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등재를 넘어 보전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대응 집중행동
– 회색성장과 개발의 위협에 놓인 한국의 세계유산
–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에 대한 한국정부의 확대와 보전 의지를 촉구한다
지난 7월 19일 오후 3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가 예정된 부산 벡스코 앞에서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한국환경회의 등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집결해 대규모 공동 행동을 전개했다. 참가자들은 센텀시티역을 출발해 유산총회가 열리는 벡스코 일대를 한 바퀴 행진하며, 시민들과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의 세계 유산 관리 현실을 고발한 뒤, 본격적인 기자회견과 퍼포먼스, 그리고 집중 피켓팅을 이어갔다. 이들은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유산의 성과적 ‘등재’와 K-유산 홍보에만 열을 올릴 뿐, 등재 이후의 실효적인 보전 의무를 외면한 채 난개발을 강행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첫 발언에 나선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의 김지은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국의 갯벌이 유산에 등재되었을 때 서천갯벌과 생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수라갯벌 역시 지킬 수 있겠다는 희망을 잠시 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작년 서울행정법원의 기본계획 취소판결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제기해 새만금신공항 사업을 강행하고자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갯벌은 정부와 지자체, 자본의 소유가 아니라 나중에 오는 생명들도 갯벌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도록 지켜야 할 유산”임을 목소리를 높여 강조했다.
이어서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선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전 세계 전문가들을 향해 “자본과 권력의 폭격 속에 세계유산이 사라져 가고 있는데도 유네스코는 침묵하고 있으며, 이번 총회 어디에도 개발로 희생되는 문화유산을 보전하기 위한 논의는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내 상황에 대해서 “태릉에서는 중앙정부가 개발을 추진하고 서울시가 문제를 제기하는 반면, 종묘에서는 서울시가 개발을 추진하고 중앙정부가 제동을 거는 현실”을 예로 들며, 보존 원칙이 개발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현실은 세계유산 보호 체계의 근본적인 실패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유네스코는 한국의 이런 사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실효적인 권고안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고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세 번째 발언에 나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박그림 공동대표는 절박한 심정으로 설악산의 가치를 호소했다. 박 대표는 “설악산은 국립공원이자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이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라며, “이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살아갈 미래를 약속하는 유언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연에 대한 이해도, 염치도 모르는 오만한 개발의 칼날을 멈춰야 한다”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취소될 때까지 끝까지 감시하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네 번째로는 총회 개최지인 부산의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일대 보전을 촉구하는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김현욱 집행위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 집행위원은 “부산시가 한국전쟁 피란수도 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신공항 건설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가덕도 유적을 철저히 배제하는 기만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120년 전 아픈 역사를 간직한 외양포 포진지와 러일전쟁·태평양전쟁의 세계적 자산을 공항 중장비로 갈아엎으려는 행태를 규탄하는 한편, “천혜의 자연이자 큰고니 3천 마리가 찾아오는 낙동강하구 생태축과 가덕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면피용 국가도시공원 편법을 중단하고 가덕도와 낙동강하구 전체를 유네스코 정신에 맞게 온전히 보전·등재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인천갯벌세계자연유산추진협력단 신정은 활동가는 먼저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전 지자체장들이 인천·경기 갯벌의 세계유산 포함을 약속했으나 여전히 행정은 묘연한 상태”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서 그는 행정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미루는 동안, 인천 시민사회가 진행해온 노력과 성과를 전달했다. 매립 재난방지시설인 남동유수지에서 위태롭게 둥지를 틀었던 멸종위기종 저어새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피땀 흘려 서식지를 가꾸어 온 결과, IUCN 적색목록 위기 등급에서 취약 등급으로 완화하는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이제 행정이 답해야 할 때이며, 시민들이 피땀 흘려 지켜낸 저어새의 기적이 한순간의 개발 논리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갯벌을 파헤치는 개발 계획을 멈추고, 온전한 보전 대책을 수립하는 것만이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며 발언을 매듭지었다.
발언을 마친 참가자들은 산양,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을 형상화한 소품을 활용해 ‘사슬에 묶인 자연’을 표현했으며, 이어서 모든 참가자가 다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이후 대열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회의가 진행중인 국제 행사장을 향하여, “No protection, no heritage”, “신공항 사업을 중단하라” 등의 함성과 구호를 외치며 개발사업 중단과 세계유산 보전을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 정부와 부산시가 화려한 의전 뒤에 숨겨진 개발 중심의 모순을 해결하고, 구체적인 정책 변화를 보일 때까지 끝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결의를 밝히며 마무리했다.
