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 위법한 절차 위에 안전은 없다
유에스더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활동가

얼마 전, 부산 기장군 월내마을을 찾았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바다와 작은 항구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고추를 말리는 마당, 그물을 정리하는 뱃사람들. 그러나 마을 어디에서나 보이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단지는, 햇살 아래에서도 유난히 어둡게 바다 끝에 서 있었다.
‘작은 전기공장’이 들어선다던 고리 단지에는 어느새 고리 1·2·3·4호기, 신고리 1·2호기, 새울 1·2·3·4호기까지, 총 10기의 원전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 중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처음 지어졌던 고리 1·2·3·4호기는 설계수명을 만료하고 현재 가동이 멈춘 상태다. 모두 세계 최초의 원전 중대사고였던 미국 스리마일 섬 사고도 일어나기 전에 건설허가를 받은 원전들이다.
수명연장이 시도되었던 고리1호기는 부산을 비롯한 시민의 힘으로 영구정지되었고,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노후원전 수명연장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에 따라 고리2호기 역시 2023년 설계수명 만료 후 해체가 예정된 원전이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 6월 고리1호기 해체를 승인한 그 손으로, 고리2호기 수명연장 여부를 바로 내일(11월 13일) 결정한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 추진은 처음부터 절차 위반으로 시작됐다. ‘원전최강국’을 외친 윤석열이 당선되자마자,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 서류 중 하나인 주기적안전성평가(PSR)를 제출했다. 원자력안전법에 정해진 제출기한을 1년 넘긴 시점이었다. 원안위는 그 위법 사실을 스스로 형사고발까지 해놓고도,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의를 시작했다. 규제를 받아야 할 사업자와 규제를 해야 할 기관이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를 버리라’는 지침에 한목소리로 속도를 높인 셈이다.
수명연장 심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노후한 원전에 최신 기술 기준을 반영하고,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여, 주민 보호대책을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를 위해 주기적안전성평가, 사고관리계획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등 심사서류는 상호 연동되어 함께 검토되어야 하지만, 이는 되려 안전검증 돌려막기의 핑계가 될 뿐이었다. 실제로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공청회에서 중대사고 관리 대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 부분은 사고관리계획서를 준용하였다”고 답하며 사업자는 논의를 피했다. 요식행위에 불과한 공청회는 주민들의 항의로 여러 차례 무산되었다. 절차의 형식은 지켰을지 몰라도, 원안위 심사의 실질적 내용은 비어 있다. 지금도 사업자인 한수원과 원안위 외에 심사서류의 내용은 주민을 비롯해 누구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 : 장영식 작가
고리 원전단지에서 불과 5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월내초등학교가 있다. 15Km쯤 더 가면 부산롯데월드가, 여기서 5Km 더 가면 해운대 해수욕장이 나온다. 고리원전에서 사고 발생 시 가장 먼저 대피해야 하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인 30Km안에 현재 약 320만 명이 거주 중이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보다 10배 이상 많은 규모다. 고리2호기가 수명연장되면, 320만명의 안전 위험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더 많은 고준위 핵폐기물이 발생하며 위험이 장기화될 것이다.
원안위가 내일 결정하는 것은 한 기의 노후원전을 재가동할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규제기관으로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마지막 기회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 앞에서 국가가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안전보다 산업 논리를, 법보다 정치적 이해를 앞세운 결정은 결코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규제는 규제답게, 절차는 절차답게, 안전은 안전답게 지켜져야, “국민이 신뢰하는 원자력 안전 구현”이라는 원안위의 비전이 지켜질 것이다. 국민은 원안위가 스스로의 이름처럼, 원자력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책임기관으로서의 무게를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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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 위법한 절차 위에 안전은 없다
유에스더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활동가
얼마 전, 부산 기장군 월내마을을 찾았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바다와 작은 항구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고추를 말리는 마당, 그물을 정리하는 뱃사람들. 그러나 마을 어디에서나 보이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단지는, 햇살 아래에서도 유난히 어둡게 바다 끝에 서 있었다.
‘작은 전기공장’이 들어선다던 고리 단지에는 어느새 고리 1·2·3·4호기, 신고리 1·2호기, 새울 1·2·3·4호기까지, 총 10기의 원전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 중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처음 지어졌던 고리 1·2·3·4호기는 설계수명을 만료하고 현재 가동이 멈춘 상태다. 모두 세계 최초의 원전 중대사고였던 미국 스리마일 섬 사고도 일어나기 전에 건설허가를 받은 원전들이다.
수명연장이 시도되었던 고리1호기는 부산을 비롯한 시민의 힘으로 영구정지되었고,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노후원전 수명연장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에 따라 고리2호기 역시 2023년 설계수명 만료 후 해체가 예정된 원전이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 6월 고리1호기 해체를 승인한 그 손으로, 고리2호기 수명연장 여부를 바로 내일(11월 13일) 결정한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 추진은 처음부터 절차 위반으로 시작됐다. ‘원전최강국’을 외친 윤석열이 당선되자마자,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 서류 중 하나인 주기적안전성평가(PSR)를 제출했다. 원자력안전법에 정해진 제출기한을 1년 넘긴 시점이었다. 원안위는 그 위법 사실을 스스로 형사고발까지 해놓고도,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의를 시작했다. 규제를 받아야 할 사업자와 규제를 해야 할 기관이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를 버리라’는 지침에 한목소리로 속도를 높인 셈이다.
수명연장 심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노후한 원전에 최신 기술 기준을 반영하고,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여, 주민 보호대책을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를 위해 주기적안전성평가, 사고관리계획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등 심사서류는 상호 연동되어 함께 검토되어야 하지만, 이는 되려 안전검증 돌려막기의 핑계가 될 뿐이었다. 실제로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공청회에서 중대사고 관리 대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 부분은 사고관리계획서를 준용하였다”고 답하며 사업자는 논의를 피했다. 요식행위에 불과한 공청회는 주민들의 항의로 여러 차례 무산되었다. 절차의 형식은 지켰을지 몰라도, 원안위 심사의 실질적 내용은 비어 있다. 지금도 사업자인 한수원과 원안위 외에 심사서류의 내용은 주민을 비롯해 누구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 : 장영식 작가
고리 원전단지에서 불과 5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월내초등학교가 있다. 15Km쯤 더 가면 부산롯데월드가, 여기서 5Km 더 가면 해운대 해수욕장이 나온다. 고리원전에서 사고 발생 시 가장 먼저 대피해야 하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인 30Km안에 현재 약 320만 명이 거주 중이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보다 10배 이상 많은 규모다. 고리2호기가 수명연장되면, 320만명의 안전 위험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더 많은 고준위 핵폐기물이 발생하며 위험이 장기화될 것이다.
원안위가 내일 결정하는 것은 한 기의 노후원전을 재가동할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규제기관으로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마지막 기회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 앞에서 국가가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안전보다 산업 논리를, 법보다 정치적 이해를 앞세운 결정은 결코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규제는 규제답게, 절차는 절차답게, 안전은 안전답게 지켜져야, “국민이 신뢰하는 원자력 안전 구현”이라는 원안위의 비전이 지켜질 것이다. 국민은 원안위가 스스로의 이름처럼, 원자력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책임기관으로서의 무게를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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