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생태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개발을 넘어서
홍선기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생태학)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금, 한국 사회는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전환은 단지 정권 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을 지향할 것인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자,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이다. 생태학자로서 저는 지금의 전환이 적어도 네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첫째, 국정 운영 철학과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는 정치적 전환이 있다. 둘째,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이제는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국가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하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셋째, 성장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과 생태 중심의 정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시스템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넷째, 시민의 감시와 참여가 강화되면서, 일방적 국책 사업에서 생태적 거버넌스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진정한 생태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과거를 돌아보면, 생태라는 말은 오히려 개발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운하 사업이 변형된 4대강 사업이다. 당시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은 생태복원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강의 흐름을 차단하고, 수질을 악화시키며, 어류와 수서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보 설치 이후 녹조 발생일수가 2배 이상 늘었고, 어류 종수는 30% 이상 줄어들었다. 기대했던 홍수 예방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으며, 감사원은 여러 차례 이 사업의 경제성과 환경성 모두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곳에서 하천 개발이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산림정책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은 대규모 조림을 통해 민둥산을 푸르게 만들었지만, 지나치게 단일수종 중심의 조림이 이루어졌다. 산림청 보도자료에 의하면(2024.10.04), 현재 전체 조림지의 약 73%가 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로 인해 병해충에 취약하고, 대형 산불의 확산을 초래하고 있다. 2025년 봄,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로 4만 5천 헥타르의 산림을 태웠는데, 대부분이 소나무 조림지였다. 이러한 조림은 숲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태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진정한 산림 복원은 지역 고유종을 중심으로 한 혼효림 조성과 자연 천이 유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구조적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환경부의 역할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최근 10년간 국립공원 구역 내 개발행위의 환경영향평가는 무척 완화되었다. 케이블카, 호텔, 공항, 리조트 등 다양한 사업들이 조건부 승인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되었으며, 사실상 환경부가 규제기관이 아닌 개발 승인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환경부는 누구를 위한 부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진정한 전환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개발과 환경의 균형’이라는 모호한 수사를 내려놓고, 부정적 결정권을 가진 수문장으로서의 본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복원’이라는 단어조차 왜곡되고 있다. 국립생태원 2021년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복원 사업으로 분류된 74개 사례 중 실제로 생태계의 자생적 회복이 확인된 경우는 단 11%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식재 및 조경 수준에 그쳤으며, 복원이 아닌 ‘복원처럼 보이는 조성’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그린워싱은 생태적 가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한다. 생태복원이란 생태계 흐름의 회복, 종 다양성의 복원, 생물과 물질의 자율적 순환을 복원하는 행위여야 하며, 이는 과학적 지표와 생태적 원리에 기반해 측정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현장에 서겠는가.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실천은 방향 없는 반복이 아니라, 생태적 원칙과 과학적 근거, 시민의 참여와 투명한 절차가 함께 하는 정책적 전환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첫째, 4대강 하천의 흐름 회복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자연성 복원 종합계획. 둘째, 단일수종 중심 산림정책의 전환과 혼효림 중심의 지역 생태 기반 조림. 셋째,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개혁과 부정적 결정권 강화. 넷째, 전국적 생태자산지도 구축과 시민 참여 기반 생태복원 플랫폼의 도입이다.
이제 ‘생태’는 단지 개발의 장식어가 되어선 안된다. 생태는 우리 사회가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기준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전환의 시대는 생태를 중심에 둘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을 말할 수 있으며, 그 첫걸음은 말의 생태를 넘어 실천의 생태로 나아가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전환의 시대, 생태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개발을 넘어서
홍선기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생태학)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금, 한국 사회는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전환은 단지 정권 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을 지향할 것인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자,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이다. 생태학자로서 저는 지금의 전환이 적어도 네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첫째, 국정 운영 철학과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는 정치적 전환이 있다. 둘째,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이제는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국가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하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셋째, 성장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과 생태 중심의 정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시스템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넷째, 시민의 감시와 참여가 강화되면서, 일방적 국책 사업에서 생태적 거버넌스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진정한 생태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과거를 돌아보면, 생태라는 말은 오히려 개발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운하 사업이 변형된 4대강 사업이다. 당시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은 생태복원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강의 흐름을 차단하고, 수질을 악화시키며, 어류와 수서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보 설치 이후 녹조 발생일수가 2배 이상 늘었고, 어류 종수는 30% 이상 줄어들었다. 기대했던 홍수 예방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으며, 감사원은 여러 차례 이 사업의 경제성과 환경성 모두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곳에서 하천 개발이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산림정책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은 대규모 조림을 통해 민둥산을 푸르게 만들었지만, 지나치게 단일수종 중심의 조림이 이루어졌다. 산림청 보도자료에 의하면(2024.10.04), 현재 전체 조림지의 약 73%가 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로 인해 병해충에 취약하고, 대형 산불의 확산을 초래하고 있다. 2025년 봄,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로 4만 5천 헥타르의 산림을 태웠는데, 대부분이 소나무 조림지였다. 이러한 조림은 숲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태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진정한 산림 복원은 지역 고유종을 중심으로 한 혼효림 조성과 자연 천이 유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구조적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환경부의 역할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최근 10년간 국립공원 구역 내 개발행위의 환경영향평가는 무척 완화되었다. 케이블카, 호텔, 공항, 리조트 등 다양한 사업들이 조건부 승인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되었으며, 사실상 환경부가 규제기관이 아닌 개발 승인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환경부는 누구를 위한 부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진정한 전환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개발과 환경의 균형’이라는 모호한 수사를 내려놓고, 부정적 결정권을 가진 수문장으로서의 본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복원’이라는 단어조차 왜곡되고 있다. 국립생태원 2021년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복원 사업으로 분류된 74개 사례 중 실제로 생태계의 자생적 회복이 확인된 경우는 단 11%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식재 및 조경 수준에 그쳤으며, 복원이 아닌 ‘복원처럼 보이는 조성’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그린워싱은 생태적 가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한다. 생태복원이란 생태계 흐름의 회복, 종 다양성의 복원, 생물과 물질의 자율적 순환을 복원하는 행위여야 하며, 이는 과학적 지표와 생태적 원리에 기반해 측정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현장에 서겠는가.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실천은 방향 없는 반복이 아니라, 생태적 원칙과 과학적 근거, 시민의 참여와 투명한 절차가 함께 하는 정책적 전환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첫째, 4대강 하천의 흐름 회복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자연성 복원 종합계획. 둘째, 단일수종 중심 산림정책의 전환과 혼효림 중심의 지역 생태 기반 조림. 셋째,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개혁과 부정적 결정권 강화. 넷째, 전국적 생태자산지도 구축과 시민 참여 기반 생태복원 플랫폼의 도입이다.
이제 ‘생태’는 단지 개발의 장식어가 되어선 안된다. 생태는 우리 사회가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기준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전환의 시대는 생태를 중심에 둘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을 말할 수 있으며, 그 첫걸음은 말의 생태를 넘어 실천의 생태로 나아가는 용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