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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거짓말 들끓는 천성산 계곡이여

“아! 거짓말 들끓는 천성산 계곡이여”
김곰치의 ‘천성산 유량조사단’ 통신〈6〉

2006-05-16 오전 10:24:07

대성 늪 동행취재를 이정호 교수(대구대 과학교육학과)에게 부탁하였다. 이 교수는 “이번 주는 출장이 있어 힘들어요. 근데 대성 늪이 아니고 우리는 대성 큰늪이라고 하는데요”라며 늪의 이름을 고쳐 준다. 천성산 환경공동조사에서 지율 스님 측 조사자이며, 생태계 분야를 맡았던 이 교수는 대성 늪 조사에서 한국 미기록종 플랑크톤과 부착조류 8종을 처음 발견한 장본인이다.

동행 취재는 포기했고, 그를 따로 인터뷰할 생각이지만, 적절한 질문을 얻기 위해 일단 현장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천성산 유량조사단 단원인 박영동 씨와 대성 늪에 간 것은 5월 3일이다. 늪을 보고 영산대학교로 내려 왔다. 이번 회 유량조사단 통신의 놀라운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터널에서 배출되는 정체불명의 폐수

오후 3시 반, 서울 녹색연합의 임미려 씨가 왔다. 우리는 대동아파트 쪽으로 갔다. 지난 1월, 녹색연합에서 물이 마른 대동아파트 인근 계곡을 촬영해 두었는데, 갈수기가 끝난 지금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작정이었다. 임 씨는 6mm 캠코더를 가지고 왔다.

촬영한 계곡을 찾기 어려웠다. 석 달 전 임미려 씨는 저녁 나절 차에 태워져 계곡에 갔었다며 길 분간을 잘 하지 못한다. 우리는 대동아파트 뒤 터널로 일단 승합차를 몰았다. 출입금지 팻말 앞까지 갔다. 현장 관계자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어디서 오셨냐, 무슨 일이냐’ 묻는다. 용건을 말했다. 올초 계곡이 말랐고, 공단은 갈수기 때문이라 하지 않았느냐, 갈수기가 끝났다, 지금은 어떤지 알아보러 왔다. 혹시 유량조사 하는 분들이냐, 현장 관계자가 묻는다. 민간 유량조사단이 결성된 줄 공단 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계곡에 물이 흐른다면 유량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과 연락처, 주소를 적어달라며 장부를 내민다. 그러는 새 현장 측 사내들이 두셋 더 왔다.

신원 확인을 해주느라고 신경을 빼앗겼는데, 우리가 선 도로 아래 좁은 계곡으로 이미(?)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언뜻 그것을 봤지만, 산비탈로 10여m 내려가며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계곡의 물은 하얀 거품이 가득 일어나고 있었다. 도로가 잘라먹은 계곡에 공사업체 쪽에서 콘크리트 배수로를 새로 만들어놓았다. 터널 내부의 물이 노출된 배수로로 나오고 있다. 내 입에서 어처구니 없는 질문이 나왔다.

“물이 왜 이래요? 지금 터널 안에서 자동차 세차를 하나요?”

“이게요… 거품이 날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보니까 말씀을 잘 못 드립니다만, 거품은 일시적으로 나오고요, 자세한 것은 폐수 처리 업체에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당황하는 기색이다. 이 사람이 정신이 있나 없나. 말대로라면, 지금 폐수를 방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과 아파트 옆으로 가는 자연 계곡에 폐수를!

“터널에 물이 고여드니까 집수지가 있을 거고, 배출할 때 어느 배수로를 씁니까? 여기는 아니지요? 그 배수로는 어디 있습니까?”

“그건… 이왕 오셨으니까 현장으로 올라가시면, 설명해 드릴게요.”

우리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겠다고 고집했다. 현장 관계자는 계속 어디론가 전화를 하면서 우리를 따라왔다. 거의 ‘밀키스’ 수준의 물이다. 계곡의 물을 생수병에 담았다. 박영동 씨는 맛까지 본다. “화학 약품 냄새가 나네.” 생수병 안에 담긴 물은 곧 거품이 사라지고 투명하게 된다. 눈으로 보기에 아주 깨끗한 물이 되었다.

