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ESG 법정공시 전환 환영, 공시의무 확대까지 이어져야

정부와 여당이 7월 8일 당정협의를 거쳐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최종안'을 발표했다.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를 의무화하되, 거래소 공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에 포함하는 법정공시로 즉시 시행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의견수렴안과 비교하면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2021년 정부 스스로 내건 약속과 국제 기준에 비추어 보면, 이 최종안은 여전히 절반의 제도에 머물러 있다.
기존 금융위원회 제안보다 진전된 부분은 분명히 평가한다.
첫째, 법정공시 즉시 전환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거래소 상장규정에 근거한 공시가 법적 의무가 아니며, 형식적 체크리스트 공시로 전락해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최종안이 '거래소 공시 후 법정공시 전환'이라는 불필요한 우회로를 폐기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사업보고서 통합 공시로 직행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합리적 추정과 성실 공시에 대한 면책을 법률로 보장하는 세이프하버 도입 역시 우리가 일관되게 요구해 온 방향이다.
둘째, 의무화 대상 확대다. 초안의 연결자산 30조 원 기준은 약 58개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름만 의무화'였다. 최종안은 첫해 기준을 10조 원으로 낮추고 2029년 5조 원으로 넓혀, 종속회사를 포함하면 3천 개가 넘는 기업이 공시 체계에 편입된다.
셋째, 초안에 부재했던 제3자 인증 일정이 2030년으로 명시됐다.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은 여전히 무겁다.
첫째, 2021년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2025년부터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까지 코스피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러나 최종안에서 자산 2조 원 이상 확대는 2030년 '검토' 사항에 불과하다. 확정된 일정이 아니라 2028~2029년 공시 상황 평가에 따라 좌우되는 조건부 계획이다. 원래 약속보다 5년 늦은 일정조차 확언하지 못한 것이며, 코스피 전체 확대 일정은 최종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둘째, 공시는 기후에 갇혀 있다. 최종안은 기후공시를 원칙으로 삼았을 뿐, 생물다양성·수자원·오염·폐기물 등 환경 사안과 노동권·공급망 인권·지역사회 영향 등 사회 사안은 의무 공시 범위 밖에 있다. 탄소 배출 수치만 보고하면서 하천을 오염시키고 공급망에서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EU CSRD는 이미 환경·사회·거버넌스 전 영역의 의무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셋째, 이중 중대성 원칙이 반영되지 않았다. 최종안은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 관점에 머물러 있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개하는 이중 중대성 원칙 없이는 투자자뿐 아니라 시민과 미래세대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넷째, 스코프3 공시의 3년 유예는 글로벌 시장의 속도에 뒤처진다. 연결자산 10조 원 이상 기업조차 2031년에야 스코프3 공시를 시작하고, 2조 원 이상 기업은 2033년으로 밀려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스코프3 배출량 데이터 제출이 이미 거래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감안하면, 유예는 기업 보호가 아니라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배제를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섯째, 도입 초기 3년의 '포괄적 면책'은 범위가 명확히 한정되어야 한다. 고의적 그린워싱을 면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당연하나, 포괄적 면책이 공시 부실의 방패로 남용되지 않도록 면책 요건과 한계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자산·매출 연결기준 10% 미만 종속회사를 제외하는 면제 룰 역시 공시 범위를 실질적으로 축소하지 않도록 재검토가 필요하다.
법정공시 전환과 대상 확대는 시민사회가 요구해 온 방향으로의 진전이다. 그러나 자본이 어디로 흘러가느냐가 사회 전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기후만, 대기업만' 공시하는 제도로는 부족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와 국회에 다음을 촉구한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까지의 확대를 '검토'가 아닌 확정 일정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명시하라. 환경·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 사항을 의무 공시 범위에 포함하는 확대 로드맵을 제시하라. 이중 중대성 원칙을 공시 체계에 반영하라. 스코프3 유예 기간을 단축하고, 초기 면책의 요건과 한계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라.
