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일반 관련자료

동물 다루는 방송, 생명은 간데없나?

동물 다루는 방송, 생명은 간데없나?
보리 방송모니터회, 생태주의 관점 모니터 준비
“오락·정보 미명하에 생명 존엄성 말살 안돼”

2006/5/10
최문주 기자 cmjoo@ngotimes.net
‘컵 강아지’ 붐이 인적이 있다. 유전자 변종을 통해 컵에 들어갈 만한 크기로 태어난 강아지를 방송사들은 호기심의 눈으로 들여다봤고, 너나없이 ‘신상품’ 소개하듯 앞 다퉈 내보냈다. 그 내용은 대부분 “몇 백 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밥도 얼마 안먹고, 똥도 잘 안싸서 기르기 편하다”는 얘기였다.

컵강아지 귀엽고 편리하면 다인가?

보리방송모니터회 회원 서태선씨는 ‘컵 강아지’ 방송을 보고 기겁을 했다. 안그래도 “동물을 다루는 방송들을 보며 불편했던 터”였는데, “어쩌면 인간 편한대로 생명을 물건 다루듯이 할 수 있는지”에 화가 난 것이다.

티컵강아지세상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컵 강아지.

서씨는 “동물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생명경시에 경도돼 있다”고 했다. 또 “살아있는 낙지를 갖고 어린아이가 장난치는 광고를 봤는데, 광고는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니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의 한 회원은 오락프로그램에서 쥐에게 쇠공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웃고 즐긴다는 게 더 놀라웠다는 그는 “사람들이 아토피나 환경오염이 나쁘다는 것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동물권에 대해선 너무나 무감각하다”고 꼬집었다. 방송 프로그램들이 동물을 함부로 다루는 문제가 심각해 이에 대한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사)보리 방송모니터회가 앞으로 5개월간 방송의 이런 행태를 꼼꼼히 모니터할 계획이다. 이름하여 ‘생명생태주의 시각으로 바라본 방송 모니터’. 이를 위해 보리는 지난 5월 2일부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가회동 사무국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동물 등장 프로그램 늘지만 생명경시 광범위

이미 보리방송모니터회는 지난해부터 생명과 환경을 주제로 TV를 가려보기 시작했다. 자연다큐멘터리도 모니터하고 교양· 오락 프로그램에서 오락거리로 전락한 동물의 권리도 항변했다.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자살을 미화해 보도하는 방송의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동물권’에 보다 비중을 두고 방송모니터를 해 볼 계획이다.

조미화 보리 사무국장은 “동물을 다루는 방송프로그램은 많아지고 있지만 동물경시, 생명경시의 풍조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지난해 방송모니터를 해보니 교양과 오락이 혼합된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그들의 절반은 지역축제에 관한 것이고 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음식소개더라고 했다. 그리고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 내용 중 동물에 대한 학대가 들어가지 않은 장면을 찾기가 힘들더라고 얘기했다.

손으로 물고기 잡기, 수풀에서 닭 잡기 등의 이벤트 소개는 약과다. 멧돼지를 숲에 풀어놓고 사냥개를 풀어 사냥하게 하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방송도 있었다. 온 가족이 보는 방송사 간판 오락프로그램에 살아있는 자라의 몸통을 두 동강이 내고 방치하다 끓는 물에 집어넣는 장면이 ‘보신’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공중파를 타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맛있다”며 동물 ‘살생’ 그대로 재현 문제

살아있는 낙지를 뜨거운 물 속에 집어넣는가하면 산 곰장어를 석쇠 위에 올려놓고 몸부림 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은 요즘 음식소개 프로그램에 보편적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보리모니터회는 이도 ‘살생’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기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SBS
보리 방송모니터회는 오락적 가치나 정보라는 미명 아래 방송이 생명의 가치를 함부로 다루고 있지 않은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한 방송사의 음식 정보 프로그램.

담배의 해악을 알리기 위해 쥐에게 반복실험을 하는 방송프로그램은 어떨까. 방송 다큐멘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미화 국장은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방송 다큐멘터리가 동물실험을 이용해 동물에게 계속 고통을 가하고 병이 생성된 모습을 보여줬다. 단지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동물에게 그런 고통을 가하는 것이 정당한가? 다시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왜 동물을 다루는 방송이 문제가 될까. 허남결 교수(동국대 윤리문화학과)는 “동물을 다루는 방식이 반생명적일수록 인간의 심성 또한 황폐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미 세계적으로 동물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됐다”며 “물론 동물이 다뤄지는 방식이 문제인가, 동물 자체에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가 하는 입장의 차이가 있지만, TV에서 동물을 다루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를 순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권 고려한 생태주의 방송 필요하다”

김재일 (사)보리 이사장은 “‘환경주의’가 안간 중심의 개념이라면 이제 폭넓은 뜻인 ‘생태주의’를 통해 인간 뿐 아니라 동물의 생존권까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방송도 생명가치의 선상에서 제작 방영돼야 한다”고 얘기했다.

최문주기자
동물의 생존권까지 고려한 포괄적인 생태주의 시각에서 새로운 방송 윤리의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보리(이사장 김재일)는 오는 9월까지 생명생태주의 시각의 방송모니터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순간의 오락적 가치 또는 정보라는 미명 아래 ‘생명’의 존엄성이 아무 생각 없이 말살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다른 동식물이 희생되지 않는지 살펴보자”는 것이 보리 회원들이 방송을 꼼꼼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소박한 이유다. 독자들도 한번 동참해 보면 어떨까.

최문주 기자 cmjoo@ngotimes.net

(사)보리는 1990년 불교계 방송모니터 단체로 출발해 그 동안 ‘보리방송모니터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방송위원회로부터 방송법인 허가를 받아 ‘사단법인 보리’로 새 출발하고 본격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방송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재일 이사장(조계종 환경위원회 상임위원, 사찰생태연구소 대표)이 이끌고 있다. 보리는 방송모니터 뿐 아니라 신문, 인터넷 분야까지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미디어 모니터, 교육 강좌, 캠페인, 소모임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문의 02-745-5811

admin

정책·일반 관련자료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