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향’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등 기념일이 많은 5월을 맞아 ‘상쾌한’, ‘은은한’, ‘달콤한’ 향을 내세운 디퓨저, 향수, 캔들 제품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향기를 통해 기분 좋은 감정을 일으키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향기 마케팅’은 샴푸, 섬유유연제, 화장품 등 생활화학제품뿐만 아니라 서점, 호텔, 도서관, 관공서 등 공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향료 성분에 관해 물으면 대다수 기업의 답변은 비슷하게 돌아온다.
“미량이라”, “천연 향료라”, “영업비밀이라 공개하기 어려워요.”
향기에 숨겨진 성분
어버이 날과 성년의 날을 맞아 카네이션 디퓨져(향수)가 판매되고 있다
향료는 과거 화학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화학물질 자체가 가진 고유의 냄새를 제거(마스킹, Masking)하거나 원치 않는 향을 지우기 위해 사용됐다. 이후 기업은 각 제품의 브랜드에 맞는 다양한 향을 개발해 제품에 첨가하기 시작했다. 향이 개인의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하는 용도로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향 소비량은 매년 6~8퍼센트씩 증가하고 있다.
향료는 크게 천연향료, 합성향료로 구분된다. 천연향료는 꽃, 잎, 줄기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향료와 사향노루에서 추출한 머스크향, 향유고래의 장내에서 배출되는 향(엠버향), 사향고양이의 분비물(시벳향) 등의 동물성 향료로 나뉜다. 합성향료는 단일 성분으로 된 향료와 다양한 향료를 화학적으로 조합한 향료로 나눌 수 있다.
천연 향료는 괜찮을까
대다수의 전문가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사프롤, 쿠마린, 메틸 유계놀 등은 식물성향료이지만 발암성을 띠기도 하고, 라벤더 등은 에센셜 오일로 농축되면서 합성향료보다 더 많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freepik
보통 제품 속 향료는 한 가지 성분이 아니고 수십 종으로 이루어진 합성향료다. 게다가 향료 물질 이외에 향을 조화롭게 해주는 조화제, 향이 변하지 않게 하는 보존제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첨가제가 더해져 향료가 만들어진다. 환경정의 자료에 따르면 향료에 사용하는 성분은 약 4000개에 이르고, 자주 사용하는 성분만 해도 200여 종이 된다(참고자료 ‘함께 만드는 향 사용가이드’).
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향의 긍정적인 효과로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중추 신경계를 활성화해 호르몬 분비에 관여, 스트레스를 완화해 준다거나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등 심리적, 생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내세우는 향의 트렌디하고 세련된 이미지 뒤에 감춰진 또 다른 면도 염두해둘 필요가 있다. 향료의 다양한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면역계에 작용해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접촉성 피부염,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및 자극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 발암성 등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2013년 미국 여성건강 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들의 목소리>(WVE)는 보고서를 통해 개인위생용품과 생활화학제품에 포함된 향료 물질로 인하여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접촉성 피부염 같은 알레르기를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향기가 쉽게 휘발되거나 변하지 않도록 사용되는 프탈레이트는 인체 호르몬의 생리작용을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2008년 영국 의학연구소(MRC)는 태아의 생식기관이 형성되는 시기인 임신 초기에 향수나 향료가 포함된 화장품을 피부에 바르면 태아의 호르몬에 불균형을 발생시켜 생식기능에 문제가 있는 아이를 출산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했다.
‘향 프리’ 로 가는 세계
향 성분은 표시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 ⓒ 환경운동연합
이와 같은 향료의 인체 유해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면서 미국, 유럽, 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향 규제 및 퇴출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제품 라벨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26종의 향료 성분에 대해 구체적인 이름을 표기하도록 강제 조항을 두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의 많은 주는 병원과 학교에서 향수 사용을 금지하고, 발생하는 향에 대처하는 전담 직원을 두는 등 다양한 ‘향-프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2008년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가 시행됨에 따라 화장품 포장에 성분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향 물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물질명이 아닌 ‘향료’로만 표시할 수 있고, 이마저도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미량일 경우 ‘기타 성분’으로 기재할 수 있다. 또한 알레르기 유발 향료 26종 표시에 대해서도 강제가 아닌 권고만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소비자는 제품에 어떤 향료 성분이 포함되었는지 확인조차 어려우며, 향료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원인 명과 안전 확인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5월 가정의 달,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해당 제품에 꼭 향이 필요한 것인지, 개인에게 맞는 제품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 보고 고르는게 어떨까.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는 ‘향’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등 기념일이 많은 5월을 맞아 ‘상쾌한’, ‘은은한’, ‘달콤한’ 향을 내세운 디퓨저, 향수, 캔들 제품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향기를 통해 기분 좋은 감정을 일으키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향기 마케팅’은 샴푸, 섬유유연제, 화장품 등 생활화학제품뿐만 아니라 서점, 호텔, 도서관, 관공서 등 공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향료 성분에 관해 물으면 대다수 기업의 답변은 비슷하게 돌아온다.