2026년 7월 10일
환경운동연합
[논평]
ESG 법정공시 전환 환영, 공시의무 확대까지 이어져야
정부와 여당이 7월 8일 당정협의를 거쳐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최종안'을 발표했다.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를 의무화하되, 거래소 공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에 포함하는 법정공시로 즉시 시행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의견수렴안과 비교하면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2021년 정부 스스로 내건 약속과 국제 기준에 비추어 보면, 이 최종안은 여전히 절반의 제도에 머물러 있다.
기존 금융위원회 제안보다 진전된 부분은 분명히 평가한다.
첫째, 법정공시 즉시 전환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거래소 상장규정에 근거한 공시가 법적 의무가 아니며, 형식적 체크리스트 공시로 전락해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최종안이 '거래소 공시 후 법정공시 전환'이라는 불필요한 우회로를 폐기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사업보고서 통합 공시로 직행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합리적 추정과 성실 공시에 대한 면책을 법률로 보장하는 세이프하버 도입 역시 우리가 일관되게 요구해 온 방향이다.
둘째, 의무화 대상 확대다. 초안의 연결자산 30조 원 기준은 약 58개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름만 의무화'였다. 최종안은 첫해 기준을 10조 원으로 낮추고 2029년 5조 원으로 넓혀, 종속회사를 포함하면 3천 개가 넘는 기업이 공시 체계에 편입된다.
셋째, 초안에 부재했던 제3자 인증 일정이 2030년으로 명시됐다.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은 여전히 무겁다.
첫째, 2021년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2025년부터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까지 코스피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러나 최종안에서 자산 2조 원 이상 확대는 2030년 '검토' 사항에 불과하다. 확정된 일정이 아니라 2028~2029년 공시 상황 평가에 따라 좌우되는 조건부 계획이다. 원래 약속보다 5년 늦은 일정조차 확언하지 못한 것이며, 코스피 전체 확대 일정은 최종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둘째, 공시는 기후에 갇혀 있다. 최종안은 기후공시를 원칙으로 삼았을 뿐, 생물다양성·수자원·오염·폐기물 등 환경 사안과 노동권·공급망 인권·지역사회 영향 등 사회 사안은 의무 공시 범위 밖에 있다. 탄소 배출 수치만 보고하면서 하천을 오염시키고 공급망에서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EU CSRD는 이미 환경·사회·거버넌스 전 영역의 의무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셋째, 이중 중대성 원칙이 반영되지 않았다. 최종안은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 관점에 머물러 있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개하는 이중 중대성 원칙 없이는 투자자뿐 아니라 시민과 미래세대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넷째, 스코프3 공시의 3년 유예는 글로벌 시장의 속도에 뒤처진다. 연결자산 10조 원 이상 기업조차 2031년에야 스코프3 공시를 시작하고, 2조 원 이상 기업은 2033년으로 밀려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스코프3 배출량 데이터 제출이 이미 거래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감안하면, 유예는 기업 보호가 아니라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배제를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섯째, 도입 초기 3년의 '포괄적 면책'은 범위가 명확히 한정되어야 한다. 고의적 그린워싱을 면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당연하나, 포괄적 면책이 공시 부실의 방패로 남용되지 않도록 면책 요건과 한계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자산·매출 연결기준 10% 미만 종속회사를 제외하는 면제 룰 역시 공시 범위를 실질적으로 축소하지 않도록 재검토가 필요하다.
법정공시 전환과 대상 확대는 시민사회가 요구해 온 방향으로의 진전이다. 그러나 자본이 어디로 흘러가느냐가 사회 전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기후만, 대기업만' 공시하는 제도로는 부족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와 국회에 다음을 촉구한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까지의 확대를 '검토'가 아닌 확정 일정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명시하라. 환경·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 사항을 의무 공시 범위에 포함하는 확대 로드맵을 제시하라. 이중 중대성 원칙을 공시 체계에 반영하라. 스코프3 유예 기간을 단축하고, 초기 면책의 요건과 한계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라.
2026년 7월 10일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