2026년 7월 20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한국환경회의

#기자회견문
세계유산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는 왜 이 자리에 섰는가
2026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제48차 회의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개최된다. 전 세계의 유산 전문가, 시민사회, 각국 정부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자리는, 인류 공동의 유산을 어떻게 보호하고 미래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를 논의하는 엄중한 국제적 의무의 장이다.
1972년 세계유산협약은 묻는다. 인류에게는 어떤 대가와도 바꿀 수 없는 장소가 있는가. 개최국 대한민국은 회의장의 의전이 아니라 문화유산과 한국의 자연유산인 산과 갯벌의 미래에 답해야 한다. 유산은 우리가 만들지 않았고 다시 만들 수 없다.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세대로부터 위탁받은 신탁의 대상이다. 개발은 “얼마나 쓸 수 있는가”를 묻지만 유산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다.
대한민국은 현재 15곳의 세계문화유산과 2곳의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등재에 적극적인 만큼 등재 이후 보존과 관리에서는 반복적으로 실패해왔다. 태릉·종묘·서오릉·김포 장릉의 사례는 그 실패의 기록이다. 세계유산은 경계선 안의 유적만 남겨두면 되는 대상이 아니다. 경관, 조망축, 지형, 역사적 맥락까지 통합적으로 보존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한국 행정은 이를 개발 이후의 조정 문제로 취급해왔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정부는 한국의 갯벌 2단계 등재를 자신하고 있다. 여수, 고흥, 무안, 서산의 갯벌이 추가로 세계자연유산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갯벌은 개발 위협에 처해있다. 무안 탄도만에는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등재신청서에 기재하지도 않은 개발계획을 세워놓고,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등재권고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새로운 대형 개발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의 환경·문화 시민사회단체는 이 총회를 맞아 다음과 같은 목소리를 함께 낸다.
첫째는 경고다. 한국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에는 열성적이나 ‘보전’에는 소극적이다. 총회를 K-유산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만 보일 뿐, 이미 등재된 세계유산을 어떻게 실효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의지와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둘째는 요구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안전이 경고하고 돈이 경고하고 법이 경고하는 이 사업을,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정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유산 보호는 정치적·행정적 협상의 수단이 아니라 원칙으로 일관되게 작동해야 한다. 태릉·종묘·서오릉·김포 장릉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
셋째는 촉구다.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인천갯벌과 낙동강하구, 수라갯벌을 비롯한 미등재 주요 갯벌의 3단계 등재를 향해 지금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갯벌은 개발의 위협에 처해있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은 한국의 갯벌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을 철회하고, 무안갯벌에 계획되고 있는 광주공항 이전을 철회하라.
우리는 이 세 가지 메시지를 세계 앞에 분명히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태릉·종묘·서오릉·김포 장릉 등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은 반복되는 행정 실패로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김포 장릉 사태는 사전 예방 실패, 기준 적용 누락, 책임 회피가 겹칠 때 세계유산 경관 훼손이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악의 선례다. 국토교통부는 태릉·강릉 인근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종묘 앞 세운4구역 고층 재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창릉신도시 개발은 서오릉의 스카이라인과 장소성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기관들의 이중적 태도다. 태릉에서는 중앙정부가 개발을 추진하고 서울시가 문제를 제기하는 반면, 종묘에서는 서울시가 개발을 추진하고 중앙정부가 제동을 건다. 보존 원칙이 기관별로 일관되게 작동하지 않고, 각자의 개발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유산 보호 체계의 근본적 실패다.
국토교통부는 태릉·강릉 인근 주택공급 계획을, 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을 세계유산영향평가 완료 전까지 전면 중단해야 한다. 창릉신도시 개발은 실제 조망과 경관 연속성 기준으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올라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설악산은 1982년 국내 최초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 되었으며, 1994년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사업 구간의 핵심부는 사람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이다. 이 겹겹의 지정은 행정의 장식이 아니다. 법이 자연에게, 국가가 국민에게,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현세대가 미래세대에게 한 약속의 기록이다. 그 능선에 철탑을 세우는 일은 이 약속 전부를 동시에 파기하는 행위다.
