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안전


우리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위험사회를 말한 울리히 벡의 지적처럼, 가슴 아픈 참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사회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제품 안전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며,

불법행위를 한 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제도마련에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화학안전 


우리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위험사회를 말한 울리히 벡의 지적처럼, 가슴 아픈 참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사회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제품 안전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며, 불법행위를 한 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제도마련에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화학안전[화학물질]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환경부에 쓴소리를 한 이유

홍구 강
2020-12-07
조회수 492

[현장]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연장해야”

 

©환경운동연합(2020)

“조금만 더 기다려라, 통지가 갈 것이다. 세월호에 갖혀서 별이되어 떠난 수많은 목숨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외친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오늘도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피해자를 두 번 울려도 되는 부처입니까?”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호흡기 장애 1급을 받은, 박경복씨의 말이 울려퍼졌다. 7일 오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포스트타워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곳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입주해있는 곳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합의 추진위원회'(추진위)와 환경운동연합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이루어진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가 준비한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12월 10일로 종료되는 사참위 활동을 연장하고 수사권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참사 진상규명법)을 개정할 것을 국회와 각 정당들에 촉구하는 자리였다.

 

©환경운동연합(2020)

 

언론보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3일 사회적 참사 진상 규명법 개정안 관련 검토의견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 문건에 따르면 사참위 활동 연장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다고 한다. 세월호 사건과는 달리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우 (특조위의)설립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피해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국회와 각 정당들에 사참위 활동기한 연장과 수사권 부여, 2년 이상의 조사기간 보장, 인력확충과 조사기간 중 관련자 공소시효 정지 등의 내용을 사회적참사 진상규명법에 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기자회견 뒤,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과 여야 각 정당들에 피해자들이 직접 쓴 손편지를 전달하는 등 사참위 활동 연장을 위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4일 기준 접수 피해자는 7,018 명이고, 이 중 1,587명이 숨을 거뒀다.

 

 


[기자회견문 전문]

끝까지 진실을 밝혀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과 각 정당들에 묻겠습니다.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도 감히 함께 여쭤 봅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실이 낱낱이 드러났습니까? 참사의 진실을 여러분은 알고 계십니까? 이제 이쯤 하면 기업들과 전문가들의 탐욕 앞에 아무 죄 없는 시민들이, 소비자들이 목숨을 잃고 쓰러져 가는 참사가 적어도 이 나라에서만큼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이 자리에 서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이 질문들에 아직도 답을 찾지 못 하고 있습니다. 내 가족들이 왜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나와 내 가족들의 몸이 어쩌다 이리 망가져서 평생 산소호흡기를 몸에 달고 살아가야 하는지, 우리 피해자들을 이렇게 만든 가해기업들은 책임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배상을 하기는커녕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지, 그럼에도 우리 사회와 시민들은 어째서 이 참사가 모두 해결된 것인 양 알고들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가해기업들이 인체에 무해하다, 심지어 몸에 좋다고 광고해댄 가습기살균제를 열심히 사서 썼고 그 결과가 이리도 참혹하다는 진실만이 남아있습니다.

오는 12월 10일에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년의 직권조사 활동을 끝내고 사실상 문을 닫습니다. 그런데 사참위 활동의 근거법인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개정을 다뤄야 할 국회 정무위원회는 세 명의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물론, 시민 10만 명의 국민동의청원안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책임을 느껴야 할 환경부가 사실상 사참위 활동 연장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국회로 보냈다고 합니다.

환경부는 “국회, 검찰, 환경부, 사회적 참사 특위 등의 활동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재발방지 제도 개선, 피해자 지원 확대 등 특위 설립 목적이 충족됐다고 판단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피해자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참사의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 피해자 지원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가장 책임을 느껴야 할 환경부가 내놓은 입장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습니다.

