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마을로 가라?…소련도 이렇게는 안했다

     

    [10만인리포트-공포의 후쿠시마, 그후 4년⑦] 다시 찾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현장

    글쓴이는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위원장 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입니다.

    후쿠시마역에 설치된 후쿠시마 홍보 부스 모습이다. '복이 만개한 도시로 관광 오라'는 홍보 문구가 쓰여 있다. ⓒ 김혜정

    후쿠시마역에 설치된 후쿠시마 홍보 부스 모습이다. ‘복이 만개한 도시로 관광 오라’는 홍보 문구가 쓰여 있다. ⓒ 김혜정

    후쿠시마가 위치해 있는 일본 동북지역은 벚꽃과 복숭아로 유명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벚꽃이 오랫동안 피어 봄이면 복이 만개한다고 불리는 도시다. 하지만 지난 2011년 3월 11일 벚꽃이 필 무렵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복 받은 도시서 재앙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사고 발생 4년이 지난 올해 3월 11일 도쿄를 거쳐 후쿠시마에 도착했다.

    기차가 후쿠시마역에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차창 밖으로 눈이 내렸다. 방사능에 오염된 눈일까 의심이 된다. 찝찝한 기분이 들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우산을 쓴 사람은 없다. 거리도 마찬가지. 몸을 피하는 이들이 없다. 대신 기차역 곳곳에 관광 홍보 포스터가 내걸려 있고 대합실 TV에선 홍보 영상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복이 많은 섬 후쿠시마, 벚꽃 피는 복이 만개한 계절이 되었으니 관광 오라.’

    방사능에 오염된 재앙의 도시가 복이 많은 도시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본 정부와 지방정부의 홍보정책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일본 지배층이 내세우는 ‘지나간 과거는 중요하지 않고 미래가 중요하다’는 프로파간다(propaganda, 정치선전)가 일본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것일까. 원전 4기가 폭발해 방사능 대재앙이 일어난 지역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후쿠시마 곳곳엔 관광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다.

    숙소로 향하는 길, 문득 지난 2월에 발생한 사건이 떠오른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방사능 오염수를 고의적으로 바다에 유출하고 은폐하다가 10개월 뒤에 발각됐다. 제1원전 2호기 배수로의 오염수를 측정한 결과 방사성 물질 세슘137(Sc-137)이 리터당 2만3000베크렐(Bq/L), 세슘134(Cs-134)가 리터당 6400베크렐(Bq/L) 등으로 나타났다(식품위생법상 방사성세슘 기준치는 킬로그램당 100베크렐).

    도쿄전력은 지금도 폭발한 원전의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매일 400톤의 냉각수를 퍼붓고 있다.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로 바뀐 냉각수는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 탱크에 담기거나 지하수 또는 바다로 흘러들어가 결국 200km 이상 떨어진 도쿄의 해안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육상에서는 사고원전에서 뿜어져 나온 방사능이 공기 중에 섞여 원전에서 50km 떨어진 지역까지 뻗어나갔다. 지금도 이들 지역은 고농도 오염지역으로 분류돼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12만 명 이상의 주민은 난민이 돼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전국에 흩어져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화가 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 정보는 후쿠시마 사고를 ‘과거’ 일로 치부하고 ‘후쿠시마 부흥정책’을 펼치고 있다니. 후쿠시마산 모든 쌀에 대해 방사능 조사를 실시하고 다른 농산물도 엄격히 검사하고 있다고 선전에만 안간힘을 쓰고 있다니. 갑자기 후쿠시마산 복숭아와 사과, 배를 원료로 만든 과일음료들로 채워진 홍보 포스터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머리가 아프다.

    방사능오염 여전한데 관광 오라니… 화가 난다

    다음 날(12일), 사고 현장으로부터 가까운 마을을 둘러보는 일정이 잡혔다. 복잡한 심정을 다스리며, 이이다테촌(飯館村)과 나미에정(浪江町)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두 지역은 원전사고 후 각각 거주제한구역과 피난지시 해제준비구역으로 나뉜 도시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 차례로 귀환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나미에정에 다다르자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걷어낸 거대한 검은 포대가 산처럼 쌓여 있다. 제염작업자와 굴삭기를 제외하고는 움직이는 물체를 발견하기 어렵다. 사람이 떠난 공간을 방사능이 채운 도시, 그야말로 유령마을이다.