박영동 씨가 작은 목소리로 개탄했다. “사갱에서 나오는 물이야. 물이 이렇게 나오는데, 터널에서 물 한 방울 안 샌다고 법정에서 위증하고 말야.” 계곡 옆에 웬 무덤이 하나 있었다. 무덤을 보고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할아버지 무덤 옆으로 참 좋은 물이 흐릅니다.” 이 수상한 물은 흘러흘러 어디로 갈까?

그런데 또 놀라운 광경이 나타났다. 계곡을 흐르던 거품 많은 물이 어느 순간 뚝 끊긴 것이다. 300m 정도 내려왔는데, 수풀이 많은 지점에서 물이 갑자기 사라졌다. 주민들 사는 곳까지 가지 말라고 수풀 안에 비밀 파이프를 묻어 놨나? 그건 아니었다. 물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우리의 걸음이 거품 많은 물의 선두에 다다른 것이다. 물은 계속 내려오고 있었다. 맨 앞의 물이 잠깐 머무르며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도착하기 1, 2분 전 뭔가 눈치를 챈 공사업체에서 계곡으로 급히 물을 흘려보냈다!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뒤따르던 공사 업체 쪽 사람이 다시 가까워졌다. “터널 뚫을 때도 물이 많이 사용되죠?” “예, 작업할 때….” 물 한 방울 안 샌다는 마른 산속을 뚫는데, 먼지가 많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밖에서 물차를 몰고 갑니까? 이런 바보같은 질문은 물론 하지 않았다.

“촬영하는 모습, 우리도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 누가 왔다는 거 보고를 해야 하니까.”
“예, 찍으십시오.”

잠깐 모습이 보이지 않는 박영동 씨한테 전화가 왔다. 나는 터널 입구로 올라가 차를 몰고 갈 테니, 곧장 내려가 계곡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확인해달라, 아파트에서 만나자. 공사업체 관계자는 “다음에는 불쑥 오지 말고 꼭 공단에 미리 연락을 하고 허락을 맡고 와 주세요”라고 당부한다. 우리는 계곡을 따라 계속 걷고, 또다른 현장 관계자 세 사람이 연락을 받고 아파트 쪽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내려가십니까? 우리 자동차를 타고 가시죠?” 그냥 걷겠다고 고집했다. 한 관계자가 위치를 계속 전화로 알리며 대동아파트 옆 주차장까지 따라왔다. 박영동 씨가 승합차를 몰고 왔다. 우리는 차에 올라 대동아파트를 빠져나와 장백아파트까지 갔다.

박영동 씨가 말한다. “차를 가지러 올라가니까 계곡에 물이 안 내려와. 물이 끊겼어. 내가 말했지. 갈수기가 또 왔네요? 그러니까 다시 물이 내려와. 저 사람들이 물을 열었다 잠궜다 하는가봐.”

웃을 일이 아닌데, 우리는 턱없이 웃고 말았다. 해프닝이라고 치부하고 말 일인가. 저 놈들이 유량조사 하러 왔구나! 하고 물 흐르는 계곡을 보여주려고 급히 물을 내려보냈다. 그런데 암석을 깨뜨리고 나온 물에 여러 성분이 섞여 거품이 가득하다. 누가 보더라도 의아해 할 것이다. 자연 계곡수가 아닌 게 드러나니, 터널에서 물이 이렇게 많이 빠져나온다! 하기에 딱 좋게 생겼다. 자승자박이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계곡 고갈의 증거가 되고, 엉뚱한 물이 흐르면 터널 내 지하수 유출이 되고 만다.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 때문이다. 물 한 방울도 안 샌다는 최초의 거짓말을 어떻게든 붙들려고 하니 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이다. 해프닝은 순화된 표현이고, 엄연한 불법행위다. 아름다운 천성산에 거짓말로 가득찬 계곡이 늘어나고 있으니, 참담한 일이다.