“미량이라”, “천연 향료라”, “영업비밀이라 공개하기 어려워요.”
향기에 숨겨진 성분
어버이 날과 성년의 날을 맞아 카네이션 디퓨져(향수)가 판매되고 있다
향료는 과거 화학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화학물질 자체가 가진 고유의 냄새를 제거(마스킹, Masking)하거나 원치 않는 향을 지우기 위해 사용됐다. 이후 기업은 각 제품의 브랜드에 맞는 다양한 향을 개발해 제품에 첨가하기 시작했다. 향이 개인의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하는 용도로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향 소비량은 매년 6~8퍼센트씩 증가하고 있다.
향료는 크게 천연향료, 합성향료로 구분된다. 천연향료는 꽃, 잎, 줄기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향료와 사향노루에서 추출한 머스크향, 향유고래의 장내에서 배출되는 향(엠버향), 사향고양이의 분비물(시벳향) 등의 동물성 향료로 나뉜다. 합성향료는 단일 성분으로 된 향료와 다양한 향료를 화학적으로 조합한 향료로 나눌 수 있다.
천연 향료는 괜찮을까
대다수의 전문가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사프롤, 쿠마린, 메틸 유계놀 등은 식물성향료이지만 발암성을 띠기도 하고, 라벤더 등은 에센셜 오일로 농축되면서 합성향료보다 더 많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freepik
보통 제품 속 향료는 한 가지 성분이 아니고 수십 종으로 이루어진 합성향료다. 게다가 향료 물질 이외에 향을 조화롭게 해주는 조화제, 향이 변하지 않게 하는 보존제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첨가제가 더해져 향료가 만들어진다. 환경정의 자료에 따르면 향료에 사용하는 성분은 약 4000개에 이르고, 자주 사용하는 성분만 해도 200여 종이 된다(참고자료 ‘함께 만드는 향 사용가이드’).
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향의 긍정적인 효과로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중추 신경계를 활성화해 호르몬 분비에 관여, 스트레스를 완화해 준다거나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등 심리적, 생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내세우는 향의 트렌디하고 세련된 이미지 뒤에 감춰진 또 다른 면도 염두해둘 필요가 있다. 향료의 다양한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면역계에 작용해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접촉성 피부염,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및 자극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 발암성 등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2013년 미국 여성건강 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들의 목소리>(WVE)는 보고서를 통해 개인위생용품과 생활화학제품에 포함된 향료 물질로 인하여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접촉성 피부염 같은 알레르기를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향기가 쉽게 휘발되거나 변하지 않도록 사용되는 프탈레이트는 인체 호르몬의 생리작용을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2008년 영국 의학연구소(MRC)는 태아의 생식기관이 형성되는 시기인 임신 초기에 향수나 향료가 포함된 화장품을 피부에 바르면 태아의 호르몬에 불균형을 발생시켜 생식기능에 문제가 있는 아이를 출산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했다.
‘향 프리’ 로 가는 세계
향 성분은 표시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 ⓒ 환경운동연합
이와 같은 향료의 인체 유해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면서 미국, 유럽, 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향 규제 및 퇴출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제품 라벨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26종의 향료 성분에 대해 구체적인 이름을 표기하도록 강제 조항을 두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의 많은 주는 병원과 학교에서 향수 사용을 금지하고, 발생하는 향에 대처하는 전담 직원을 두는 등 다양한 ‘향-프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2008년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가 시행됨에 따라 화장품 포장에 성분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향 물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물질명이 아닌 ‘향료’로만 표시할 수 있고, 이마저도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미량일 경우 ‘기타 성분’으로 기재할 수 있다. 또한 알레르기 유발 향료 26종 표시에 대해서도 강제가 아닌 권고만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소비자는 제품에 어떤 향료 성분이 포함되었는지 확인조차 어려우며, 향료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원인 명과 안전 확인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5월 가정의 달,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해당 제품에 꼭 향이 필요한 것인지, 개인에게 맞는 제품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 보고 고르는게 어떨까.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