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탈핵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와 방사능,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탈핵고리 2호기, 위험한 수명 연장의 이면 — 안전·절차·경제성 모두 흔들린다

최경숙 정책변화팀 선임활동가
2025-09-14
조회수 477

고리 2호기는 1983년 가동을 시작해 2023년 4월 설계수명이 만료되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하며 이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본래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영구정지 방향이 잡혀 있었으나, 정권 교체 이후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법적·절차적 요건이 무시된 채 재가동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노후 핵발전소 한 기의 수명연장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핵발전 정책의 방향성과 핵발전 규제 시스템의 근본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안이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수명을 다한 원전을 다시 돌려도 되는가?, 그 절차는 과연 정당하고 안전한가?, 그리고 그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주민들의 참여는 이뤄지고 있는가?

 

무력화된 법적 절차와 형식적 심사 


현행법상 설계수명이 만료된 핵발전소를 계속 운전하려면 운영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주기적안전성평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사고관리계획서 등 엄격한 기술 심사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고리 2호기 사례에서 이 과정은 형식적인 통과 의례에 불과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법정 기한을 넘겨 주기적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고발이나 실질적 제재 없이 심사를 용인했다. 사고관리계획서는 2019년 제출돼 3년 내 심사를 목표로 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완료되지 않았다.

 

원안위는 이를 배제한 채 수명연장 심사를 강행하려다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고 뒤늦게 병행심사를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최신 지침인 NUREG-1555가 아니라, 1979년에 만들어져 중대사고 대응이 반영되지 않은 오래된 지침 NUREG-0555로 작성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최신 운전 경험과 연구결과를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해 평가해야 한다”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규제기관이 법령 위반 사업자를 제재하기는커녕 일정에 맞춰주는 모습은, 원안위가 ‘원자력면죄위원회’라는 비판까지 감수할 만큼 규제기관으로서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최신 안전기준에도 못 미치는 노심손상빈도 


수명연장 심사의 핵심지표인 노심손상빈도도 문제다. 고리 2호기의 노심손상빈도는 1.58×10^(-5)/년, 즉 백 만년에 15.8회로 평가되었는데, 2016년 이후 신규 원전에 적용되는 강화된 기준(1.0×10^(-5)/년), 백 만년에 10회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고리 2호기가 구형 설계이므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수명연장 심사 시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해야만 수명연장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심사자료가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리 2호기의 주기적안전성평가 보고서는 주민이 열람할 수 없으며, 원전 정책 결정은 여전히 전문가 중심의 폐쇄적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 정책에서 투명성과 정보공개, 주민 참여는 안전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강조되어 왔다. 노후 핵발전소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주민 참여가 요구됨에도, 현재 구조에서는 지역 주민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경제성’ 주장 뒤에 숨겨진 거짓말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명연장을 강행하려는 근거로 한수원은 경제성을 내세우지만, 이는 허구에 가깝다.

첫째, 노후 설비의 유지·보수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파르게 증가한다. 원자로 압력용기·증기발생기·배관 등 핵심 설비는 열화와 방사선 손상으로 성능이 저하되지만, 일부 핵심 부품은 교체 자체가 불가능하다.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개보수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며, 가동 중단·지연으로 인한 손실도 커진다.

둘째,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 시 고리핵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포화 시점이 당초 2031년에서 2027년 말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추가 저장시설 확보, 건식저장시설 건설, 운반·관리비용 증가 등 막대한 후행 비용 부담을 유발한다. 그러나 한수원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러한 안전성·경제성 영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셋째, 설계수명을 넘긴 핵발전소는 폐로 준비가 병행되어야 하며, 설비 열화가 진행될수록 폐로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넷째, 수명연장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전환 투자가 지연되면서 장기적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노후 핵발전소에 투입되는 비용은 새로운 에너지 산업 전환과 지역 일자리 창출 기회를 갉아먹는다. 즉, 수명연장은 단기적 경제 논리에 매몰되어 미래세대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잡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핵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한 뒤 배출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경제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위협하는 뇌관이다. 사용후핵연료는 핵종에 따라 반감기만 수만 년에 달하며, 우리나라는 아직 영구 처분시설조차 없다. 현재는 발전소 내 수조에 임시 저장했다가 건식저장시설로 옮기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대책을 모색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을 사실상 은폐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한수원은 2023년 경수로형 연료 다발당 기존의 두 배 이상인 6억 600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계산했지만, 2013년 책정한 다발당 3억 2000만 원의 부담금을 그대로 동결한 채 재산정 결과를 고시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일부 관계자들만 알고 있었고, 국민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전력 수급 계획과 에너지 정책 설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정보이며, 고시됐다면 한수원이 부담하는 연간 8000억 원의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이 배로 증가하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졌을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 진흥정책에 반대 여론이 없도록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용후핵연료 부담금 인상을 미루는 것은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시스템을 고착화시키고, 영구 처분장 설치에 대한 의지조차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최초로 해체가 결정된 고리 1호기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에 근접했지만, 영구 방폐장 계획은 답보 상태다. 이대로라면 고리 2호기 역시 ‘영구 방폐장화’될 우려가 크다. 부산·울산·경남 등 원전 인접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노후화로 커지는 구조적 위험 


핵발전 노후화가 가져오는 물리적 위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핵발전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금속의 응력 부식, 방사선 손상, 재료 열화로 인해 구조·부품 신뢰성이 저하되고, 고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핵심 설비인 원자로 압력용기는 교체가 불가능하며, 내부 결함은 파괴검사를 할 수 없어 정확한 상태 파악조차 어렵다.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 이런 이유로 노후 핵발전의 수명연장 대신 폐쇄를 선택한 것처럼, 수십 년 전 기술로 설계된 핵발전소는 현재의 안전 기준을 근본적으로 충족할 수 없다. 실제로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당시 건설된 핵발전소의 상당수가 건설 허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은 기술적·물리적 안전성 부족, 절차적 정당성 결여, 주민 참여 배제, 경제적 타당성 결여,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문제까지 다섯 겹의 중대한 위험을 안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기조 속에 진행되는 이번 결정은 핵발전소 안전보다 정치적 명분이 앞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핵발전 정책의 기본은 안전·투명·참여여야 하며, 경제성 또한 안전을 전제로만 논의될 수 있다. 법이 요구하는 절차와 최신 안전기준을 무시한 채, 수명을 다한 핵발전을 연장 가동하려는 시도는 미래의 후쿠시마를 자초하는 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연장이 아니라 투명하고 독립적인 재검토이며,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 시민 사회의 동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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