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남성의 폐암 발생 전국 수준의 8~10배, 내기마을의 미스테리

    17명이 암에 걸린 내기마을의 공포, 원인이 밝혀지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처장(leekfem@kfem.or.kr)

    지난 15년 간 지역주민의 5분의 1이 암에 걸린 마을이 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마을 주민 78명 중 17명에게 암이 발생했다. 지리산 자락 초입인 남원시 이백면 내기마을이다. 옆 강촌 마을엔 백내장 환자만 열 명이 넘었다. ‘암 공포’에 빠진 주민들은 2013년 강동원 국회의원을 통해 관계 당국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을 찾아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했다.

    강동원 남원순창 국회의원은 이백면 내기마을 현장을 방문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수질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확인하고 지난달 30일 진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정부차원의 역학조사를 요청하는 등 원인규명을과 법규마련 등 대안을 세우달라"고 촉구했다. ⓒ국제뉴스 (사진=강동원 국회의원실 제공)

    강동원 남원순창 국회의원은 이백면 내기마을 현장을 방문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수질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확인하고 진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정부차원의 역학조사를 요청하는 등 원인규명을과 법규마련 등 대안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국제뉴스 (사진=강동원 국회의원실 제공)

    자칫 의례적인 조사에 그칠 뻔 했던 역학 조사, 하지만 협)환경안전건강연구소와 가진 우연한 술자리가 내기마을 라돈 조사로 이어지면서 내기마을 암발병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1

    ⓒ전북환경운동연합

    이후 국립암센터가 석 달 동안 일 억원을 들인 사전 조사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남성의 폐암 발생이 전국 수준의 8~10배에 이른 것이다. 이를 토대로 2014년 8월에 질병관리본부와 남원시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백도명교수 팀)에 남원 내기마을 암 발병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남원시는 왜, 역학조사 공개 발표를 꺼렸을까?

    그리고 2년 넘는 시간이 흐른 지난 달 17일, 역학조사 결과 설명회가 남원시청에서 열렸다. 시는 두 달 전에 조사 결과를 받아 놓고도 주민 공청회를 열기는커녕 역학조사 결과를 축소 왜곡하는 달랑 한 장짜리 권고안만 내놓았다.

    주민들은 분노했다. 권고안은 5억5천만원을 들인 용역 결과를 반영했다고 보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권고안은 아스콘 공장에 대한 오염물질 저감 대책을 세울 것, 환기를 잘 시켜 라돈을 배출하고, 금연하라는 것이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내기마을 암역학조사보고서》 자료

    죽어가는 암 환자 살려 내라 했더니, 밥 잘 먹고 운동하라는 격이었다. 분노한 주민들이 국회와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인 설명회를 요구해 만든 자리였다. 국정조사를 넘기려 차일피일 설명회를 미룬 꼼수이자 남원시와 질본의 책임 떠넘기기였다.

    게다가 남원시는 아스콘 공장 배출 대기오염물질이 높은 폐암 발생율 및 이와 관련된 위험요인은 확인됐지만, 통계적인 인과성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보도자료를 내서 주민들을 화나게 했다.

    '남원 내기마을 암발생 역학조사 결과 즉각 공개 기자회견'이25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가운데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마을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전북도민일보

    ‘남원 내기마을 암발생 역학조사 결과 즉각 공개 기자회견’이25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가운데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마을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전북도민일보

    남원시는 왜, 역학조사 공개 발표를 꺼렸을까? 답은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에 있었다.

    매우 놀라운 사실, 아스콘 공장 등 주변 환경 요인과 암 발병의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근거가 제시 된 것이다. 내기마을 주민들은 지난 1995년 마을에서 300m쯤 떨어진 곳에 들어선 아스콘 공장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이 폐암을 포함한 암 집단 발생 원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합리적인 의심은 주민들의 일방적인 주장으로만 치부되어 왔다. 주민들은 스스로 상관성을 입증할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다. 당연히 자치단체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십 수 명이 암에 걸려도 대기환경 측정 항목의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런데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는 주민들의 주장이 매우 근거가 있음을 뒷받침 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내기마을 암역학조사보고서》 자료

    백도명 교수는 “내기마을에서 발생한 폐암은 대기 중 초미세분진(PM 2.5)의 일부인 다핵 방향족 화합물(PAHs·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 포함)의 증가, 가구의 실내 라돈 농도, 개인의 흡연력 등의 영향을 받았고 이들 요인들 간의 상승작용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는 결과보고서를 내놓았다. 내기마을 주민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낸 의미 있는 결과다.

