십만 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십만 년 이상 관리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만들어 미래세대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먼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짐을 남기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사회입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핵발전 확대 정책을 반드시 막아낼 것입니다.
안승찬 신규원전반대울산범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신규원전반대울산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온 안승찬입니다. 울산은 영덕과 함께 신규 원전 유치를 놓고 경쟁했던 지역입니다. 저희도 정말 열심히 싸웠습니다. 새벽부터 여름 더위 속에서도 현수막을 붙이고 선전전을 하며 노동자들을 만나 왜 신규 원전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지 알렸습니다. 그래서 영덕이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래도 울산은 피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은 결코 안도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왜 영덕이 선정되었는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국에는 이미 여러 원전단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덕에 새로운 원전단지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원전 두 기를 짓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3호기와 4호기, 그리고 그 이후까지 계속 원전단지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신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근 정부의 발표와 장관의 발언을 보면서 더욱 그렇게 느꼈습니다. 이번 영덕 부지 선정 과정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원전 확대 정책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멈출 수 없습니다. 울산에 원전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의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영덕 주민들과 함께 신규 원전을 막아내는 것이 곧 울산에 또 다른 원전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이며, 대한민국 어디에도 새로운 핵발전소를 짓지 못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왔습니다. 영덕 주민들과 함께 다시 싸우겠습니다.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핵발전소를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재난의 상처 위에 가장 위험한 시설을 세우겠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울산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영덕도, 울산도, 전국 어디에도 신규 핵발전소가 들어서지 않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헌석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
반갑습니다. 핵폐기장 반대운동의 중요한 역사가 있었던 지역이 바로 이곳 영덕입니다.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있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여러분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1994년 굴업도 핵폐기장 문제가 있었고, 2003년에는 부안이 핵폐기장 문제로 큰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런데 영덕은 그때마다 후보지로 거론됐던 지역입니다. 1989년, 1994년, 2003년 영덕은 핵폐기장과 싸워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있지 않습니까? 경주 핵폐기장 건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영덕과 경주, 군산, 포항 등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국가 주도의 주민투표가 진행됐습니다. 저도 당시 이곳 영덕에 내려와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하며 함께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도 여러분이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영덕은 신규 핵발전소 예정 부지로 지정됐다가 주민들의 힘으로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낸 지역입니다. 핵폐기장으로 네 번, 핵발전소로 두 번, 이제 영덕은 여섯 번째 핵시설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지역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묻고 싶습니다. 왜 하필 영덕입니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저는 영덕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가 왜 이렇게 영덕 주민들에게만 끊임없이 핵폐기장과 핵발전소를 떠넘기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영덕은 이렇게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지방소멸지역이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위험시설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KTX가 개통되면서 영덕군은 연간 1,500만 명 관광객 시대를 이야기했습니다. ‘관광 영덕’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잠시 뒤 우리가 함께 걸을 블루로드 역시 영덕이 자랑하는 대표 관광자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관광도시를 이야기하던 영덕이 핵발전소 유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영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피서를 오고 여행을 오며 영덕의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회색빛 콘크리트 원전 건물이 아니라 영덕의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간절히 바랍니다. 영덕이 지금 하고 있는 이 여섯 번째 싸움이 정말 마지막 싸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영덕이 이번에도 이겨낸다면 영덕만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 나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핵발전소 없는 세상을 향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저도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