오색케이블카가 향하는 아고산대는 남한 유일 자생지인 눈잣나무와 분비나무 군락, 천연기념물 산양이 더 물러설 곳 없이 기대어 사는 기후위기 시대의 마지막 피난처다. 현실은 이 사업이 성립할 수 없음을 이미 증명하고 있다. 가설삭도의 붕괴 위험이 공식 확인되어 지주는 6기에서 12기로 늘고 준공은 2029년 말로 밀렸으며, 460억 원으로 출발한 사업비는 1,600억 원대로 치달아 그 86%인 약 1,400억 원이 군민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응답 대신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며 결정을 미루어 왔다. 과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두 차례나 부결했음에도 되살아난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이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국가유산청과 자연유산위원회는 이번 현상변경허가 심의에서 사업을 반드시 부결하여 두 번 다시 추진될 수 없도록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설악산이 온전할 때에만 대한민국이 말하는 ‘유산’이라는 단어도 온전하다.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 OUV 위협하는 새만금신공항 계획 철회하고, 수라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추가 등재하라!
새만금신공항 계획부지인 군산의 수라갯벌은 3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매립되지 않고 남아있는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로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기착지이자 새만금 갯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생태지역이다. 수라갯벌은 멸종위기 조류들의 중요한 기착지로서의 OUV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인 서천갯벌에서 불과 6~7km 거리에 위치하고, 서천갯벌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태권역으로서 세계자연유산과 동등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람사르 습지 등록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한국 정부는 2021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한 권고사항에 따라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전까지 9개 지역의 갯벌을 추가로 세계자연유산에 확대 등재시키는 절차를 이행했어야 한다. 9개 지역에는 군산이 포함되어 있었고, 군산에서 유산에 등재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갯벌은 수라갯벌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약속한 수라갯벌의 ‘한국의 갯벌’ 2단계 등재, 유산의 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추가적인 개발행위 관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멸종위기 철새보호는커녕 세계유산영향평가조차도 시행하지 않고, 사법부의 취소판결도 무시하면서 ‘한국의 갯벌’을 유산 등재목록에서 삭제시킬 수 있는 위협인 새만금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개최국이자 의장국으로서 세계유산을 훼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부끄러운 줄 알고, 반성하며 사죄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들이 2021년 당시 ‘한국의 갯벌’ 등재 권고사항을 위반하며, 유산의 OUV를 훼손할 사업을 강행하는 한국 정부의 모순을 직시하고, ‘한국의 갯벌’ 2단계 등재심사에서 반드시 한국 정부의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철회 조건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새만금신공항은 단순히 하나의 지역공항을 개발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보존이 절실한 생명들의 생존이 달린 절체절명의 문제이다. 한국 정부는 수요도 없는 불필요한 공항과 미군의 대중국 전쟁기지 확장과 직결되는 공항 건설을 위해 동아시아-대양주를 이동하는 물새들을 비롯한 수많은 소중한 생명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수라갯벌을 영구적으로 훼손시킬 권리가 없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철회와 수라갯벌을 비롯한 새만금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통해 국제사회와 약속한 유산보존이라는 엄중한 의무를 책임있게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은 인천갯벌과 낙동강 하구, 수라갯벌 등 3단계 등재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갯벌’은 멸종위기 철새의 핵심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의 심장부에 자리한 이 갯벌은, 수백만 마리의 철새와 수많은 해양생물이 의존하는 생태축이다. 그러나 그 생태축 안에는 아직 세계유산에 포함되지 않은 중요한 갯벌들이 남아 있다.
낙동강하구는 그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현재 습지보호지역 등 4개 법률로 중복 지정되어 보호받는 한국을 대표하는 습지다. 각종 개발사업과 국가도시공원 추진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갯벌을 대표하는 생태계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낙동강하구를 찾아오는 약 3천 마리의 큰고니(백조)는 이 갯벌이 여전히 세계적 대자연임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낙동강하구는 충분히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계유산총회가 열리는 부산에서, 부산시는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보다 문화유산(피란수도 부산) 등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전재수 부산시장에게 묻는다. 후보 시절 ‘육해상 보호구역을 30%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총회는 그 약속이 진정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다. 낙동강하구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향한 구체적 행동으로 답하라.
또한 천연기념물 낙동강 하구 생태계의 핵심 배후지이자, 100년 동백숲과 국가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개발이다. 정부와 부산시는 이중적인 행태를 중단하고 통합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계획을 중단하고 가덕도 일대를 유네스코 정신에 부합하도록 온전히 보전하고 등재할 것을 요구한다.
인천갯벌 역시 세계유산의 생태적 완전성을 위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지역이다. 2021년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가 2단계 등재 추진의 결정적 동력이 되었듯, 이번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문은 3단계 등재 추진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아직 포함되지 않은 주요 갯벌 지역의 추가 등재를 명확히 권고해 줄 것을 요청한다.
