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스 라인(Wallace Line)과 북술라웨시 탕코코 자연보호구역(Tangkoko Nature Reserve)
홍선기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 한국섬재단 이사장)
<러셀 월리스의 조사 여정을 그린 북술라웨시 미나하나(Minahasa) 지역 지도 ⓒ홍선기>
필자가 인도네시아 섬 지역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국내 유인도와 무인도를 조사하면서 그 섬에 분포하고 서식하는 고유 생물상의 차이점에 대한 단순한 의문점 때문이었다. 육지와 다르게 섬은 고립이라는 환경적 특성 때문에 생물들이 교류하고 공생하는데 공간적 제한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섬 주민들은 이러한 고유한 생물을 자원으로 이용하면서 지내왔고, 그것이 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유성이라 생각하고 있다. 섬 연구를 통하여 이러한 생물학적,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연구한 사람들은 많고, 그중에서도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은 대륙과 섬, 바다로 이어지는 긴 여행에서 얻어진 지식을 토대로 「종의 기원」이라는 역작을 냈다.
<탕코코 자연보호구역(Tangkoko Nature Reserve)에 설치된 러셀 월리스의 동상. 동상 옆에는 동판이 있는데, 월리스가 이 보호구역에서 발견한 생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홍선기>
동시대에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는 동남아, 말레이제도 열대지역을 조사하면서 생물지리적 변이와 특성을 밝혀냈고, 그 내용은 월리스 라인(Wallace Line)이라는 섬생물지리적 경계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그의 정보는 다윈의 진화론 작업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초기 월리스 라인은 인도네시아 롬복과 발리 섬 사이 롬복해협 지나 보르네오와 술라웨시 사이의 마카사르 해협을 지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라인에 의하면, 마지막 최대 빙하기(Last Glacial Maximum: 2만 6천년 전부터 약 1만 9천년 전)에 해수면이 110미터 이상 올라왔을 때, 대륙과 섬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생물들이 섬을 징검다리(stepping stone) 삼아서 이동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롬복해협과 마카사르해협은 수심이 매우 깊어서 이 해협을 기준으로 오세아니아와 동남아시아(나아가서는 아시아) 사이의 생물 이동이 불가하여 결국 생물지리적 분포와 유전적 특성이 갈라진다는 이론이다. 이후 여러 학자에 의해 이 월리스 라인이 검증되었고, 현재도 유효한 연구 주제로 남아 있다.
무모한 시작이었지만, 필자는 월리스 라인에 대한 실증적인 체험을 하고 싶었고, 인도네시아 작은 섬 답사에 어느덧 십수 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간의 인도네시아 섬 답사 기록은 필자의 졸저 「트로피컬 아일랜드니스」에 사진과 함께 정리되었다. 어쩌면 지난 섬 조사들은 탐색에 불과한 것 같다. 작년 2023년 1월이 월리스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였고, 그날을 계기로 월리스가 찾았던 인도네시아 섬 지역을 더욱 세밀하게 조사하고자 한다.
< 러셀 월리스의 동상 앞에서 필자 ⓒ홍선기>
그런 의미에서 2024년 1월초 우선 월리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북술라웨시 지역을 찾았다. 앞으로 몇 개의 칼럼을 통해 북술라웨시에서의 월리스의 행적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첫 지역은 북술라웨시 바투 푸티(Batu Putih) 국립공원에 위치한 탕코코 자연보호구역(Tangkoko Nature Reserve)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곳은 북술라웨시 주요 도시인 마나도(Manado)에서 60~70km 떨어진 국립공원이다. 마나도에서 차로 2~3시간 정도 달려서 보호구역 입구에 도착한다. 해발 1,100미터의 탕코코산, 1,360미터의 두아 사두라(Dua Sudara)산이 있다. 탕코코 자연보호구역은 최소 127종의 포유류, 233종의 조류, 104종의 파충류 및 양서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중 79종의 포유류, 103종의 조류, 29종의 파충류 및 양서류가 이 지역만의 고유종이다. 그만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보전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1856년 처음으로 알프레드 러셀(Alfred Russel)이 이곳을 방문하여 탐험과 조사를 했다. 1919년 탕코코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주변 지역이 차례로 지정되었다.
