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명서·보도자료[기획 기고④]전북에만 철탑 2200개... 용인은 지중화, 농촌은 무더기 송전탑

최경숙 정책변화팀 활동가
2026-08-05
조회수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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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도 폭염을 뚫은 대행진 4일차, 전북도청에서 완주·임실까지



8월 4일, 전주 완산구의 낮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올랐다. 임실 38도, 완주 37도.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졌다. 그런데도 대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기록적인 폭염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송전망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걸음을 멈춰 세우지는 못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집중 기자회견에는 시군대책위 관계자와 경과대역 주민 등 100여 명이 모였다. 대형 송전선로 지도와 송전탑 모형을 앞세운 퍼포먼스에 이어 약식 거리 행진이 뒤따랐다. 행진단은 곧바로 완주군청과 임실군청으로 이동해 연속 기자회견과 차량 행진을 벌였다. 나흘째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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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들어선 송전탑 반대 차량 행진 ⓒ 환경운동연합


전북에는 345kV 고압 송전선로 26개 사업, 1070km와 변전소 8곳이 계획돼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200기가 넘는 철탑이 들어선다. 앞서 고창·정읍에서 들었던 '송전탑 터미널'이라는 말은 특정 군의 사정이 아니라 전북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용인은 지중화, 농촌은 무더기 철탑”

 

전국행진단을 맞은 조경희 송전탑건설백지화 전북대책위 상임대표는 이 비대칭을 정면으로 짚었다. 용인과 수도권에는 지중화를 해 주면서 농촌에는 무더기 송전탑을 안기는 것은 농촌 주민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자 폭력이라는 것이다. 폭염과 가뭄 같은 기후위기가 농촌과 농민의 삶을 위협하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온몸으로 겪고 있는데도, 이는 외면한 채 반도체 기업의 전력 수요를 위해 더 많은 발전소와 더 많은 초고압 송전선로를 짓겠다는 정부를 향한 비판이었다.

 

같은 전기를 나르는 설비인데, 도시에서는 땅 밑으로 숨겨주고 농촌에서는 논밭 위에 세운다. 지중화의 기술도 재원도 이미 존재한다. 다만 그 비용을 어디에 쓸 것인지가 정해져 있을 뿐이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사는 곳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안재훈 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은 문제의 출발점을 다시 짚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가 전력과 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됐다는 것, 그 문제를 바로잡으면 이렇게 많은 선로를 그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지도가 다시 그려진 이상 전력망 지도 역시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말이 중요하다. 용인으로 가는 장거리 전력망 문제를 해결해야 새만금 재생에너지도, 서남권 해상풍력도, RE100 산단도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이원택 전북도지사와 전국행진 대표단의 간담회에서는 용인 국가산단 재검토와 송전탑 건설 최소화가 의제로 올랐다. 이 지사는 용인 반도체 산단의 지역 이전 필요성에 대해 전국행동과 기본적인 입장이 같다며, 지방선거에서 약속한 주민 대변 TF와 전북도 차원의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지산지소를 위해서는 광역지자체가 분산에너지 전력망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완주군청과 임실군청에서는 유희태 완주군수와 한득수 임실군수가 기자회견장으로 직접 나와 행진단을 맞았다. 두 군수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먼저 쓰는 원칙에 공감한다며, 피해 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 선로가 재생에너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계통 용량을 수도권으로 향하는 장거리 송전에 먼저 배정하는 한,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는 계속 뒤로 밀린다. 송전탑을 반대하는 일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일은 서로 반대편에 있지 않다. 주민들이 자치단체장에게 바라는 것은 중재가 아니라 방패다. 중앙정부의 계획 앞에 지역을 대신해 서 달라는 요구다. 폭염 속을 걷는 사람들이 나흘 동안 각 군청 앞에서 확인하려 한 것도 결국 그것이었다.