한국 정부에도 촉구한다. 2단계 등재를 성과로만 기록하고 멈추어서는 안 된다. 3단계 등재를 위한 보호 방안 마련, 과학적 조사, 지역사회 협의, 구체적 추진 계획 수립에 지금 즉시 착수하라.
한국 정부의 유산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등재에 집중하고 보전은 외면한다.
한국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를 국가적 성취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의 보호와 관리를 등재국의 핵심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주기적 보고(Periodic Reporting), 유산영향평가(HIA), 통합관리계획 수립 등에서 한국 정부의 의지는 미흡하기 그지없다.
둘째, 난개발과 회색성장이 유산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갯벌과 잠정목록에 오른 설악산, 그리고 무안갯벌들 비롯한 세계문화유산 주변 완충지역 안팎에서 난개발이 지속되고 있다. 케이블카, 신공항, 고층 재개발, 대규모 주택공급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
셋째, 세계유산 보호가 행정 협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태릉과 종묘에서 정부기관들이 개발 이해관계에 따라 보존 원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행태는, 세계유산 보호가 원칙이 아니라 협상 카드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의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넷째, 보호지역 관리 정책과 거버넌스 체계가 부재하다.
세계유산의 효과적 관리를 위해서는 관계 부처 간 협력, 지자체·지역사회·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 그리고 장기적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세계유산 관리 체계는 부처 간 칸막이, 단기 예산 중심 운영, 시민사회 배제로 인해 실효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
우리 시민사회는 대한민국 정부, 부산시, 군산시,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다음을 촉구한다.
하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국가유산청과 자연유산위원회는 현상변경허가를 부결하여 이 사업에 영구적 종지부를 찍어라. 한국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 기간 중 설악산 보전에 대한 국가적 결단을 국제사회 앞에 밝혀라.
하나.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결정문에 인천갯벌·낙동강하구·수라갯벌 등 미등재 주요 갯벌 지역의 추가 등재 필요성을 명시하고, 3단계 등재 추진을 공식 권고하는 것은 물론 새만금 신공항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
하나. 부산시는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구체적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전재수 시장의 생물다양성 공약을 이행하라.
하나. 군산시는 수라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3단계 등재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라.
하나. 국토교통부는 태릉·강릉 인근 주택공급 계획을, 서울시는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을 세계유산영향평가 완료 전까지 전면 중단하라.
하나. 세계유산에 걸맞은 실효적 보호지역 관리 정책과 통합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라.
하나.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의 보호 원칙과 운영지침을 성실히 이행하고, 그 이행 현황을 시민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이번 세계유산총회를 K-유산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보전 의지를 국제사회 앞에 실질적으로 증명하라.
세계유산위원회와 국제 시민사회에 호소한다.
한국이 세계유산총회 개최국이라는 사실이 한국 정부의 보전 의무 이행을 면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총회 개최국으로서 더 높은 수준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 내 세계유산의 보전 상태를 엄정하게 심의하고, 필요한 경우 권고와 우려 표명을 주저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
설악산에서는 케이블카 사업의 즉각 중단을, 갯벌에서는 인천갯벌과 낙동강하구, 수라갯벌을 포함한 3단계 등재 추진하고, 한국의 갯벌 ouv를 위협하는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을 철회할 것을, 문화유산 현장에서는 경관과 조망축을 지키는 일관된 보호 원칙의 적용을 국제사회가 함께 촉구해주기를 바란다.
유산의 지위는 전시할 훈장이 아니라 지켜야 할 규율이다. 자국의 대표 자연유산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는 나라, 문화유산 경관을 개발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보호하는 나라가 인류 유산 보호를 논의하는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세계유산협약의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
총회의 화려한 조명 아래, 우리는 기억한다. 더 물러설 곳 없는 설악산 아고산대의 산양을, 낙동강하구로 날아오는 3천 마리 큰고니의 날갯짓을,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철새가 내려앉는 인천과 새만금의 갯벌을, 고층 건물에 둘러싸여가는 종묘와 태릉의 능선을. 등재 현판 뒤에 가려진 파괴와 방치를, 그리고 아직 세계유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갯벌과 하구의 현실을.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세계 앞에서, 말이 아닌 정책으로,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답하라.
한국의 갯벌과 설악산의 능선을 지켜라. 낙동강하구와 인천갯벌, 새만금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문화유산을 개발 협상 카드로 쓰지 마라.
보전 없는 등재는 거짓이다.
