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해수유통으로
상실의 바다를 기회의 바다로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새만금은 뭇 생명에게 풍요의 갯벌이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만들어 낸 세계적인 하구 갯벌은 사람과 땅의 오염원을 받아 안아 갯벌 생물들의 먹이로 만들었고 어린 물고기를 길러냈다. 백합과 동죽, 바지락을 품은 갯벌과 봄에는 실뱀장어와 주꾸미, 여름은 갑오징어와 꽃게, 가을에는 전어, 겨울은 숭어를 몰아오는 바다는 사람에게도 도요물떼새에게도 풍요의 바다였다.

새만금을 찾은 수십여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은 갯벌에서 휴식을 취했다. 부지런히 먹이를 먹고 기운을 되찾아 다시 이역만리 머나먼 길을 오갔다. 화수분 같은 저금통장을 곁에 두고 산 어민들은 농한기도 없고, 정년퇴직도 없었다. 갯벌이 다칠까 조심조심 그레로 생합을 캐고 물때에 맞춰 갯벌과 바다를 들고 났다. 새만금은 가난한 어민들에게 기회의 갯벌이었다.
그러나 1991년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바다를 틀어막아 농지를 만들겠다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한 이래 아름답고 풍요롭던 생명의 하구 갯벌과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미세먼지만 날리는 죽음의 황무지로 변했다. 2006년 방조제가 막힌 후 새들은 떠나고 물고기는 떼죽음 당하고, 펄은 메워져 미세먼지만 날리는 황무지로 변했다.
바다를 누비던 어부는 불법어업으로 경비정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갯벌에서 생합을 캐던 아낙은 공공근로를 전전한다. 푸른 바닷물이 드나들던 하구 수질은 20년간 4조원의 혈세를 쏟아붓고도 5급수~6급수로 전락했다. 어장이 사라진 자리는 미세먼지만 날린다. 흙이 모자라 작은 입자의 갯흙을 준설해 내부 매립토로 쓰고 중금속 오염 우려가 큰 석탄재를 섞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2004년 41만여 마리에 달했던 새만금의 조류는 2017년 1월 기준, 5만 9천여 마리로 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아시아 대양주를 오가는 도요물떼새는 16만여 마리에서 4,815마리가 관찰되었다. 12년 만에 3%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바다 생물의 자궁이자 어패류의 산란처인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면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전라북도 어업생산량은 74% 감소했다. 1990년 생산량이 2015년에도 유지되었다는 전제로 계산했을 때 2015년 한 해만 4,300억원 손실. 1990년부터 누적했을 때 7조 5천억원 손실이 났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반면 전남, 충남은 생산량이 두배 정도 증가했다.
30년 내내 새만금은 기반시설 토목시설 공사에 매달렸다. 방조제 건설, 내부 방수제 공사, 산업단지 조성, 동서축 도로, 남북축 도로, 새만금 고속도로, 새만금 신항만 등 처처공사(處處工事)다. 새만금기본계획상 용지조성비만 10조원이다. 그런데도 새만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새만금산업단지는 지지부진하다 못해 중단될 상황이다. 2008년 착공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정률이 30%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입주 기업은 5개 업체에 불과하다. 최대 100년까지 무상 임대, 법인세 감면 조치를 해주는 특혜에도 불구하고 온다는 기업이 없다.
자칫 불 꺼진 공항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새만금 국제공항도 결국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화물 공항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모래 위에 도시를 짓겠다는 새만금 수변도시는 결국 나랏돈을 들여 터를 닦고 있다. 수질이 5급수인데 어떻게 물놀이와 레저 활동이 가능한 수변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까지 등장했을까.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까지 대통령이 7번이나 바뀌는 동안 중동의 두바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같은 숱한 장밋빛 환상만 내세웠다. 정치인들은 30년째 지역 소외와 낙후를 부추기면서 공장을 짓고 부두를 만들고 수변도시를 건설하고 고속도로와 공항을 놓겠다면서 주민들을 현혹하며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원래 새만금사업의 목표는 100% 농지 조성이었다. 그래서 농업용수를 담을 담수호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에 농지를 줄이고 복합산업단지 개발로 변경하면서 최종 농지 30%, 산업‧관광용지 70%로 계획이 바뀌었다. 농지도 물을 많이 이용하는 논농사는 많지 않다. 따라서 별도로 농업용저수지를 조성하면 새만금호에 바닷물이 들고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 11월24일 새만금위원회는 환경부와 농림부가 2021년 상반기(2월)까지 수질개선 후속대책과 농업용수 공급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였으며, 새만금개발청은 내년 2월 중에 마련할 새만금기본계획(MP)에 후속대책을 반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새만금위원회가 해수유통으로 큰 방향을 잡은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30년이 걸렸다. 자연의 이치와 역사의 순리는 거역할 수 없다. 오직, 모두의 바다와 다음세대를 위한 갯벌을 지키려 했던 우리는 해수유통 결정과 함께 2021년 새만금의 봄을 맞을 것이다.