     

    암 발생과 아스콘 공장의 상관성 밝혀지다!

    연구진은 먼저 공장 가동일과 비가동일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차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공장 가동이 비가동일에 비해 1급 발암물질이자 유해물질인 초미세먼지와 다핵방향족화합물(PAHs) 모두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공장 최대 가동추정치를 계산했다. 최근엔 수요 감소로 인해 가동 일이 줄었지만 인근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일 때는 밤낮으로 공장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자갈 분쇄 작업으로 인한 먼지와 폐수가 초목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광경(국민뉴스)

    자갈 분쇄 작업으로 인한 먼지와 폐수가 초목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광경(국민뉴스)

    공장을 가동하는 날, 1급 발암 물질 PM2.5의 평균 질량농도는 26.08㎍/㎥인데 반해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날은 21.61㎍/㎥이었다. 또한 10개 성분농도 분석 항목 모두 공장 가동일이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와 비교하면 평균 농도는 서울이 높았으나 내기 마을이 서울시보다 높게 측정된 날도 많았다. 과거 추정량 중 최대 값은 133.36/으로 이는 우리나라 대기환경기준의 2.7, WHO 기준으로 보면 5.4배에 해당한다.

    %ec%82%ac%ec%a7%843

    일명 검댕이라 불리는 블랙 카본 농도 역시 공장가동일 평균이 1.04㎍/㎥로 비가동일 평균농도 0.84㎍/㎥보다 0.2가㎍/㎥ 높았다.

    특히 내기마을의 주풍인 동풍(아스콘 공장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일 때는 특히 더 높았다. 동풍이 분 2015년 8월11일 평균 농도는 4.234㎍/㎥이고 최고 수치는 14.17㎍/㎥에 달했다. 도시 평균 기준인 5㎍/㎥ 보다 3배가량 높은 수치다. 공장 가동하지 않는 날은 남원 시내와 거의 차이가 없으나 공장 가동 일이 높게 나타나 블랙카본과 초미세먼지 모두 아스콘 공장에서 나온 대기오염물질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디젤이나 석탄 연소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며 스모그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물질인 블랙카본은 폐암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이자 발암성이 높다.

     

    PAHs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중국 베이징 다음으로 높은 값

    ⓒ전북환경운동연합

    다핵방향족 화합물(PAHs)은 2005년 환경부가 지정한 유해물질이자 발암성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벙커C유, 화석연료 등과 같은 유기물이 불완전 연소나 석탄변환 과정을 통해서 발생한다.

    따라서 연구진은 아스콘 공장에서 장기간 배출된다는 점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PAHs가 미세먼지에 달라붙어 대기 중 부유 상태로 존재하기 쉬우며,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 상 내기마을 주민 건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독성오염물을 법적으로 규제한다 하더라도 인체보건학적 위해성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PAHs 측정값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2015년 3월13일에 측정된 최대 값은 거의 모든 성분에서 전국 PAHs와 비교해 가장 높은 값을 나타냈다. 이를 환경부 국가유해대기측정망과 비교해 보면 31개 측정망 중 공장 가동일 평균값은 9번째로 높은 값이나 내기마을 공장 가동 시 최대치 값은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볼 때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중국 베이징 다음으로 높은 값이다. 연구진은 내기마을 다핵방향족 화합물 농도는 여전히 개선이 요구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암 발생 가정, 겨울철 실내라돈농도 264Bq/,
    %ed%91%9c2

    《내기마을 암역학조사보고서》 자료

    흡연 다음으로 폐암 발생의 원인으로 꼽히는 라돈은 내기마을 환자군 3가구에서 매우 높은 값이 나왔다. 라돈은 토양에서 나오는 1급 발암 물질로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 방사능 위험물질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고농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신장독성이나 폐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기마을과 강촌마을의 정상가구 평균은 각각 95Bq(베크렐)/㎥와 89Bq/㎥였다. 이에 반해 2014년 겨울 264Bq/㎥, 2015년 봄 110Bq/㎥, 여름 54Bq/㎥, 가을 294Bq/㎥  평균 181Bq/㎥이다. 미국이 권고하는 연평균 주택 라돈 수치이자 우리나라 다중이용시설 권고기준인 148Bq/㎥ 보다 높게 나타났다.

