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안전


우리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위험사회를 말한 울리히 벡의 지적처럼, 가슴 아픈 참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사회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제품 안전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며,

불법행위를 한 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제도마련에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화학안전 


우리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위험사회를 말한 울리히 벡의 지적처럼, 가슴 아픈 참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사회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제품 안전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며, 불법행위를 한 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제도마련에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화학안전[활동기사] ‘보리공주’ 안은주씨의 이른 작별

홍구 강
2022-05-06
조회수 532

향년 54세, 1,774번째 희생에도 기업들은 책임 외면하려 하나?

 

ⓒ환경운동연합(2022)

 

“옥시는 피해구제법이 개정되었는데도 간질성 폐럼, 천식 피해자등에 대해 배상하지 않고 있어요. 기업들은 특별법이 바뀌며 새로 인정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다해야 해요.”

그녀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보리공주 안은주씨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지난 5월 3일 화요일 오전 12시40분경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안은주씨는 눈을 감았다. 1968년생 향년 만 54세. 100세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돌아올수 없는 먼 길을 서둘러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11년의 투병생활을 마쳤다. 2011년부터 갑자기 시작된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건강에는 나름 자신있던 그녀였다. 하지만 증상은 악회되었다. 2007년부터 3년간 사용한게 문제일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녀는 3등급(가능성 낮음) 판정을 받았다. 폐 이식도 2번이나 받았다.

하지만 이식수술 이후에 합병증이 생겼고, 2018년부터 다시 입원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3년 4개월 만에 세상과 작별하게 되었다. 만약에 옥시의 제품을 쓰지 않았다면, 다른 인생을 살았을까. 이제와서 부질없는 말이지만, 좀 덜 아프고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보리공주는 호남정유 실업팀 시절, 배구선수로 활약했을 당시 그녀의 애칭이었다. 결혼 후에는 밀양에서 생활체육 배구선수 및 코치로 활약했다. 개인적으로 그녀를 잘 알지는 못한다. 처음 본 것은 2017년의 어느 기자회견 이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짧은 머리에 건장한 체격까지 외적으로는 아파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가습기살균제 이슈와 과련해 중요한 기자회견이 있을 때마다 종종 얼굴을 비췄고, 준비하느라 고생한다고 농담도 건내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폐이식 수술 합병증으로 다시 입원하게 되면서 외부활동이 어려워졌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면회도 힘들어졌다. 선생님 조만간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라는 연례행사처럼 나오던 그 말은 끝내 지킬수 없는 약속으로 남게 되었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가볍지 않고, 전달하기도 부담이다.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참사의 피해자에 대한 글을 써야할 때면 머리가 그냥 하얘진다.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삶의 무게가 느껴졌기 때문일까. 한 줄을 썼다 한 단락을 지우고, 기사의 반을 한숨으로 채운다.

 

ⓒ환경운동연합(2022)

 

“아픔”은 개인의 몸과 마음에 국한되지 않는다. 근로능력의 상실은 필연적이고, 경제문제가 따라온다. 게다가 부양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길어지는 투병생활과 늘어가는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남은건 빚 잔치다. 최근 조정안의 내용을 두고 피해자들이 갈등하는 상황은 그들이 이기적 이라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가까워 보인다.

기업들은 분담하는 총액을 더 이상 늘릴수 없다고 반발했다. 결국 피해양상에 따라 기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단체간의 형평성과 홀대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사적 조정기구에 불과한 조정위원회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진통을 겪으며 나온 조정안 또한, 옥시와 애경 등이 거부의사를 밝히며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안은주씨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박동석 대표이사는 (옥시RB 한국지사)는 회사입장을 변명하기에 급했다. 기업들 사이의 분담율과 더 이상 피해자가 기업측에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 종국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의 답변태도에 국회의원들의 비판과 호통이 이어졌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보수적 성향의 임이자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제안할 정도였다.

강은미 의원 : 피해자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셨는데요. 지금현재 옥시제품 피해자랑 배보상 완료된게 몇 명입니까?
박동석 대표 : 폐질환 1,2단계 피해자들에 대해 418분에 대해 배상을 완료했습니다.
강은미 의원 : 아직 배상을 못한분은요?
박동석 대표 : 1,2단계 피해자 중에서…
강은미 의원 : 1,2단계 말고 다른 피해자는? 피해자로 인정 안하시는 겁니까?
박동석 대표 : 다른분들에 대해선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측면도 있고, 그분들에 대한 자료는 저희가 갖고있지 않습니다.
강은미 의원 :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니 피해자로 인정 안하시는 겁니까?
박동석 대표 : 그분들에 대해 조정을 통한 해결을 추구해서 저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강은미 의원 : 그래서 피해자로 인정을 하시는겁니까? 안하시는 겁니까?
박동석 대표 : 피해자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린적은 없습니다.

안호영 의원 :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조정안이 마련되었는데 옥시와 애경이 거부해 무산위기에 처했습니다. 옥시가 불수용하는 이유가 분담금비율이 합리적이지 않다는겁니까?
박동석 대표 : 세가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안호영 의원 : 비합리적인 부분에 대한 대안은요?
박동석 대표 : 합리적 조정기준에 대해 말씀하시는거지요? 과학적근거를 참조해서 조정취지에 맞게 조정 당사자들의 양보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이자 의원 : 여러분 기업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앗아아고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조정안이 받아들여져 분쟁해결이 될거라 기대했지만 기대가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합리적 조정기준과 공정한 분담비율, 종국성을 담보해 달라는 건 안하겠다는 말 아닙니까? 본 의원이 들었을때는 연장을 한다해도 사실상 안하겠다는 얘기같은데요?

박동석 대표 : 저는 그렇게 이해하지 않습니다.
임이자 의원 : 그럼 (조정위에) 들어가서 다시 하시겠습니까?
박동석 대표 : 조금전에 답변드린걸로 갈음하겠습니다.
임이자 의원 : 아니 뭔 답변을 갈음해요 본 의원이 묻고있잖아요
박동석 대표 : 존경하는 임 의원님 제가 답변드린 내용은 세가지 요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질수 있다고 하면 조정위 연장에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임이자 의원 : 그거 때문에 지금 깨진건데 고집한다는 건 안하겠단 얘기죠? 바꿔서 얘기하면? 일말의 양심도 없습니까? 채동석 대표이사님도 마찬가진가요?
채동석 대표 : 여러차례에 걸쳐 제안도 드렸고 얘기도했지만 법적인 사항도 얘기했는데요 아시다시피 굉장히 복잡한 문제고, 2017년에 특별이 생긴이후 과학적 변화도 있었습니다. 제가 바로 말씀드릴수 없는건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재판이 진행중이라 이해관계 때문에 좀더 지켜봐주십시오. 개선의지가 있고, 조금만 귀담아 들어주신다면 조정위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임이자 의원 : 두 대표이사님들께 경고합니다. 더 이상 입법권자를 독하게 만들지 마세요. 그러면 저희가 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잖습니니까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성실히 임하셔야 합니다. 이 조정안이 그렇게 무리한내용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러분 자식, 지인들이 생명을 잃었다고 해도 그렇게 대응하겠어요? 기업의 이기심으로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겁니다.

 

ⓒ환경운동연합(2022)

 

그녀의 빈소는 경상남도 함안군의 영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발인은 5일이며, 장지는 함안 추모공원이다. 그렇게 또 한명의 빈자리가 늘었다. 2022년 4월 29일 기준으로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는 7,712명이다. 1,773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지원대상자는 4,37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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