2000년 7월,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해창갯벌에 모여 새만금을 구해달라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20년, 땅으로 변해버린 해창갯벌에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다시 모였다 Ⓒ시사인 이명학기자 드론 촬영
새만금 해수유통으로
상실의 바다를 기회의 바다로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새만금은 뭇 생명에게 풍요의 갯벌이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만들어 낸 세계적인 하구 갯벌은 사람과 땅의 오염원을 받아 안아 갯벌 생물들의 먹이로 만들었고 어린 물고기를 길러냈다. 백합과 동죽, 바지락을 품은 갯벌과 봄에는 실뱀장어와 주꾸미, 여름은 갑오징어와 꽃게, 가을에는 전어, 겨울은 숭어를 몰아오는 바다는 사람에게도 도요물떼새에게도 풍요의 바다였다.
새만금을 찾은 수십여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은 갯벌에서 휴식을 취했다. 부지런히 먹이를 먹고 기운을 되찾아 다시 이역만리 머나먼 길을 오갔다. 화수분 같은 저금통장을 곁에 두고 산 어민들은 농한기도 없고, 정년퇴직도 없었다. 갯벌이 다칠까 조심조심 그레로 생합을 캐고 물때에 맞춰 갯벌과 바다를 들고 났다. 새만금은 가난한 어민들에게 기회의 갯벌이었다.
그러나 1991년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바다를 틀어막아 농지를 만들겠다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한 이래 아름답고 풍요롭던 생명의 하구 갯벌과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미세먼지만 날리는 죽음의 황무지로 변했다. 2006년 방조제가 막힌 후 새들은 떠나고 물고기는 떼죽음 당하고, 펄은 메워져 미세먼지만 날리는 황무지로 변했다.
바다를 누비던 어부는 불법어업으로 경비정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갯벌에서 생합을 캐던 아낙은 공공근로를 전전한다. 푸른 바닷물이 드나들던 하구 수질은 20년간 4조원의 혈세를 쏟아붓고도 5급수~6급수로 전락했다. 어장이 사라진 자리는 미세먼지만 날린다. 흙이 모자라 작은 입자의 갯흙을 준설해 내부 매립토로 쓰고 중금속 오염 우려가 큰 석탄재를 섞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2004년 41만여 마리에 달했던 새만금의 조류는 2017년 1월 기준, 5만 9천여 마리로 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아시아 대양주를 오가는 도요물떼새는 16만여 마리에서 4,815마리가 관찰되었다. 12년 만에 3%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바다 생물의 자궁이자 어패류의 산란처인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면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전라북도 어업생산량은 74% 감소했다. 1990년 생산량이 2015년에도 유지되었다는 전제로 계산했을 때 2015년 한 해만 4,300억원 손실. 1990년부터 누적했을 때 7조 5천억원 손실이 났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반면 전남, 충남은 생산량이 두배 정도 증가했다.
30년 내내 새만금은 기반시설 토목시설 공사에 매달렸다. 방조제 건설, 내부 방수제 공사, 산업단지 조성, 동서축 도로, 남북축 도로, 새만금 고속도로, 새만금 신항만 등 처처공사(處處工事)다. 새만금기본계획상 용지조성비만 10조원이다. 그런데도 새만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새만금산업단지는 지지부진하다 못해 중단될 상황이다. 2008년 착공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정률이 30%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입주 기업은 5개 업체에 불과하다. 최대 100년까지 무상 임대, 법인세 감면 조치를 해주는 특혜에도 불구하고 온다는 기업이 없다.
자칫 불 꺼진 공항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새만금 국제공항도 결국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화물 공항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모래 위에 도시를 짓겠다는 새만금 수변도시는 결국 나랏돈을 들여 터를 닦고 있다. 수질이 5급수인데 어떻게 물놀이와 레저 활동이 가능한 수변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까지 등장했을까.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까지 대통령이 7번이나 바뀌는 동안 중동의 두바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같은 숱한 장밋빛 환상만 내세웠다. 정치인들은 30년째 지역 소외와 낙후를 부추기면서 공장을 짓고 부두를 만들고 수변도시를 건설하고 고속도로와 공항을 놓겠다면서 주민들을 현혹하며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원래 새만금사업의 목표는 100% 농지 조성이었다. 그래서 농업용수를 담을 담수호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에 농지를 줄이고 복합산업단지 개발로 변경하면서 최종 농지 30%, 산업‧관광용지 70%로 계획이 바뀌었다. 농지도 물을 많이 이용하는 논농사는 많지 않다. 따라서 별도로 농업용저수지를 조성하면 새만금호에 바닷물이 들고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 11월24일 새만금위원회는 환경부와 농림부가 2021년 상반기(2월)까지 수질개선 후속대책과 농업용수 공급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였으며, 새만금개발청은 내년 2월 중에 마련할 새만금기본계획(MP)에 후속대책을 반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새만금위원회가 해수유통으로 큰 방향을 잡은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30년이 걸렸다. 자연의 이치와 역사의 순리는 거역할 수 없다. 오직, 모두의 바다와 다음세대를 위한 갯벌을 지키려 했던 우리는 해수유통 결정과 함께 2021년 새만금의 봄을 맞을 것이다.
2000년 7월,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해창갯벌에 모여 새만금을 구해달라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20년, 땅으로 변해버린 해창갯벌에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다시 모였다 Ⓒ시사인 이명학기자 드론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