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법정 공시 즉시 시행하고,
2021년 약속대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까지 지속가능성 공시를 전면 의무화하라
금융위원회가 2026년 2월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의견수렴안은 기후위기 대응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와 투자자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한 후퇴한 안이다.
이는 2021년 정부 스스로 제시했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이후 논의되었던 어떤 수준보다도 더 후퇴한 내용이다. 이러한 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기후금융 확대와 자본시장 신뢰 제고라는 정책 목표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로드맵의 전면 수정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하나. 법정 공시 즉시 시행하라
금융위원회는 2028년부터 거래소 공시 방식으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래소 공시는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이라는 사인 간 계약에 근거할 뿐, 자본시장법에 의한 법적 의무가 아니다. 거래소 공시는 형식적인 체크리스트 수준의 공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투자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
더욱이 거래소 공시는 기업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에 면책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기업은 거래소 제재와 민·형사 책임이라는 이중 리스크에 노출된다. 반면 법정 공시는 합리적 추정과 성실 공시에 대한 면책을 법률로 보장할 수 있어, 지속가능성 공시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오히려 기업 보호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다.
EU, 일본, 호주,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주요국은 모두 법정 공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만이 거래소 공시를 경유하는 우회로를 선택한 것은 글로벌 기준으로부터의 이탈이며,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정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시민 모두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불필요한 중간 단계를 즉시 폐지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법정 공시로 직행해야 한다.
둘. 2021년의 약속을 지켜라 — 자산 2조원 이상 기업까지 의무화하라
금융위원회는 2021년,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까지 코스피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내놓은 안은 시작 시점을 3년 미루고, 대상 기준을 자산 2조원에서 연결자산 30조원으로 열다섯 배나 좁혀 놓았다. 이것은 정책의 수정이 아니라 사실상의 포기다.
연결자산 30조 원 이상 기업은 약 58개사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미 대부분 자발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어 의무화의 실익이 없다. 여기에 K-IFRS 중요성 원칙에 따라 연결자산·매출의 10% 미만 종속기업을 공시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는 '10% 면제 룰'까지 적용하면 실질적인 공시 대상은 더욱 좁아진다. 이름만 의무화인 제도다.
반면 자산 2조 원 이상으로 기준을 확대하면 자본시장 내 대다수 중견기업까지 공시 의무가 실질적으로 미친다. 연결 첫 해 비교정보 면제와 10% 면제 룰을 병행 적용하면 기업의 준비 부담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된다. 시장은 이미 이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재계의 눈치를 보며 시장보다 뒤처질 이유가 없다.
셋. 기후만으로는 부족하다 — 환경·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의무 공시하라
이번 로드맵은 공시 범위를 사실상 기후 관련 정보에 국한하고, 생물다양성·수자원·오염·폐기물 등 다른 환경 사안과 노동권·공급망 인권·지역사회 영향 등 사회 사안은 선택 공시로 후퇴시켰다. 이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본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손실, 물 부족, 화학물질 오염과 분리될 수 없다. 탄소 배출 수치만 보고하면서 하천을 오염시키고 공급망에서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ISSB가 기후부터 시작한 것은 순서의 문제이지, 나머지를 면제하라는 뜻이 아니다.
EU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는 이미 환경·사회·거버넌스 전 영역에 걸쳐 상세한 의무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스코프3 배출량 데이터 제출이 이미 거래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시를 늦추는 것은 기업 보호가 아니라, 한국 기업을 글로벌 시장에서 스스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도 기후를 출발점으로 삼되, 다른 환경 사안과 사회 사안을 의무 공시 범위에 포함하는 명확한 확대 로드맵을 지금 제시해야 한다. 선택 공시는 언제나 편의에 따라 왜곡되고 누락된다. 의무 공시만이 공시의 실질을 담보한다.
넷. 재무적 중요성을 넘어 — 기업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개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공시는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절반의 공시에 불과하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하는 ‘이중 중요성’ 원칙이 필요하다.
기업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생태계를 훼손하며, 노동과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영향은 재무제표에 즉시 반영되지 않더라도 분명히 존재하며, 투자자뿐 아니라 시민과 미래세대가 알 권리가 있다.
공시는 검증 없이는 절반의 제도다. 현재 로드맵에는 제3자 인증에 대한 명확한 일정이 없다. 이는 그린워싱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공시와 동시에 또는 단기간 내 제3자 검증을 의무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도 공시 의무화와 함께 인증 로드맵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자본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는 사회 전체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 흐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투명하고 포괄적이며 법적 구속력을 가진 지속가능성 공시다. 금융위원회는 재계의 로비와 부처 관성에 갇힌 30조원짜리 반쪽 로드맵을 즉각 폐기하고, 다음 네 가지를 이행하라.
하나,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법정 공시로 즉시 전환하라.
둘, 자산 2조원 이상 기업까지 의무화 대상을 확대하라.
셋, 환경·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 사항을 의무 공시 범위에 포함하라.
넷, 이중 중요성 원칙과 제3자 검증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라.
