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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둔 시민운동진영의 고민, ‘무관심’

지방선거 앞둔 시민운동진영의 고민, ‘무관심’
‘매니페스토’에 밀리고, ‘정책검증’ 주목도는 낮고…

2006-05-10 오후 2:45:52

2000년 총선과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 2004년 탄핵사태와 총선에 이르기까지 시민단체들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소위 ‘홍위병’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낙천낙선운동 등 정치적 활동은 물론이고, 정책검증 능력에서도 시민단체의 입김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열린 ‘2006 지방선거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의 정책과제 발표 기자회견은 썰렁했다. 시민연대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알만한 단체를 포함해 260여 개 시민단체가 결합한 매머드급 연대체임에도 현장에는 시민연대 관계자를 제외한 서너 명의 기자들만 눈에 띄었다. 기자회견도 질의응답 하나 없이 삼십여 분 만에 마무리됐다.

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축이 된 ‘매니페스토 운동본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의 정책검증을 주도하며 유일무이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각 후보 공약의 실현가능성 등을 계량화해 제시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정치권 각 세력의 자발적 동참은 물론이고 보수적 언론의 적극적인 지원사격까지 얻어냈다면, 다분히 ‘가치 개입적’인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주변부로 밀려난 현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정치’에서 ‘정책’으로”…내용은 발전, 영향력은 감소?

2000년 총선연대에 참여했던 여성연합 지역여성운동센터 이구경숙 국장은 “전체운동 속에 묻혀 있던 각 분야의 목소리가 표출되는 것은 오히려 민주화가 진전될수록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시민사회단체의 공통과제가 줄어들고 그에 비례해 의제가 다양화되고 전문화되어가는 추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앙에서 단일한 이슈로 전국을 묶어냈던 과거와 달리 각 지역에서 해당 지역에 맞는 정책과제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발전된 형태가 아니냐는 것이다.

2006 지방선거시민연대의 김민영 사무처장은 “2000년 총선엔 부패정치인 퇴출, 2002년 대선에선 정당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쏟는 연대였다면 이번엔 지방선거 후보들의 ‘막개발 공약’을 ‘자치, 복지, 생태, 문화, 여성’ 등의 가치 중심적 공약으로 전화시키자는, 한발 나아간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문화연대 정책위원회 정책실장은 “2004년까진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 진행 여부, 인물의 당선 여부 등 정치적 흥미요소가 있는 운동이 주요 관심사로 부각된 반면, 삶의 질 문제로 이동된 현재의 운동은 그만한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책 중심의 활동이 정치적 조명을 받을 만한 ‘흥미꺼리’가 아닌 것도 인지도 약화의 한 요인이라는 항변이다.

그러나 2000년 총선연대에 참여했으며 지금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소속인 이강준 정책연구원은 “지역 NGO들의 일상적 의정 모니터링이 부실한 상황에서 선거철 활동이 갖는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고 시민사회단체 내부의 문제에 매스를 댔다.

그는 “시민단체의 운동방식이 예전에 비해 얼마나 ‘업그레이드’되었는지는 짚고 넘어갈 문제”라며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일이 시민운동의 기본적 역할인데, 이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얼마나 정보를 제공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민운동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

외부에서도 정치사회적 환경변화에 따른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시민단체의 분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성공회대학교 김정훈 교수(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는 “2000년 총선 이후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하향곡선을 그려온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선거에 대한 대응이 각 지역별로 이뤄져야 하는 지방선거에서 시민운동이 대중적 힘을 응집하는 일은 힘들다”고 지방선거의 특수성을 한계로 꼽았다.

김 교수는 또한 “새로운 영역의 운동이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정치적 이슈에 무관심한 시민운동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집중적 이슈파이팅이 안되는 것은 어찌 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정치판에 만연한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다 보니 오히려 국민들이 좁은 의미에서의 정치뿐 아니라 시민단체의 활동에도 무관심하게 됐다”면서 “과거 총선연대 같은 시민단체의 활동은 결국 공격적 시민운동 세력에게 양날의 검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원대학교 엄태석 교수(정치행정학)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정치가 여기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총선연대가 당시 정치인들의 부패 관행과 비민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오히려 정치에 대한 국민의 환멸을 촉발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시민단체의 정치개혁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가 일정한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냈다는 점은 분명히 평가해야 할 지점이지만, 그 이후 사회의 ‘공적’이 희미해진 상황에 걸맞는 적절한 대응력을 시민단체 스스로 갖춰야 한다는 숙제가 제기됐다는 얘기다.

그에 대한 답은 시민사회단체도 잘 알고 있다. 최준영 실장은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은 정책이 주민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가치 평가가 중심이라면 매니페스토 운동이 담당하는 정책의 정확성이나 실현가능성은 그 이후”라며 “아무리 실현가능한 공약이라도 주민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정책이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변화된 환경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시민운동 진영의 ‘가치’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호소력 있는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남은 셈이다. 그 결과에 따라 ‘시민들’에게 시민운동이 갖는 의미도 적잖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송호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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