2026년 7월 19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한국환경회의
[보도자료]
등재를 넘어 보전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대응 집중행동
– 회색성장과 개발의 위협에 놓인 한국의 세계유산
–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에 대한 한국정부의 확대와 보전 의지를 촉구한다
지난 7월 19일 오후 3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가 예정된 부산 벡스코 앞에서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한국환경회의 등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집결해 대규모 공동 행동을 전개했다. 참가자들은 센텀시티역을 출발해 유산총회가 열리는 벡스코 일대를 한 바퀴 행진하며, 시민들과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의 세계 유산 관리 현실을 고발한 뒤, 본격적인 기자회견과 퍼포먼스, 그리고 집중 피켓팅을 이어갔다. 이들은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유산의 성과적 ‘등재’와 K-유산 홍보에만 열을 올릴 뿐, 등재 이후의 실효적인 보전 의무를 외면한 채 난개발을 강행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첫 발언에 나선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의 김지은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국의 갯벌이 유산에 등재되었을 때 서천갯벌과 생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수라갯벌 역시 지킬 수 있겠다는 희망을 잠시 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작년 서울행정법원의 기본계획 취소판결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제기해 새만금신공항 사업을 강행하고자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갯벌은 정부와 지자체, 자본의 소유가 아니라 나중에 오는 생명들도 갯벌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도록 지켜야 할 유산”임을 목소리를 높여 강조했다.
이어서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선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전 세계 전문가들을 향해 “자본과 권력의 폭격 속에 세계유산이 사라져 가고 있는데도 유네스코는 침묵하고 있으며, 이번 총회 어디에도 개발로 희생되는 문화유산을 보전하기 위한 논의는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내 상황에 대해서 “태릉에서는 중앙정부가 개발을 추진하고 서울시가 문제를 제기하는 반면, 종묘에서는 서울시가 개발을 추진하고 중앙정부가 제동을 거는 현실”을 예로 들며, 보존 원칙이 개발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현실은 세계유산 보호 체계의 근본적인 실패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유네스코는 한국의 이런 사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실효적인 권고안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고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세 번째 발언에 나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박그림 공동대표는 절박한 심정으로 설악산의 가치를 호소했다. 박 대표는 “설악산은 국립공원이자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이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라며, “이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살아갈 미래를 약속하는 유언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연에 대한 이해도, 염치도 모르는 오만한 개발의 칼날을 멈춰야 한다”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취소될 때까지 끝까지 감시하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네 번째로는 총회 개최지인 부산의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일대 보전을 촉구하는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김현욱 집행위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 집행위원은 “부산시가 한국전쟁 피란수도 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신공항 건설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가덕도 유적을 철저히 배제하는 기만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120년 전 아픈 역사를 간직한 외양포 포진지와 러일전쟁·태평양전쟁의 세계적 자산을 공항 중장비로 갈아엎으려는 행태를 규탄하는 한편, “천혜의 자연이자 큰고니 3천 마리가 찾아오는 낙동강하구 생태축과 가덕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면피용 국가도시공원 편법을 중단하고 가덕도와 낙동강하구 전체를 유네스코 정신에 맞게 온전히 보전·등재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인천갯벌세계자연유산추진협력단 신정은 활동가는 먼저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전 지자체장들이 인천·경기 갯벌의 세계유산 포함을 약속했으나 여전히 행정은 묘연한 상태”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서 그는 행정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미루는 동안, 인천 시민사회가 진행해온 노력과 성과를 전달했다. 매립 재난방지시설인 남동유수지에서 위태롭게 둥지를 틀었던 멸종위기종 저어새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피땀 흘려 서식지를 가꾸어 온 결과, IUCN 적색목록 위기 등급에서 취약 등급으로 완화하는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이제 행정이 답해야 할 때이며, 시민들이 피땀 흘려 지켜낸 저어새의 기적이 한순간의 개발 논리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갯벌을 파헤치는 개발 계획을 멈추고, 온전한 보전 대책을 수립하는 것만이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며 발언을 매듭지었다.
발언을 마친 참가자들은 산양,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을 형상화한 소품을 활용해 ‘사슬에 묶인 자연’을 표현했으며, 이어서 모든 참가자가 다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이후 대열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회의가 진행중인 국제 행사장을 향하여, “No protection, no heritage”, “신공항 사업을 중단하라” 등의 함성과 구호를 외치며 개발사업 중단과 세계유산 보전을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 정부와 부산시가 화려한 의전 뒤에 숨겨진 개발 중심의 모순을 해결하고, 구체적인 정책 변화를 보일 때까지 끝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결의를 밝히며 마무리했다.