2026년 4월 8일
환경운동연합

금융위원회는 법정 공시 즉시 시행하고,
2021년 약속대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까지 지속가능성 공시를 전면 의무화하라
금융위원회가 2026년 2월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의견수렴안은 기후위기 대응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와 투자자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한 후퇴한 안이다.
이는 2021년 정부 스스로 제시했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이후 논의되었던 어떤 수준보다도 더 후퇴한 내용이다. 이러한 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기후금융 확대와 자본시장 신뢰 제고라는 정책 목표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로드맵의 전면 수정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하나. 법정 공시 즉시 시행하라
금융위원회는 2028년부터 거래소 공시 방식으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래소 공시는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이라는 사인 간 계약에 근거할 뿐, 자본시장법에 의한 법적 의무가 아니다. 거래소 공시는 형식적인 체크리스트 수준의 공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투자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
더욱이 거래소 공시는 기업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에 면책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기업은 거래소 제재와 민·형사 책임이라는 이중 리스크에 노출된다. 반면 법정 공시는 합리적 추정과 성실 공시에 대한 면책을 법률로 보장할 수 있어, 지속가능성 공시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오히려 기업 보호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다.
EU, 일본, 호주,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주요국은 모두 법정 공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만이 거래소 공시를 경유하는 우회로를 선택한 것은 글로벌 기준으로부터의 이탈이며,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정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시민 모두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불필요한 중간 단계를 즉시 폐지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법정 공시로 직행해야 한다.
둘. 2021년의 약속을 지켜라 — 자산 2조원 이상 기업까지 의무화하라
금융위원회는 2021년,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까지 코스피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내놓은 안은 시작 시점을 3년 미루고, 대상 기준을 자산 2조원에서 연결자산 30조원으로 열다섯 배나 좁혀 놓았다. 이것은 정책의 수정이 아니라 사실상의 포기다.
연결자산 30조 원 이상 기업은 약 58개사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미 대부분 자발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어 의무화의 실익이 없다. 여기에 K-IFRS 중요성 원칙에 따라 연결자산·매출의 10% 미만 종속기업을 공시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는 '10% 면제 룰'까지 적용하면 실질적인 공시 대상은 더욱 좁아진다. 이름만 의무화인 제도다.
반면 자산 2조 원 이상으로 기준을 확대하면 자본시장 내 대다수 중견기업까지 공시 의무가 실질적으로 미친다. 연결 첫 해 비교정보 면제와 10% 면제 룰을 병행 적용하면 기업의 준비 부담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된다. 시장은 이미 이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재계의 눈치를 보며 시장보다 뒤처질 이유가 없다.
셋. 기후만으로는 부족하다 — 환경·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의무 공시하라
이번 로드맵은 공시 범위를 사실상 기후 관련 정보에 국한하고, 생물다양성·수자원·오염·폐기물 등 다른 환경 사안과 노동권·공급망 인권·지역사회 영향 등 사회 사안은 선택 공시로 후퇴시켰다. 이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본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손실, 물 부족, 화학물질 오염과 분리될 수 없다. 탄소 배출 수치만 보고하면서 하천을 오염시키고 공급망에서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ISSB가 기후부터 시작한 것은 순서의 문제이지, 나머지를 면제하라는 뜻이 아니다.
EU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는 이미 환경·사회·거버넌스 전 영역에 걸쳐 상세한 의무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스코프3 배출량 데이터 제출이 이미 거래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시를 늦추는 것은 기업 보호가 아니라, 한국 기업을 글로벌 시장에서 스스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도 기후를 출발점으로 삼되, 다른 환경 사안과 사회 사안을 의무 공시 범위에 포함하는 명확한 확대 로드맵을 지금 제시해야 한다. 선택 공시는 언제나 편의에 따라 왜곡되고 누락된다. 의무 공시만이 공시의 실질을 담보한다.
넷. 재무적 중요성을 넘어 — 기업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개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공시는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절반의 공시에 불과하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하는 ‘이중 중요성’ 원칙이 필요하다.
기업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생태계를 훼손하며, 노동과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영향은 재무제표에 즉시 반영되지 않더라도 분명히 존재하며, 투자자뿐 아니라 시민과 미래세대가 알 권리가 있다.
공시는 검증 없이는 절반의 제도다. 현재 로드맵에는 제3자 인증에 대한 명확한 일정이 없다. 이는 그린워싱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공시와 동시에 또는 단기간 내 제3자 검증을 의무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도 공시 의무화와 함께 인증 로드맵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자본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는 사회 전체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 흐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투명하고 포괄적이며 법적 구속력을 가진 지속가능성 공시다. 금융위원회는 재계의 로비와 부처 관성에 갇힌 30조원짜리 반쪽 로드맵을 즉각 폐기하고, 다음 네 가지를 이행하라.
하나,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법정 공시로 즉시 전환하라.
둘, 자산 2조원 이상 기업까지 의무화 대상을 확대하라.
셋, 환경·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 사항을 의무 공시 범위에 포함하라.
넷, 이중 중요성 원칙과 제3자 검증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라.
2026년 4월 8일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