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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깃털이고 2사단이 몸통이다

용산은 깃털이고 2사단이 몸통이다
[한미동맹 이제 득실을 따지자 ⑬]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의 진실
정욱식(cnpk) 기자

▲ 서울 용산미군기지 1번 출입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과 관련해, 정부가 가장 앞세우고 있는 논리는 한국이 먼저 용산기지 이전을 요청했고,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2일 한명숙 총리가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 가운데 아래의 대목에서도 잘 나타난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5200여 만평의 미군기지 땅을 돌려받고 그 대신에 360여 만평의 땅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특히, 용산미군기지의 이전은 한 나라의 수도 서울 복판에 120여년 간이나 외국군대가 주둔해온 역사를 청산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해, 1988년부터 우리가 요구하여 추진해온 사안입니다. 이것은 2003년 한·미 정상 간의 합의와 국회의 비준동의를 이미 거친 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 5월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주한 미군기지의 평택이전은 한·미 동맹관계를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억제하고, 용산기지를 비롯하여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주한미군 군소기지들을 통폐합하여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추진해온 ‘우리의 요구’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의 사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이 용산기지 이전사업인 것처럼 비춰진다.

용산 대체부지는 겨우 38만평, 2사단 대체부지는 220만평

그러나 이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착시 현상’이다. 정부가 전면에 앞세운 용산기지 이전은 ‘깃털’이라고 할 수 있다. 평택,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팽성읍 미군기지 확장사업의 ‘몸통’은 2사단 이전이기 때문이다.

▲ 광복 이후 60여년간 미군기지 담장으로 사용된 미군 헬기장 담장(현재 국립중앙박물관 담장으로 사용)을 허무는 행사가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을 100일 앞둔 20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서문 부근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는 기지 이전 규모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위해 평택 팽성읍 일대에 수용되고 있는 289만평 가운데 용산기지 대체부지는 38만명평에 불과하고, 2사단의 대체 부지는 220만평이며, 나머지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잔여 부대의 대체부지이다.

평수만 놓고 보더라도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의 핵심은 용산기지가 아니라 2사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사단은 의정부·동두천 등 경기 북부에 주둔하고 있는 전투부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만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수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용산기지 이전의 상징성을 내세워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부분 떠안기로 한 것을 은폐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정확한 비용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지만,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이 가운데 90% 가까이 부담할 예정이다.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용산기지 이전은 한국이 요청했고 2사단 이전은 미국이 요청했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지이전의 핵심은 2사단인데, 미국이 요구한 2사단 이전 사업의 비용도 용산기지 이전과 뒤섞이면서 사실상 한국이 대부분 부담하게 된 것이다.

정부도 정상회담에선 2사단 이전 연기하기로 했었다

앞서 인용한 한명숙 총리의 발언 가운데 용산기지 이전은 2003년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이라는 부분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때 정상회담에서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의 핵심인 2사단 이전은 연기하기로 했었다.

2사단 이전 문제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초 용산기지 조기 이전은 수용하되, 2사단 이전은 북핵 문제를 고려해 최대한 늦춘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용산기지와 함께 2사단도 함께 이전한다는 계획을 초기부터 갖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2003년 2월 13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위를 보증하는 가운데 서울과 비무장지대(DMZ) 지역에서 상당수 병력을 이동시키고 해군과 공군력에 더욱 중점을 두는 쪽으로 검토할 것이며, 병력의 기동력 개선에 따라 일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전부터 미국 독자적으로 이러한 계획을 검토해왔다고 덧붙였다.

▲ 9일 오후 공병부대원들이 6일째 철조망 설치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2사단 이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2사단의 대체 부지로 제공될 토지 매입 기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수조원의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하며, 북핵 문제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미국도 양해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2003년 5월 노 대통령의 방미 때 이를 관철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결과 한·미 공동성명에는 “한강 이북 미군기지의 재배치는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안보 상황을 신중히 고려하여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미군기지 재배치에 걸리는 현실적 기간을 고려할 때, 이는 곧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유보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며, 이를 실용외교의 대표적인 예로 내세웠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40일 후에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는 데 동의했다. 정부는 용산기지 조기 이전 수용을 협상 지렛대로 삼아 2사단 이전을 최대한 늦춘다는 방침이었으나, 용산기지와 2사단 이전은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 계획의 일환이라는 미국의 논리에 밀려 결국 수용하게 된 것이다.

단계별 이전? 그럼 평택도 단계적으로 접근하자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의 핵심인 2사단 이전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2사단은 우선 경기 북부 도처에 있는 기지를 의정부·동두천의 주요 기지로 통합하고 나서, 평택으로의 이전은 “안보 상황을 고려해 추후에 결정”하기로 되어 있다. 이에 반해 용산기지는 2008년까지 완전히 이전하게 되어 있다.

이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안보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평택 미군기지 문제를 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용산기지와 2사단 이전이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이전하기로 되어 있는 만큼, 평택 기지 확장 사업도 단계를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 9일 오후 윤광웅 국방장관이 평택 대추리 들판에 철조망을 치고 6일째 주둔하고 있는 군 숙영지를 방문한 가운데, 한 주민이 계속 농사를 짓도록 해달라는 호소가 적힌 피켓을 들고 마을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즉, 2008년까지 이전하기로 한 용산기지 이전은 평택에 수용 완료된 토지를 중심으로 1단계로 이전한다. 그러나 2008년 이후에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2사단 이전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과 현지 주민 입장을 고려해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더구나 한·미 양국은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미국은 작전권을 한국에 이양하면 추가적인 미군 감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한국의 작전권 환수와 2사단 이전, 그리고 미군의 추가적인 감축이 2010년경으로 중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2사단 이전과 이를 위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을 급하게 서두를 이유는 더욱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2사단 이전이 2008년 이후에나 추진되는 만큼, 2008년까지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이 마무리되지 않는다고 해서, 2사단이 갈 곳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에 반해 오늘날 똑똑히 보여주듯, 무리하게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밀어붙이면 한국인의 반미감정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건강한 한·미 동맹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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