“보상 얘기는 비밀로 해달라”, 주민 회유한 한국철도시설공단

장백아파트 건너편 공터에서 정인구 씨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대동아파트 지하수와 저수지 고갈에 대해 여러 말을 해준 용감한 주민이다. 곧 트럭을 몰고 정 씨가 나타났다. 갑자기 흐르기 시작한 계곡 물에 대해 물어보았다. 박영동, 임미려 씨와 함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대 측에서 물 댔다가 뺐다가 할 겁니다.” “그 사람들한테 내가 천성산 유량조사단 단원인데, 이거 지하수 유출 아니냐 하니까 물을 잠구더라구요. 근데 좀 더 올라가서 왜 안 나오냐, 하니까 물이 또 나와. 아주 희안한 계곡이라.”(박영동) “물에 거품이 왜 그리 많은지!”

“터널 안에 집수조가 있다고요. 그걸 거쳐 나오는데, 물에 석회 성분이나 그런 게 있거든요. 그래서 거품이 발생한다고. 아파트 뒤쪽, 오늘 갔다 오신 계곡으로 물을 흘러보내다가 지하수 고갈 문제가 터지고 협상을 시작할 때 주민들이 뭐라 하니까 물길을 바꿔서 다른 쪽으로 뺐어요. 그러니까 물길을 이리 뺐다가 저리 뺐다가 마음대로 하는 거예요.”

정인구 씨는 주민 대책위와 공단 쪽 협상 상황이 어찌 흘러가는지도 전해 주었다. 그런데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주민 대표들이 실은 동생 뻘이예요. 근데 요번 월요일 회의를 가니까, 현대 측에서 앞으로 내가 언론과 접촉을 안 한다는 각서, 내 도장을 안 받아 오면, 절대 협상할 수 없다고 했어요.” “한 개인을 딱 지칭하고 각서를 받아오라구요?”

“예, 그래서 제가 대표들한테 말해줬어요. 내가 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걸 해줄 필요성을 못 느낀다. 내가 죄 지은 것도 아니고 (언론에) 없는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경주 쪽에 건천구간에도 문제가 있었잖아요. 터널 발파로 어떤 집은 거의 내려앉았고 벽에 금이 쩍쩍 가고 그렇더라구요. 제가 가보니까, 그때도 같은 상황이었어요. 마을 대표들한테 ‘접촉 하지 마라. 보상 안 나간다’, 해서 이장들이 마음을 못 잡고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근데 1년 뒤인가, 억울한 것이 많았던지 손석희 아침 라디오에 이장 한 분이 나와 보상 한 푼 못 받았다, 하소연하는 걸 제가 들었어요.”(박영동)

“현대 사람들이 그런 조건을 건다 하면, 직접 와서 나한테 사인 해주시오, 말해라 해라. 그 새끼 어떤 놈인지 몰라도 뺨을 쌔리버릴 거야. 그러나 너그가 형님, 우리 협상하는데 좀 그러니까 형님이 자제를 해주소, 부탁을 한다면, 내가 동생들 말까지 안 들어주겠느냐. 그거는 해줄 수 있다. 그러니 (현대에 가서) 너그들이 나를 책임진다고 해라. 너희 위신을 봐서라도 해줄 수 있는데, 그러나 만약 현대 사람들이 나한테 그런 조건을 건다 하면, 직접 오라 해라. 상놈 새끼들 패쥑이삔다. 화가 나서 내가 이렇게 말해줬어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주민 입장에서도 좋고, 주민 입장을 떠나서라도 개인 의견을 한 번 말씀해주세요.”

“아파트 주민 전체 입장은 뭐냐 하면, 지하수를 다시 먹을 수 있게 해달라. 그런데 공사 측에서 뭐라 했냐 하면, 지금 물이 안 나오는 데서 80m 정도 더 파내려가면 물이 나올 거다. 이미 파놓은 관정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데 한 2000만 원 들어요. 그렇게라도 지하수를 주민들한테 돌려주자, 이렇게 협상은 흘러가고 있어요. 건물 균열 같은 것은 가구별로 보상을 받을 거고요.”