참사가 드러나기 시작한 2011년에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질본)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습기살균제의 인체유해성을 조사했을 당시 수차례 가해기업들과 만나 기업들의 일부 수용해 결과 발표에서 기업명과 성분을 숨긴 것으로 최근에야 확인되었습니다. 질본은 2012년에 SK케미칼ㆍ애경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에 대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는데 근거가 된 실험이 부정확한 조건으로 허술하게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문제의 2012년 연구 결과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형사재판에서도 가해기업 측 주장의 근거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화학물질 관리법제들이 선진국 수준에 가깝게 새로 만들어지거나 강화됐지만, 걸핏하면 안전관리강화법제들을 ‘규제’라고 우겨대는 기업들의 요구에 정부 정책도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도 겨우 개정되었지만, 아직 구제급여 지급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접수된 피해 사례의 절반에 이릅니다. 참사 예방책인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배상제의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은 아직도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참사가 일어나기 전부터 시민ㆍ소비자단체들이 기업들의 탐욕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할 법적 수단들이라고 외쳐 왔으나, 기업들과 기업단체들의 요구, 그들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일부 정당들 때문에 번번이 입법이 무산되어 왔습니다.

피해자들은 환경부에 묻습니다. 환경부는 대체 ‘특위 설립 목적’ 가운데 뭐가 충족됐다는 것입니까?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의 목적이자, 사참위의 존재이유인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ㆍ16세월호참사의 발생원인ㆍ수습과정ㆍ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재해ㆍ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을 수립하여 안전한 사회를 건설ㆍ확립하는 것” 가운데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있는지 답하십시오.

참사가 일어난지 5년이 지난 2016년에야 겨우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루어졌고, 정작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과 제품을 만들어 판 SK케미칼과 그걸 받아서 판 애경산업에 대한 수사는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의 고발 뒤인 2019년에야 이루어져 형사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가해기업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늦어진 배경과 과정에 대해서도 반드시 규명되어야 합니다. 지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판단을 질질 끌던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에야 솜방망이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그치게 된 과정과 배경도 낱낱이 밝혀져야 합니다. 1994년 SK케미칼이 문제의 원료 물질들을 개발한 뒤, 가습기살균제로 쓰이면 안 되는데도 제품으로 만들어져 판매되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수사권을 갖지 못한 사참위는 그간 조사 과정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근거법인 ‘세월호진상규명법’ 입법 때도,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입법 때도 세월호 가족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수사권 문제가 풀리지 않고서는 결국 참사의 진상 규명이 불가능함을 지난 5년간 확인하고 있습니다. 수사나 조사의 결과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책임자와 관련자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공소시효도 그만큼 날려 보냈습니다. 그 사이 가해기업들은 버젓이 증거를 조작하고 인멸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사참위 연장은 물론이고, 반드시 수사권이 주어져야 하며, 사참위 조사기간 중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시효를 정지시켜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피해자들이 아닌 가해기업 측과 소통하는데 더 애썼던 상임위원의 활동, 5.18 광주민주항쟁을 폄훼해온 비상임위원의 임명까지 지켜봐야 했습니다. 지금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추천했던 위원들은 선임과정은 물론 직권조사 착수과정과 이후 조사 과정에서 오히려 사참위 활동에 걸림돌이 되어 왔습니다. 일부 위원들이 피해자들의 반대에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마자 총선에 나서겠다며 특정 정당에 공천을 신청하는 모습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세월호 가족들은 모두 지켜봐야 했습니다. 사참위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전문성은커녕, 두 참사에 대한 기본인식과 이해는 갖추고 있는지 의문투성이인 인사들을 추천했던 두 야당에도 묻습니다. 4.16세월호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참사조차 정치적 목적 앞에 수단으로 전락시키려 합니까? 사참위를 둘러싼 각 정당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피해자들은 더는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을 막을 대책 마련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피해자들과의 약속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환경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 부처들과 몇몇 야당들의 반대를 핑계로 세월호 가족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 하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된다면, 우리 피해자들은 집권여당이자 국회 과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만큼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사항이 모두 담긴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으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우리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국회와 여야 각 정당들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당장 개정해 사참위 활동기한 연장하라!
  • 사참위에 특별사법경찰관의 권한(수사권)을 부여하라!
  • 사참위 조사기간을 최소 2년 이상 보장하라!
  • 사참위 진상규명 조사 인원을 150명 이상으로 확충하라!
  • 사참위 활동기간만큼 공소시효를 정지시킬 것을 촉구한다!

 

2020.12. 07.

 

가습기살균제피해자합의추진위원회ㆍ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노란리본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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