    여기서 잠깐, 나미에정 마을과 일본 정부의 주민귀환정책에 대해 알아보자. 나미에정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서북방향에 위치한 지역이다. 사고원전에서 가깝게는 4km, 멀게는 30km까지 펼쳐져 있다. 나는 원전사고 이후 세 번째 후쿠시마를 방문하지만 이곳은 첫 방문이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일본정부의 귀환정책 때문이다. 나미에정 일부 지역이 피난지시 해제준비구역으로 지정돼 외부인도 출입이 가능해졌다.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나미에정 주민들을 귀환시킬 계획이다.

    앞서 2012년 일본 정부는 주민귀환정책을 실시, 피난지시지역을 3개 구역으로 재정비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연간 방사능 피폭선량이 20밀리시버트(mSv/h) 이하인 지역은 피난지시 해제준비구역, 피폭선량이 20~50밀리시버트(mSv/h)인 지역은 거주제한구역, 피폭선량이 50밀리시버트(mSv/h) 이상인 곳은 장기귀환곤란구역으로 지정했다.

    방사능오염에 따른 구역별 표시. 초록색 지역이 피난지시 해제준비구역이고 오렌지색으로 된 부분이 거주제한구역, 짙은 분홍색 지역이 귀환곤란지역이다. 이이다테촌은 거주제한구역으로, 나미에정은 피난지시 해제준비구역과 거주제한구역이 뒤섞여 있다. ⓒ 김혜정

    방사능오염에 따른 구역별 표시. 초록색 지역이 피난지시 해제준비구역이고 오렌지색으로 된 부분이 거주제한구역, 짙은 분홍색 지역이 귀환곤란지역이다. 이이다테촌은 거주제한구역으로, 나미에정은 피난지시 해제준비구역과 거주제한구역이 뒤섞여 있다. ⓒ 김혜정

    이 중 장기귀환곤란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두 지역은 주민귀환을 목표로 제염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차로 주민귀환이 이루어지는 지역은 피난지시 해제준비구역이다. 현재 나미에정은 주민귀환을 위해 낮 동안 출입이 허용돼 있었다.

    버스가 나미에정 청사에 들어섰다. 청사에는 주민귀환을 위해 2년 전부터 60여 명의 공무원이 되돌아와 근무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방호 장비를 착용하지는 않았다. 곧 나미에정 공무원의 상황 설명이 이어졌다.

    “원전사고 이전 나미에정에는 7614세대, 2만1434명의 주민이 살았다. 평야와 해안이 두루 펼쳐져 있는 이곳은 해산물과 사케 등이 유명하다. 하지만 3·11 대지진과 원전폭발로 쓰나미와 지진피해, 방사능 재앙까지 겹치면서 지금은 전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유령마을이 됐다. 이재민이 된 주민들은 4년간 후쿠시마현 내와 바깥에 설치된 임시 가설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묵묵히 지난 4년간의 일들을 설파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따지고 보면, 원전사고의 피해를 키운 것은 일본 정부다. 피난 지시 상황만 늘어놓고 봐도 그렇다.사고 당일(11일) 오후 9시 23분이 돼서야 반경 2km 지점에 피난 지시가 떨어졌다. 그리고 이튿날(12일) 오전 5시 44분 반경 10km로 확대됐다. 12일 오후 6시 25분이 돼서야 피난 지시는 반경 20km까지 늘어났다.

    “귀환지시 나면 피난 배상금 끊겨… 눈물 머금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

    하지만 나미에정 주민들은 말한다. 단 한 차례도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피난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정전으로 TV 방송까지 중단돼 방사능오염과 피난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최소 4일 이상 고농도 오염지역에 방치돼 있었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20km 바깥의 주민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현지 주민들이 말했다.