2026년 7월 20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한국환경회의
#기자회견문
세계유산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는 왜 이 자리에 섰는가
2026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제48차 회의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개최된다. 전 세계의 유산 전문가, 시민사회, 각국 정부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자리는, 인류 공동의 유산을 어떻게 보호하고 미래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를 논의하는 엄중한 국제적 의무의 장이다.
1972년 세계유산협약은 묻는다. 인류에게는 어떤 대가와도 바꿀 수 없는 장소가 있는가. 개최국 대한민국은 회의장의 의전이 아니라 문화유산과 한국의 자연유산인 산과 갯벌의 미래에 답해야 한다. 유산은 우리가 만들지 않았고 다시 만들 수 없다.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세대로부터 위탁받은 신탁의 대상이다. 개발은 “얼마나 쓸 수 있는가”를 묻지만 유산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다.
대한민국은 현재 15곳의 세계문화유산과 2곳의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등재에 적극적인 만큼 등재 이후 보존과 관리에서는 반복적으로 실패해왔다. 태릉·종묘·서오릉·김포 장릉의 사례는 그 실패의 기록이다. 세계유산은 경계선 안의 유적만 남겨두면 되는 대상이 아니다. 경관, 조망축, 지형, 역사적 맥락까지 통합적으로 보존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한국 행정은 이를 개발 이후의 조정 문제로 취급해왔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정부는 한국의 갯벌 2단계 등재를 자신하고 있다. 여수, 고흥, 무안, 서산의 갯벌이 추가로 세계자연유산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갯벌은 개발 위협에 처해있다. 무안 탄도만에는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등재신청서에 기재하지도 않은 개발계획을 세워놓고,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등재권고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새로운 대형 개발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의 환경·문화 시민사회단체는 이 총회를 맞아 다음과 같은 목소리를 함께 낸다.
첫째는 경고다. 한국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에는 열성적이나 ‘보전’에는 소극적이다. 총회를 K-유산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만 보일 뿐, 이미 등재된 세계유산을 어떻게 실효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의지와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둘째는 요구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안전이 경고하고 돈이 경고하고 법이 경고하는 이 사업을,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정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유산 보호는 정치적·행정적 협상의 수단이 아니라 원칙으로 일관되게 작동해야 한다. 태릉·종묘·서오릉·김포 장릉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
셋째는 촉구다.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인천갯벌과 낙동강하구, 수라갯벌을 비롯한 미등재 주요 갯벌의 3단계 등재를 향해 지금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갯벌은 개발의 위협에 처해있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은 한국의 갯벌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을 철회하고, 무안갯벌에 계획되고 있는 광주공항 이전을 철회하라.
우리는 이 세 가지 메시지를 세계 앞에 분명히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태릉·종묘·서오릉·김포 장릉 등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은 반복되는 행정 실패로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김포 장릉 사태는 사전 예방 실패, 기준 적용 누락, 책임 회피가 겹칠 때 세계유산 경관 훼손이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악의 선례다. 국토교통부는 태릉·강릉 인근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종묘 앞 세운4구역 고층 재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창릉신도시 개발은 서오릉의 스카이라인과 장소성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기관들의 이중적 태도다. 태릉에서는 중앙정부가 개발을 추진하고 서울시가 문제를 제기하는 반면, 종묘에서는 서울시가 개발을 추진하고 중앙정부가 제동을 건다. 보존 원칙이 기관별로 일관되게 작동하지 않고, 각자의 개발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유산 보호 체계의 근본적 실패다.
국토교통부는 태릉·강릉 인근 주택공급 계획을, 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을 세계유산영향평가 완료 전까지 전면 중단해야 한다. 창릉신도시 개발은 실제 조망과 경관 연속성 기준으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올라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설악산은 1982년 국내 최초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 되었으며, 1994년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사업 구간의 핵심부는 사람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이다. 이 겹겹의 지정은 행정의 장식이 아니다. 법이 자연에게, 국가가 국민에게,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현세대가 미래세대에게 한 약속의 기록이다. 그 능선에 철탑을 세우는 일은 이 약속 전부를 동시에 파기하는 행위다.