 



노선을 옮기고, 이름을 변경하면 끝나는 문제인가

 

완주는 2년 넘게 송전탑 싸움을 이어온 곳이다. 완주군대책위 박성래 위원장은 "알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말로 입지 선정 과정을 요약했다. 대책위는 345kV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광역 입지선정위원회의 최적 경과대역 결정을 두고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가 이날 가장 강하게 비판한 것은 최근의 '대안'이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이 호남의 대표적 명산이자 생태 자산인 대둔산 도립공원 구역으로 초고압 송전탑 노선을 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전은 그동안 자연공원을 통과하는 노선에 배점을 매우 낮게 매겨 사실상 설치 구역에서 제외해 왔다. 그런데 인접 지자체가 대안 노선을 주장하며 도립공원 안으로 노선을 정하라고 압박하고, 환경 규제 부서와 에너지 개발 부서를 한 지붕 아래 둔 기후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립공원이 뚫리면 국립공원도 뚫린다. 그리고 이 장면은 대행진이 처음부터 경계해 온 바로 그 구도다. 노선을 두고 이웃 지자체와 다투는 싸움으로 문제가 축소되는 순간, 세워질 철탑의 총량은 하나도 줄지 않는다. 줄어드는 것은 정부와 한전이 감당해야 할 부담뿐이다. 행진단이 첫걸음부터 겨눠 온 것은 영남과 호남의 갈등도, 지역 간 유치 경쟁도 아니다.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잘못된 국가 정책이고, 주민의 의견은 묻지 않는 비민주성이다.

 

임실군대책위 신대용 위원장은 형식적인 주민 의견 수렴 절차와 비민주적인 입지선정위원회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신임실개폐소' 사업이 사실상 345kV 변전소 건설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변전소'라는 말이 송전탑을 곧바로 떠올리게 하니 '개폐소'로 바꿔 불렀다는 것이다. 이름이 무엇이든 이 시설이 들어서면 신광주-신임실, 신고흥-신임실, 신임실-신계룡 3개 노선의 34만 5천 볼트 초고압 송전선이 거미줄처럼 얽힌다.

 

이 설비는 한빛원전의 새로운 분기점으로도 쓰인다. 임실의 재생에너지 접속 문제를 푸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른 지역에 보낼 전기를 위해 임실을 송전탑 터미널로 만드는 계획이라는 것이 신 위원장의 말이었다. 그는 한전과 정부의 일방통행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름을 바꾸면 설명회의 문턱이 낮아지고, 주민이 이해할 시간은 줄어든다. 절차는 지켜졌다고 기록되지만, 정작 알아야 할 사람은 마지막에야 알게 된다. 해남에서부터 나흘 동안 지역마다 되풀이해 들은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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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아래 고통받는 주민송전탑으로 건강권과 재산권등을 위협받는 주민 고통 표현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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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거부 하는 주민지역 희생 시키는 송전탑 거부하는 주민 표현 ⓒ 환경운동연합


5일 행진은 마이산 도립공원과 장안산 군립공원, 덕유산 국립공원을 품은 동부산악권으로 향한다. 진안과 장수, 무주에서 기자회견과 차량 선전전이 이어진다. 39도의 아스팔트 위에서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이 계획은 어느 한 군의 문제가 아니고, 노선을 조금 옮긴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전력 수요의 타당성부터 다시 따지지 않는 한, 지도 위의 선은 어느 마을 위로든 다시 그어진다.

 

지중화의 기준을 나누는 것도, 자연공원의 배점을 다시 매기는 것도, 개폐소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모두 사람이 내리는 결정이다. 용인 반도체 산단이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그것을 위해 원치 않는 송전탑이 산과 들에 빽빽이 들어서는 것이 옳은가. 묻는 일은 나흘째 걷고 있는 시민들의 몫이지만, 답하는 일은 이재명 대통령의 몫이다.

 


글쓴이: 이정현 송전탑 건설반대 전국행동 전북대책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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