<안경원숭이(Tarsier) 서식처를 찾기 위하여 숲속을 탐색하는 필자와 탕코코 국립공원 관계자들 ⓒ홍선기>
<술라웨시 검은원숭이(Macaca nigra). 숲 속에서 무리를 이루고 서식하고 있다. ⓒ홍선기>
이번 답사에서 필자는 제일 먼저 알프레드 월리스(Alfred Wallace)를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동상을 찾았고, 그가 조사했던 숲에서 술라웨시 미나하사(Minahasa) 고유의 동물, 즉 술라웨시 검은원숭이(Macaca nigra)와 코뿔새를 만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인 안경원숭이(Tarsier)는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지만, 나무 사이에서 잠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월리스는 동물을 수집하고 연구하기 위해 술라웨시를 세 번(1856년, 1857년, 1859년) 방문했으며 그곳에서 작은 원숭이류를 포함하여 진화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새로운 많은 종을 발견했다. 월리스는 그의 책 「말레이 제도」에서 술라웨시(셀레베스)의 조사를 도와준 추장의 초대 만찬에 대해 “저녁 식사는 훌륭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된 닭고기, 구운 멧돼지, 조림 및 튀김, 박쥐, 감자, 쌀 및 기타 야채로 만든 프리카세(fricassee, 일종의 찜 같은 프랑스 요리), 모두 좋은 도자기에 손가락 잔과 고급 냅킨, 그리고 좋은 클라레와 맥주가 듬뿍 제공되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셀레베스 산에 있는 원주민 추장의 식탁이 궁금합니다.” 라고 썼다.
필자는 앞으로 몇 편의 칼럼을 통하여 북술라웨시 미나하사(Minahasa)지역의 월리스 루트에 대한 답사 내용을 올리고자 한다.
월리스 라인(Wallace Line)과 북술라웨시 탕코코 자연보호구역(Tangkoko Nature Reserve)
홍선기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 한국섬재단 이사장)
<러셀 월리스의 조사 여정을 그린 북술라웨시 미나하나(Minahasa) 지역 지도 ⓒ홍선기>
필자가 인도네시아 섬 지역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국내 유인도와 무인도를 조사하면서 그 섬에 분포하고 서식하는 고유 생물상의 차이점에 대한 단순한 의문점 때문이었다. 육지와 다르게 섬은 고립이라는 환경적 특성 때문에 생물들이 교류하고 공생하는데 공간적 제한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섬 주민들은 이러한 고유한 생물을 자원으로 이용하면서 지내왔고, 그것이 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유성이라 생각하고 있다. 섬 연구를 통하여 이러한 생물학적,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연구한 사람들은 많고, 그중에서도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은 대륙과 섬, 바다로 이어지는 긴 여행에서 얻어진 지식을 토대로 「종의 기원」이라는 역작을 냈다.
<탕코코 자연보호구역(Tangkoko Nature Reserve)에 설치된 러셀 월리스의 동상. 동상 옆에는 동판이 있는데, 월리스가 이 보호구역에서 발견한 생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홍선기>
동시대에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는 동남아, 말레이제도 열대지역을 조사하면서 생물지리적 변이와 특성을 밝혀냈고, 그 내용은 월리스 라인(Wallace Line)이라는 섬생물지리적 경계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그의 정보는 다윈의 진화론 작업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초기 월리스 라인은 인도네시아 롬복과 발리 섬 사이 롬복해협 지나 보르네오와 술라웨시 사이의 마카사르 해협을 지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라인에 의하면, 마지막 최대 빙하기(Last Glacial Maximum: 2만 6천년 전부터 약 1만 9천년 전)에 해수면이 110미터 이상 올라왔을 때, 대륙과 섬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생물들이 섬을 징검다리(stepping stone) 삼아서 이동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롬복해협과 마카사르해협은 수심이 매우 깊어서 이 해협을 기준으로 오세아니아와 동남아시아(나아가서는 아시아) 사이의 생물 이동이 불가하여 결국 생물지리적 분포와 유전적 특성이 갈라진다는 이론이다. 이후 여러 학자에 의해 이 월리스 라인이 검증되었고, 현재도 유효한 연구 주제로 남아 있다.