오색케이블카가 향하는 아고산대는 남한 유일 자생지인 눈잣나무와 분비나무 군락, 천연기념물 산양이 더 물러설 곳 없이 기대어 사는 기후위기 시대의 마지막 피난처다. 현실은 이 사업이 성립할 수 없음을 이미 증명하고 있다. 가설삭도의 붕괴 위험이 공식 확인되어 지주는 6기에서 12기로 늘고 준공은 2029년 말로 밀렸으며, 460억 원으로 출발한 사업비는 1,600억 원대로 치달아 그 86%인 약 1,400억 원이 군민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응답 대신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며 결정을 미루어 왔다. 과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두 차례나 부결했음에도 되살아난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이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국가유산청과 자연유산위원회는 이번 현상변경허가 심의에서 사업을 반드시 부결하여 두 번 다시 추진될 수 없도록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설악산이 온전할 때에만 대한민국이 말하는 ‘유산’이라는 단어도 온전하다.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 OUV 위협하는 새만금신공항 계획 철회하고, 수라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추가 등재하라!
새만금신공항 계획부지인 군산의 수라갯벌은 3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매립되지 않고 남아있는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로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기착지이자 새만금 갯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생태지역이다. 수라갯벌은 멸종위기 조류들의 중요한 기착지로서의 OUV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인 서천갯벌에서 불과 6~7km 거리에 위치하고, 서천갯벌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태권역으로서 세계자연유산과 동등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람사르 습지 등록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한국 정부는 2021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한 권고사항에 따라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전까지 9개 지역의 갯벌을 추가로 세계자연유산에 확대 등재시키는 절차를 이행했어야 한다. 9개 지역에는 군산이 포함되어 있었고, 군산에서 유산에 등재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갯벌은 수라갯벌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약속한 수라갯벌의 ‘한국의 갯벌’ 2단계 등재, 유산의 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추가적인 개발행위 관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멸종위기 철새보호는커녕 세계유산영향평가조차도 시행하지 않고, 사법부의 취소판결도 무시하면서 ‘한국의 갯벌’을 유산 등재목록에서 삭제시킬 수 있는 위협인 새만금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개최국이자 의장국으로서 세계유산을 훼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부끄러운 줄 알고, 반성하며 사죄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들이 2021년 당시 ‘한국의 갯벌’ 등재 권고사항을 위반하며, 유산의 OUV를 훼손할 사업을 강행하는 한국 정부의 모순을 직시하고, ‘한국의 갯벌’ 2단계 등재심사에서 반드시 한국 정부의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철회 조건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새만금신공항은 단순히 하나의 지역공항을 개발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보존이 절실한 생명들의 생존이 달린 절체절명의 문제이다. 한국 정부는 수요도 없는 불필요한 공항과 미군의 대중국 전쟁기지 확장과 직결되는 공항 건설을 위해 동아시아-대양주를 이동하는 물새들을 비롯한 수많은 소중한 생명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수라갯벌을 영구적으로 훼손시킬 권리가 없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철회와 수라갯벌을 비롯한 새만금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통해 국제사회와 약속한 유산보존이라는 엄중한 의무를 책임있게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은 인천갯벌과 낙동강 하구, 수라갯벌 등 3단계 등재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갯벌’은 멸종위기 철새의 핵심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의 심장부에 자리한 이 갯벌은, 수백만 마리의 철새와 수많은 해양생물이 의존하는 생태축이다. 그러나 그 생태축 안에는 아직 세계유산에 포함되지 않은 중요한 갯벌들이 남아 있다.
낙동강하구는 그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현재 습지보호지역 등 4개 법률로 중복 지정되어 보호받는 한국을 대표하는 습지다. 각종 개발사업과 국가도시공원 추진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갯벌을 대표하는 생태계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낙동강하구를 찾아오는 약 3천 마리의 큰고니(백조)는 이 갯벌이 여전히 세계적 대자연임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낙동강하구는 충분히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계유산총회가 열리는 부산에서, 부산시는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보다 문화유산(피란수도 부산) 등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전재수 부산시장에게 묻는다. 후보 시절 ‘육해상 보호구역을 30%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총회는 그 약속이 진정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다. 낙동강하구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향한 구체적 행동으로 답하라.
또한 천연기념물 낙동강 하구 생태계의 핵심 배후지이자, 100년 동백숲과 국가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개발이다. 정부와 부산시는 이중적인 행태를 중단하고 통합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계획을 중단하고 가덕도 일대를 유네스코 정신에 부합하도록 온전히 보전하고 등재할 것을 요구한다.
인천갯벌 역시 세계유산의 생태적 완전성을 위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지역이다. 2021년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가 2단계 등재 추진의 결정적 동력이 되었듯, 이번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문은 3단계 등재 추진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아직 포함되지 않은 주요 갯벌 지역의 추가 등재를 명확히 권고해 줄 것을 요청한다.
