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고속철도로 위기에 몰린생태계의 보고 천성산과 화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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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의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활짝 핀 매화

계곡에서
만난 산버들

3월 6일, 오늘은 경칩(驚蟄)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서 초목의 싹이 돋고, 개구리와 뱀을 비롯하여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날입니다. 그런데, 저는 벌써 겨울잠에서 깨어, 번식을 위해 짝을
짓고 알을 낳고 있는 개구리를 보고 왔습니다.

주말을 이용해서 가지산도립공원 안에 있는 경남 양산의 천성산으로 다녀왔습니다. 따뜻한 남쪽에 있는 천성산의
조그만 암자에서는 매화꽃이 아름다운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활짝 피어 있었고, 성미 급한 진달래도 꽃망울을
조금씩 터뜨리고 있어 서울에서 살고있던 저는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맑은 물이 소리내어 흐르는 계곡에서는 새 소리같기도 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에 뭘까하며 살펴봤더니 개구리들이
벌써 나와 짝을 찾으며 울고 있었습니다. 바위 틈, 물이 고여있는 곳마다 개구리와 도롱뇽 무리를 볼 수
있었고, 이들이 낳아놓은 알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봄을 맞아 처음 보는 개구리와 도롱뇽이었기에
더욱 반가웠으며, 며칠 후에 알에서 깬 올챙이와 도롱뇽 새끼들이 잘 자라 고요한 천성산에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넘쳐 흐르길 바랍니다.

천성산
노전계곡에서 만난 개구리와 개구리 알



도룡뇽과
도룡뇽 알

그런데, 지금 천성산과 개구리들에게는 커다란 걱정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천성산 아래를 가로지르는 경부고속철도
때문입니다. 중부지방에서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경부고속철도 건설이 마지막 구간인 대구-부산 사이의
공사를 조만간 착공하겠다고 하는데, 바로 천성산 일대에 무려 16km에 달하는 긴 터널을 뚫고 지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터널이 건설된다면 공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환경훼손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하 수맥에
변화를 초래해 계곡의 물이 마르는 등 이곳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고속철도가 지나갈 예정인 천성산과 주변 봉우리의 정상 부근에는 희귀한 고층습지가 15군데나 발견된 곳입니다.
산에서 스며나오는 물이 산 꼭대기 주변에 습지를 만든 아주 독특한 생태계가 고층습지인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식물이 많이 자생하며, 식물체가 습한 지역에 퇴적되어 오랜 세월 동안 변화된 이탄층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특수한 입지 조건과 희귀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는 곳이라서, 환경부는 지난 2월
1일에 천성산 정상 부근의 화엄늪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가파른 산길을 헐떡이며 올라가서 바라본 화엄벌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꼭대기 부근은 완만한 구릉을 이루며
25만평에 달하는 넓은 억새밭과 철쭉 군락이 펼쳐져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빛 억새 물결을 보고나서야
지난 1월말부터 거의 1달 가까이 내원사 스님들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순례를 하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천성산과 화엄벌을 지키기 위해 수행중이던 절에서 나와 한겨울의 찬바람을 맞아가며 천성산
살리기의 절박한 사정을 알리고자 하셨나봅니다.




화엄벌의
억새군락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일반인들에 출입이 통제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푯말에도
아랑곳없이 출입하고 심지어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어 마른억새밭에서 혹시 불이라도 날까 염려스럽습니다.

저와 함께 산행을 하며 안내해 주신 지율스님은 천성산과 화엄벌이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훼손되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원사의 스님들 말고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도 않아 길조차 없었던 화엄벌에
최근 몇년전부터 ‘철쭉제’니 ‘해맞이 축제’니 하면서 알려져 철마다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 이로 인한
훼손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화엄벌이 관광객의 발길에 짓밟히는 것이 안타까워 지난 가을 억새가 한창 필 때에는
매일이다시피 화엄벌에 올라 억새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다니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관광철이 시작하기 전인 지금도 화엄벌을 찾는 등산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습지보호지역이므로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과 당부는 아무런 효과도 없어, 일부 등산객들은 보호지역 안을 거리낌없이 다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늦겨울 가뭄 때문에 전국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있고 산불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할 이때에 몇몇 등산객들은
화엄벌 마른 억새밭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천성산과 화엄벌은 경부고속철도와 관광객 폭주라는 두 가지 커다란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할 소중한 자연자산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환경보전 정책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반드시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천성산과 화엄벌을 지키기 위해 애쓰시고 계시는 내원사의 스님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내원사 홈페이지 http://naewon.or.kr

경부고속철도 항의메일 보내기
http://naewon.or.kr/chonsung/html/mail02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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