    “나미에정은 2, 3대가 모여 살던 동네였다. 그런데 원전사고가 일어난 후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신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이 같은 호소에도 대책은 고사하고 다시 방사능에 오염된 유령마을로 돌아가라고 강요하고 있다. 귀환지시가 결정되면 피난 배상금이 끊기기 때문에 별다른 생계대책이 없는 주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다시 버스에 올라 사고현장으로 달려가는 길, 차창 밖으로 지진과 쓰나미로 무너진 집들이 방치된 채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폐허’란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풍경이다.

    오후 3시 30분께, 사고원전에서 4km 떨어진 지점에 도착했다. 이름 모를 폐가 옥상에 올라 사고원전을 바라봤다. 지금껏 거쳐온 참사현장이 떠올라 기가 막혔다. 바로 눈앞에서 거대한 방사능 쓰레기 적치장과 방사능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을 보고 있자니 주민귀환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정부의 사악함에 치가 떨렸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통제선을 뚫고 사고원전까지 향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통제구역 관리에 감정이 북받쳤다. 눈이 저절로 질끈 감겼다.

    일본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한 귀환과 부흥정책인지.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의 파산을 막기 위해 2011년 1조 엔(약 9조 원)을 출자한 데 이어 이듬해 9조 엔(약 84조 원)을 추가로 출자해 사실상 도쿄전력을 국유화 했다. 도쿄전력이 피해자 보상금 및 제염과 오염수 처리비, 중간처리시설 준비 등으로 투입한 예산은 한화 약 102조 원에 달한다. 반면 후쿠시마 소책자 간행위원회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폐로와 제염작업 견적 비용만해도 23조 엔(약 213조 원)을 넘는다. 실로 어마어마한 비용이다.

    주민들의 주장처럼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제염작업에 천문학적 금액을 사용하기보단 주민들의 이주를 지원하거나 보상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주민 안전대책 아닐까.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의 뜻대로 사고원전 가까이 사람이 살아야 복원이 입증되고 제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렇다면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은 일본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일까. 부흥정책이란 미명하에 유령마을에 꽃을 심고 도로를 건설해놓는다고 사람이 돌아오지 않듯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다.

    전국 곳곳서 방사능쓰레기 소각… 야만적이고 반생명적인 정책

    ▲ 후쿠시마현 가설 소각로 지도 ⓒ 김혜정

    ▲ 후쿠시마현 가설 소각로 지도 ⓒ 김혜정

     

    또 부흥산업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방사능 쓰레기 소각로 건설은 어떠한가. 방사능 폐기물중간처리장 확보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는 방사능 쓰레기를 소각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방사능 쓰레기 소각을 생각하는 후쿠시마 연락회’의 와타 나카코 대표에 따르면, 방사능 쓰레기의 경우 Kg당 10만베크렐(bq) 이하면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으로 향하지 않고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소각된다고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소각시설이 후쿠시마현 내 19개 시·정·촌에 모두 24기가 존재한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현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지자체 소각시설로 방사능 쓰레기를 보내서 태워 없애고 있다.

    소각로에서 날리는 소각재는 1~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아주 작은 미립자다. 꽃가루보다 더 작다. 바람을 따라 소각재가 날아간다면, 일본 전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된다. 아베 정부와 일본 원자력계의 목적은 방사능 쓰레기를 태워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방사능오염의 전국화 현상을 통해 후쿠시마 암환자 발생율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을 없애려는 것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정말이지 야만적이고 반생명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정부의 주민 피난 대책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소련 정부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인륜적이다. 소련은 연간 5밀리시버트(mSv/h) 이상 지역을 이주의무지역으로 지정했다. 연간 20밀리시버트(mSv/h) 미만 지역은 강제피난지역으로 설정했다. 또 1~5밀리시버트(mSv/h) 지역도 이주권리지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사고 이후 29년째인 지금까지도 원전 반경 30km 안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통제구역으로 지정해두고 있다.

