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수백 명이 끓인 국수맛, 정 맛, 자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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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는 시원했다. 중간길은 없었다.
대형차량이 미끄러지는 큰길은 작은길로, 그 길이 들길로, 들길이 오솔길로 이어지는 과정은 없어진지 오래였고
우리는 고속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문득 어머니 큰 산 앞에 불쑥 나동그라졌다. 청록의 조명이 서늘하던 해저
같은 산 속 지하터널을 몇 번이나 통과했던가. 우리는 어머니 큰 산 앞에 나동그라지기 직전까지 양 어깨에
도시를 지고 있었다. 높은 구두와 편두통, 울어대는 전화를 질질 끌고서 우리는 허기를 잊으러 그곳에 들어섰다.

‘산문(山門)’.
산에도 문이 있던가. 부처님의 세계에도 문은 있다. 절에 들 때 제일 먼저 마주하는 ‘일주문(一柱門)’은
두 개의 기둥으로만 되어 있는데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진리의 세계에 다가서고자 하는
일심(一心)을 상징한다고 한다. ‘산문’을 지나온 우리들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산문’은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곳이다. 신성함과 두려움이 사라진 우리들 속에는
늘 시커먼 허기가 자리잡고 있다. 그 허기가 더 깊고 시꺼먼 허기를 만들면서 지리산 어머니 품속에까지 대도시의
탐욕을 밀어붙였을 것이다. 지리산의 맥을 끊는 4개의 대형댐 공사 계획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지가 이제 겨우
1년을 넘겼다. ‘

‘산문’도 사람들이 만들었다. 한두 명의 계획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외경에 찬 수십, 수백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 당장은 댐을 위시한 탐욕스런 개발의 갈퀴짓에 맞서온 사람들이 지리산 곁으로 가 지역에 좀
더 밀착한 안정된 활동을 하고자 그곳, 실상사(實相寺) 초입에 사무실을 지었고 그 과정에서 재정문제와 지역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산문’을 열게 된 것이다.

이 곳에는 ‘닭떡국’과 발효국수로 만든 ‘잔치국수’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이웃주민들의 생업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사려깊게 엄선한 차림판이다. 이 따뜻한 음식들은 작년 봄 16일 동안의 ‘지리산살리기도보순례’에
참가했던 김경자(28, 여)씨의 매운 손끝을 거쳐 나오게 된다.


‘산문’ 근처에는 등산객들과 실상사를 찾는 이들을 위한 크고 작은 가게들이 이미
들어서 있다. 그리고 그 가게들 중 한쪽 가게의 구석을 염치없이 차지하고 앉아 몇 시간이고 탁주잔을 부딪치고
있어도 그 가게의 아주머니들은 세속의 돈으로는 잘 환산되지도 않는 김치찌개를 한 냄비 끓여주시곤 한다.

그러니 ‘산문’의 떡국과 국수만을 맛 볼 일은 아니다. 다만 어머니 지리산을 에워싼 그곳만이라도 끝까지
파헤쳐지지 않고 우리 마음속의 불씨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근심하고 염려하는 끈만은 놓지 말아야 한다. ‘산문’과
인근 가게가 주는 것은 사실 떡국과 탁주가 아닐지도 모른다. ‘실상(實相)’을 꿰뚫었던 부처님과 어머니
지리산 품에 다가가기 위한 빈 마음, 그 한 자락일지도 모를 일이다.

– 위치 : 전북 남원시 산내면 실상사 옆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신축 사무실 내
– 음식가격 : 후원금 3천원
– 수용 규모 : 20명
– 여는 시간 : 오전 10시~오후 7시
– 휴일 : 월요일은 쉽니다..
– 전화 : (063)636-1940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은 지리산댐건설반대를 위해 여러단체들이 함께 모이면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지리산을
올곧게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산문’에 들리시면 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 하실수 있고 ‘산문’의 수익금은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에 후원됩니다.
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 : http://www.savejiris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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