무모한 시작이었지만, 필자는 월리스 라인에 대한 실증적인 체험을 하고 싶었고, 인도네시아 작은 섬 답사에 어느덧 십수 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간의 인도네시아 섬 답사 기록은 필자의 졸저 「트로피컬 아일랜드니스」에 사진과 함께 정리되었다. 어쩌면 지난 섬 조사들은 탐색에 불과한 것 같다. 작년 2023년 1월이 월리스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였고, 그날을 계기로 월리스가 찾았던 인도네시아 섬 지역을 더욱 세밀하게 조사하고자 한다.
< 러셀 월리스의 동상 앞에서 필자 ⓒ홍선기>
그런 의미에서 2024년 1월초 우선 월리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북술라웨시 지역을 찾았다. 앞으로 몇 개의 칼럼을 통해 북술라웨시에서의 월리스의 행적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첫 지역은 북술라웨시 바투 푸티(Batu Putih) 국립공원에 위치한 탕코코 자연보호구역(Tangkoko Nature Reserve)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곳은 북술라웨시 주요 도시인 마나도(Manado)에서 60~70km 떨어진 국립공원이다. 마나도에서 차로 2~3시간 정도 달려서 보호구역 입구에 도착한다. 해발 1,100미터의 탕코코산, 1,360미터의 두아 사두라(Dua Sudara)산이 있다. 탕코코 자연보호구역은 최소 127종의 포유류, 233종의 조류, 104종의 파충류 및 양서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중 79종의 포유류, 103종의 조류, 29종의 파충류 및 양서류가 이 지역만의 고유종이다. 그만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보전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1856년 처음으로 알프레드 러셀(Alfred Russel)이 이곳을 방문하여 탐험과 조사를 했다. 1919년 탕코코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주변 지역이 차례로 지정되었다.
<안경원숭이(Tarsier) 서식처를 찾기 위하여 숲속을 탐색하는 필자와 탕코코 국립공원 관계자들 ⓒ홍선기>
<술라웨시 검은원숭이(Macaca nigra). 숲 속에서 무리를 이루고 서식하고 있다. ⓒ홍선기>
이번 답사에서 필자는 제일 먼저 알프레드 월리스(Alfred Wallace)를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동상을 찾았고, 그가 조사했던 숲에서 술라웨시 미나하사(Minahasa) 고유의 동물, 즉 술라웨시 검은원숭이(Macaca nigra)와 코뿔새를 만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인 안경원숭이(Tarsier)는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지만, 나무 사이에서 잠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월리스는 동물을 수집하고 연구하기 위해 술라웨시를 세 번(1856년, 1857년, 1859년) 방문했으며 그곳에서 작은 원숭이류를 포함하여 진화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새로운 많은 종을 발견했다. 월리스는 그의 책 「말레이 제도」에서 술라웨시(셀레베스)의 조사를 도와준 추장의 초대 만찬에 대해 “저녁 식사는 훌륭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된 닭고기, 구운 멧돼지, 조림 및 튀김, 박쥐, 감자, 쌀 및 기타 야채로 만든 프리카세(fricassee, 일종의 찜 같은 프랑스 요리), 모두 좋은 도자기에 손가락 잔과 고급 냅킨, 그리고 좋은 클라레와 맥주가 듬뿍 제공되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셀레베스 산에 있는 원주민 추장의 식탁이 궁금합니다.” 라고 썼다.
필자는 앞으로 몇 편의 칼럼을 통하여 북술라웨시 미나하사(Minahasa)지역의 월리스 루트에 대한 답사 내용을 올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