    2013년 당시 협)환경안전건강연구소에 따르면 내기마을의 집 12곳과 마을회관에서 채취한 지하수에 대한 라돈 측정결과 6곳에서 2428.27~ 7663.71pCi/L(피코큐리)의 라돈이 검출된 바 있다. 미국 먹는 물 안전기준치를 적용하면 최대 26배나 초과하는 수치였다.

     

    있으나 마나한, 실효성도 구체성도 없는 남원시 대책

    이달 6일 남원시는 중앙암역학 조사결과 보고회에 대한 후속대책을 내 놓았다. 남원시는 “아스콘 공장의 PM2.5에 대해서는 배출허용기준이하로 배출되도록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며, 2017년 예산에 천만원을 계상하여 PAHAs을 전문기관에 검사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현재 특정유해물질에는 해당되나 배출허용기준이 없어 초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환경부에 배출허용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강력히 건의할 계획이다” 고 밝혔다.

    %ec%a7%80%eb%8f%84%ec%82%ac%ec%a7%845

    환경부 자료

    하지만 구체성도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아스콘 공장이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PM2.5 및 PAHs)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공장에 구체적인 요구 없다면서, 기준치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그냥 지금처럼 운영하도록 놔두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또한 폐암과 상관성이 있는 아스콘 공장의 환경노출 요인을 중심으로 암역학조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비발암성 질병이나 소음에 대한 피해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스콘 공장은 피해 구제에 대한 책임 통감은커녕 공장 경계에 편백나무를 추가로 식재하여 오염물질의 차폐 및 저감에 노력하겠다는 정도다.

    “ 남원시는 늘 아스콘 공장 대기배출물질이 법적 기준치 이내이고, 아스콘공장과 암 발생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해서, 주민들이 나서서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들의 용역 조사까지 이끌어냈다. 그리고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는데도 이렇게 미온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다 차려준 밥상에서 수저만 들면 되는데, 그것도하기 싫어라 하는 것 같아서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내기마을 김중호 이장의 말이다.

    내기마을 주민들은 요구는 하나다. 아스콘공장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가 충분하게 확인되었으니 지역주민을 이주시켜 주거나 아스콘 공장을 폐쇄하거나 이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살고 있는 내기마을 주민 37명 중 10명이 20세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다. 다음세대를 위해서라도 공장 가동 중단이나 이전, 폐쇄를 검토해야한다.

    (남원=연합뉴스) 수년 사이 마을 주민 13명이 폐암, 식도암 등 각종 암 질환에 걸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있는 전북 남원시 이백면 내기마을 이장 김중호씨는 "400년 이상 터를 잡고 살아온 마을에 이런 일은 없었는데 인근에 아스콘공장과 고압선 철탑이 들어서면서 악연이 시작됐다"며 "하루빨리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져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원=연합뉴스) 수년 사이 마을 주민 13명이 폐암, 식도암 등 각종 암 질환에 걸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있는 전북 남원시 이백면 내기마을 이장 김중호씨는 “400년 이상 터를 잡고 살아온 마을에 이런 일은 없었는데 인근에 아스콘공장과 고압선 철탑이 들어서면서 악연이 시작됐다”며 “하루빨리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져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스콘 공장이 있는 서귀포 마을, 경기도 의왕경찰서도 암 환자 속출

    제2, 제3의 내기마을도 나타났다. 제주도 서귀포의 한 마을엔 최근 10년 간 23명의 주민이 암에 걸렸고, 경기도 의왕시 의왕경찰서에서도 경찰 4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3명이 투병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아스콘 공장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내기마을 암역학조사보고서》 자료

    ⓒ전북환경운동연합

    《내기마을 암역학조사보고서》 자료

    따라서 환경부는 두 지역 모두 아스콘 공장의 환경 위해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조사 결과 남원 내기마을과 비교해 보고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아스콘공장 주변 지역에 대해 ‘환경관리 지역 지정’ 등 특단의 조처를 내려야한다.

     

    %ed%99%98%ea%b2%bd%ec%97%b0%ed%95%a9%ed%9b%84%ec%9b%90%eb%b0%b0%eb%84%88-1024x214-640x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