한국 정부에도 촉구한다. 2단계 등재를 성과로만 기록하고 멈추어서는 안 된다. 3단계 등재를 위한 보호 방안 마련, 과학적 조사, 지역사회 협의, 구체적 추진 계획 수립에 지금 즉시 착수하라.
한국 정부의 유산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등재에 집중하고 보전은 외면한다.
한국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를 국가적 성취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의 보호와 관리를 등재국의 핵심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주기적 보고(Periodic Reporting), 유산영향평가(HIA), 통합관리계획 수립 등에서 한국 정부의 의지는 미흡하기 그지없다.
둘째, 난개발과 회색성장이 유산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갯벌과 잠정목록에 오른 설악산, 그리고 무안갯벌들 비롯한 세계문화유산 주변 완충지역 안팎에서 난개발이 지속되고 있다. 케이블카, 신공항, 고층 재개발, 대규모 주택공급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
셋째, 세계유산 보호가 행정 협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태릉과 종묘에서 정부기관들이 개발 이해관계에 따라 보존 원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행태는, 세계유산 보호가 원칙이 아니라 협상 카드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의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넷째, 보호지역 관리 정책과 거버넌스 체계가 부재하다.
세계유산의 효과적 관리를 위해서는 관계 부처 간 협력, 지자체·지역사회·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 그리고 장기적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세계유산 관리 체계는 부처 간 칸막이, 단기 예산 중심 운영, 시민사회 배제로 인해 실효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
우리 시민사회는 대한민국 정부, 부산시, 군산시,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다음을 촉구한다.
하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국가유산청과 자연유산위원회는 현상변경허가를 부결하여 이 사업에 영구적 종지부를 찍어라. 한국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 기간 중 설악산 보전에 대한 국가적 결단을 국제사회 앞에 밝혀라.
하나.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결정문에 인천갯벌·낙동강하구·수라갯벌 등 미등재 주요 갯벌 지역의 추가 등재 필요성을 명시하고, 3단계 등재 추진을 공식 권고하는 것은 물론 새만금 신공항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
하나. 부산시는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구체적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전재수 시장의 생물다양성 공약을 이행하라.
하나. 군산시는 수라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3단계 등재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라.
하나. 국토교통부는 태릉·강릉 인근 주택공급 계획을, 서울시는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을 세계유산영향평가 완료 전까지 전면 중단하라.
하나. 세계유산에 걸맞은 실효적 보호지역 관리 정책과 통합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라.
하나.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의 보호 원칙과 운영지침을 성실히 이행하고, 그 이행 현황을 시민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이번 세계유산총회를 K-유산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보전 의지를 국제사회 앞에 실질적으로 증명하라.
세계유산위원회와 국제 시민사회에 호소한다.
한국이 세계유산총회 개최국이라는 사실이 한국 정부의 보전 의무 이행을 면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총회 개최국으로서 더 높은 수준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 내 세계유산의 보전 상태를 엄정하게 심의하고, 필요한 경우 권고와 우려 표명을 주저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
설악산에서는 케이블카 사업의 즉각 중단을, 갯벌에서는 인천갯벌과 낙동강하구, 수라갯벌을 포함한 3단계 등재 추진하고, 한국의 갯벌 ouv를 위협하는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을 철회할 것을, 문화유산 현장에서는 경관과 조망축을 지키는 일관된 보호 원칙의 적용을 국제사회가 함께 촉구해주기를 바란다.
유산의 지위는 전시할 훈장이 아니라 지켜야 할 규율이다. 자국의 대표 자연유산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는 나라, 문화유산 경관을 개발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보호하는 나라가 인류 유산 보호를 논의하는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세계유산협약의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
총회의 화려한 조명 아래, 우리는 기억한다. 더 물러설 곳 없는 설악산 아고산대의 산양을, 낙동강하구로 날아오는 3천 마리 큰고니의 날갯짓을,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철새가 내려앉는 인천과 새만금의 갯벌을, 고층 건물에 둘러싸여가는 종묘와 태릉의 능선을. 등재 현판 뒤에 가려진 파괴와 방치를, 그리고 아직 세계유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갯벌과 하구의 현실을.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세계 앞에서, 말이 아닌 정책으로,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답하라.
한국의 갯벌과 설악산의 능선을 지켜라. 낙동강하구와 인천갯벌, 새만금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문화유산을 개발 협상 카드로 쓰지 마라.
보전 없는 등재는 거짓이다.
2026년 7월 19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한국환경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