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명서·보도자료원전 유치 공약이 말하지 않는 것들

최경숙 정책변화팀 선임활동가
2026-06-04
조회수 597

원전 유치 공약이 말하지 않는 것들

- 후쿠시마의 교훈과 전쟁 시대의 새로운 위험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과정에서 일부 원전 지역에서는 원전과 핵폐기물 시설을 지역 발전의 수단으로 내세우는 공약들이 쏟아졌다. 원전 주변지역 지원금 확대, 고준위핵폐기장 지원금, 전기요금 반값, 에너지 연금, 원전 연금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런 공약을 내건 후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당선됐다.

 

지역 주민들의 삶이 어려운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소득원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원전 유치와 핵폐기물 시설 수용이 정말로 지역의 미래를 보장하는 해법인가 하는 점이다.

 

지원금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선거에서 제시된 상당수 공약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권한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전기요금 인하나 에너지 연금 지급은 관련 법률 개정과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태양광·풍력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햇빛연금', '바람연금'과도 성격이 전혀 다르다. 재생에너지 수익 공유는 주민의 참여와 투자에 따른 '배당' 구조여서 전기요금과 무관하지만, 원전 연금이나 전기요금 할인은 결국 국가 재정과 전력요금 체계에 기대는 '지원금' 정책이다. 핵발전 단가가 오르면 그 부담은 다시 사회 전체로 돌아온다.

 

최근 정부는 원전과 핵폐기물 시설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전체 한도의 절반까지 직접 지원을 허용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핵발전 단가가 다소 올라가더라도 수용성을 사들이려는 정부·한수원과, 보상을 요구하며 의존을 키워가는 지역사회의 악순환은 이미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나타난 폐해다. 인구소멸·지역경제 침체와 맞물리면서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인 질문을 피해가는 방식이다. 위험한 시설을 유치하는 대가로 얼마를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그 위험을 지역사회가 떠안는 것이 정당한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후쿠시마는 과거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여전히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1년 사고로부터 15년이 흘렀고, 일본 정부는 이 참사를 잊힌 재난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올림픽 경기 일부를 후쿠시마에서 열었고 선수촌에 현지 식재료를 공급했으며, 언론 보도는 점점 줄어 이제 후쿠시마를 다루는 매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재난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고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가장 분명한 증거는 식탁 위에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분석한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5년 식품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전체 검사 3만 5,388건 가운데 3,811건, 즉 10.8%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담수어 39.8%, 야생조수육 29.8%, 표고버섯 47.7%였고, 멧돼지고기에서는 일본 기준치(100Bq/kg)의 130배에 달하는 최대 1만 3,000Bq/kg이 나왔다. 게다가 시민단체 '모두의데이터'가 온라인에서 유통 중인 건조 송이버섯을 검사하자 기준치의 17배가 넘는 1,760Bq/kg이 검출됐다. 일본 정부의 관리망 밖에서 고농도 오염 식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사고는 하루 만에 일어났지만 피해는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에 걸쳐 이어진다. 방사능은 지역경제를 무너뜨리고 농업과 어업을 위축시키며 주민에게 지속적인 불안을 안긴다. 사고를 일으킨 기업과 정부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어도, 그 피해는 결국 시민과 미래 세대가 떠안는다. 원전이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주장과 달리,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지역 전체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후쿠시마는 보여준다.

 

전쟁과 드론, 원전의 새로운 취약성

 

오늘날 원전이 직면한 위험은 후쿠시마 당시보다 더 복잡하다. 더 이상 설계 결함이나 운영 실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과 드론 기술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현실이 원전을 평시의 안전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2025년 2월, 러시아 드론이 체르노빌 원전의 신형 안전격리시설(New Safe Confinement)을 공격한 사건은 상징적이다. 이 시설은 1986년 폭발 사고를 일으킨 4호기의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기존 석관 위에 세운 27억 달러 규모의 돔으로, 복구 비용만 약 5억 8,2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방사능을 가두기 위해 만든 거대한 격납 구조물조차 전쟁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전 세계가 목격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더욱 심각하다.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 단지가 전쟁 한복판에 놓여 수차례 드론·미사일 공격에 노출됐다. 원자로가 직접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안전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2025년 8월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쿠르스크 원전을 공격해 대형 화재가 났고, 어느 나라와도 전쟁 중이 아닌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 인근 발전기까지 드론 공격으로 불이 붙었다. 드론 공격, 사이버 공격, 테러, 군사 충돌처럼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위험이 이제 실제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지역이고, 원전은 국가 핵심 기반시설인 동시에 공격자에게는 매력적인 표적이다. 특히 소형 드론 기술의 발전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위협을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설계수명을 넘긴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을 확대하고, 이미 26기가 가동 중인 땅에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더 짓겠다고 한다. 여기에 경제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소형모듈원전(SMR)까지 밀어 넣으려 한다.

 

원전 유치 공약은 대부분 지원금과 보상금만 이야기할 뿐, 이런 위험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주민이 받을 혜택은 말하면서, 주민이 감수해야 할 위험은 설명하지 않는다. 원전 한 기가 들어오면 수십 년 동안 그 지역의 운명이 바뀐다. 사용후핵연료와 핵폐기물 문제는 발전소 운영이 끝난 뒤에도 남고, 사고 위험은 사라지지 않으며, 전쟁·테러·기후재난 같은 새로운 위협은 계속 늘어난다.

 

지역소멸 위기를 푸는 길은 위험 시설에 대한 의존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주민 참여형 발전사업, 에너지 효율 향상, 지역 순환경제 구축은 위험을 떠안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소득을 만들 수 있는 대안이다.

 

이번 선거에 등장한 원전 유치 공약들은 주민들의 절박함을 반영한다. 그러나 절박함이 위험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진정한 추모는 사고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데 있다. 우리는 지원금의 규모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어떤 지역을 물려줄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후쿠시마와 우크라이나가 보내는 경고를 외면한 채 또 다른 원전 의존의 길로 나아간다면, 그 대가는 결국 지역사회 전체가 감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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