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일반 관련자료

개펄이 사막처럼…신음하는 새만금

[한겨레] 끝막이 공사 한달 르포

지난 17일 저녁 전북 김제시 광활면 은파리 개펄, 이상하게 도요새 한 마리가 사람이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았다. 탈진한 흑꼬리도요였다. 훌쭉하게 마른 몸과 윤기를 잃은 깃털이 오스트레일리아를 떠나 수천킬로미터를 날아온 힘든 여정을 보여준다. 이제 새만금 개펄에서 체중을 갑절로 불려야 시베리아에 가서 번식에 성공한다. 하지만 새만금에 몰려온 수만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은 곧 사라질 개펄인 줄을 모른 채 지천으로 숨져 드러난 조갯살을 파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21일이면 새만금 방조제의 끝막이 공사가 끝난 지 한 달이 된다. 그러나 새만금 개펄은 이미 낯익은 그 개펄이 아니었다.

썰물로 드러난 광활한 거전개펄 들머리는 마른 지 오래돼 보였다. 딱딱한 표면은 쩍쩍 금이 갔고 하얀 소금기로 덮여 있었다. 물기를 잃은 개펄은 사막을 떠올리게 했다. 동행한 주용기 새만금생명평화 전북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소금기를 머금은 모랫바람이 불곤 한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드나들던 바닷물이 이제 폭 540m의 수문을 빼고선 완전히 가로막혔다. 당연히 바닷물이 덜 들어오고 덜 나간다. 개펄의 상당부분이 말라버렸고, 썰물 때 드러나는 개펄이 줄어 어민들은 조개 잡을 곳이 별로 없다.

거전개펄에서 손연장인 ‘그레’를 끌며 백합을 잡던 주민 신현정(58)씨는 “하루 2만원 벌기도 땀 난다”고 말했다. 오전 내내 잡은 백합 열댓개가 들어 있는 망태기를 보여주던 그는 “인자, 뭘 해서 먹고 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갯고랑에는 길게, 서해비단고둥·개맛·민챙이 등이 숨져 널브러져 있었다. 작은민가섬을 지나자 개펄에 꽂힌 채 입을 반쯤 벌리고 숨진 동죽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 주변을 맴도는 날벌레가 유독 많다. 바깥 사람들의 눈길을 의식해선지 한국농촌공사는 지난 닷새 동안 어민들에게 일당 5만8천원씩 주고 숨진 동죽을 거둬내는 정화사업을 벌였다.

거전개펄에서 도요·물떼새를 조사하던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 아드리안 보일은 “이런 장관을 보는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슬프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외국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새를 살피려고 새만금을 찾은 영국인 알란 이튼은 “새만금은 새 애호가에겐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며 “정말 끝난 거냐?”고 되물었다.

어민들은 체념 상태였다. 작은 배 세 척을 둔 정순모(53)씨는 “이제 밖에선 고기가 못 들어오는데, 안에 고기가 있어야 잡지!” 한탄하며 대낮부터 소주를 들이켰다. 지난주엔 심포와 문포 바다에 적조까지 발생했다. 어부들은 1200여척이 남아 있는 새만금 어선의 ‘감척 보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부안·김제/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admin

정책·일반 관련자료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