    일본 정부의 무리한 제염작업과 주민귀환정책은 지역주민이 아닌 원자력촌의 재건과 토건세력을 위한 것일 뿐이다. 지난 40년간 대도시 전력공급을 위해 희생된 지역주민들은 원전사고로 건강과 고향을 잃고 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 부흥정책을 통해 지난 세월 원전산업으로 이익을 본 건설업계가 다시 원전사고로 이익을 얻는 수혜자가 되었다. 포크레인과 검은 방사능 쓰레기 더미는 제염을 구실로 한 원전산업과 토건세력의 돈벌이 사업일 뿐이다. 방사능오염지역은 주민 귀환이 아니라 폐쇄지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게 마땅한 조치다.

    다음 목적지인 이이다테촌으로 향하는 버스 안, 만약 우리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후쿠시마 상황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처구니 없는 일본… 사람 죽이는 도시가 관광지?

    공포의 후쿠시마, 그 후 4년

    [10만인리포트-공포의 후쿠시마, 그후 4년②] 후쿠시마 찾은 김혜정 위원 지상중계

    지난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비상임위원을 겸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의 김혜정 원전안전특위원장(아래 김 위원)이 후쿠시마로 떠났다.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꼭 4년 되는 날이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 전체회의에서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안)에 반대하며, 이튿날 새벽녘 회의장 문을 박차고 나왔다. 표결 처리로 굳어져 가는 회의에서 보인 나름의 저항적 행동이었다.

    11일 동해안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원전의 위험성을 한 목소리로 부르짖던 때, 김 위원은 현해탄을 건너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몸을 실었다. 오는 17일까지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시민이 전하는 후쿠시마 세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11, 12일 이틀간에 걸쳐 김 위원과 주고받은 메신저와 SNS의 주요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11일] 복 많은 곳 후쿠시마로 관광 오라니… 헐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 도시 곳곳에 후쿠시마로 관광을 오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 김혜정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 도시 곳곳에 후쿠시마로 관광을 오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 김혜정

     

    [오전 7시 16분]

    –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꼭 4년되는 날, 후쿠시마에 가시네요. 간략하게 일정을 소개하신다면…

    “아이구~ 영어발표에 취재까지 숙제를 맡으니 마음이 무겁네요. 오늘 도착해 후쿠시마로 이동합니다. 12일은 후쿠시마 사고 현장 답사 13일에는 세계탈원전심포지엄 참가 및 발표, 14일 후쿠시마 집회 참가 및 탈핵단체 방문합니다. 한국에서 유인태, 우원식 국회의원이 이날 도착해 같이 집회에도 가보고 일본 현지 단체와 정치인들 미팅 등이 예정돼 있어요. 그리고 15일에 다시 한 번 사고 현장을 갑니다.”

    [오전 11시 12분]

    – 일본에 도착하셨나요? 도쿄는 지금 어떤가요?

    “공항에 도착해 이동 중입니다. 도쿄 우에노역에서 기차로 후쿠시마로 이동합니다. 우에노역 앞에서 한 시민단체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어린이 갑상선암 환자가 늘어난 것을 알고 있는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과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답변이 높네요. 근데 4년이 지나서 이런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게 의문입니다. 일본 친구에게 물으니 언론에 보도가 안 돼 이마저도 사람들이 모른다고 하네요.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을 맞은 도쿄의 모습입니다.”

    [오후 3시 56분]

    – 후쿠시마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날씨는 어떤가요?

    “방금 도착했어요. 후쿠시마역에 내렸는데 눈발이 날리네요. 방사능 오염된 눈이 저를 맞네요.”

    같은 시각, 김 위원이 후쿠시마에 도착한 내용을 SNS에 올리자 ‘방사능 조심하시구’ ,’아고 우째 거길…’, ‘일본은 숨쉬기도 거시기 하더라구요. 잘 다녀오세요’ 등 걱정과 격려의 댓글이 잇따랐다.

    [오후 5시 14분]

    –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시민이 전하는 후쿠시마 세계회의’에 대해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프랑스와 대만, 스웨덴, 러시아, 요르단, 브라질 등 모두 14개 국가의 시민단체 활동가, 전문가, 저널리스트, 독립영화감독 등이 발표 및 패널로 참여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을 말하는 회의예요. 저는 ‘후쿠시마의 교훈을 세계로’란 주제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과 한일 탈핵연대에 관해서 발표합니다.”