“주민들이 다시 지하수를 먹게 되더라도, 왜 이런 고갈 사태가 발생했느냐,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할 거 아닙니까. 공단 분들은 양수기 모터에 문제가 있었다, 아까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보상 자체도 없는 걸로 알아달라, 밖에는 보상했다는 말도 흘러나가지 않게 해달라, 이런 식의 요구가 있었던 걸로….” “그럼 오늘 하신 말씀도 언론에 나가면 안되겠네요?” “그렇죠.”

휴, 하고 우리는 한숨을 쉬었다. 터널 공사 이후 마을의 변화, 주민들의 고민 등 솔직한 이야기를 본인 이름을 걸고 글을 쓸 수 없겠느냐, 하고 정인구 씨에게 부탁해 보았다.

“그러면, 아파트에서 난리가 납니다.” 허허 웃는다. 그렇지만 “이런 사정 다 알고 있는 사람 중 그래도 이야기할 사람은 또 나밖에 없어요” 하고 말한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실은 참 착하다고 한다. “대책위는 <프레시안> 기사를 가지고 흥분을 했지만, 마을 주민들은 이번에 수도 연결한다고 자기들 돈이 들었는데, 그거 물려내라는 말도 없어요. 이대로 가만히 두면, 주민들 각자 돈을 내고 말 거예요.”

취재를 했던 5월 3일로부터 벌써 열흘 넘게 지났다. 그 사이 정인구 씨한테 전화가 왔다. 주민대책위와 공단 사이의 협상이 끝났다는 것이다. 자신의 말이 외부로 알려지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기사로 내지 말아 달라는 요구다.

<프레시안>에서 처음 대동아파트 르포가 나갔을 때, 대책위의 격렬한 항의전화를 받고 나는 ‘지금 정인구 씨는 얼마나 곤란한 상태에 있을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가 전화로 말했었다. “기사 보니까 내가 한 이야기 그대로 썼더구만. 없는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요즘 사회에서 그 정도 이야기도 못한다는 게 말이나 돼요? 안 그래도 방금 대책위 후배들 전화 받았는데, 내가 야단을 좀 쳤어요. 아파트 사진 왜 찍었냐고 자꾸 그러면, 정인구 씨가 찍어라 해서 찍었다고 하세요. 그러니 조금도 신경쓰지 마세요.” 이런 주민도 있구나, 아니 이런 한국 사람도 있구나, 하고 나는 감탄했다. 그러나 그때 감탄한 그 주민, 그 한국 사람 정인구 씨도 인간 관계의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어느 누구도 자유롭기가 힘들다.

나는 그러나 두 가지 판단을 포기할 수 없다. 첫째, 언론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각서나 주민대책위가 책임지고 주민의 언론 접촉을 막는다는 조건은 누가 보더라도 부당하다. 대동아파트 지하수 고갈은 대동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대책위와 현장 업체가 쉬쉬하고 덮을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까지 나서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의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강구하는 마당에, 사회적 차원의 진실은 반드시 알려져야 한다. 공단이 해야 할 일은 대동아파트 지하수 고갈 문제에 대해 지금이라도 객관적인 조사에 나서는 일이다.

둘째, 공단의 협상 및 보상 행태에서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향후 노선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이고 그럴 때마다 보상을 다 해준다면, 이 또한 대단한 골칫거리라서 그러는 듯싶다. 그러나 선량한 주민이 피해를 입는다면, 공단이 나서서 위로하고 보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최소한의 사회적 금도이지 않은가. 언론 접촉을 하면 안된다는 공단과 시공업체의 비상적인 요구는, 비상식적인 만큼, 확실히 알려져야 한다. 앞으로 피해를 입을지 모를 주민에게는 더더욱 미리 알려야 한다. 단단히 각오하고 공단과 맞서 싸우라고 말이다.

고심 끝에 그날의 이야기를 이렇게 ‘유량조사단 통신’에 내는 이유다. 정인구 씨의 안위를 빈다.

김곰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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