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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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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저선량이라 괜찮다”는 말 뒤에 가려진 질문

최경숙 정책변화팀 선임활동가
2026-02-27
조회수 377

“저선량이라 괜찮다”는 말 뒤에 가려진 질문

- 반복되는 방사성 물질 관리 실패와 규제의 책임


지난 2월 경기 화성시의 한 병원에서 치료용 선형가속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방사성폐기물 일부가 분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월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하며 분실된 물질의 표면선량률이 시간당 0.2~0.9μSv 수준으로 자연방사선과 큰 차이가 없어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수치만 보면 급성 건강 피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단순히 ‘저선량 물질의 관리 실수’로 넘긴다면 더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왜 방사성 물질은 반복적으로 관리망 밖으로 사라지는가. 그리고 왜 그때마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 되풀이되는가.


이번 사고는 우연한 일탈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의료기관, 연구시설, 산업체, 원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슷한 관리 실패가 반복되어 왔다. 문제의 본질은 방사선량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방사성 물질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회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방사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기관은 “선량이 낮아 안전하다”, “기준치 이하라 문제 없다”고 설명한다. 과학적으로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지만, 방사선 안전관리의 핵심은 피폭량 평가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방사성 물질이 관리 체계 안에 있는가, 즉 통제 가능성이 유지되고 있는가이다. 한 번 관리망을 벗어난 물질은 추적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기관처럼 방사선이 핵심 업무가 아닌 조직에서는 장비 사용 단계보다 폐기·해체 단계에서 관리 공백이 발생하기 쉽다. 사용 중에는 규제가 엄격하게 작동하지만, 장비 수명이 끝난 뒤에는 책임 주체가 분산되고 긴장감이 느슨해진다. 외주 인력이 투입되거나 규정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방사성 부품이 일반 고철처럼 취급되는 순간 사고 가능성은 급격히 커진다. 이번 화성 병원 사례 역시 장비 운용 중이 아닌 폐기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이 같은 관리 실패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다. 2019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71.8톤에 달하는 방사성폐기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해체 과정에서 납 폐기물, 금 등의 금속류, 토양, 콘크리트 등이 언제 어디로 유실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당국은 피폭선량이 기준치 이내라고 설명했지만, 국가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에서 대규모 폐기물이 관리망을 벗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구조적 결함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원자력발전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2025년 원안위 특별점검에서는 원전 내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된 수천 개 물품이 승인 절차 없이 처분된 사실이 확인됐다. ‘자체처분’ 제도는 방사능 농도가 기준 이하인 물질을 일반 폐기물처럼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지만, 현실에서는 관리 소홀의 통로로 작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기준값 자체보다 절차의 신뢰성이다. 승인과 확인 과정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기준 이내라는 설명 역시 검증할 방법이 사라진다. 안전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개되지 않는 사고들이다. 최근 10여 년간 발생한 방사선원 분실 사고는 16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수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상당수 사고는 ‘경미하다’는 이유로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고, 사회는 반복되는 문제를 학습할 기회를 잃었다. 일부 사례에서는 시간당 100μSv를 넘는 수준이 보고되기도 했으며, 이런 물질이 일반 폐기물이나 고철 유통망에 섞여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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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2023년 7월 방사선원 관련 사고 발생 현황 ⓒ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방사성 물질이 고철 유통망으로 유입되는 경우다. 실제로 국내 제철소에서는 고철 반입 과정에서 방사선 감지기 경보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감지기를 통과해 용해로에 투입된다면 방사성 물질은 공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지금까지 대형 사고가 없었던 것은 체계가 완벽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마지막 단계에서 우연히 걸러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1987년 브라질 고이아니아 사고는 이러한 위험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폐쇄된 병원에 방치된 세슘-137 치료 장비를 고철 수집상이 분해하면서 방사성 물질이 확산됐고, 수백 명이 피폭되며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사고의 출발점은 관리 책임의 공백과 장비 방치, 그리고 방사성 물질에 대한 무지였다. 오늘날 반복되는 소규모 사고들과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하면 몇 가지 공통된 문제가 드러난다. 방사선 이용 기관은 늘어나고 있지만 관리 역량은 균등하지 않다. ‘저선량’ 중심의 설명은 경각심을 약화시키고, 사고 정보 공개 부족은 사회적 감시를 어렵게 만든다. 무엇보다 폐기·해체 단계에 대한 감독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여기서 다시 묻게 된다. 생활방사선을 포함해 방사성 물질 안전 규제를 담당하는 원안위는 과연 책임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준치 이내”, “영향 미미”라는 설명이 반복되지만, 관리 실패가 계속되는 현실은 규제의 한계를 보여준다. 안전하다는 결론만 반복하는 규제는 신뢰를 쌓기보다 소진시킬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사고를 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방사성 물질의 전 생애주기를 추적할 수 있는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체처분 제도에 대한 독립적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사고 정보 공개를 원칙으로 삼아 사회적 감시와 학습을 가능하게 해야 하며, 특히 의료기관과 중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실무 교육과 현장 감독도 강화되어야 한다.


방사선 사고는 대형 원전 사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은 작은 관리 실패들이며, 그 실패가 반복될수록 사회의 안전망은 조금씩 약해진다. 이번 화성 병원 사건 역시 “저선량이라 안전하다”는 말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방사성 물질이 관리망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이며,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도감이 아니라 질문이다. 왜 또 관리망이 뚫렸는가.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가. 그리고 무엇을 바꿔야 다음 사고를 막을 수 있는가. 안전은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과 시스템, 그리고 책임의 문제다. 이제는 “이번에도 괜찮다”는 말 대신, “다음에는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가, 특히 규제기관은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를 묻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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