    [오후 6시 50분]

    – 후쿠시마, 황량하지는 않나요? 둘러본 소감을 전하신다면…

    “이동하면서 둘러봤는데, 요즘 말로 ‘헐’입니다. 거리에 ‘복이 많은 섬 후쿠시마, 벚꽃 피는 복이 만개한 계절에 관광오라’는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네요. 방사능 재앙의 도시가 복이 많은 곳, 복이 만개한 도시라니 이런 어처구니가. 후쿠시마역과 그 주변에도 방사능 재앙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사케는 후쿠시마 특산물로 전시되어 있어요. 후쿠시마산 쌀로 만든 사케라니… 사케 드시는 한국사람들은 쌀 생산지를 확인하고 먹어야겠네요.”

    – 의외네요. 그런데 왠지 고요한 풍경이 더 공포스럽네요.

    “네,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복원되었고 정리된 것으로 끝낸 듯해요. 후쿠시마현의 방사능 재앙을 지나간 일로 묻어버리는 것 같네요. 대대적인 부흥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니. ‘복원’이라는 단어도 이제는 사용하지 않은 듯해요. 말하자면 이제는 ‘부흥’이라는 거죠. 지나가는 길에 TV를 얼핏 봤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특집 프로그램 같았는데 폐허가 된 지역의 아이가 커서 이제 희망을 얘기하는 내용이 나왔어요.”

    [12일] 고농도 오염지역서 안전장치 없이 제염…”알려 달라”

    ▲ 제염처리 작업중인 사람들. ⓒ 김혜정

    ▲ 제염처리 작업중인 사람들. ⓒ 김혜정

    ▲ 제염처리 작업중인 사람들. ⓒ 김혜정

    [오전 9시 53분]

    – 드디어 후쿠시마 사고현장을 방문하는 날이네요. 제가 다 떨립니다.

    “오늘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에서 허용하는 지역까지 갑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농도오염지역인 이이다테(飯館) 지역의 한 농장을 방문하려고 했는데, 눈이 많이 와 못 간다고 하네요. 대신 이이다테 주민으로부터 후쿠시마 청소년회관에서 현지 상황을 대략 들었어요. 이제 출발합니다.”

    [오후 3시 14분]

    – 눈으로 확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은 어땠나요?

    “지금, 멀리 후쿠시마 제 1원전이 보이는 곳에 와 있어요. 조금 후에는 변경됐던 일정이 바로 잡혀 고농도 오염지역인 이이다테를 가게 됐네요.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 머물 계획이요.”

    [오후 3시 54분]

    – 사고 원전이 보이시나요? 설마 직접 땅을 밟지는 않았겠죠?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4km미터 지점이에요. 여기서부터 출입 통제라고 하네요. 버스 안에 있어요. 근데 일본 정부가 이곳 4km 지점까지 해안을 따라 피난지시 해제 준비구역으로 정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원전에서 가장 가깝고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나미에정(浪江町)에 내년부터는 주민들이 귀환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일본 친구의 설명이에요. 사방에 방사능 쓰레기를 쌓아놓거나 태우면서 사람들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강요하다니…눈 앞에 사고 원전이 방사능을 내뿜으며 끓고 있는데…이건 정말 말이 안 돼요. 머리가 아프네요.”

    [오후 5시 29분]

    – 사고현장을 둘러본 소감이 남다를 것 같네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후쿠시마 ‘부흥’의 상징은 포클레인과 검은 방사능 쓰레기 더미예요.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30~50km 떨어진 지역(이이다테)은 고농도 오염지역이에요. 이이다테에는 포클레인과 검은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어요. 4~9km 떨어진 나미에정 마을 곳곳에도 포클레인과 검은 쓰레기가 쌓여 있기는 마찬가지였죠.

    이이다테는 산림이 70%를 차지하는 지역이어서 사람이 사는 집주변 이외에는 제염이 전체적으로 불가능해요. 산림도 이런데 이보다 더 넓은 농경지는 어떻게 하겠어요. 이이다테엔 평야도 제법 많아요. 그런데 이 넓은 땅 덩어리를 인위적으로 나눠 복구지역으로 정해 놓았어요. 눈과 비 내리면 산에서 방사능 물질이 내려와 다 헛수고인데 말이죠.”

    ▲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를 입은 지역에 쌓여 있는 오염토. ⓒ 김혜정

    ▲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를 입은 지역에 쌓여 있는 오염토. ⓒ 김혜정

     

    – 현장에 방사능 오염물질이 그냥 방치돼 있다는 것인가요?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이 아무렇게나 길가에 쌓여 있어요. 내년부터 귀환할 주민들이 살 집 근처예요.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걷어낸 쓰레기를 태우기도 해요. 이건 방사능 물질을 비산시켜 오염이 더 확산될 가능성이 커요. 정말 누구를 위한 ‘부흥’이고 제염인지 모르겠네요.

    이미 희생자가 된 주민들을 다시 오염 지역에서 살라는 것은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원전산업과 건설업계를 되살리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제염 복구보다는 주민들 이주 비용이 더 적게 소요되는데도 말이죠. 일본 정부는 진정한 해결책에는 관심이 없는 듯해요.

    결국 핵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집단이 사고를 기회로 정부 예산을 다시 나눠먹으며 배를 불리는 일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죠. 제염을 중단하고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오염지역 일대를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으로 정해야 해요.”

    [오후 5시 53분]

    – 참담하네요. 일본 시민사회단체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현지 시민사회가 발간한 책이 있는데, 이것 좀 한국에 알려달라고 부탁을 여러 번 하네요. 소책자로 만들어졌는데 책 제목이 ‘원전재해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후쿠시마의 10가지 교훈’이에요. 내용은 이래요. ▲ 원전은 안전하다는 선전에 속아서는 안됩니다 ▲ 긴급시에는 먼저 피난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 정보입수와 기록을 남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 포괄적인 건강조사와 정보공개는 이재민의 권리입니다 ▲ 먹거리의 안전과 농림어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이 참여한 검사 측정과 정보공개가 중요합니다 ▲ 완전한 제염이란 없습니다 ▲ 작업원의 대우 개선과 건강관리 없이 사고 수습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 이재민을 지키기 위한 법률 제정, 운용에 이재민 참가를 요구합시다 ▲ 배상 부담은 국민의 몫입니다 등이에요. UN방재회의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90km 떨어진 곳에서 개최되는 것을 맞아 일본시민사회가 제작한 거라네요.”

    [오후 11시 28분]

    – 보내준 사진을 봤어요. 고농도위험지역인데, 제염처리 작업자들의 복장이 간편하네요.

    “안전복장을 착용한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냥 일상적으로 제염을 하는 듯했어요. 그만큼 작업자의 안전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한 마디로 고농도 방사능 지역에서 안전복장도 없이 사람들이 제염처리 작업을 하고 쓰레기더미 속에서 그냥 일하는 모습이었죠.

    이이다테에는 제염작업자가 7천명이 넘게 일하는데 특별한 보호 장비 없이 일을 한다고 이곳 현지 사람들이 증언하네요.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50km 떨어진 고리라는 지역에 있어요. 이곳에는 가설주택이 있는데 4년째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다고 해요. 지난해 8월 이곳서 ‘만약 피난조치가 폐지되면 집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설문조사를 시민사회단체가 실시해보니 단 17.6%만 돌아가겠다고 답했다고 하네요.”

    [오후 11시 47분]

    – 방사능 농도를 측정해 보셨나요?

    “현장 답사서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약 25km 떨어진 미나미소마(南相馬)시를 방문했는데, 거긴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대기 중에 방사능 문제는 없는 듯했어요. 그런데 하수구에 방사능계측기를 대보니 수치가 막 올라가는 거예요.

    하수구로 방사능에 오염된 하수나 토양 등 쓰레기가 들어가 이동을 하고 있는 거죠. 방사선량은 하수구뚜껑 위에 올려놓았는데 ‘0.95μSv/h’ 기록했어요. 아! 내일 발표자료 때문에 오늘은 그만해야 해요.”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 일본 열도는 여전히 공포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김 위원은 직접 목격하고 증언을 기록한 이재민의 피난사와 현장르포를 곧 보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